[뉴스 따라잡기] ‘프리허그’, 10대들의 탈선 수단?

입력 2012.01.16 (09:10) 수정 2015.01.19 (1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거리에서다른 사람을 포옹해주는 프리 허그,아시죠?

본래는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을안아주고 치유해주자는 뜻에서 시작된 캠페인인데요.

이 프리 허그가 지금 우리 거리에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이성과 만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랑 기자, 명동이나 홍대 거리가요즘 주말이면 프리 허그 하겠다는 10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요?

<기자 멘트>

네, 주말이 되면 10대들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모여들었는데요.

멀리 지방에서까지 올라올 정도라고 하니 프리허그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프리허그 본래의 취지보다는 이성친구를 만날 목적으로 나선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10대 청소년들의 프리허그 집결지로 알려진 명동에서 그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230만 명에 달하는 명동. 지난 토요일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요.

주변 상인들은 요즘 주말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녹취> 상점 직원 (음성 변조) : "손님도 잘 안 들어오고.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기보다 앞에 안 좋게 막아놓고 있으니까요... "

<녹취> 상인 : (음성변조) "감당이 안 돼. 너무 많으니까.. (여기가) 꽉 차요."

<녹취> 상인 (음성변조) : "시끄러워서 장사도 안 돼요."

바로 프리허그를 하겠다며 모여드는 청소년들에 대해 하는 말인데요.

극에 달한 불만을 엿볼 수 있죠?

대체 얼마나 많이 모여들면 그러는지 지켜봤습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는데요.

손에는 저마다 준비한 피켓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르자 그야말로 명동 한복판은 프리허그를 하러 나온 10대들로 가득 찼습니다.

<녹취> "쌍문동이요"

<녹취> "경기도 시흥"

<녹취> "집은 인천이고요. 오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경기도는 물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수원에서 온 열 일곱살 김 모양, 오늘로 세 번째 프리허그에 나섰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17세/음성변조) : "친구들하고 놀러왔다가 같이 하는 거예요. (어때요? 재밌어요?) 네... "

그렇게 수줍게 자리를 뜬 김 양...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한참을 서서 프리허그를 하던 김 양을 다시 만났을 땐,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과 오랜 포옹을 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오늘 만났는데 (한 시간 됐어요.) 한 시간도 안 됐어요. (친구 따라서 왔는데 만나게 됐어요. 그냥 어부지리로. 프리허그 하다가." 김

양과 대전에서 온 남학생은 프리허그를 계기로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은 계속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삼삼 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를 질러대며 춤 추는 것은 기본이었는데요.

과감한 애정행각은 물론 한 켠에서는 키스를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습니다.

보다 못한 어른들이 나서보지만 전혀 소용이 없는 모습이었는데요.

심지어는 흡연을 말리던 어른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각에도 여전히 10대들은 명동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8세/음성변조) : "여기서 밤새요. 저희 여기서 연속 11일 동안 밤새고 그런 적도 있는데."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7세/음성변조) : "노는 게 재밌어요. 걔네들은 학원에 박혀 있는데 여기 애들은 돌아다니고 하니까 재밌어요."

<인터뷰> 정용우(경위/명동파출소) :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학생 신분으로 배회하고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10대들 사이에 프리허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불과 몇 주 사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프리허그를 하자는 글들이 퍼지면서 주말이면 많게는 수천 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프리허그 자체가 원래 의미를 잃고 아예 쉽게 즉석 만남을 갖는 수단이 되다 보니 자극적인 문구를 넣은 피켓은 기본이 됐고요.

아예 처음부터 이성 친구를 만나려고 나왔다는 학생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인터뷰> 문호수(19세) : "여자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소원이에요. 저 좋아하실 분 진짜 꼭 와주세요. 진짜 부탁드립니다."

한 마디로 프리허그 피켓을 들고 나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학생을 구경하고 만나보려는 학생들도 같이 늘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현장 미팅이 된 셈입니다.

