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손끝으로 소통하는 ‘달팽이 부부’ 사랑

입력 2012.03.26 (09:05) 수정 2012.03.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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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감독이 만든 작은 다큐멘터리가 세계 다큐영화계에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죠?

네, 장애인 부부의 사랑을 담은 <달팽이의 별>이란 영화인데요 눈과 귀를 모두 쓸 수 없는 남편, 또 척추장애를 앓는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을 밝혀주고, 남편은 아내의 손발이 돼 서로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는데요.

서로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 부부를 보고 있으면 그 애틋한 사랑에 절로 가슴 찡해진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사랑이야기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이들의 사랑법은 특별하고도 아름다웠는데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남편과 척추장애를 가진 아내는 손가락 끝으로만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촉각에 의지해 느리게 살아가다 보니 달팽이 부부라는 말까지 듣게 됐는데요.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가 퇴색해가는 요즘, 느리지만 세상 그 어떤 부부보다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는 달팽이 부부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리포트>

꼭 붙잡은 아내의 손과 흰 지팡이 하나.

조영찬씨는 세계적으로 만명 중 한명이라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세상은 사방이 장애물인데요.. 그런 영찬씨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아내 역시 척추장애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가장 큰 울타리이자 가장 밝은 빛이 되어 주는 이들 부부를 만나봤습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부부의 집.

안방에 형광등 하나가 나가도 부부에게는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됩니다.

영찬씨가 키 작은 아내를 목에 태워도 보지만 쉽지가 않은데요...

<녹취> "하나가 이렇게 (생겼어요). 그것 말고 이쪽 이쪽.."

점자배열에 따라 손 끝을 두드리는 점화방식으로 코치에 나선 아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남편이기에 아내가 대신 눈과 귀가 되어 주는데요.

느리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부입니다.

<녹취> "성공 했어"

부부의 특별한 사랑이 느껴지시죠?

<인터뷰> 조영찬(남편, 시청각중복장애) : "주변 사람들이 다 신나게 떠들고 웃고 재미있게 즐길 때도 그런 분위기를 같이 즐길 수 없고 책만 읽었어요. 많이 외로울 때 (아내가) 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대화상대도 되어 주었기 때문에 제가 완전히 반했습니다."

97년, 선교회에서 처음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지 어언 15년.

부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장편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선교회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두 사람의 연애스토리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러움과 화제의 대상이였다는데요..

<녹취> 김흥신 : "순호누나와 영찬이형 이어준 건 순호누나도 인정하겠지만 제가 이어준 거예요. 제가 만약에 그때 안내 안 했으면 영찬이형은 (순호누나) 절대 못 만났어요."

<녹취> "(그때 제가) 아파서 진땀 빼면서 급체해 죽을 뻔 했었거든요."

<녹취> "맞아 죽을 뻔 했지"

<인터뷰> 김순호(아내/척추장애) :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색하고 이해한다고 하는 말이 더 좋을 거예요."

<녹취> "그런데 (남편한테서) 전화가 딱 왔어요. '여보세요'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그랬더니 두 사람이 달려 왔어요."

<녹취> "그렇게 부러우면 장가가래"

<녹취> "가고 싶지. 여자가 없으니까 그렇지"

<녹취> "그러니까 (장가)가기 위해서는 네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아냐 "

<녹취> "형은 솔직한 얘기로 그때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

<녹취> "되어 있었지."

<녹취> "무슨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경제적인 것?"

<녹취> "외로움이 준비되어 있었지"

농담 섞인 웃음 뒤에 두 사람의 길었던 외로움과 그만큼 깊어진 사랑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인터뷰> 조영찬(남편/시청각중복장애) :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외로움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 중에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 아내를 좋아하고 데이트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한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꾸는 부부. 작가를 꿈꾸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그의 눈이 되어주고, 남편은 아내와의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영찬씨는 온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려 합니다.

느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빗방울 하나에서도 아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녹취> "비 맞는 것 좋아해?"

<녹취> "울고 싶을 때... (비 맞으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니까..."

<녹취> "그랬구나"

마음만 있다면 손끝만으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진실을 부부에게서 배웁니다.

<인터뷰> 김순호(아내/척추장애) :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색하고 이해한다고 하는 말이 더 좋을 거예요."

