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남편 폭력 견디다 못해…

입력 2012.03.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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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무색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부부가 다투다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랐는데요.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나와 있습니다. 오 아나운서, 두 사건 모두 평소 남편의 폭력이 심했다,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네, 남편의 폭력이 있었지만 여자가 참아야 집안이 조용하단 생각에 방치하고 묻어두다 한꺼번에 터져버린 겁니다.

<리포트>

3일전, 경기도 시흥의 한 경찰서에 남편이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남편이) 안방 침대 밑에서 발견됐습니다. 둔기에 의한 전두부 손상, 이걸로 나왔습니다.”

충격 때문인지 혼란스러워 보였던 아내, 몇 번의 진술 번복 끝에 자신의 범행임을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남편이) 자해를 하는 거를 몇 대 때렸다 그런 식으로 진술했는데 남편은 자해를 안 했고 자기 혼자 범행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백씨가 남편을 살해한 뒤 하루가 지나서야 신고를 한 백씨, 왜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법한 평범한 부부싸움에서 시작됐습니다.

백씨부부 사이에 싸움이 잦아진 것은 1년 전부터였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결혼 초부터 미세한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증폭되면서 최근에 아파트 투자금 손실 부분에 갈등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파트에 투자했다가 생긴 경제적인 손해를 모두 아내 탓으로 돌렸다고 하는데요.

그때마다 이어진 남편의 폭력적인 말들은 백씨에게 상처가 되어 고스란히 쌓였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폭언, 남편한테 계속 무시당하고 이런 것들이 쌓여가지고 이런 범행을 한 겁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술을 먹고 온 남편은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백씨는 흥분한 상태에서 아령으로 남편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친 겁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6, 7회 정도 전두부 후두부를 가격하면서 살해 한 걸로 현재까지 수사 결과입니다.”

백씨의 심리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경찰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요.

어찌됐든, 30년 결혼생활을 이어온 백씨 부부의 인연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부부싸움이 부른 참극이 또 있었습니다.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나이 지긋한 60대 주부가 남편을 살해한 겁니다.

사건 현장을 찾아 간 어제, 비어있어야 할 노부부의 작은 빌라엔 웬일인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가족인 듯 보이지만 사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애써 사건을 감추려했습니다.

<녹취> "넘어져서 돌아가신 거를... 술을 많이 드셔가지고 그런 거예요."

이웃 주민은 아내 성씨가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아저씨 돌아가시고 충격으로 병원에 있대 방안에서 쾅 소리가 나더라고 넘어져서 뇌진탕 걸렸나봐.”

사건이 있고 4시간 후, 아내 성씨가 자수를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한껏 술이 취해 집에 돌아온 남편은 휘청거리며 주먹질을 해댑니다.

무직인 남편은 3년째 신장염을 앓고 있었지만 술을 끊지 못했는데요.

남편은 취한 날이면 폭력이 심해졌습니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남편을 보자, 아내가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은 어항의 호스였습니다.

<녹취> 한희정(팀장/남양주경찰서 강력팀) : "아니야, 그러니까 억울하다는 거지"

아내 성씨는 어항 호스가 끊어진 것을 보고 정신이 들었다는데요.

하지만, 이미 남편은 죽어 있었고... 아내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이 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아주머니도 (돈이) 없어가지고 일하면서 살아. 아줌마 법 없이도 살아”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했던 아내들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사건,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 두 사건의 남편들처럼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들의 수는 늘어나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아내를 학대해 검거된 남편의 수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무려 23배나 많았습니다.

남편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온 아내들과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한 쉼터. 이곳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쉼터 보호여성 :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때린 거? 그땐 진짜 심하게 맞아서 .. 뇌진탕도 걸리고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맞은 거 같아요.”

이렇게 심한 폭행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당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해결책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하나같은 대답에 가슴이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녹취> 쉼터 보호여성 : “내가 죽어야... 이런 상황이 끝날까? 내가 저 사람을 죽여야 이 상황이 끝이 날까? 둘 중에 하나는 없어질 거 같아요,”

인생의 절반을 함께 산 남편을 살해한 50대, 60대 아내, 이들의 순간의 선택은 남편의 생명을 빼앗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흔들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생기기전에 아내들이 SOS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인터뷰> 이순정(소외여성 쉼터 운영) : “지혜롭게 말없이 피하는 거겠죠. 그리고 침묵으로 대응하지 않고, 각도마다 여성 긴급전화 1366이라는 번호가 있어요. 긴급 피난처에 보호를 해주면서 이런 보호시설로 연계를 해줘요.”

