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보도…대안은?

입력 2012.01.28 (10:26) 수정 2012.0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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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은 학교 폭력 문제가 조직적인 범죄로 진화할 만큼 심각하다고 진단했는데요.

하지만 폭력 사건을 지나치게 부각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깊이 있는 원인 진단과 해결책 모색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 폭력 보도의 문제점, 은준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학교폭력 문제, 최근에 언론이 집중 조명한 계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답변>

네, 지난달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언론은 학생이 남긴 유서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학교 폭력의 실상을 전했는데요.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리포트>

지난달 20일 14살 권 모 군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권 군의 집 거실에서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있었습니다.

같은 반 학생들의 상습적인 폭행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은 입수한 유서를 바탕으로 권 군이 겪었던 고통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 “유서에는 같은 반 남학생 두 명이 인터넷 게임아이템을 키우도록 시키면서 상습적으로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고 적혀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권 군은 유서에서//”매일 우리 집에 와 단소로 때리고 문제집을 가져갔다며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권 군 자살 사건에 대한 수사 속보 경쟁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KBS 뉴스9 : "서 모 군과 우 모 군 등 2명이 권 군을 폭행한 횟수도 각각 39회와 19회로 유서에 적힌 것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동아일보 : "대구 수성경찰서는 26일 A군의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은 또 다른 학생 1명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학생이 가해 학생 2명과 함께 A군의 아파트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A군 등과 인터넷 게임을 자주했던 점으로 미뤄 폭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장이 확산되자 언론은 학교폭력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방송은 또래 학생들이 폭행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뉴스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한 학생은 뒤에서 팔을 잡아 못 움직이게 하고 다른 학생이 레슬링을 하듯이 넘어뜨립니다. 서너 명이 더 달려들어 쓰러진 학생의 배와 가슴을 쉴 새 없이 짓밟습니다.“

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면서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한 신문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가해 학생들은 그 동안 ㄴ양을 학교 시청각실로 끌고가 강제로 상의를 벗긴 뒤 가슴을 만지는 등 번갈아 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인근 공원과 상가 화장실 등으로도 ㄴ양을 불러 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조선일보 :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져왔던 충격적인 가혹행위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임 군은 지난 5일 경찰 조사에서 가해학생들이 바지를 벗기고 성기에 전기 충격까지 줬다고 진술했다.“

미디어 비평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신문과 방송이 보도한 학교폭력 관련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5대 일간지의 경우 학교폭력 사건의 발생내용을 중계식으로 보도한 기사는 291건.

전체 436건 가운데 65% 이상이 사건 중심 기사였습니다.

방송3사의 메인 뉴스 109건 가운데 사건 중심의 기사도 60%에 달하는 6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인터뷰>김춘식(한국외대 교수) : “사람들은 그 뉴스를 통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그렇다보면 뉴스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자하는 그런 쪽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런 불안감으로부터 어떡하면 쉽게 도망갈 수 있을까 회피할 수 있을까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

이렇게 단지 사건을 전달하는데만 주력하다보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헉교 폭력의 원인, 언론은 어떻게 접근했습니까.

<답변>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원인 진단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색깔론까지 등장했습니다.

방송은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교사들의 무관심을 꼽았습니다.

문제를 외면하는 교사들이 학교 폭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SBS 8시 뉴스 :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학교 폭력의 75.2%는 학교 안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폭력 사실 자체를 모르기 일쑤였고, 설사 학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유야무야 넘어간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교사들이 학내 폭력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지 짚어본 심층 보도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김대유(경기대 교수) : “모든 책임을 교사들에게 미루다 보니까 교사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또 교사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기에 그렇게 교사들이 수동적이 되는지 이것에 대한 진단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신문은 정파성에 따라 엇갈린 분석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학교폭력 사건의 주된 이유로 교권 추락을 들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가해 학생에게 팔굽혀 펴기 같은 벌도 주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좌파 교육감이 들어선 이후 이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만들어 놓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전교조 지지를 받은 교육감들이 인권조례 제정을 시작한 2010년 이후 학생간 폭력과 학생에 의한 교사 폭력이 그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겨레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폭력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인권조례 제정 1년차인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관내에서 드러난 학교 폭력은 2014건으로 2009년보다54.1%늘긴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인권 조례 공포와 함께 학교에서 상담을 강화하면서 숨겨져있던 일들이 대거 드러난 결과이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학교의 억압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대구의 경우 인권 조례제정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곳이다. 학생을 인권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억압적 분위기가 오히려 극단적인 폭력을 조장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인터뷰>김춘식(한국외대 교수) : “교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까지듭니다. 언론이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가장 전문성을 갖춘 교육 전문가와 학생, 교사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가는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언론 보도를 보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학교 폭력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만큼 해결책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언론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입니까.

