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시간을 되돌리는 연금술사, 미술품 복원가

입력 2012.03.06 (09:02) 수정 2012.03.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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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미술관가서 유명한 그림들 보면 몇 백년이 지났는데도 그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모습이 참 신기한데요,

이게 그냥 얻어진 아름다움이 아니라죠?

네, 바로 전문적인 미술품 복원 덕분에 지금도 이런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건데요,

세월이 흘러 갈라지거나 상한 그림들을 치밀하게 복원하는 과정, 보통 공이 드는 게 아니라네요.

네, 복원가 스스로 자신은 미술작품을 수술하는 외과의사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 손을 거치면 상처입은 그림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 바로 미술품 복원간데요.

작업을 하다 보면 황당한 사연도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유명 산수화에 한 아이가 돛단배를 그려 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세월의 흔적을 매만지고 있는 미술품 복원가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손상된 예술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미술품 복원가! 우리가 아는 유명 작품 대부분은 이들의 손길을 거쳤기 때문에 변함없이 보존되고 있습니다.

미술작품 복원이란, 원작이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훼손되거나 유실된 부분을 원본에 충실하게 복구하는 작업인데요.

미술품 복원가 김주삼 씨를 만나봤습니다.

국내에 복원가가 없어 유명 작품을 일본에 복원 의뢰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 무작정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복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하얗게 보이죠. 이거는 건조균열이라고 하는데 미관상 갈라져 있어요. 물감이 떠서 덜렁덜렁 거리죠. 이렇게 보면 더 잘 보이죠. 이 작품은 중국 작가 작품이거든요. 화재에 의해서 작품이 상했죠."
작은 균열부터 심한 그을림까지.. 복원 작업은 미술품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는 것부터 시작 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까맣게 보이죠. 이쪽 부분이 과거에 복원한 부분이에요."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쬐면 복원한 흔적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황당한 사연을 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병풍에 산수화 같은 게 있는데 냇가 흐르고 신선도 있는 그림이에요. 냇가 그림에다 어떤 아이가 돛단배를 그린 거예요. 작품 입장에서 끔찍한 일이죠."

복원작업에 사용되는 도구들은 마치 수술 도구를 연상시킵니다.

붓 터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치과용 의료 기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작품을 갖다가 처리하는 데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아무리 손재주가 좋아도 내가 사용하는 도구가 적합하지 않거나, 아주 정교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요."

이번엔 뭘 하고 계시는 걸까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토끼 아교라고 하는데요. 토끼 뼈 껍질에서 추출하는 아교(접착제)예요. 유화작품에 물감을 붙일 때 사용을 합니다."

그림 층이 들뜨는 현상은 유화 작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훼손인데요.

토끼 아교와 같은 천연재료와 합성수지를 이용해 접합합니다.

이때, 더 잘 붙게 사용하는 도구가 있는데요.

수바툴라라고 하는 전기인두입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열을 가하면 아교(접착제)가 녹아요. 녹으면서 물감과 물감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들뜬 부분을 고정했던 종이를 조심스레 떼어내면 들뜬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이번 작업은 표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클리닝인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화재 피해를 당한 작품이에요. 그을음이 눌어붙어있는 건데요. 이걸 떼기 위해서 붓으로 턴다고 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클리닝은 잘못하면 원본 작품도 함께 지워지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리고 작업 중엔 훼손된 부분에만 집중을 한다고 하는데요.

작품의 가격과 유명도를 생각하면 복원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굉장히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다 보니까 이런 형상이 일어나는데요. 거북이 등껍질, 심하게 얘기하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진 것 같았죠."

한국의 고갱이라 불리는 이인성 화가의 작품 <복숭아>.

당시 갈라짐이 심해 작은 충격에도 물감이 쏟아져 버릴 것 같았다고 하는데요.

각종 복원기술을 동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졌던 작품에서 원작의 느낌이 되살아났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이인성의 복숭아) 작품 같은 경우는 전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석 달을 이 작품만 했어요. 그래서 제가 더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파리에서는 수많은 명화들을 직접 대면하고 복원작업에 참여하는, 행복한 특권을 누렸다는 김주삼씨.

복원 작업 중인 김주삼씨는 영락없는 화가의 모습이지만, 스스로는 미술작품의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라 칭합니다.

의사들에게 소중하지 않은 환자가 없듯, 그에게도 고가의 명화나 평범한 작품들 모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작품들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원래 주위에 있는 색보다 약간 밝게 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복원한 부분은 약간 변색이 돼요."

처음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작가의 의도를 살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복원입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작품이 내 손에 의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거죠. 성공리에 마쳐서 미술관이나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을 때 그분들이 그걸 보고, 아니면 미술관에서 많은 사람이 그거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낄 때 저도 이 직업의 보람을 느끼죠."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미술품 복원가.

