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수백억 항만…토사 쌓여 ‘폐항’

입력 2012.02.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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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997년 경기도 시흥시가 5백억 원을 들여 만든 월곶항입니다.



오후들어 밀물이 되면서 조금씩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만조가 됐는데도 이처럼 어선들이 뻘 밭에 얹혀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구는 맞는데 배가 다닐 수 없는 항구,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송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물이 빠지면서 월곶항의 바닥이 드러납니다.



갯벌이 선착장 바로 앞까지 쌓여 있습니다.



나무 막대기를 찔러 넣자, 쑥쑥 들어갑니다.



<인터뷰> 송선일(월곶 어촌계장) : "여기는 지금 보시다시피 6m 이상 갯벌이 퇴적됐고, 심한 곳은 8m, 10m까지 쌓인 상태니까..."



심지어, 바닷물이 밀려드는 만조가 되도 배가 다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선 200여 척 가운데 180척 정도는 조업을 포기했습니다.



이처럼 월곶항이 기능을 잃게 된 것은 처음 만들 때부터 지형적 특성과 조류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갯골을 따라 빠른 유속으로 항구에 토사가 쌓이는데, 물이 빠져나갈 때는 상대적으로 유속이 느려 퇴적물이 배출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선들이 조업을 포기하자, 수산물 공판장도 이미 문을 닫았고, 부둣가에는 폐 그물만 가득 쌓여 있습니다.



점심때인데도 횟집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광철(월곶항 횟집 주인) : "고깃배 하나 안 들어오지, 이렇게 장사가 안된 것도 꽤 됐어요."



어부들이 떠나고 상인들마저 등을 돌린 월곶 항은 이제 이름뿐인 항구가 됐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앵커 멘트>



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간 경전철 사업과 관광열차, 그리고 리조트 사업까지...



아예 가동을 못하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요.



이러는 사이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14% 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자치단체들은 과연 뭘하고 있었을까요?



이어서 최선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실상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월곶 항.



유일한 대책은 갯벌을 파내는 것이지만 준설비만 5백억 원, 시흥시가 감당하기 힘든 예산입니다.



때문에, 매립해서 항구를 없애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매립했을 때는 한 번만 예산이 들어가고 그 이후에는 (예산이) 들어갈 일이 없는 거죠."



공사는 끝났지만 1년 반이 넘게 발이 묶인 경기도 용인 경전철.



7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개통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에게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용인시는 이자만 매일 6천6백만 원씩 내고 있습니다.



교량 상부의 모노레일.



직선 구간인데도 레일이 좌우로 비틀어져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시험운행을 하다가 바퀴 축이 부러진 뒤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경찰이 부실시공 의혹을 수사하면서 853억 원짜리 고철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인터뷰> 이재은(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 "사업의 내용을 주민에게 상세하게 공시하는 ’재정공시제도’가 내실있게 확대된다면 단체장들도 함부로 그런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치단체의 무책임한 대형 사업 추진과 부실을 국민세금으로 막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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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수백억 항만…토사 쌓여 ‘폐항’
    • 입력 2012-02-24 22:01:13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 1997년 경기도 시흥시가 5백억 원을 들여 만든 월곶항입니다.

오후들어 밀물이 되면서 조금씩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만조가 됐는데도 이처럼 어선들이 뻘 밭에 얹혀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구는 맞는데 배가 다닐 수 없는 항구,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송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물이 빠지면서 월곶항의 바닥이 드러납니다.

갯벌이 선착장 바로 앞까지 쌓여 있습니다.

나무 막대기를 찔러 넣자, 쑥쑥 들어갑니다.

<인터뷰> 송선일(월곶 어촌계장) : "여기는 지금 보시다시피 6m 이상 갯벌이 퇴적됐고, 심한 곳은 8m, 10m까지 쌓인 상태니까..."

심지어, 바닷물이 밀려드는 만조가 되도 배가 다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선 200여 척 가운데 180척 정도는 조업을 포기했습니다.

이처럼 월곶항이 기능을 잃게 된 것은 처음 만들 때부터 지형적 특성과 조류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갯골을 따라 빠른 유속으로 항구에 토사가 쌓이는데, 물이 빠져나갈 때는 상대적으로 유속이 느려 퇴적물이 배출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선들이 조업을 포기하자, 수산물 공판장도 이미 문을 닫았고, 부둣가에는 폐 그물만 가득 쌓여 있습니다.

점심때인데도 횟집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광철(월곶항 횟집 주인) : "고깃배 하나 안 들어오지, 이렇게 장사가 안된 것도 꽤 됐어요."

어부들이 떠나고 상인들마저 등을 돌린 월곶 항은 이제 이름뿐인 항구가 됐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앵커 멘트>

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간 경전철 사업과 관광열차, 그리고 리조트 사업까지...

아예 가동을 못하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요.

이러는 사이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14% 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자치단체들은 과연 뭘하고 있었을까요?

이어서 최선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실상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월곶 항.

유일한 대책은 갯벌을 파내는 것이지만 준설비만 5백억 원, 시흥시가 감당하기 힘든 예산입니다.

때문에, 매립해서 항구를 없애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흥시 관계자(음성변조) : "매립했을 때는 한 번만 예산이 들어가고 그 이후에는 (예산이) 들어갈 일이 없는 거죠."

공사는 끝났지만 1년 반이 넘게 발이 묶인 경기도 용인 경전철.

7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개통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에게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용인시는 이자만 매일 6천6백만 원씩 내고 있습니다.

교량 상부의 모노레일.

직선 구간인데도 레일이 좌우로 비틀어져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시험운행을 하다가 바퀴 축이 부러진 뒤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경찰이 부실시공 의혹을 수사하면서 853억 원짜리 고철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인터뷰> 이재은(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 "사업의 내용을 주민에게 상세하게 공시하는 ’재정공시제도’가 내실있게 확대된다면 단체장들도 함부로 그런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치단체의 무책임한 대형 사업 추진과 부실을 국민세금으로 막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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