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잠자던 세 모녀 만취 도둑에 ‘날벼락’

입력 2012.03.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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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 모녀가 곤히 잠든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냥 물건만 훔쳐 갔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범인은 모녀가 깨어나자 앞뒤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그저 충동적으로 물건을 훔치려던 게 참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기자 멘트>

네, 범인은 술에 취해 충동적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흉기에 찔린 큰 딸이 숨진건데요.

키 높이보다 훨씬 높게 나있던 다락의 쪽문을 노려 집안에 침입을 했는데요.

그간 현관문 단속에만 신경 쓰셨던 분들은 이제부터 집안 방범에 더욱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원한관계도 없던 평범한 세 모녀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안 여기저기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핏자국.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재도구들.

지난 밤의 아비규환이 짐작 되십니까?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19살 큰 딸, 12살 작은딸과 함께 지내왔던 김 모 씨 모녀의 보금자리는 하룻밤 사이 참혹한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밤사이 이웃에서 벌어진 날벼락 같은 사건에 동네 분위기 역시 한껏 얼어붙어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여기 내가 15년 살았어요. 항상 대문 열어놓고 살거든요. 무서워, 무서워요. 밤에 어찌 다닐까 싶어서 지금."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보기에는 피가 많이 (났어요). 피가 바닥에 많이 고여서 아이가 뛰어다녀서 핏자국이, 족적이 (보였어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힌 피의자는 27살의 황모 씨.

<녹취> 황00 (27) (피의자) :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그저 돈 되는 물건을 훔칠 생각에 충동적으로 김 여인의 집에 들어갔다는 황 씨.

그런 그가 어째서 절도범이 아닌 살인범이 된 걸까요?

피의자 황 씨가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한 것은 어제 새벽 2시쯤.

친구들과 함께 2차에 걸쳐 소주와 양주를 마시고 만취한 황 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가정집을 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피의자는 출입문이 시정이 되어 (잠겨) 있으니까 이쪽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쪽문으로 다락방을 통해서 거실로 들어온 것으로 1차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담을 넘어 주택 안으로 들어온 황 씨는 잠기지 않은 다락방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한 눈에 봐도 보통 체격의 남자가 드나들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탓에 경찰에서도 황 씨의 절도가 계획된 범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들어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침입에 대한 기술이 있었다고 사료될 정도로 기술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 침입에 성공한 황 씨. 그런데 정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큰 방에서 자고 있던 19살의 박 모양이었습니다.

김 여인의 큰 딸인 박 양을 성추행하려던 황 씨는 박 양이 깨어나서 저항하자 부엌에 있던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녹취> 황00 ( 피의자) : "소리 지르고 해서 어쩌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집안의 누군가 자신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박 양의 어머니와 12살 여동생이 잠들어있는 안방까지 흉기를 들고 들어간 겁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모친이 작은딸을 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피의자와 격투가 안방에서 벌어집니다. 밀고 당기고 칼에 여러 군데 찔리고 하는 과정에 고함소리가 나고 하니까 피의자도 상당히 당황했고요."

두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로 황 씨의 범행은 일단락됐지만 김 여인과 작은 딸은 중상을 입고, 큰 딸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평소에도 세 모녀의 정이 유난했던 터라 주위에서도 이번 사건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밝았어요. 최고죠, 억수로 사람 좋아요. 천사예요 천사. 안타깝죠. 딸이 죽었다는데 .."

김 여인의 일터였던 한 회사의 구내식당을 찾았는데요.

5년 여를 지켜봤던 직장 동료들 역시 김 씨 모녀를 서로 끔찍이 위했던 사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딸이) 방학 때나 이런 때 도와주러 많이 왔었거든요."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일이 안되더라니까. 착잡해 기분이."

하지만 이번사건에 가장 황망함을 느낄 이들은 역시 피해자 가족들이겠죠.

밤사이 참변을 당한 피해자의 가족들은 저녁이 될 때까지 숨진 박 양의 빈소도 마련하지 못한 채 사고 수습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아버지 (음성변조) : "작은 애는 수술 다 됐고 잘 됐고, 엄마는 아직 수술중인데 아직 안 나왔다고, (찔린 )부분이 너무 여러 군데 찔려가지고요."

<녹취> 피해자의 삼촌 (음성변조) :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고, 뭐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아직 보자고 하는 결과를 봐야하니까."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저지른 피의자 황 씨는 때 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황00 (피의자) : "가서 그냥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삼촌 (음성변조) :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평생을 갖고 가슴에 안고가야 할 두 사람의 평생 짐이 될 건데 00(작은딸)이나 형수가 이 충격으로 어떤 다른 일이 생기면 또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만취한 절도범의 칼부림이 낳은 돌이킬 수 없는 참변.

