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땅, 포클랜드를 가다
입력 2012.04.01 (10:24)
수정 2012.04.01 (10: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세계에 분쟁지가 여럿이지만 30년이 되도록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땅이 있습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던 남대서양 포클랜드가 바로 그 현장입니다.
예, 바로 모레, 4월 2일이 전쟁 30주년이 되는데요, 최근 아르헨티나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포클랜드 영유권을 회복하겠다고 나서고, 영국이 이에 맞서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암운이 가시지 않은 포클랜드에서 박전식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바람과 구름의 섬 포클랜드....남대서양 남위 52도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은 제주도의 6배 반,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크기보다 더 큽니다. 섬의 주업 중 하나인 양 방목. 드넓은 초원을 뛰어 노는 양들은 풍부한 고기와 양모를 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집채만한 소도...날렵한 야생마도...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땅 포클랜드,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항구를 끼고 있는 포클랜드 최대 마을 스탠리. 3천여 명의 섬 주민 중 85% 이상이 이곳 스탠리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건물들...왼 쪽으로 다니는 차량들... 집집마다 걸려 있는 국기는 물론, 빨간색 공중전화와 우체통, 그리고 해변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영락없는 영국의 한 소도시입니다.
<인터뷰>애드리안 로위(포클랜드 주민): "우리는 이 섬을 사랑합니다. 영국령으로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7백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포클랜드는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와 스페인의 손을 거쳐 1816년 독립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영유권이 승계됐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1833년 영국이 아르헨티나계 주민 2백여 명을 내쫒고 섬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영국의 이주정책이 시작됐고, 아르헨티나는 유엔 등을 통해 소극적 대응만 유지했습니다.
1982년 4월 2일, 정권을 잡은 아르헨티나 군부는 포클랜드 섬을 기습 점령합니다. 150년 간 섬을 지키고 있던 영국계 주민들은 당황했고, 영국은 즉각 군대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벌어진 74일 간의 치열한 전투. 현대식 무기와 풍부한 전투경험을 앞세운 영국 군대에 아르헨티나군은 적수가 못됐습니다. 아르헨티나 군 6백40여 명, 영국군 2백 50여 명, 그리고 민간인 3명이 이 전쟁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국기에 격추된 아르헨티나 헬기의 잔해입니다. 이처럼 치열했던 30년 전 전쟁의 흔적을 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산히 부서진 헬기의 동체...아직도 소리가 들릴 듯한 엔진...아르헨티나 보급 헬기 2대가 이 벌판에서 격추됐습니다. 포클랜드 중심지 스탠리의 핵심 배후 전략지에선 가장 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고지에 버려진 녹슬은 총과 포들이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0킬로 밖 해상에서 영국 함대가 쏜 함포의 포탄 자리에는 30년이 지나도록 풀조차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전쟁 동안 370만 제곱미터의 땅에 천 5백여 개의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섬 주민들은 이 지뢰 제거와 씨름해왔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지뢰 대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짐바브웨 전문가들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뢰가 조금씩 제거될 때 마다 축하 파티를 통해 서로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인터뷰>로빈 스완슨(지뢰제거 팀장): "이번 작업을 통해 주민들이 3.5제곱km의 매우 넓은 땅을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전쟁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쟁 30주년을 맞아 아르헨티나가 대대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클랜드가 안정적인 영국령 섬이 아닌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집중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로 부르는 이 섬의 영유권 회복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아르헨티나의 여성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공세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아르헨티나 대통령): “말비나스(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는 영토와 역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원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높아지자 영국은 즉각 첨단 구축함을 포클랜드에 배치했습니다. 바로 지난달 일입니다. 또 위기 때 왕실이 앞장서는 전통을 살려 왕위계승 순위 2위인 윌리엄 왕자를 현지 군사훈련에 파견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선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영국 국기를 불태우며 영국과의 단교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뷰>세르히오 디아스(아르헨티나 참전용사): “말비나스(포클랜드)에 관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아르헨티나를 위해 모든 참전용사들은 주저없이 제2의 말비나스전쟁에 다시 참가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영국의 대형 크루즈 선박 2척을 자국 항구에서 잇달아 추방했습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 국가인 최우방국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공조해 영국과 포클랜드 선박의 영해 운항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다른 남미 국가들도 동참하면서 지난 20일 페루로 향하던 영국 프리깃 군함은 뱃머리를 돌려야 했습니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포클랜드 섬 보급기지 역할을 하던 칠레 최남단 푼타 아레나스와의 화물선 왕래도 봉쇄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강경 대응 배경에는 포클랜드를 군사기지화 하고 있는 영국의 군사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은 현재 포클랜드와 인근 사우스 조지아 섬에 각각 수천 명 수준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군대 주둔은 남미대륙에 근접한 포클랜드 섬을 통해 영국, 나아가 미국과 같은 영국의 동맹국들이 껄끄러운 남미 국가들을 언제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북반구 국가 영국이 군사요새화된 남대서양의 두 섬을 통해 남극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뜻도 됩니다.