<답변>

네, 주로 정부 대책을 단순히 소개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책을 깊이 있게 검증하거나 비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가해학생을 격리하거나 학교 폭력 기록을 입시에 반영하는 등 처벌과 통제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은 이 같은 정부 대책을 주요 소식으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단순히 정리하는 수준의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초중고에서 일어난 폭력은 물론이고 돈 빼앗기, 강요, 따돌림부터 통신망을 이용해 피해를 입힌 것도 기록 대상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뒤 5년 동안, 고등학교는 10년 동안 기록을 보관합니다.“

<녹취>조선일보 : "교육과학기술부가 왕따 폭력 근절을 위해 이달 말 가해 학생 강제 전학제, 학부모 소환제 등이 담긴 왕따 폭력 방지법안의 발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시도 교육감들도 가해학생을 격리하고 단계별로 징계 수위를 높이며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공동 처벌하는 등의 학교 폭력 대책을 내놓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징벌적 성격의 정부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실수가 강력 범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양정호(성균관대학교 교수) : “아직 아이들이 자라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과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단순하게 처벌을 우위로 하는 것보다 조금 원칙있고 정확하게 일반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본 언론 보도도 드물었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학교 폭력 전문상담사를 일선 학교에 배치하기로 했고 언론은 이를 받아썼습니다.

<대독>한겨레(2011.12.25) : “학교 폭력 전문 상담사 1800명을 일선 학교에 배치해 학생 상담을 강화하고 공익근무요원을 학교안전 보호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담사의 전문성이나 교내 활용 가능성 등을 꼼꼼히 짚어본 보도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김대유(경기대학교 겸임교수) : “학교 폭력 전문상담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런 자격증이 없어요. 그런데 무비판적으로 그것도 확인도 안 해보고 언론들이 마치 정부가 상담사만 배치하면 학교 폭력이 해결되는 것 처럼 그렇게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것은 오보에 가깝다고 봅니다.”

<질문>

일부이긴 하지만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 기사들도 있지 않았나요?

<답변>

네, 한발 앞서 학교 폭력 문제를 비교적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기획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또 일부 언론은 학교 폭력 문제의 해법을 발굴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넘게 <10대가 아프다>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여과 없이 담아냈고 해석은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인터뷰>조호연(경향신문 에디터) : “지금까지는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의 세계를 재단해서 해석을 하고 문제점을 발굴하고 대책을 만들고 이렇게 해 온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건 진짜 당사자인 10대들을 빼놓고 문제를 진단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10대들 목소리를 직접 담아 내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폭력까지 부르는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녹취>경향신문(2011.12.19) : “딱 시험 한 두주 전에 애들이 싸워요. 오늘도 싸웠는데 평소라면 넘어갈만한 사소할 일이었어요. 열심히 하는 애들은 그 애들대로 스트레스고 공부 안 하는 애들은 열등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폭력과 자살 등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가정 내 단절된 소통을 꼽았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고민과 관심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족이 관심을 기울일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원인도 짚어봤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청소년들의 일탈이 급증했다는 겁니다.

<녹취>경향신문 : “부모의 노동시간이 길어져 가족이 함께 보낼 시간은 줄어든 반면 학원과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또래 집단 문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1997년 당시 0~3세이던 세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알몸 졸업식’ ‘폭행 동영상 유포‘ 등 일탈적 청소년 문화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학교 폭력문제의 해법을 찾아본 기획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교사와 학생 사이 소통으로 학교 폭력을 줄인 고등학교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녹취>한겨레 : “이 학교는 체벌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규칙을 어겨 벌점이 누적된 경우에는 교사와 상담 학생이 등산을 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했다.”

