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엄친아 ‘엣지’ 가족을 찾습니다

입력 2012.02.02 (09:05) 수정 2012.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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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강원도 산 속에서 동사할 뻔한 할아버지의 몸을 녹여 목숨을 구한 충견의 이야기가 보도됐죠

그런 거 보면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견공들이 참 많죠 유:네, 용맹스러운 군견과 인명구조견도 있고요,

시각 장애인 안내견부터 헌혈을 해주는 공혈견까지, 분야도 정말 다양하네요

네, 이렇게 한 평생 활약하고 나면 견공들도 은퇴를 하는데요,

은퇴 뒤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김기흥 기자, 이번에 은퇴하는 한 멋진 견공의 이야기,들려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올해로 11살이 된 엣지의 이야긴데요

젊었을 때는 뛰어난 후각 덕분에 <마약탐지견>으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 후에는 견공 수십 마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공혈견>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엣지가 드디어 정말 은퇴를 하게 됐습니다.

자신을 마음껏 사랑해 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데요.

견생 3막을 열어가고 있는 노신사 엣지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지낸 시간 10년, 한평생 봉사만 하며 살아온 견공의 삶을 만나봅니다.

건강한 신체, 사람보다 일만배 뛰어난 후각을 지닌 까만 코, 매력 만점 몸매를 자랑하는 견공계의 훈남, 엣지를 소개합니다.

지난 2002년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엣지.

매일 운동장을 뛰고 구르며 혹독한 탐지견 훈련이 계속되었는데요,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의 타고난 능력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엣지는 미국에서 왔어요. 성격도 좋고, 똑똑하며 특히 후각이 좋아서 (마약탐지견으로) 많이 활동하는 견종입니다. 공항에 들어오는 수많은 짐들 속에서 소량의 마약을 찾아내야 하는 만큼 1년 반에 걸쳐 실전대비 훈련이 이루어졌는데요, "

기나긴 시간 잘 참고 견딘 덕분에 10마리 중 2마리에 불과한 낮은 합격률을 뚫고 마약탐지견으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핸들러와 팀을 이뤄 수하물 속에 꼭꼭 숨긴 마약을 귀신같이 잡아냈는데요,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화물탐지를 주로 했습니다. 겁이 없었고, 모든 물건의 냄새를 맡으려는 의욕이 충만했어요. 또한, 먼저 앞서 나가려는 의지가 강했던 부분이 마약사범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2003년부터 엣지의 눈부신 활약으로 적발한 마약사범 건수는 총 8건, 액수로 치면 약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오롯이 나라를 위해 일하며 청년의 황금기를 보낸 엣지의 견사에는, 이제 그의 뒤를 이으려는 후배 마약탐지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중년의 나이로 6년간의 탐지견 생활을 청산한 엣지,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견생의 2막을 살게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 300ml씩 헌혈하는 공혈견이 된 것 인데요.

<인터뷰>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 "혈액을 통해서 수많은 다른 생명을 건지는 매우 소중한 일을 공혈견들이 하고 있습니다."

빈혈이나 교통사고를 당해 수혈이 필요한 응급견공들에게 혈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난 4년간 엣지의 혈액으로 견공 50여 마리의 생명을 구했다는데요,

지난해 10월, 심각한 혈변과 빈혈로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재롱이는 엣지로부터 수혈을 받아 죽음을 모면했지만 아직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오늘도 병원에 가면 또 수혈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요."

재롱이의 할머니부터 3대째 함께 생활해 온 재롱이는 이제 또 다른 이름의 가족입니다.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재롱이(반려견)와 저를 위해서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건 상상도 못하겠더라고요."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로 인해 지금까지 총 7번에 걸쳐 수혈을 받았는데요, 피가 모자란 재롱이를 위해 채혈의 아픔도 묵묵히 참아냈을 엣지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녹취> "네가 엣지구나. 엣지야 안녕. 고마워. 고마워. 재롱이도 빨리 나을게.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자신을 위한 견생 3막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

<인터뷰> 이관구 (서울대 동물병원 수의사): "현재는 공혈견으로서 은퇴를 하고, 하루하루 운동을 하면서 새 주인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1세가 된 노신사 엣지.

나라에 봉사하고,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던 생활에 은퇴를 고하고 노후를 함께 보낼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엣지의 소식이 알려지자 입양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의 신청이 몰렸는데요, 지난 30일까지 도착한 서류만 100여 통에 달했습니다.

<녹취> "엣지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들의 신청서입니다."