전국에 여성 긴급 전화는 17개소가 운영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성보호시설도 60여개에 달하지만, 이곳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이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출구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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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07 09: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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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무색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부부가 다투다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랐는데요.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나와 있습니다. 오 아나운서, 두 사건 모두 평소 남편의 폭력이 심했다,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네, 남편의 폭력이 있었지만 여자가 참아야 집안이 조용하단 생각에 방치하고 묻어두다 한꺼번에 터져버린 겁니다. <리포트> 3일전, 경기도 시흥의 한 경찰서에 남편이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남편이) 안방 침대 밑에서 발견됐습니다. 둔기에 의한 전두부 손상, 이걸로 나왔습니다.” 충격 때문인지 혼란스러워 보였던 아내, 몇 번의 진술 번복 끝에 자신의 범행임을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남편이) 자해를 하는 거를 몇 대 때렸다 그런 식으로 진술했는데 남편은 자해를 안 했고 자기 혼자 범행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백씨가 남편을 살해한 뒤 하루가 지나서야 신고를 한 백씨, 왜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법한 평범한 부부싸움에서 시작됐습니다. 백씨부부 사이에 싸움이 잦아진 것은 1년 전부터였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결혼 초부터 미세한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증폭되면서 최근에 아파트 투자금 손실 부분에 갈등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파트에 투자했다가 생긴 경제적인 손해를 모두 아내 탓으로 돌렸다고 하는데요. 그때마다 이어진 남편의 폭력적인 말들은 백씨에게 상처가 되어 고스란히 쌓였습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폭언, 남편한테 계속 무시당하고 이런 것들이 쌓여가지고 이런 범행을 한 겁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술을 먹고 온 남편은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백씨는 흥분한 상태에서 아령으로 남편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친 겁니다. <인터뷰> 김민석(경장/시흥경찰서 형사과) : “6, 7회 정도 전두부 후두부를 가격하면서 살해 한 걸로 현재까지 수사 결과입니다.” 백씨의 심리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경찰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요. 어찌됐든, 30년 결혼생활을 이어온 백씨 부부의 인연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부부싸움이 부른 참극이 또 있었습니다.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나이 지긋한 60대 주부가 남편을 살해한 겁니다. 사건 현장을 찾아 간 어제, 비어있어야 할 노부부의 작은 빌라엔 웬일인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가족인 듯 보이지만 사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애써 사건을 감추려했습니다. <녹취> "넘어져서 돌아가신 거를... 술을 많이 드셔가지고 그런 거예요." 이웃 주민은 아내 성씨가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아저씨 돌아가시고 충격으로 병원에 있대 방안에서 쾅 소리가 나더라고 넘어져서 뇌진탕 걸렸나봐.” 사건이 있고 4시간 후, 아내 성씨가 자수를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한껏 술이 취해 집에 돌아온 남편은 휘청거리며 주먹질을 해댑니다. 무직인 남편은 3년째 신장염을 앓고 있었지만 술을 끊지 못했는데요. 남편은 취한 날이면 폭력이 심해졌습니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남편을 보자, 아내가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은 어항의 호스였습니다. <녹취> 한희정(팀장/남양주경찰서 강력팀) : "아니야, 그러니까 억울하다는 거지" 아내 성씨는 어항 호스가 끊어진 것을 보고 정신이 들었다는데요. 하지만, 이미 남편은 죽어 있었고... 아내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이 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아주머니도 (돈이) 없어가지고 일하면서 살아. 아줌마 법 없이도 살아”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했던 아내들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사건,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 두 사건의 남편들처럼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들의 수는 늘어나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아내를 학대해 검거된 남편의 수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무려 23배나 많았습니다. 남편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온 아내들과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한 쉼터. 이곳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쉼터 보호여성 :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때린 거? 그땐 진짜 심하게 맞아서 .. 뇌진탕도 걸리고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맞은 거 같아요.” 이렇게 심한 폭행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당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해결책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하나같은 대답에 가슴이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녹취> 쉼터 보호여성 : “내가 죽어야... 이런 상황이 끝날까? 내가 저 사람을 죽여야 이 상황이 끝이 날까? 둘 중에 하나는 없어질 거 같아요,” 인생의 절반을 함께 산 남편을 살해한 50대, 60대 아내, 이들의 순간의 선택은 남편의 생명을 빼앗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흔들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생기기전에 아내들이 SOS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인터뷰> 이순정(소외여성 쉼터 운영) : “지혜롭게 말없이 피하는 거겠죠. 그리고 침묵으로 대응하지 않고, 각도마다 여성 긴급전화 1366이라는 번호가 있어요. 긴급 피난처에 보호를 해주면서 이런 보호시설로 연계를 해줘요.” 전국에 여성 긴급 전화는 17개소가 운영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성보호시설도 60여개에 달하지만, 이곳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이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출구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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