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의사 꿈’…장기 기증으로 실천하다

입력 2012.03.01 (09:06) 수정 2012.03.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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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5살의 한 의대생이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는데요, 세상을 떠나면서 큰 선물을 남기고 갔다죠?

네, 병마와 싸우는 6명의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한 건데요, 생전에 아픈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했던 고인의 꿈이 이뤄진 셈입니다.

네, 스물 다섯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차효정양, 참 아깝고 또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그녀가 남긴 생명나눔의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김기흥 기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 함께하셨다고요?

<기자 멘트>

슬펐지만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효정양의 선행으로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6명은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맞고 있는데요.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의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효정양은 하늘 나라로 간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라는 장기기증을 실천한 효정양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스키를 타다가 부상을 당해 뇌사판정을 받은 한 의대생이 결국, 지난달 26일 새벽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사의 꿈을 키우던 고 차효정 양,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6명에게 생명을 나눠 세상을 떠난 것인데요, 언제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인재였기에, 25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게 된 고인의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보근 (故 차효정 양 대학 동기):"의학도로서 함께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많은 생명을 살리고 가는 것에 대해서 가장 효정이답고, 의학도다운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은 평소에도 생명 나눔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효정양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 "어딘가에서 심장이 뛰고 있고,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며 아직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의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장기 기증을 선택하게 됐어요.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말을 마지막으로 효정양은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안녕이라는 말도 전하지 못하고 이제는 영영 고인을 보내야 하기에 가슴으로나마 마지막 인사를 전달했는데요,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 "효정아, 사람들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잖아. 그런데 엄마는 두렵지 않아. 희망이 생겼어. 언젠가는 그곳에 가서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죽는 것도 희망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살 거야. 나중에 같이 만나자. 잘 있어. 잘 지내고 있어. 엄마와 만날 수 있게 기도해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안타까워, 유가족들은 소리 없는 눈물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는데요, 자신의 몸을 바쳐 여섯 명의 생명을 살린 아름다운 천사는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장기기증은 심장이 멎기 전에 마지막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생명 나눔이라고 하는데요, 지난해 10월까지 장기이식을 신청한 대기자만 1만 9천 여 명.

평균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지만 실제 이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3천 여 건에 불과하고, 대기 중 사망하는 사람이 1천 백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뇌사자의 경우 1인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장기 기증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연예인들이 앞장서 생명 나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신장이식을 받았다는 정은영 씨,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 "유전으로 신장이 안 좋고, 동생도 안 좋거든요. (신장 질환으로)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붓고, 얼굴도 코가 안 보일 정도로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지금 투석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8년 전, 진단받은 진장질환으로 매주 3회씩 4시간에 걸쳐 투석을 받아야만 했는데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신장 이식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면서 투석하는 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나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죠.)"

수술 후, 체력회복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요, 신체의 호흡을 통해 몸의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수술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 평생 면역력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해야 하지만, 희망을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그것마저 행복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이식 수술 후)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약을 복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요. 마스크를 벗으면 다른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싶어요."

새 삶을 선물 받은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며 더욱 값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은영씨.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 "건강이 좋아지면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라고 하는데요,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생명 나눔의 온정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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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01 09:06:31
    • 수정2012-03-01 1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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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5살의 한 의대생이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는데요, 세상을 떠나면서 큰 선물을 남기고 갔다죠? 네, 병마와 싸우는 6명의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한 건데요, 생전에 아픈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했던 고인의 꿈이 이뤄진 셈입니다. 네, 스물 다섯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차효정양, 참 아깝고 또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그녀가 남긴 생명나눔의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김기흥 기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 함께하셨다고요? <기자 멘트> 슬펐지만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효정양의 선행으로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6명은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맞고 있는데요.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의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효정양은 하늘 나라로 간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라는 장기기증을 실천한 효정양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스키를 타다가 부상을 당해 뇌사판정을 받은 한 의대생이 결국, 지난달 26일 새벽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사의 꿈을 키우던 고 차효정 양,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6명에게 생명을 나눠 세상을 떠난 것인데요, 언제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인재였기에, 25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게 된 고인의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보근 (故 차효정 양 대학 동기):"의학도로서 함께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많은 생명을 살리고 가는 것에 대해서 가장 효정이답고, 의학도다운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은 평소에도 생명 나눔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효정양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 "어딘가에서 심장이 뛰고 있고,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며 아직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의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장기 기증을 선택하게 됐어요.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말을 마지막으로 효정양은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안녕이라는 말도 전하지 못하고 이제는 영영 고인을 보내야 하기에 가슴으로나마 마지막 인사를 전달했는데요, <인터뷰> 정영희 (故 차효정 양 어머니): "효정아, 사람들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잖아. 그런데 엄마는 두렵지 않아. 희망이 생겼어. 언젠가는 그곳에 가서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죽는 것도 희망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살 거야. 나중에 같이 만나자. 잘 있어. 잘 지내고 있어. 엄마와 만날 수 있게 기도해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안타까워, 유가족들은 소리 없는 눈물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는데요, 자신의 몸을 바쳐 여섯 명의 생명을 살린 아름다운 천사는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장기기증은 심장이 멎기 전에 마지막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생명 나눔이라고 하는데요, 지난해 10월까지 장기이식을 신청한 대기자만 1만 9천 여 명. 평균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지만 실제 이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3천 여 건에 불과하고, 대기 중 사망하는 사람이 1천 백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뇌사자의 경우 1인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장기 기증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연예인들이 앞장서 생명 나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신장이식을 받았다는 정은영 씨,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 "유전으로 신장이 안 좋고, 동생도 안 좋거든요. (신장 질환으로)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붓고, 얼굴도 코가 안 보일 정도로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지금 투석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8년 전, 진단받은 진장질환으로 매주 3회씩 4시간에 걸쳐 투석을 받아야만 했는데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신장 이식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면서 투석하는 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나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죠.)" 수술 후, 체력회복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요, 신체의 호흡을 통해 몸의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수술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 평생 면역력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해야 하지만, 희망을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그것마저 행복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이식 수술 후)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약을 복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요. 마스크를 벗으면 다른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싶어요." 새 삶을 선물 받은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며 더욱 값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은영씨. <인터뷰> 정은영 (신장 이식 수혜자): "건강이 좋아지면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라고 하는데요,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생명 나눔의 온정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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