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룻밤 판돈만 1억…주부 도박의 실태

입력 2012.02.27 (09:17) 수정 2012.02.27 (10: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벼운 놀이 삼아 시작한 도박에 중독돼서 자신도 잃고, 가정도 잃는 주부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정말 한 번 빠지면 도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면서요?

네, 판돈이 부족하다 보니까, 주부가 결국엔 강도나 사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는데요.

그만큼 도박 중독이 치명적이란 얘기겠죠.

네, 이랑 기자, 이 주부 도박이 더 문제가 되는 게요. 남자와 여자가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다른데, 여성들이 더 쉽게, 더 심하게 빠지게 된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남성들과 달라서이기 때문인데요.

승부욕때문에 도박에 빠지는 남성들과 달리 여자들, 특히 주부들은 구멍난 마음을 달래고자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번 발을 담게 된 도박, 정서적 결핍이 해소되지 않고는 헤어나오기도 쉽지 않겠죠.

경찰에 붙잡힌 주부들, 도박을 하려고 결국강도짓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리포트>

강도 용의자들이 검거된 경찰서, 남의 명의로 만들어진 이른바 ‘대포폰’이 즐비한데요.

놀랍게도 이를 구입해 쓴 사람들은 모두 주부들, 중년 남성을 유인해 돈을 뺏아 달아나는데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범인 박모씨 등의 일당이 6명입니다. 모두 다 일정한 직업이 없고, 여자들은 거의 가정주부죠.”

52살 주부 김 씨와 그 일행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57세 양 씨에게 합석을 하자며 접근한 것은 지난해 4월.

주부 김씨는 양 씨에게 사귈 것처럼 말하며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강원도 동해로 여행을 떠나 두 번째 만남을 가진 두 사람과 그 일행

그날따라 김 씨는 양 씨에게 유독 술을 권했는데요.

김 씨가 건 낸 술잔 안에는 아티반이라는 약이 들어있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0 : “아티반은 정신과 치료에 쓰이는 약물인데강력한 최면과 수면효과를 가지고 있어서요. 기억상실 장애도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녹취>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인한테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인관계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주부 이 씨는 양씨가 정신을 잃은 사이 지갑에서 신용카드와 현금을 빼냈는데요.

이렇게 빼돌린 신용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또 다시 81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이렇게 빼낸 돈이 모두 890만 원!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주부들, 모두 처음 만나 이런 범죄를 꾸몄다는 사실입니다.

범행이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카지노 등지에서 만나가지고 그런 도박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황당한 범행 1년여 뒤 이들이 검거된 곳 역시 다름 아닌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와 인근 은신처였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보통 2010년경부터 도박을 했다고 하는데 그 전부터 더 많은 도박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도박중독 실태,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9일, 경기도의 한 펜션인데요.

건장한 남자 서넛이 망을 보는 사이 삼삼오오 중년의 여성들이 도착합니다.

펜션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도박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순식간에 패가 도는가 싶더니 금세 도박이 끝나고 또 다시 새 판이 시작됩니다.

주변사람들은 판돈만 거는데요. 이렇게 하룻밤사이 걸린 판돈만 1억 여원.

잠복했던 경찰이 급습하고 나서야 도박판은 끝이 납니다.

이날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들, 그런데 놀랍게도 10에 7이 주부였습니다.

<인터뷰> 이남재(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 팀장) : “현장에 도착해보니까 도박꾼 중에 38명이 주부로 확인됐고 현장에서 판돈은 1억 1,600만 원 정도 압수한 상태입니다.”

주부들이 도박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녹취> 이00(주부 /도박 피의자 /음성변조) : “주인이 놀러가자니까 간 거지”

<녹취> 이00(주부/도박 피의자 /음성변조) : “아는 친구들이라던가 동생들이라던가 같이 모임 있어가지고 같이 모여서 있다 보면 가자 어쩌자 해서 가게 됐어요.”

처음에는 친목을 이유로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무서운 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건데요.

검거됐던 한 주부 역시

20여 년 동안 도박을 끊었다, 다시 했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00 (주부/도박 피의자/음성변조) : “90년대 초부터 2003년도까지 (도박 했고) 그러다 이제 몇 년 지난 후에 요번에 사건에 연류 됐죠.”

주부들의 경우 특히 도박을 같이 하면서 얻는 심리적 위안 때문에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한우 (임상심리학자) : “주부도박자들은 단순히 돈을 따는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거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로 한다는 거 이런 어떤 욕구를 같이 채워주기 때문에 그것이 해결되지 않기 전에는 도박에서 빠져버리기가 상당히 어렵죠.”

결국은 돈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발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한우 (임상심리학자) : “일단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고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우선은 사회적인 시선이 부정적이다보니까 자기의 문제를 공개해서 도움을 청하는 자체가 어렵거든요.”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주부들이 도박에 중독돼 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도박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주부들.