<인터뷰> 학생 : "‘안아 주세요’ 하면 그냥 안기는 거예요. 좋으면 마음에 들면 번호도 얻어 가고 그래요. 프리허그 하다가 만들어진 커플도 많고 그래요."

<인터뷰> 공영재(17세) : "여자 꾀긴 하는데요 술은 안 마셔요. 꾀면 그냥 막 뽀뽀하고요, 그 커플들끼리 모여서 뽀뽀하고 키스하고 그래요."

학생들은 그런데도 어른들이 자기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고 반발심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7세/음성 변조) : "프리허그를 애들이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애들도 애들 나름의 즐길 문화가 없잖아요. 저희도 저희 나름의 그냥 그런 문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미 변질될 대로 변질돼 버린 프리허그 캠페인! 점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현실인데요.

<인터뷰> 이슬기(시민) :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건지 그냥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너무 많아서... "

<인터뷰> 이해인(시민) : "우후죽순으로 너무 길가에 서 있으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는데도 방해되고 외국인한테 안아달라고 그런 모습 보니까 되게 안 좋아 보였다고 해야 하나. 인상 찌푸리게 하고.."

경찰도 계속되는 민원에 난감해 하고 있었지만 정작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환은(경사/명동파출소) : "크리스마스 때나 연말 때도요. 영하 12도 14도 될 때도 있었어요. ‘너희들 안 가냐’ 그랬더니 5시 20분쯤에 지하철 다니잖아요. 그 때 간다고 있는 거야. 그래서 그냥 지켜보고 아침 새고 그런 적도 있었어요."

프리허그가 청소년들 사이에 하나의 일그러진 문화로 정착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데요.

<인터뷰> 김동석(대변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프리허그란 자체가 삭막한 세상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줘서 위로의 취지가 있는데 선배나 친구의 강요에 의해서 끌려 나가거나 불건전한 이성 교제 부분으로 이루어질까 두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생활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처 난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치유해준다는 취지의 프리허그.

놀이 문화가 없는 10대들이 본래의 좋은 뜻은 뒤로 한 채 겨울방학을 틈 타 하나의 욕망 배출구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프리허그’, 10대들의 탈선 수단?
    • 입력 2012-01-16 09:10:13
    • 수정2015-01-19 18:52:58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거리에서다른 사람을 포옹해주는 프리 허그,아시죠?

본래는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을안아주고 치유해주자는 뜻에서 시작된 캠페인인데요.

이 프리 허그가 지금 우리 거리에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이성과 만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랑 기자, 명동이나 홍대 거리가요즘 주말이면 프리 허그 하겠다는 10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요?

<기자 멘트>

네, 주말이 되면 10대들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모여들었는데요.

멀리 지방에서까지 올라올 정도라고 하니 프리허그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프리허그 본래의 취지보다는 이성친구를 만날 목적으로 나선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10대 청소년들의 프리허그 집결지로 알려진 명동에서 그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230만 명에 달하는 명동. 지난 토요일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요.

주변 상인들은 요즘 주말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녹취> 상점 직원 (음성 변조) : "손님도 잘 안 들어오고.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기보다 앞에 안 좋게 막아놓고 있으니까요... "

<녹취> 상인 : (음성변조) "감당이 안 돼. 너무 많으니까.. (여기가) 꽉 차요."

<녹취> 상인 (음성변조) : "시끄러워서 장사도 안 돼요."

바로 프리허그를 하겠다며 모여드는 청소년들에 대해 하는 말인데요.

극에 달한 불만을 엿볼 수 있죠?

대체 얼마나 많이 모여들면 그러는지 지켜봤습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는데요.

손에는 저마다 준비한 피켓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르자 그야말로 명동 한복판은 프리허그를 하러 나온 10대들로 가득 찼습니다.

