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동방예의지국

입력 2001.10.0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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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마는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나라의 노인 학대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노인들에 대한 대접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도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시각장애에 중풍까지 걸린 71살 노인이 외딴 집에 버려졌다가 결국 한 달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를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아들은 그러나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없습니다.
⊙기자: 아버지가 앞을 못 보셨잖아요?
⊙아들: 그래도 밥 해먹는데 지장은 없어요.
⊙기자: 경기도 일대에는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할머니도 슬하에 7남매를 뒀지만 결국 쫓겨나다시피 이곳으로 혼자 왔습니다.
⊙독거노인: 안나가면 자기가 나간다구요.
⊙기자: 며느리가 그래요?
⊙독거노인: 예, 안나가면 자기가 나간대요.
⊙기자: 지난 4월 노인학대 신고 전화가 개설된 이후 같은 각종 노인학대 사례들이 180여 건이나 신고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중 신체 언어학대가 40%에 달했고 밥도 주지 않고 방에 불도 넣어 주지 않은 방임과 유기, 또 재산을 뺏는 착취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까지 전무하다시피합니다.
노인학대 신고 전화나 피난처 제공사업 등은 모두 민간단체가 떠맡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학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실제 학대 사례는 훨씬 많다는 분석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 노인의 8.2%, 전국적으로 27만명이 자식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는 것이 빛 바랜 동방예의지국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KBS뉴스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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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운 동방예의지국
    • 입력 2001-10-0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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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마는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나라의 노인 학대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노인들에 대한 대접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도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시각장애에 중풍까지 걸린 71살 노인이 외딴 집에 버려졌다가 결국 한 달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를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아들은 그러나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없습니다. ⊙기자: 아버지가 앞을 못 보셨잖아요? ⊙아들: 그래도 밥 해먹는데 지장은 없어요. ⊙기자: 경기도 일대에는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할머니도 슬하에 7남매를 뒀지만 결국 쫓겨나다시피 이곳으로 혼자 왔습니다. ⊙독거노인: 안나가면 자기가 나간다구요. ⊙기자: 며느리가 그래요? ⊙독거노인: 예, 안나가면 자기가 나간대요. ⊙기자: 지난 4월 노인학대 신고 전화가 개설된 이후 같은 각종 노인학대 사례들이 180여 건이나 신고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중 신체 언어학대가 40%에 달했고 밥도 주지 않고 방에 불도 넣어 주지 않은 방임과 유기, 또 재산을 뺏는 착취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까지 전무하다시피합니다. 노인학대 신고 전화나 피난처 제공사업 등은 모두 민간단체가 떠맡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학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실제 학대 사례는 훨씬 많다는 분석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 노인의 8.2%, 전국적으로 27만명이 자식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는 것이 빛 바랜 동방예의지국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KBS뉴스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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