중앙일보도 또래 집단의 상담과 중재가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학생들은 학교폭력 대처방법과 대화법 등을 배운 뒤 2학기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한 학기 동안 학생 간 폭력이나 다툼 등 10건을 해결했다.“

<인터뷰>양정호(성균관대학교 교수) : “뭔가 새로운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방안들이 있다고 하는 것을 제시하고 보여준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개발이나 수정을 통해 조금 더 현장에 맞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언론은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회성 처방에 그치지 않도록 학생과 학부모, 교육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대안이 없다면 학교폭력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언론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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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 보도…대안은?
    • 입력 2012-01-28 10:26:55
    • 수정2012-01-28 11:09:04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최근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은 학교 폭력 문제가 조직적인 범죄로 진화할 만큼 심각하다고 진단했는데요. 하지만 폭력 사건을 지나치게 부각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깊이 있는 원인 진단과 해결책 모색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 폭력 보도의 문제점, 은준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학교폭력 문제, 최근에 언론이 집중 조명한 계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답변> 네, 지난달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언론은 학생이 남긴 유서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학교 폭력의 실상을 전했는데요.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리포트> 지난달 20일 14살 권 모 군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권 군의 집 거실에서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있었습니다. 같은 반 학생들의 상습적인 폭행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은 입수한 유서를 바탕으로 권 군이 겪었던 고통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 “유서에는 같은 반 남학생 두 명이 인터넷 게임아이템을 키우도록 시키면서 상습적으로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고 적혀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권 군은 유서에서//”매일 우리 집에 와 단소로 때리고 문제집을 가져갔다며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권 군 자살 사건에 대한 수사 속보 경쟁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KBS 뉴스9 : "서 모 군과 우 모 군 등 2명이 권 군을 폭행한 횟수도 각각 39회와 19회로 유서에 적힌 것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동아일보 : "대구 수성경찰서는 26일 A군의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은 또 다른 학생 1명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학생이 가해 학생 2명과 함께 A군의 아파트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A군 등과 인터넷 게임을 자주했던 점으로 미뤄 폭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장이 확산되자 언론은 학교폭력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방송은 또래 학생들이 폭행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뉴스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한 학생은 뒤에서 팔을 잡아 못 움직이게 하고 다른 학생이 레슬링을 하듯이 넘어뜨립니다. 서너 명이 더 달려들어 쓰러진 학생의 배와 가슴을 쉴 새 없이 짓밟습니다.“ 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면서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한 신문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가해 학생들은 그 동안 ㄴ양을 학교 시청각실로 끌고가 강제로 상의를 벗긴 뒤 가슴을 만지는 등 번갈아 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인근 공원과 상가 화장실 등으로도 ㄴ양을 불러 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조선일보 :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져왔던 충격적인 가혹행위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임 군은 지난 5일 경찰 조사에서 가해학생들이 바지를 벗기고 성기에 전기 충격까지 줬다고 진술했다.“ 미디어 비평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신문과 방송이 보도한 학교폭력 관련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5대 일간지의 경우 학교폭력 사건의 발생내용을 중계식으로 보도한 기사는 291건. 전체 436건 가운데 65% 이상이 사건 중심 기사였습니다. 방송3사의 메인 뉴스 109건 가운데 사건 중심의 기사도 60%에 달하는 6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인터뷰>김춘식(한국외대 교수) : “사람들은 그 뉴스를 통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그렇다보면 뉴스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자하는 그런 쪽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런 불안감으로부터 어떡하면 쉽게 도망갈 수 있을까 회피할 수 있을까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 이렇게 단지 사건을 전달하는데만 주력하다보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헉교 폭력의 원인, 언론은 어떻게 접근했습니까. <답변>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원인 진단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색깔론까지 등장했습니다. 방송은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교사들의 무관심을 꼽았습니다. 문제를 외면하는 교사들이 학교 폭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SBS 8시 뉴스 :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학교 폭력의 75.2%는 학교 안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폭력 사실 자체를 모르기 일쑤였고, 설사 학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유야무야 넘어간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교사들이 학내 폭력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지 짚어본 심층 보도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김대유(경기대 교수) : “모든 책임을 교사들에게 미루다 보니까 교사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또 교사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기에 그렇게 교사들이 수동적이 되는지 이것에 대한 진단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신문은 정파성에 따라 엇갈린 분석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학교폭력 사건의 주된 이유로 교권 추락을 들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가해 학생에게 팔굽혀 펴기 같은 벌도 주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좌파 교육감이 들어선 이후 이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만들어 놓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전교조 지지를 받은 교육감들이 인권조례 제정을 시작한 2010년 이후 학생간 폭력과 학생에 의한 교사 폭력이 그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겨레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폭력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인권조례 제정 1년차인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관내에서 드러난 학교 폭력은 2014건으로 2009년보다54.1%늘긴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인권 조례 공포와 함께 학교에서 상담을 강화하면서 숨겨져있던 일들이 대거 드러난 결과이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학교의 억압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대구의 경우 인권 조례제정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곳이다. 