오늘도 복원가들은 세월의 흔적을 매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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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시간을 되돌리는 연금술사, 미술품 복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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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03-06 09: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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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미술관가서 유명한 그림들 보면 몇 백년이 지났는데도 그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모습이 참 신기한데요, 이게 그냥 얻어진 아름다움이 아니라죠? 네, 바로 전문적인 미술품 복원 덕분에 지금도 이런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건데요, 세월이 흘러 갈라지거나 상한 그림들을 치밀하게 복원하는 과정, 보통 공이 드는 게 아니라네요. 네, 복원가 스스로 자신은 미술작품을 수술하는 외과의사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 손을 거치면 상처입은 그림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 바로 미술품 복원간데요. 작업을 하다 보면 황당한 사연도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유명 산수화에 한 아이가 돛단배를 그려 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세월의 흔적을 매만지고 있는 미술품 복원가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손상된 예술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미술품 복원가! 우리가 아는 유명 작품 대부분은 이들의 손길을 거쳤기 때문에 변함없이 보존되고 있습니다. 미술작품 복원이란, 원작이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훼손되거나 유실된 부분을 원본에 충실하게 복구하는 작업인데요. 미술품 복원가 김주삼 씨를 만나봤습니다. 국내에 복원가가 없어 유명 작품을 일본에 복원 의뢰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 무작정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복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하얗게 보이죠. 이거는 건조균열이라고 하는데 미관상 갈라져 있어요. 물감이 떠서 덜렁덜렁 거리죠. 이렇게 보면 더 잘 보이죠. 이 작품은 중국 작가 작품이거든요. 화재에 의해서 작품이 상했죠." 작은 균열부터 심한 그을림까지.. 복원 작업은 미술품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는 것부터 시작 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까맣게 보이죠. 이쪽 부분이 과거에 복원한 부분이에요."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쬐면 복원한 흔적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황당한 사연을 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병풍에 산수화 같은 게 있는데 냇가 흐르고 신선도 있는 그림이에요. 냇가 그림에다 어떤 아이가 돛단배를 그린 거예요. 작품 입장에서 끔찍한 일이죠." 복원작업에 사용되는 도구들은 마치 수술 도구를 연상시킵니다. 붓 터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치과용 의료 기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작품을 갖다가 처리하는 데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아무리 손재주가 좋아도 내가 사용하는 도구가 적합하지 않거나, 아주 정교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요." 이번엔 뭘 하고 계시는 걸까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토끼 아교라고 하는데요. 토끼 뼈 껍질에서 추출하는 아교(접착제)예요. 유화작품에 물감을 붙일 때 사용을 합니다." 그림 층이 들뜨는 현상은 유화 작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훼손인데요. 토끼 아교와 같은 천연재료와 합성수지를 이용해 접합합니다. 이때, 더 잘 붙게 사용하는 도구가 있는데요. 수바툴라라고 하는 전기인두입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열을 가하면 아교(접착제)가 녹아요. 녹으면서 물감과 물감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들뜬 부분을 고정했던 종이를 조심스레 떼어내면 들뜬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이번 작업은 표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클리닝인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화재 피해를 당한 작품이에요. 그을음이 눌어붙어있는 건데요. 이걸 떼기 위해서 붓으로 턴다고 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클리닝은 잘못하면 원본 작품도 함께 지워지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리고 작업 중엔 훼손된 부분에만 집중을 한다고 하는데요. 작품의 가격과 유명도를 생각하면 복원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굉장히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다 보니까 이런 형상이 일어나는데요. 거북이 등껍질, 심하게 얘기하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진 것 같았죠." 한국의 고갱이라 불리는 이인성 화가의 작품 <복숭아>. 당시 갈라짐이 심해 작은 충격에도 물감이 쏟아져 버릴 것 같았다고 하는데요. 각종 복원기술을 동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졌던 작품에서 원작의 느낌이 되살아났습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이인성의 복숭아) 작품 같은 경우는 전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석 달을 이 작품만 했어요. 그래서 제가 더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파리에서는 수많은 명화들을 직접 대면하고 복원작업에 참여하는, 행복한 특권을 누렸다는 김주삼씨. 복원 작업 중인 김주삼씨는 영락없는 화가의 모습이지만, 스스로는 미술작품의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라 칭합니다. 의사들에게 소중하지 않은 환자가 없듯, 그에게도 고가의 명화나 평범한 작품들 모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작품들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원래 주위에 있는 색보다 약간 밝게 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복원한 부분은 약간 변색이 돼요." 처음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작가의 의도를 살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복원입니다. <인터뷰>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 :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작품이 내 손에 의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거죠. 성공리에 마쳐서 미술관이나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을 때 그분들이 그걸 보고, 아니면 미술관에서 많은 사람이 그거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낄 때 저도 이 직업의 보람을 느끼죠."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미술품 복원가. 오늘도 복원가들은 세월의 흔적을 매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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