경찰조사결과 황씨는 지난 2006년 11월에도 인근 지역 주택에 침입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절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오늘 황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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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잠자던 세 모녀 만취 도둑에 ‘날벼락’
    • 입력 2012-03-14 09: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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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 모녀가 곤히 잠든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냥 물건만 훔쳐 갔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범인은 모녀가 깨어나자 앞뒤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그저 충동적으로 물건을 훔치려던 게 참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기자 멘트> 네, 범인은 술에 취해 충동적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흉기에 찔린 큰 딸이 숨진건데요. 키 높이보다 훨씬 높게 나있던 다락의 쪽문을 노려 집안에 침입을 했는데요. 그간 현관문 단속에만 신경 쓰셨던 분들은 이제부터 집안 방범에 더욱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원한관계도 없던 평범한 세 모녀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안 여기저기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핏자국.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재도구들. 지난 밤의 아비규환이 짐작 되십니까?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19살 큰 딸, 12살 작은딸과 함께 지내왔던 김 모 씨 모녀의 보금자리는 하룻밤 사이 참혹한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밤사이 이웃에서 벌어진 날벼락 같은 사건에 동네 분위기 역시 한껏 얼어붙어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여기 내가 15년 살았어요. 항상 대문 열어놓고 살거든요. 무서워, 무서워요. 밤에 어찌 다닐까 싶어서 지금."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보기에는 피가 많이 (났어요). 피가 바닥에 많이 고여서 아이가 뛰어다녀서 핏자국이, 족적이 (보였어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힌 피의자는 27살의 황모 씨. <녹취> 황00 (27) (피의자) :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그저 돈 되는 물건을 훔칠 생각에 충동적으로 김 여인의 집에 들어갔다는 황 씨. 그런 그가 어째서 절도범이 아닌 살인범이 된 걸까요? 피의자 황 씨가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한 것은 어제 새벽 2시쯤. 친구들과 함께 2차에 걸쳐 소주와 양주를 마시고 만취한 황 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가정집을 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피의자는 출입문이 시정이 되어 (잠겨) 있으니까 이쪽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쪽문으로 다락방을 통해서 거실로 들어온 것으로 1차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담을 넘어 주택 안으로 들어온 황 씨는 잠기지 않은 다락방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한 눈에 봐도 보통 체격의 남자가 드나들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탓에 경찰에서도 황 씨의 절도가 계획된 범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들어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침입에 대한 기술이 있었다고 사료될 정도로 기술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 침입에 성공한 황 씨. 그런데 정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큰 방에서 자고 있던 19살의 박 모양이었습니다. 김 여인의 큰 딸인 박 양을 성추행하려던 황 씨는 박 양이 깨어나서 저항하자 부엌에 있던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녹취> 황00 ( 피의자) : "소리 지르고 해서 어쩌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집안의 누군가 자신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박 양의 어머니와 12살 여동생이 잠들어있는 안방까지 흉기를 들고 들어간 겁니다. <인터뷰> 정석완(경감/연제경찰서 강력팀) : "모친이 작은딸을 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피의자와 격투가 안방에서 벌어집니다. 밀고 당기고 칼에 여러 군데 찔리고 하는 과정에 고함소리가 나고 하니까 피의자도 상당히 당황했고요." 두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로 황 씨의 범행은 일단락됐지만 김 여인과 작은 딸은 중상을 입고, 큰 딸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평소에도 세 모녀의 정이 유난했던 터라 주위에서도 이번 사건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밝았어요. 최고죠, 억수로 사람 좋아요. 천사예요 천사. 안타깝죠. 딸이 죽었다는데 .." 김 여인의 일터였던 한 회사의 구내식당을 찾았는데요. 5년 여를 지켜봤던 직장 동료들 역시 김 씨 모녀를 서로 끔찍이 위했던 사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딸이) 방학 때나 이런 때 도와주러 많이 왔었거든요."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일이 안되더라니까. 착잡해 기분이." 하지만 이번사건에 가장 황망함을 느낄 이들은 역시 피해자 가족들이겠죠. 밤사이 참변을 당한 피해자의 가족들은 저녁이 될 때까지 숨진 박 양의 빈소도 마련하지 못한 채 사고 수습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아버지 (음성변조) : "작은 애는 수술 다 됐고 잘 됐고, 엄마는 아직 수술중인데 아직 안 나왔다고, (찔린 )부분이 너무 여러 군데 찔려가지고요." <녹취> 피해자의 삼촌 (음성변조) :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고, 뭐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아직 보자고 하는 결과를 봐야하니까."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저지른 피의자 황 씨는 때 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황00 (피의자) : "가서 그냥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삼촌 (음성변조) :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평생을 갖고 가슴에 안고가야 할 두 사람의 평생 짐이 될 건데 00(작은딸)이나 형수가 이 충격으로 어떤 다른 일이 생기면 또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만취한 절도범의 칼부림이 낳은 돌이킬 수 없는 참변. 경찰조사결과 황씨는 지난 2006년 11월에도 인근 지역 주택에 침입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절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오늘 황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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