학생을 인권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억압적 분위기가 오히려 극단적인 폭력을 조장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인터뷰>김춘식(한국외대 교수) : “교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까지듭니다. 언론이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가장 전문성을 갖춘 교육 전문가와 학생, 교사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가는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언론 보도를 보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학교 폭력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만큼 해결책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언론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입니까. <답변> 네, 주로 정부 대책을 단순히 소개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책을 깊이 있게 검증하거나 비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가해학생을 격리하거나 학교 폭력 기록을 입시에 반영하는 등 처벌과 통제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은 이 같은 정부 대책을 주요 소식으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단순히 정리하는 수준의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초중고에서 일어난 폭력은 물론이고 돈 빼앗기, 강요, 따돌림부터 통신망을 이용해 피해를 입힌 것도 기록 대상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뒤 5년 동안, 고등학교는 10년 동안 기록을 보관합니다.“ <녹취>조선일보 : "교육과학기술부가 왕따 폭력 근절을 위해 이달 말 가해 학생 강제 전학제, 학부모 소환제 등이 담긴 왕따 폭력 방지법안의 발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시도 교육감들도 가해학생을 격리하고 단계별로 징계 수위를 높이며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공동 처벌하는 등의 학교 폭력 대책을 내놓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징벌적 성격의 정부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실수가 강력 범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양정호(성균관대학교 교수) : “아직 아이들이 자라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과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단순하게 처벌을 우위로 하는 것보다 조금 원칙있고 정확하게 일반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본 언론 보도도 드물었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학교 폭력 전문상담사를 일선 학교에 배치하기로 했고 언론은 이를 받아썼습니다. <대독>한겨레(2011.12.25) : “학교 폭력 전문 상담사 1800명을 일선 학교에 배치해 학생 상담을 강화하고 공익근무요원을 학교안전 보호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담사의 전문성이나 교내 활용 가능성 등을 꼼꼼히 짚어본 보도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김대유(경기대학교 겸임교수) : “학교 폭력 전문상담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런 자격증이 없어요. 그런데 무비판적으로 그것도 확인도 안 해보고 언론들이 마치 정부가 상담사만 배치하면 학교 폭력이 해결되는 것 처럼 그렇게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것은 오보에 가깝다고 봅니다.” <질문> 일부이긴 하지만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 기사들도 있지 않았나요? <답변> 네, 한발 앞서 학교 폭력 문제를 비교적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기획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또 일부 언론은 학교 폭력 문제의 해법을 발굴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넘게 <10대가 아프다>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여과 없이 담아냈고 해석은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인터뷰>조호연(경향신문 에디터) : “지금까지는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의 세계를 재단해서 해석을 하고 문제점을 발굴하고 대책을 만들고 이렇게 해 온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건 진짜 당사자인 10대들을 빼놓고 문제를 진단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10대들 목소리를 직접 담아 내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폭력까지 부르는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녹취>경향신문(2011.12.19) : “딱 시험 한 두주 전에 애들이 싸워요. 오늘도 싸웠는데 평소라면 넘어갈만한 사소할 일이었어요. 열심히 하는 애들은 그 애들대로 스트레스고 공부 안 하는 애들은 열등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폭력과 자살 등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가정 내 단절된 소통을 꼽았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고민과 관심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족이 관심을 기울일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원인도 짚어봤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청소년들의 일탈이 급증했다는 겁니다. <녹취>경향신문 : “부모의 노동시간이 길어져 가족이 함께 보낼 시간은 줄어든 반면 학원과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또래 집단 문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1997년 당시 0~3세이던 세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알몸 졸업식’ ‘폭행 동영상 유포‘ 등 일탈적 청소년 문화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학교 폭력문제의 해법을 찾아본 기획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교사와 학생 사이 소통으로 학교 폭력을 줄인 고등학교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녹취>한겨레 : “이 학교는 체벌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규칙을 어겨 벌점이 누적된 경우에는 교사와 상담 학생이 등산을 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했다.” 중앙일보도 또래 집단의 상담과 중재가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학생들은 학교폭력 대처방법과 대화법 등을 배운 뒤 2학기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한 학기 동안 학생 간 폭력이나 다툼 등 10건을 해결했다.“ <인터뷰>양정호(성균관대학교 교수) : “뭔가 새로운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방안들이 있다고 하는 것을 제시하고 보여준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개발이나 수정을 통해 조금 더 현장에 맞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언론은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회성 처방에 그치지 않도록 학생과 학부모, 교육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대안이 없다면 학교폭력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언론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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