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 개발에 운다

입력 2012.03.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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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10년을 맞습니다.

물동량 증가와 해외기업 유치 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주민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동량 기준으로 9년째 세계 5위를 지키고 있는 부산항.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지역 항만의 급속한 성장에도 부산항이 5위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신항에는 물류단지와 주거지, 업무지구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됩니다.

하지만, 신항과 맞닿아 살아가는 경남 창원 용원 어촌계 주민에게 신항은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주민 대부분은 신항과 용원 사이 바닷물을 이용해 수산물을 팔아 생계를 잇는 상황.

그런데 신항을 만들면서 신항과 용원지역 사이의 수로 한쪽을 막도록 설계해 바닷물이 순환하지 못하면서 수로가 썩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게다가 6,800세대가 들어설 주거지의 우수관 일부가 수로 쪽으로 빗물을 흘려보내도록 설계돼 비가 오면 수로는 민물이 됩니다.

신선한 바닷물이 필요한 주민에게 한편으로 썩어가고, 또 민물로 찬 수로는 재앙입니다.

<인터뷰> 김병천(용원 어촌계원) : "신항이 들어섬으로써 우수관 문제 때문에 염도가 최고 떨어진 상태에서 해산물들이 폐사 지경입니다."

어촌계는 관계기관에 생계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 제덕항에서 뱃길로 약 20분.

신항 서측 컨테이너 부두 공사로 곧 육지가 될 작은 섬, 연도에 닿습니다.

호젓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입구에는 절박한 요구를 담은 현수막이 즐비합니다.

연도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주민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나야 하지만, 전체 80여 가구 가운데 25가구가 이사 갈 이주택지를 못 받게 된 겁니다.

이유는 지금 살고있는 집이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행정 사각지대인 섬지역 특성 때문에 무허가가 된 것이지, 실제로 주민들이 살아온 만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강경수(연도 이주대책위 부위원장) : "지금 투기를 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몇십 년, 심지어는 조상 대대로 물러 받아서 사는 사람들인데, 100년, 200년을 살아온 집입니다."

주민들은 또, 2003년 태풍 매미로 집이 부서졌을 때 정부가 수리비까지 지원해줬는데, 이제 와 무허가를 트집잡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김종원(창원 연도마을 주민) : "매미 태풍 때나 사라호 태풍 때 그 순간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집을 지었는데, 그 보조를 받아서 지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무허가라고 해서 처리를 안 해주니까…."

무허가라서 이주택지를 줄 수 없다는 사업시행자와 이제 와 무허가를 정식 건물로 인정해주기는 어렵다는 행정당국이 서로 해결의 실마리를 넘기고 있는 상황.

연도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은 개발에서 비켜나 있는 어촌마을에게도 피해를 주고있습니다.

임진왜란 안골포 해전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경남 창원 안골마을.

안골마을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지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을 뒷산 너머에서 벌어지는 신항 공사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 공사차량이 마을을 지나다녔습니다.

<인터뷰> 선이창(창원 안골마을 통장) : "여기가 다 떨어져서 새로 다 한 겁니다 철근 콘크리트가 다 보일 정도로 심해요."

그러면서도 그동안 나랏일이라며 참아온 안골마을 주민들이 이제는 못 참겠다고 나섰습니다.

신항 공사 때문에 마을 뒷산인 욕망산이 절반가량 잘려나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 배후단지를 다리로 연결하는 주간선도로를 만든다며 마을 뒷산인 욕망산 가운데를 잘라 도로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마을과 공사현장 거리는 불과 2, 300미터.

멀쩡한 산을 정상 바로 아래에서부터 깎아내 흙 1,800만 세제곱미터를 파내는데, 공사과정에서 진동이나 먼지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마을 당산인 욕망산을 두 동강내는 일이라 주민들의 반발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허상필(창원 안골 어촌계장) : "성황당 당산이 있는 산입니다. 동네 뒷산이 당산인데 토막을 내서 허리를 자르다시피 공사하는 것은 절대 우리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 생각해서 주민들은 절대 반대인데…."