<인터뷰>감바(아르헨티나 국제전략 대학 교수): “영국의 남대서양 군사전략과 관계가 있는데요, 말비나스(포클랜드)에 있는 2개의 군사시설과 사우스 조지아 섬에 있는 1개의 군사시설은 모두 남극을 겨냥해 군사화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포클랜드 해상에서 영국이 진행하고 있는 유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제국주의적 자원 수탈에 해당한다며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에 압력을 가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엑토르 티메르만(아르헨티나 외무장관): “우리의 자원을 지킬 것입니다. 모든 법령을 적용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전 개발에)참여하는 업체들을 처벌할 것입니다.”
유전개발이 본격화 된 이후 포클랜드에는 관련 기업들의 자재와 부품들이 계속해서 반입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숙소난까지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마크 섬머스(포클랜드 자치정부 대표): “영국과 미국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불법적으로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와 거래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겁니다.”
포클랜드에 조성된 아르헨티나 전몰자 묘역에는 연간 3~4백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참배를 하러 다녀갑니다.
<인터뷰>세바스티안(아르헨티나 전몰장병 묘역 관리인): “아르헨티나는 이 땅을 영토로 여기기 때문에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해서 영유권 협상을 주장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주장, 영국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인터뷰>나이젤 헤이우드(포클랜드 영국 총독): “이 섬은 영국령이 맞습니다. 포클랜드 자치의회가 우리 영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영국은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군사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정학적 위치로 세계 1~2차 대전에 이어 대규모 영유권 전쟁까지 겪은 포클랜드. 최근 들어선 영국 핵잠수함 배치 의혹이 불거지면서 남대서양 핵무장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포클랜드, 아름답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이 섬에선 평화란 말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세계에 분쟁지가 여럿이지만 30년이 되도록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땅이 있습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던 남대서양 포클랜드가 바로 그 현장입니다.
예, 바로 모레, 4월 2일이 전쟁 30주년이 되는데요, 최근 아르헨티나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포클랜드 영유권을 회복하겠다고 나서고, 영국이 이에 맞서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암운이 가시지 않은 포클랜드에서 박전식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바람과 구름의 섬 포클랜드....남대서양 남위 52도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은 제주도의 6배 반,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크기보다 더 큽니다. 섬의 주업 중 하나인 양 방목. 드넓은 초원을 뛰어 노는 양들은 풍부한 고기와 양모를 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집채만한 소도...날렵한 야생마도...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땅 포클랜드,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항구를 끼고 있는 포클랜드 최대 마을 스탠리. 3천여 명의 섬 주민 중 85% 이상이 이곳 스탠리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건물들...왼 쪽으로 다니는 차량들... 집집마다 걸려 있는 국기는 물론, 빨간색 공중전화와 우체통, 그리고 해변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영락없는 영국의 한 소도시입니다.
<인터뷰>애드리안 로위(포클랜드 주민): "우리는 이 섬을 사랑합니다. 영국령으로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7백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포클랜드는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와 스페인의 손을 거쳐 1816년 독립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영유권이 승계됐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1833년 영국이 아르헨티나계 주민 2백여 명을 내쫒고 섬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영국의 이주정책이 시작됐고, 아르헨티나는 유엔 등을 통해 소극적 대응만 유지했습니다.