<인터뷰> 조영찬(남편/시청각중복장애) "(사랑이란) 감싸주고 치유 받으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으로 저도 그런 눈으로 아내를 보게 되고 사랑에 대해서 하루하루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녹취>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값지고 가장 참된 것. 그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 이들 부부가 우리에게 보여준 바로 그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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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손끝으로 소통하는 ‘달팽이 부부’ 사랑
    • 입력 2012-03-26 09:05:49
    • 수정2012-03-26 17: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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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감독이 만든 작은 다큐멘터리가 세계 다큐영화계에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죠? 네, 장애인 부부의 사랑을 담은 <달팽이의 별>이란 영화인데요 눈과 귀를 모두 쓸 수 없는 남편, 또 척추장애를 앓는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을 밝혀주고, 남편은 아내의 손발이 돼 서로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는데요. 서로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 부부를 보고 있으면 그 애틋한 사랑에 절로 가슴 찡해진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사랑이야기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이들의 사랑법은 특별하고도 아름다웠는데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남편과 척추장애를 가진 아내는 손가락 끝으로만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촉각에 의지해 느리게 살아가다 보니 달팽이 부부라는 말까지 듣게 됐는데요.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가 퇴색해가는 요즘, 느리지만 세상 그 어떤 부부보다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는 달팽이 부부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리포트> 꼭 붙잡은 아내의 손과 흰 지팡이 하나. 조영찬씨는 세계적으로 만명 중 한명이라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세상은 사방이 장애물인데요.. 그런 영찬씨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아내 역시 척추장애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가장 큰 울타리이자 가장 밝은 빛이 되어 주는 이들 부부를 만나봤습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부부의 집. 안방에 형광등 하나가 나가도 부부에게는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됩니다. 영찬씨가 키 작은 아내를 목에 태워도 보지만 쉽지가 않은데요... <녹취> "하나가 이렇게 (생겼어요). 그것 말고 이쪽 이쪽.." 점자배열에 따라 손 끝을 두드리는 점화방식으로 코치에 나선 아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남편이기에 아내가 대신 눈과 귀가 되어 주는데요. 느리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부입니다. <녹취> "성공 했어" 부부의 특별한 사랑이 느껴지시죠? <인터뷰> 조영찬(남편, 시청각중복장애) : "주변 사람들이 다 신나게 떠들고 웃고 재미있게 즐길 때도 그런 분위기를 같이 즐길 수 없고 책만 읽었어요. 많이 외로울 때 (아내가) 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대화상대도 되어 주었기 때문에 제가 완전히 반했습니다." 97년, 선교회에서 처음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지 어언 15년. 부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장편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선교회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두 사람의 연애스토리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러움과 화제의 대상이였다는데요.. <녹취> 김흥신 : "순호누나와 영찬이형 이어준 건 순호누나도 인정하겠지만 제가 이어준 거예요. 제가 만약에 그때 안내 안 했으면 영찬이형은 (순호누나) 절대 못 만났어요." <녹취> "(그때 제가) 아파서 진땀 빼면서 급체해 죽을 뻔 했었거든요." <녹취> "맞아 죽을 뻔 했지" <인터뷰> 김순호(아내/척추장애) :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색하고 이해한다고 하는 말이 더 좋을 거예요." <녹취> "그런데 (남편한테서) 전화가 딱 왔어요. '여보세요'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그랬더니 두 사람이 달려 왔어요." <녹취> "그렇게 부러우면 장가가래" <녹취> "가고 싶지. 여자가 없으니까 그렇지" <녹취> "그러니까 (장가)가기 위해서는 네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아냐 " <녹취> "형은 솔직한 얘기로 그때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 <녹취> "되어 있었지." <녹취> "무슨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경제적인 것?" <녹취> "외로움이 준비되어 있었지" 농담 섞인 웃음 뒤에 두 사람의 길었던 외로움과 그만큼 깊어진 사랑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인터뷰> 조영찬(남편/시청각중복장애) :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외로움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 중에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 아내를 좋아하고 데이트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한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꾸는 부부. 작가를 꿈꾸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그의 눈이 되어주고, 남편은 아내와의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영찬씨는 온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려 합니다. 느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빗방울 하나에서도 아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녹취> "비 맞는 것 좋아해?" <녹취> "울고 싶을 때... (비 맞으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니까..." <녹취> "그랬구나" 마음만 있다면 손끝만으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진실을 부부에게서 배웁니다. <인터뷰> 김순호(아내/척추장애) :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색하고 이해한다고 하는 말이 더 좋을 거예요." <인터뷰> 조영찬(남편/시청각중복장애) "(사랑이란) 감싸주고 치유 받으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으로 저도 그런 눈으로 아내를 보게 되고 사랑에 대해서 하루하루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녹취>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값지고 가장 참된 것. 그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 이들 부부가 우리에게 보여준 바로 그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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