때문에 안골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수용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부산항만공사는 애초 개발구역이 아니어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신항 주변 주민들이 개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넓은 평야 한 귀퉁이로 도로공사가 한창인 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

두동지구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초기에 주거지역과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아직까지 정확한 개발일정이 나오지 않고있습니다.

반면에 주변지역 개발은 착착 진행되면서 마을이 도로 공사장에 둘러싸이고, 주민 일부는 도로 개발 때문에 먼저,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마을 주변은 공사판이지만, 두동지구는 건축행위가 제한돼 주민들은 집 수리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배종량(두동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집에 물이 샌다, 집을 수리해야 하는데, 이런 행위, 신축, 증축, 개축의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내가 좀 살기 편하게 집을 고치려 해도 불법이라고 행위를 제한하고…."

특히 두동지구는 1994년 경기도 판교, 경산지구와 함께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경제자유구역으로 넘어온 이후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8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발계획에 따라 지금도 농사짓고 있는 논을 주거용이나 상업용으로 지정하면서 주민들의 세 부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두동지구 바로 옆 가주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주지구는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도 95%까지 마쳤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부사정으로 사업을 포기한 터라 주민들의 허탈감은 더 큽니다.

특히 곧 착공한다 해서 보상받을 걸 예상하고 땅이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빚을 내 이주준비를 했던 주민들은 개발사업 좌초에 벼랑에 내몰렸습니다.

<인터뷰> 이치우(가주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논 농사지어서 한 달에 이자 몇백만 원씩 못 냅니다. 그러다 보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이게(담보로 제공한 집이나 땅이) 경매에 넘어가고,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이 생기고…."

때문에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에 착수하든지, 아니면 개발지구에서 해제하든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김문자(경남 창원 가주동) : "여기는 노인들밖에 없잖아요. 다 돌아가시고 그런 분들을 생각해서 하루라도 빨리 풀어주든지 수용을 해 주든지 결정을 내려야지 이렇게 묶어만 두면 어떻게 됩니까."

개발지연에 주민 고통이 늘어가고 있지만, 두동지구와 가주지구 모두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겪고있는 불편과 고통에 대해 개발을 책임지고있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대책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안에는 주민의 불편과 고통, 민원을 해결하거나 중재하는 전담부서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신호영(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개발 2과) : "발생한 민원이 저희에게 연락이 오거나 민원이 발생되면 저희가 처리하기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관리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경제자유구역청에는 민원해결을 위한 주무 부서가 없다보니 주민들은 해당 기관이나 업체를 상대로 직접 민원을 해결하러 뛰어다니는 처지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성 부족으로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민원해결은 힘들기만 합니다.

<인터뷰> 선이창(창원 용원 안골마을 통장) : "항만공사와 국토해양부에서 저희 주민들하고 진정성을 갖고 논의해야 하는데 진정성이 없습니다. 그냥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민원이 왔으니까 대하는 형식이거든요."

이런 상황은 경제자유구역을 품고 있는 자치단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서야 창원시는 신항 민원을 해결할 신항 행정협의회를 구성했고, 경상남도는 행정부지사가 어떤 민원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린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경제자유구역청이나 자치단체를 향한 주민의 원성은 점차 커집니다.

<인터뷰> 이치우(가주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주민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우리가 믿고 뽑은 자치단체장에게 가서 우리를 좀 살려달라고 그렇게 읍소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지금까지 왔단 말입니다."

특히 자치단체가 경제자유구역에 사는 주민의 삶에 관심이 있는 건지, 자치단체의 주민으로 여기는 건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박청도(창원 용원 어촌계장) : "경남도에서는 한 번도 방문한 적 없고 저희가 수십 차례 도지사 비서실에 전화해도 그냥 묵살하는 그런 억울한 문제가 있습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공간입니다.