입양자격을 갖춘 신청자를 우선으로 면담과 현장실사를 거쳐 선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 "저희가 바라는 가정환경은 우선 마당이 있어야 하고, 가족구성원들이 대형견을 길러본 경험이 있고, 가족 모두가 동물을 좋아하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낼 예정입니다. 한평생 견사를 떠돌며 타인을 위해 살아온 엣지. 남들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조만간 새로 만날 주인의 품에서 시작될 삶의 제 3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좋은 곳에서 많이 사랑해주는 주인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노후까지 가족에게 인기 많은 엣지로서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인과 만나서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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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02 09:05:23
    • 수정2012-02-02 1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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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강원도 산 속에서 동사할 뻔한 할아버지의 몸을 녹여 목숨을 구한 충견의 이야기가 보도됐죠 그런 거 보면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견공들이 참 많죠 유:네, 용맹스러운 군견과 인명구조견도 있고요, 시각 장애인 안내견부터 헌혈을 해주는 공혈견까지, 분야도 정말 다양하네요 네, 이렇게 한 평생 활약하고 나면 견공들도 은퇴를 하는데요, 은퇴 뒤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김기흥 기자, 이번에 은퇴하는 한 멋진 견공의 이야기,들려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올해로 11살이 된 엣지의 이야긴데요 젊었을 때는 뛰어난 후각 덕분에 <마약탐지견>으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 후에는 견공 수십 마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공혈견>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엣지가 드디어 정말 은퇴를 하게 됐습니다. 자신을 마음껏 사랑해 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데요. 견생 3막을 열어가고 있는 노신사 엣지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지낸 시간 10년, 한평생 봉사만 하며 살아온 견공의 삶을 만나봅니다. 건강한 신체, 사람보다 일만배 뛰어난 후각을 지닌 까만 코, 매력 만점 몸매를 자랑하는 견공계의 훈남, 엣지를 소개합니다. 지난 2002년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엣지. 매일 운동장을 뛰고 구르며 혹독한 탐지견 훈련이 계속되었는데요,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의 타고난 능력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엣지는 미국에서 왔어요. 성격도 좋고, 똑똑하며 특히 후각이 좋아서 (마약탐지견으로) 많이 활동하는 견종입니다. 공항에 들어오는 수많은 짐들 속에서 소량의 마약을 찾아내야 하는 만큼 1년 반에 걸쳐 실전대비 훈련이 이루어졌는데요, " 기나긴 시간 잘 참고 견딘 덕분에 10마리 중 2마리에 불과한 낮은 합격률을 뚫고 마약탐지견으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핸들러와 팀을 이뤄 수하물 속에 꼭꼭 숨긴 마약을 귀신같이 잡아냈는데요,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화물탐지를 주로 했습니다. 겁이 없었고, 모든 물건의 냄새를 맡으려는 의욕이 충만했어요. 또한, 먼저 앞서 나가려는 의지가 강했던 부분이 마약사범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2003년부터 엣지의 눈부신 활약으로 적발한 마약사범 건수는 총 8건, 액수로 치면 약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오롯이 나라를 위해 일하며 청년의 황금기를 보낸 엣지의 견사에는, 이제 그의 뒤를 이으려는 후배 마약탐지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중년의 나이로 6년간의 탐지견 생활을 청산한 엣지,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견생의 2막을 살게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 300ml씩 헌혈하는 공혈견이 된 것 인데요. <인터뷰>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 "혈액을 통해서 수많은 다른 생명을 건지는 매우 소중한 일을 공혈견들이 하고 있습니다." 빈혈이나 교통사고를 당해 수혈이 필요한 응급견공들에게 혈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난 4년간 엣지의 혈액으로 견공 50여 마리의 생명을 구했다는데요, 지난해 10월, 심각한 혈변과 빈혈로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재롱이는 엣지로부터 수혈을 받아 죽음을 모면했지만 아직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오늘도 병원에 가면 또 수혈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요." 재롱이의 할머니부터 3대째 함께 생활해 온 재롱이는 이제 또 다른 이름의 가족입니다.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재롱이(반려견)와 저를 위해서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건 상상도 못하겠더라고요."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로 인해 지금까지 총 7번에 걸쳐 수혈을 받았는데요, 피가 모자란 재롱이를 위해 채혈의 아픔도 묵묵히 참아냈을 엣지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녹취> "네가 엣지구나. 엣지야 안녕. 고마워. 고마워. 재롱이도 빨리 나을게.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자신을 위한 견생 3막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 <인터뷰> 이관구 (서울대 동물병원 수의사): "현재는 공혈견으로서 은퇴를 하고, 하루하루 운동을 하면서 새 주인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1세가 된 노신사 엣지. 나라에 봉사하고,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던 생활에 은퇴를 고하고 노후를 함께 보낼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엣지의 소식이 알려지자 입양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의 신청이 몰렸는데요, 지난 30일까지 도착한 서류만 100여 통에 달했습니다. <녹취> "엣지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들의 신청서입니다." 입양자격을 갖춘 신청자를 우선으로 면담과 현장실사를 거쳐 선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 "저희가 바라는 가정환경은 우선 마당이 있어야 하고, 가족구성원들이 대형견을 길러본 경험이 있고, 가족 모두가 동물을 좋아하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낼 예정입니다. 한평생 견사를 떠돌며 타인을 위해 살아온 엣지. 남들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조만간 새로 만날 주인의 품에서 시작될 삶의 제 3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 <인터뷰> 장영선 (재롱이 주인): "좋은 곳에서 많이 사랑해주는 주인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인터뷰> 이원직 (마약탐지견 핸들러): "노후까지 가족에게 인기 많은 엣지로서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인과 만나서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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