주부도박 중독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하룻밤 판돈만 1억…주부 도박의 실태
    • 입력 2012-02-27 09:17:41
    • 수정2012-02-27 10:10:03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가벼운 놀이 삼아 시작한 도박에 중독돼서 자신도 잃고, 가정도 잃는 주부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정말 한 번 빠지면 도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면서요? 네, 판돈이 부족하다 보니까, 주부가 결국엔 강도나 사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는데요. 그만큼 도박 중독이 치명적이란 얘기겠죠. 네, 이랑 기자, 이 주부 도박이 더 문제가 되는 게요. 남자와 여자가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다른데, 여성들이 더 쉽게, 더 심하게 빠지게 된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남성들과 달라서이기 때문인데요. 승부욕때문에 도박에 빠지는 남성들과 달리 여자들, 특히 주부들은 구멍난 마음을 달래고자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번 발을 담게 된 도박, 정서적 결핍이 해소되지 않고는 헤어나오기도 쉽지 않겠죠. 경찰에 붙잡힌 주부들, 도박을 하려고 결국강도짓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리포트> 강도 용의자들이 검거된 경찰서, 남의 명의로 만들어진 이른바 ‘대포폰’이 즐비한데요. 놀랍게도 이를 구입해 쓴 사람들은 모두 주부들, 중년 남성을 유인해 돈을 뺏아 달아나는데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범인 박모씨 등의 일당이 6명입니다. 모두 다 일정한 직업이 없고, 여자들은 거의 가정주부죠.” 52살 주부 김 씨와 그 일행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57세 양 씨에게 합석을 하자며 접근한 것은 지난해 4월. 주부 김씨는 양 씨에게 사귈 것처럼 말하며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강원도 동해로 여행을 떠나 두 번째 만남을 가진 두 사람과 그 일행 그날따라 김 씨는 양 씨에게 유독 술을 권했는데요. 김 씨가 건 낸 술잔 안에는 아티반이라는 약이 들어있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0 : “아티반은 정신과 치료에 쓰이는 약물인데강력한 최면과 수면효과를 가지고 있어서요. 기억상실 장애도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녹취>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인한테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인관계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주부 이 씨는 양씨가 정신을 잃은 사이 지갑에서 신용카드와 현금을 빼냈는데요. 이렇게 빼돌린 신용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또 다시 81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이렇게 빼낸 돈이 모두 890만 원!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주부들, 모두 처음 만나 이런 범죄를 꾸몄다는 사실입니다. 범행이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카지노 등지에서 만나가지고 그런 도박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황당한 범행 1년여 뒤 이들이 검거된 곳 역시 다름 아닌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와 인근 은신처였습니다. <인터뷰> 민병구 (동대문 경찰서 형사과 침입절도수사팀장) : “보통 2010년경부터 도박을 했다고 하는데 그 전부터 더 많은 도박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도박중독 실태,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9일, 경기도의 한 펜션인데요. 건장한 남자 서넛이 망을 보는 사이 삼삼오오 중년의 여성들이 도착합니다. 펜션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도박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순식간에 패가 도는가 싶더니 금세 도박이 끝나고 또 다시 새 판이 시작됩니다. 주변사람들은 판돈만 거는데요. 이렇게 하룻밤사이 걸린 판돈만 1억 여원. 잠복했던 경찰이 급습하고 나서야 도박판은 끝이 납니다. 이날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들, 그런데 놀랍게도 10에 7이 주부였습니다. <인터뷰> 이남재(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 팀장) : “현장에 도착해보니까 도박꾼 중에 38명이 주부로 확인됐고 현장에서 판돈은 1억 1,600만 원 정도 압수한 상태입니다.” 주부들이 도박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녹취> 이00(주부 /도박 피의자 /음성변조) : “주인이 놀러가자니까 간 거지” <녹취> 이00(주부/도박 피의자 /음성변조) : “아는 친구들이라던가 동생들이라던가 같이 모임 있어가지고 같이 모여서 있다 보면 가자 어쩌자 해서 가게 됐어요.” 처음에는 친목을 이유로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무서운 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건데요. 검거됐던 한 주부 역시 20여 년 동안 도박을 끊었다, 다시 했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00 (주부/도박 피의자/음성변조) : “90년대 초부터 2003년도까지 (도박 했고) 그러다 이제 몇 년 지난 후에 요번에 사건에 연류 됐죠.” 주부들의 경우 특히 도박을 같이 하면서 얻는 심리적 위안 때문에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한우 (임상심리학자) : “주부도박자들은 단순히 돈을 따는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거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로 한다는 거 이런 어떤 욕구를 같이 채워주기 때문에 그것이 해결되지 않기 전에는 도박에서 빠져버리기가 상당히 어렵죠.” 결국은 돈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발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한우 (임상심리학자) : “일단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고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우선은 사회적인 시선이 부정적이다보니까 자기의 문제를 공개해서 도움을 청하는 자체가 어렵거든요.”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주부들이 도박에 중독돼 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도박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주부들. 주부도박 중독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