때문에 신항 명칭 갈등에서부터 신항 경계 조정에 이르기 까지 경남과 부산은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조금이라도 더 경제자유구역의 효과를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의 경제적 이익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지난 10년 동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다시 돌아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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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항 개발에 운다
    • 입력 2012-03-05 08:17:38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올해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10년을 맞습니다. 물동량 증가와 해외기업 유치 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주민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동량 기준으로 9년째 세계 5위를 지키고 있는 부산항.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지역 항만의 급속한 성장에도 부산항이 5위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신항에는 물류단지와 주거지, 업무지구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됩니다. 하지만, 신항과 맞닿아 살아가는 경남 창원 용원 어촌계 주민에게 신항은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주민 대부분은 신항과 용원 사이 바닷물을 이용해 수산물을 팔아 생계를 잇는 상황. 그런데 신항을 만들면서 신항과 용원지역 사이의 수로 한쪽을 막도록 설계해 바닷물이 순환하지 못하면서 수로가 썩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게다가 6,800세대가 들어설 주거지의 우수관 일부가 수로 쪽으로 빗물을 흘려보내도록 설계돼 비가 오면 수로는 민물이 됩니다. 신선한 바닷물이 필요한 주민에게 한편으로 썩어가고, 또 민물로 찬 수로는 재앙입니다. <인터뷰> 김병천(용원 어촌계원) : "신항이 들어섬으로써 우수관 문제 때문에 염도가 최고 떨어진 상태에서 해산물들이 폐사 지경입니다." 어촌계는 관계기관에 생계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 제덕항에서 뱃길로 약 20분. 신항 서측 컨테이너 부두 공사로 곧 육지가 될 작은 섬, 연도에 닿습니다. 호젓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입구에는 절박한 요구를 담은 현수막이 즐비합니다. 연도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주민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나야 하지만, 전체 80여 가구 가운데 25가구가 이사 갈 이주택지를 못 받게 된 겁니다. 이유는 지금 살고있는 집이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행정 사각지대인 섬지역 특성 때문에 무허가가 된 것이지, 실제로 주민들이 살아온 만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강경수(연도 이주대책위 부위원장) : "지금 투기를 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몇십 년, 심지어는 조상 대대로 물러 받아서 사는 사람들인데, 100년, 200년을 살아온 집입니다." 주민들은 또, 2003년 태풍 매미로 집이 부서졌을 때 정부가 수리비까지 지원해줬는데, 이제 와 무허가를 트집잡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김종원(창원 연도마을 주민) : "매미 태풍 때나 사라호 태풍 때 그 순간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집을 지었는데, 그 보조를 받아서 지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무허가라고 해서 처리를 안 해주니까…." 무허가라서 이주택지를 줄 수 없다는 사업시행자와 이제 와 무허가를 정식 건물로 인정해주기는 어렵다는 행정당국이 서로 해결의 실마리를 넘기고 있는 상황. 연도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은 개발에서 비켜나 있는 어촌마을에게도 피해를 주고있습니다. 임진왜란 안골포 해전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경남 창원 안골마을. 안골마을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지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을 뒷산 너머에서 벌어지는 신항 공사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 공사차량이 마을을 지나다녔습니다. <인터뷰> 선이창(창원 안골마을 통장) : "여기가 다 떨어져서 새로 다 한 겁니다 철근 콘크리트가 다 보일 정도로 심해요." 그러면서도 그동안 나랏일이라며 참아온 안골마을 주민들이 이제는 못 참겠다고 나섰습니다. 신항 공사 때문에 마을 뒷산인 욕망산이 절반가량 잘려나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 배후단지를 다리로 연결하는 주간선도로를 만든다며 마을 뒷산인 욕망산 가운데를 잘라 도로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마을과 공사현장 거리는 불과 2, 300미터. 멀쩡한 산을 정상 바로 아래에서부터 깎아내 흙 1,800만 세제곱미터를 파내는데, 공사과정에서 진동이나 먼지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마을 당산인 욕망산을 두 동강내는 일이라 주민들의 반발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허상필(창원 안골 어촌계장) : "성황당 당산이 있는 산입니다. 동네 뒷산이 당산인데 토막을 내서 허리를 자르다시피 공사하는 것은 절대 우리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 생각해서 주민들은 절대 반대인데…." 