1982년 4월 2일, 정권을 잡은 아르헨티나 군부는 포클랜드 섬을 기습 점령합니다. 150년 간 섬을 지키고 있던 영국계 주민들은 당황했고, 영국은 즉각 군대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벌어진 74일 간의 치열한 전투. 현대식 무기와 풍부한 전투경험을 앞세운 영국 군대에 아르헨티나군은 적수가 못됐습니다. 아르헨티나 군 6백40여 명, 영국군 2백 50여 명, 그리고 민간인 3명이 이 전쟁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국기에 격추된 아르헨티나 헬기의 잔해입니다. 이처럼 치열했던 30년 전 전쟁의 흔적을 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산히 부서진 헬기의 동체...아직도 소리가 들릴 듯한 엔진...아르헨티나 보급 헬기 2대가 이 벌판에서 격추됐습니다. 포클랜드 중심지 스탠리의 핵심 배후 전략지에선 가장 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고지에 버려진 녹슬은 총과 포들이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0킬로 밖 해상에서 영국 함대가 쏜 함포의 포탄 자리에는 30년이 지나도록 풀조차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전쟁 동안 370만 제곱미터의 땅에 천 5백여 개의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섬 주민들은 이 지뢰 제거와 씨름해왔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지뢰 대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짐바브웨 전문가들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뢰가 조금씩 제거될 때 마다 축하 파티를 통해 서로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인터뷰>로빈 스완슨(지뢰제거 팀장): "이번 작업을 통해 주민들이 3.5제곱km의 매우 넓은 땅을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전쟁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쟁 30주년을 맞아 아르헨티나가 대대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클랜드가 안정적인 영국령 섬이 아닌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집중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로 부르는 이 섬의 영유권 회복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아르헨티나의 여성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공세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아르헨티나 대통령): “말비나스(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는 영토와 역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원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높아지자 영국은 즉각 첨단 구축함을 포클랜드에 배치했습니다. 바로 지난달 일입니다. 또 위기 때 왕실이 앞장서는 전통을 살려 왕위계승 순위 2위인 윌리엄 왕자를 현지 군사훈련에 파견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선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영국 국기를 불태우며 영국과의 단교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뷰>세르히오 디아스(아르헨티나 참전용사): “말비나스(포클랜드)에 관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아르헨티나를 위해 모든 참전용사들은 주저없이 제2의 말비나스전쟁에 다시 참가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영국의 대형 크루즈 선박 2척을 자국 항구에서 잇달아 추방했습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 국가인 최우방국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공조해 영국과 포클랜드 선박의 영해 운항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다른 남미 국가들도 동참하면서 지난 20일 페루로 향하던 영국 프리깃 군함은 뱃머리를 돌려야 했습니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포클랜드 섬 보급기지 역할을 하던 칠레 최남단 푼타 아레나스와의 화물선 왕래도 봉쇄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강경 대응 배경에는 포클랜드를 군사기지화 하고 있는 영국의 군사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은 현재 포클랜드와 인근 사우스 조지아 섬에 각각 수천 명 수준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군대 주둔은 남미대륙에 근접한 포클랜드 섬을 통해 영국, 나아가 미국과 같은 영국의 동맹국들이 껄끄러운 남미 국가들을 언제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북반구 국가 영국이 군사요새화된 남대서양의 두 섬을 통해 남극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뜻도 됩니다.
<인터뷰>감바(아르헨티나 국제전략 대학 교수): “영국의 남대서양 군사전략과 관계가 있는데요, 말비나스(포클랜드)에 있는 2개의 군사시설과 사우스 조지아 섬에 있는 1개의 군사시설은 모두 남극을 겨냥해 군사화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포클랜드 해상에서 영국이 진행하고 있는 유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제국주의적 자원 수탈에 해당한다며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에 압력을 가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엑토르 티메르만(아르헨티나 외무장관): “우리의 자원을 지킬 것입니다. 모든 법령을 적용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전 개발에)참여하는 업체들을 처벌할 것입니다.”
유전개발이 본격화 된 이후 포클랜드에는 관련 기업들의 자재와 부품들이 계속해서 반입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숙소난까지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마크 섬머스(포클랜드 자치정부 대표): “영국과 미국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불법적으로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와 거래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겁니다.”
포클랜드에 조성된 아르헨티나 전몰자 묘역에는 연간 3~4백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참배를 하러 다녀갑니다.
<인터뷰>세바스티안(아르헨티나 전몰장병 묘역 관리인): “아르헨티나는 이 땅을 영토로 여기기 때문에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해서 영유권 협상을 주장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주장, 영국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인터뷰>나이젤 헤이우드(포클랜드 영국 총독): “이 섬은 영국령이 맞습니다. 포클랜드 자치의회가 우리 영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영국은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군사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정학적 위치로 세계 1~2차 대전에 이어 대규모 영유권 전쟁까지 겪은 포클랜드. 최근 들어선 영국 핵잠수함 배치 의혹이 불거지면서 남대서양 핵무장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포클랜드, 아름답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이 섬에선 평화란 말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분쟁의 땅, 포클랜드를 가다
-
- 입력 2012-04-01 10:24:21
- 수정2012-04-01 10:29:39
vd
<앵커 멘트>
세계에 분쟁지가 여럿이지만 30년이 되도록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땅이 있습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던 남대서양 포클랜드가 바로 그 현장입니다.
