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2억 보험금 노리고 사장과 ‘방화 자작극’

입력 2012.03.23 (09:00) 수정 2012.03.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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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서울 송파동에서 일어난 상가 건물 화재 사건이 방화였던 걸로 드러났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었죠.

네, 음식점 사장과 직원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인 사기극으로 밝혀졌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하마터면 방화란 게 묻힐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면서요. 어떻게 전모가 드러난 건가요?

<기자 멘트>

네, 처음에는 단순 전기 합선이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아닌가 하고 추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화재가 일어난 지 40여 일 만에 방화범의 정체가 밝혀지게 됐는데요. 단순 화재로 묻힐 뻔한 이번사건. 방화의 전모가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출근길을 앞둔 오전, 서울 송파동 석촌 호수 인근의 한 상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인터뷰> 조남욱 (화재당시 목격자): “3,4층에서 연기가 많이 나더라고요. 4층에서 빨간 불이 보이고.”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만 119명. 소방차와 구급차 39대가 출동한 끝에 불길은 2시간 여 만에 잡혔지만, 상가건물은 대부분 타들어간 뒤였습니다.

33억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대형화재. 하지만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화재현장에서 보통 시너나 가솔린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범행을 하면 주변에서 감식할 때 냄새가 나거든요. 그런데 그런 냄새가 전혀 없던 걸로 봐서...”

미궁으로 빠질 뻔 했던 화재사건. 경찰은 건물 주변에 설치된 10여대의 cctv에주목했습니다.

불이 난 날 새벽의 건물 앞입니다.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한 남성의 모습, 보이시죠?

남자가 다시 빠져나오고, 10여분 즈음 흘렀을까요?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그 때부터 급물살을 타고 이뤄진 경찰수사, 결국 화재가 일어난 지 40여일 만에 방화범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는데요. 놀랍게도 범인은 불이 난 건물에 입점해있던 한 음식점의 직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병국 (과장/ 송파경찰서 형사과): “피의자 A 씨는 한우 전문점 사장이고 B씨는 같은 업소 관리이사로 고액의 화재보험을 가입한 점을 이용하여 업소에 불을 지르고 보험금을 타내기로 마음 먹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모든 것이 사장과 직원 두 사람의 계획된 방화극이라는 사실.

범행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초, 42살 양 모 씨가 이 건물 4,5층에 한우전문음식점을 개업하는데요.

연말특수를 맞아 반짝 매상을 올리는가 싶었지만 그 뒤로 생각만큼 장사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장사가 잘 되는 거는 아니었나 봐요.자기들이 예상했던 거 보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워낙 어렵고 또 사채도 쓰고 그랬나 봐요. 빚 독촉도 하고 어렵고. ”

외상으로 가져 온 식자재 값 결제일과 직원들 월급을 챙겨줄 날이 다가오자 점점 속이 타 들어갔던 양 씨.

그 때 번쩍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있었습니다. 가게를 열 당시에 보험설계사인 부인을 통해 가입했던 12억 원짜리 화재보험 생각이 떠오른 겁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너 만약 내가 불을 지르면 이 식당에서 나오는 보험금 중 일부를 너에게 주겠다. 그러니 다른 식당을 또 운영하자. 운영을 하면서 너에게 2억 원의 지분을 주겠다. 이런 유혹을 했죠.”

그 때부터 10년간 호형호제 하며 지내왔던 식당 직원과의 범행 공모가 시작된 건데요.

화재가 일어났던 건물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벽과 복도. 음식점들이 층층이 들어와 있던 건물은 이제 어디에 뭐가 있던 자리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방화 사실을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석유를 다섯 번 정제하여 기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은 행사용 등잔 연료인 파라핀 오일을 사용하여 단순 화재로 오인케 하였습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두 사람! 범행 한 달 전 인터넷을 통해 무색무취의 인화성 물질인 파라핀 오일을 미리 구입해뒀는데요. 그리고는 최대한 불이 천천히 번질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내 범행에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천천히 타들어가게 해서 수 시간이나 지난 후에 발생이 되면 자기들이 현장에 없었다는 게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이용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의 철저한 범행 수법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범행을 위장하기 위해 두 사람이 근무하는 음식점과 떨어진 2-3층 사이의 계단에 놓인 쇼파에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건물의 이웃이 불을 질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상가사람들. 한 달이 넘도록 생계를 접고 있어야 하는 막막한 현실에 놓여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벼락 맞은 거죠 지금. 황당하기 짝이 없죠.”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1년 365일이 아니라 십 몇 년 동안 한 번 휴무 없이 오다가 갑자기 타의에 의해서 백수신세가 되니까 이건 뭐 말할 수가 없죠.”