때문에 안골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수용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부산항만공사는 애초 개발구역이 아니어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신항 주변 주민들이 개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넓은 평야 한 귀퉁이로 도로공사가 한창인 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 두동지구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초기에 주거지역과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아직까지 정확한 개발일정이 나오지 않고있습니다. 반면에 주변지역 개발은 착착 진행되면서 마을이 도로 공사장에 둘러싸이고, 주민 일부는 도로 개발 때문에 먼저,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마을 주변은 공사판이지만, 두동지구는 건축행위가 제한돼 주민들은 집 수리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배종량(두동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집에 물이 샌다, 집을 수리해야 하는데, 이런 행위, 신축, 증축, 개축의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내가 좀 살기 편하게 집을 고치려 해도 불법이라고 행위를 제한하고…." 특히 두동지구는 1994년 경기도 판교, 경산지구와 함께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경제자유구역으로 넘어온 이후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8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개발계획에 따라 지금도 농사짓고 있는 논을 주거용이나 상업용으로 지정하면서 주민들의 세 부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두동지구 바로 옆 가주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주지구는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도 95%까지 마쳤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부사정으로 사업을 포기한 터라 주민들의 허탈감은 더 큽니다. 특히 곧 착공한다 해서 보상받을 걸 예상하고 땅이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빚을 내 이주준비를 했던 주민들은 개발사업 좌초에 벼랑에 내몰렸습니다. <인터뷰> 이치우(가주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논 농사지어서 한 달에 이자 몇백만 원씩 못 냅니다. 그러다 보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이게(담보로 제공한 집이나 땅이) 경매에 넘어가고,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이 생기고…." 때문에 주민들은 하루빨리 개발에 착수하든지, 아니면 개발지구에서 해제하든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김문자(경남 창원 가주동) : "여기는 노인들밖에 없잖아요. 다 돌아가시고 그런 분들을 생각해서 하루라도 빨리 풀어주든지 수용을 해 주든지 결정을 내려야지 이렇게 묶어만 두면 어떻게 됩니까." 개발지연에 주민 고통이 늘어가고 있지만, 두동지구와 가주지구 모두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겪고있는 불편과 고통에 대해 개발을 책임지고있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대책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안에는 주민의 불편과 고통, 민원을 해결하거나 중재하는 전담부서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신호영(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개발 2과) : "발생한 민원이 저희에게 연락이 오거나 민원이 발생되면 저희가 처리하기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관리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경제자유구역청에는 민원해결을 위한 주무 부서가 없다보니 주민들은 해당 기관이나 업체를 상대로 직접 민원을 해결하러 뛰어다니는 처지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성 부족으로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민원해결은 힘들기만 합니다. <인터뷰> 선이창(창원 용원 안골마을 통장) : "항만공사와 국토해양부에서 저희 주민들하고 진정성을 갖고 논의해야 하는데 진정성이 없습니다. 그냥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민원이 왔으니까 대하는 형식이거든요." 이런 상황은 경제자유구역을 품고 있는 자치단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서야 창원시는 신항 민원을 해결할 신항 행정협의회를 구성했고, 경상남도는 행정부지사가 어떤 민원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린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경제자유구역청이나 자치단체를 향한 주민의 원성은 점차 커집니다. <인터뷰> 이치우(가주지구 수용대책위원장) : "주민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우리가 믿고 뽑은 자치단체장에게 가서 우리를 좀 살려달라고 그렇게 읍소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지금까지 왔단 말입니다." 특히 자치단체가 경제자유구역에 사는 주민의 삶에 관심이 있는 건지, 자치단체의 주민으로 여기는 건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박청도(창원 용원 어촌계장) : "경남도에서는 한 번도 방문한 적 없고 저희가 수십 차례 도지사 비서실에 전화해도 그냥 묵살하는 그런 억울한 문제가 있습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공간입니다. 때문에 신항 명칭 갈등에서부터 신항 경계 조정에 이르기 까지 경남과 부산은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조금이라도 더 경제자유구역의 효과를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의 경제적 이익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지난 10년 동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다시 돌아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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