<녹취> "쌍문동이요"

<녹취> "경기도 시흥"

<녹취> "집은 인천이고요. 오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경기도는 물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수원에서 온 열 일곱살 김 모양, 오늘로 세 번째 프리허그에 나섰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17세/음성변조) : "친구들하고 놀러왔다가 같이 하는 거예요. (어때요? 재밌어요?) 네... "

그렇게 수줍게 자리를 뜬 김 양...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한참을 서서 프리허그를 하던 김 양을 다시 만났을 땐,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과 오랜 포옹을 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오늘 만났는데 (한 시간 됐어요.) 한 시간도 안 됐어요. (친구 따라서 왔는데 만나게 됐어요. 그냥 어부지리로. 프리허그 하다가." 김

양과 대전에서 온 남학생은 프리허그를 계기로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은 계속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삼삼 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를 질러대며 춤 추는 것은 기본이었는데요.

과감한 애정행각은 물론 한 켠에서는 키스를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습니다.

보다 못한 어른들이 나서보지만 전혀 소용이 없는 모습이었는데요.

심지어는 흡연을 말리던 어른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각에도 여전히 10대들은 명동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8세/음성변조) : "여기서 밤새요. 저희 여기서 연속 11일 동안 밤새고 그런 적도 있는데."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7세/음성변조) : "노는 게 재밌어요. 걔네들은 학원에 박혀 있는데 여기 애들은 돌아다니고 하니까 재밌어요."

<인터뷰> 정용우(경위/명동파출소) :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학생 신분으로 배회하고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10대들 사이에 프리허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불과 몇 주 사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프리허그를 하자는 글들이 퍼지면서 주말이면 많게는 수천 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프리허그 자체가 원래 의미를 잃고 아예 쉽게 즉석 만남을 갖는 수단이 되다 보니 자극적인 문구를 넣은 피켓은 기본이 됐고요.

아예 처음부터 이성 친구를 만나려고 나왔다는 학생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인터뷰> 문호수(19세) : "여자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소원이에요. 저 좋아하실 분 진짜 꼭 와주세요. 진짜 부탁드립니다."

한 마디로 프리허그 피켓을 들고 나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학생을 구경하고 만나보려는 학생들도 같이 늘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현장 미팅이 된 셈입니다.

<인터뷰> 학생 : "‘안아 주세요’ 하면 그냥 안기는 거예요. 좋으면 마음에 들면 번호도 얻어 가고 그래요. 프리허그 하다가 만들어진 커플도 많고 그래요."

<인터뷰> 공영재(17세) : "여자 꾀긴 하는데요 술은 안 마셔요. 꾀면 그냥 막 뽀뽀하고요, 그 커플들끼리 모여서 뽀뽀하고 키스하고 그래요."

학생들은 그런데도 어른들이 자기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고 반발심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프리허그 참가자(17세/음성 변조) : "프리허그를 애들이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애들도 애들 나름의 즐길 문화가 없잖아요. 저희도 저희 나름의 그냥 그런 문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미 변질될 대로 변질돼 버린 프리허그 캠페인! 점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현실인데요.

<인터뷰> 이슬기(시민) :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건지 그냥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너무 많아서... "

<인터뷰> 이해인(시민) : "우후죽순으로 너무 길가에 서 있으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는데도 방해되고 외국인한테 안아달라고 그런 모습 보니까 되게 안 좋아 보였다고 해야 하나. 인상 찌푸리게 하고.."

경찰도 계속되는 민원에 난감해 하고 있었지만 정작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환은(경사/명동파출소) : "크리스마스 때나 연말 때도요. 영하 12도 14도 될 때도 있었어요. ‘너희들 안 가냐’ 그랬더니 5시 20분쯤에 지하철 다니잖아요. 그 때 간다고 있는 거야. 그래서 그냥 지켜보고 아침 새고 그런 적도 있었어요."

프리허그가 청소년들 사이에 하나의 일그러진 문화로 정착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데요.

<인터뷰> 김동석(대변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프리허그란 자체가 삭막한 세상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줘서 위로의 취지가 있는데 선배나 친구의 강요에 의해서 끌려 나가거나 불건전한 이성 교제 부분으로 이루어질까 두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생활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처 난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치유해준다는 취지의 프리허그.

놀이 문화가 없는 10대들이 본래의 좋은 뜻은 뒤로 한 채 겨울방학을 틈 타 하나의 욕망 배출구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