눈앞에 닥친 자신의 어려움만 생각한 채 벌인 두 사람의 무모한 범행. 12억의 보험금을 노렸지만 결국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자작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직접 불을 지른 음식점 직원 김모 씨를 현존 건조물 방화죄 혐의로 구속했고, 사장 양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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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서울 송파동에서 일어난 상가 건물 화재 사건이 방화였던 걸로 드러났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었죠. 네, 음식점 사장과 직원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인 사기극으로 밝혀졌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하마터면 방화란 게 묻힐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면서요. 어떻게 전모가 드러난 건가요? <기자 멘트> 네, 처음에는 단순 전기 합선이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아닌가 하고 추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화재가 일어난 지 40여 일 만에 방화범의 정체가 밝혀지게 됐는데요. 단순 화재로 묻힐 뻔한 이번사건. 방화의 전모가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출근길을 앞둔 오전, 서울 송파동 석촌 호수 인근의 한 상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인터뷰> 조남욱 (화재당시 목격자): “3,4층에서 연기가 많이 나더라고요. 4층에서 빨간 불이 보이고.”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만 119명. 소방차와 구급차 39대가 출동한 끝에 불길은 2시간 여 만에 잡혔지만, 상가건물은 대부분 타들어간 뒤였습니다. 33억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대형화재. 하지만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화재현장에서 보통 시너나 가솔린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범행을 하면 주변에서 감식할 때 냄새가 나거든요. 그런데 그런 냄새가 전혀 없던 걸로 봐서...” 미궁으로 빠질 뻔 했던 화재사건. 경찰은 건물 주변에 설치된 10여대의 cctv에주목했습니다. 불이 난 날 새벽의 건물 앞입니다.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한 남성의 모습, 보이시죠? 남자가 다시 빠져나오고, 10여분 즈음 흘렀을까요?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그 때부터 급물살을 타고 이뤄진 경찰수사, 결국 화재가 일어난 지 40여일 만에 방화범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는데요. 놀랍게도 범인은 불이 난 건물에 입점해있던 한 음식점의 직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병국 (과장/ 송파경찰서 형사과): “피의자 A 씨는 한우 전문점 사장이고 B씨는 같은 업소 관리이사로 고액의 화재보험을 가입한 점을 이용하여 업소에 불을 지르고 보험금을 타내기로 마음 먹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모든 것이 사장과 직원 두 사람의 계획된 방화극이라는 사실. 범행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초, 42살 양 모 씨가 이 건물 4,5층에 한우전문음식점을 개업하는데요. 연말특수를 맞아 반짝 매상을 올리는가 싶었지만 그 뒤로 생각만큼 장사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장사가 잘 되는 거는 아니었나 봐요.자기들이 예상했던 거 보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워낙 어렵고 또 사채도 쓰고 그랬나 봐요. 빚 독촉도 하고 어렵고. ” 외상으로 가져 온 식자재 값 결제일과 직원들 월급을 챙겨줄 날이 다가오자 점점 속이 타 들어갔던 양 씨. 그 때 번쩍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있었습니다. 가게를 열 당시에 보험설계사인 부인을 통해 가입했던 12억 원짜리 화재보험 생각이 떠오른 겁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너 만약 내가 불을 지르면 이 식당에서 나오는 보험금 중 일부를 너에게 주겠다. 그러니 다른 식당을 또 운영하자. 운영을 하면서 너에게 2억 원의 지분을 주겠다. 이런 유혹을 했죠.” 그 때부터 10년간 호형호제 하며 지내왔던 식당 직원과의 범행 공모가 시작된 건데요. 화재가 일어났던 건물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벽과 복도. 음식점들이 층층이 들어와 있던 건물은 이제 어디에 뭐가 있던 자리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방화 사실을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석유를 다섯 번 정제하여 기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은 행사용 등잔 연료인 파라핀 오일을 사용하여 단순 화재로 오인케 하였습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두 사람! 범행 한 달 전 인터넷을 통해 무색무취의 인화성 물질인 파라핀 오일을 미리 구입해뒀는데요. 그리고는 최대한 불이 천천히 번질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내 범행에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이광섭 (팀장/송파경찰서 강력7팀): “천천히 타들어가게 해서 수 시간이나 지난 후에 발생이 되면 자기들이 현장에 없었다는 게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이용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의 철저한 범행 수법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범행을 위장하기 위해 두 사람이 근무하는 음식점과 떨어진 2-3층 사이의 계단에 놓인 쇼파에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건물의 이웃이 불을 질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상가사람들. 한 달이 넘도록 생계를 접고 있어야 하는 막막한 현실에 놓여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벼락 맞은 거죠 지금. 황당하기 짝이 없죠.” <녹취> 이웃 상가 주인 (음성변조): “1년 365일이 아니라 십 몇 년 동안 한 번 휴무 없이 오다가 갑자기 타의에 의해서 백수신세가 되니까 이건 뭐 말할 수가 없죠.” 눈앞에 닥친 자신의 어려움만 생각한 채 벌인 두 사람의 무모한 범행. 12억의 보험금을 노렸지만 결국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자작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직접 불을 지른 음식점 직원 김모 씨를 현존 건조물 방화죄 혐의로 구속했고, 사장 양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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