예, 바로 모레, 4월 2일이 전쟁 30주년이 되는데요, 최근 아르헨티나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포클랜드 영유권을 회복하겠다고 나서고, 영국이 이에 맞서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암운이 가시지 않은 포클랜드에서 박전식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바람과 구름의 섬 포클랜드....남대서양 남위 52도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은 제주도의 6배 반,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크기보다 더 큽니다. 섬의 주업 중 하나인 양 방목. 드넓은 초원을 뛰어 노는 양들은 풍부한 고기와 양모를 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집채만한 소도...날렵한 야생마도...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땅 포클랜드,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항구를 끼고 있는 포클랜드 최대 마을 스탠리. 3천여 명의 섬 주민 중 85% 이상이 이곳 스탠리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건물들...왼 쪽으로 다니는 차량들... 집집마다 걸려 있는 국기는 물론, 빨간색 공중전화와 우체통, 그리고 해변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영락없는 영국의 한 소도시입니다.
<인터뷰>애드리안 로위(포클랜드 주민): "우리는 이 섬을 사랑합니다. 영국령으로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7백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포클랜드는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와 스페인의 손을 거쳐 1816년 독립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영유권이 승계됐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1833년 영국이 아르헨티나계 주민 2백여 명을 내쫒고 섬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영국의 이주정책이 시작됐고, 아르헨티나는 유엔 등을 통해 소극적 대응만 유지했습니다.
1982년 4월 2일, 정권을 잡은 아르헨티나 군부는 포클랜드 섬을 기습 점령합니다. 150년 간 섬을 지키고 있던 영국계 주민들은 당황했고, 영국은 즉각 군대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벌어진 74일 간의 치열한 전투. 현대식 무기와 풍부한 전투경험을 앞세운 영국 군대에 아르헨티나군은 적수가 못됐습니다. 아르헨티나 군 6백40여 명, 영국군 2백 50여 명, 그리고 민간인 3명이 이 전쟁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국기에 격추된 아르헨티나 헬기의 잔해입니다. 이처럼 치열했던 30년 전 전쟁의 흔적을 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산히 부서진 헬기의 동체...아직도 소리가 들릴 듯한 엔진...아르헨티나 보급 헬기 2대가 이 벌판에서 격추됐습니다. 포클랜드 중심지 스탠리의 핵심 배후 전략지에선 가장 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고지에 버려진 녹슬은 총과 포들이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0킬로 밖 해상에서 영국 함대가 쏜 함포의 포탄 자리에는 30년이 지나도록 풀조차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전쟁 동안 370만 제곱미터의 땅에 천 5백여 개의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섬 주민들은 이 지뢰 제거와 씨름해왔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지뢰 대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짐바브웨 전문가들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뢰가 조금씩 제거될 때 마다 축하 파티를 통해 서로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인터뷰>로빈 스완슨(지뢰제거 팀장): "이번 작업을 통해 주민들이 3.5제곱km의 매우 넓은 땅을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전쟁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쟁 30주년을 맞아 아르헨티나가 대대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클랜드가 안정적인 영국령 섬이 아닌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집중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로 부르는 이 섬의 영유권 회복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아르헨티나의 여성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공세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아르헨티나 대통령): “말비나스(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는 영토와 역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원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높아지자 영국은 즉각 첨단 구축함을 포클랜드에 배치했습니다. 바로 지난달 일입니다. 또 위기 때 왕실이 앞장서는 전통을 살려 왕위계승 순위 2위인 윌리엄 왕자를 현지 군사훈련에 파견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선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영국 국기를 불태우며 영국과의 단교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뷰>세르히오 디아스(아르헨티나 참전용사): “말비나스(포클랜드)에 관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아르헨티나를 위해 모든 참전용사들은 주저없이 제2의 말비나스전쟁에 다시 참가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영국의 대형 크루즈 선박 2척을 자국 항구에서 잇달아 추방했습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 국가인 최우방국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공조해 영국과 포클랜드 선박의 영해 운항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다른 남미 국가들도 동참하면서 지난 20일 페루로 향하던 영국 프리깃 군함은 뱃머리를 돌려야 했습니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포클랜드 섬 보급기지 역할을 하던 칠레 최남단 푼타 아레나스와의 화물선 왕래도 봉쇄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강경 대응 배경에는 포클랜드를 군사기지화 하고 있는 영국의 군사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은 현재 포클랜드와 인근 사우스 조지아 섬에 각각 수천 명 수준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군대 주둔은 남미대륙에 근접한 포클랜드 섬을 통해 영국, 나아가 미국과 같은 영국의 동맹국들이 껄끄러운 남미 국가들을 언제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북반구 국가 영국이 군사요새화된 남대서양의 두 섬을 통해 남극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뜻도 됩니다.
<인터뷰>감바(아르헨티나 국제전략 대학 교수): “영국의 남대서양 군사전략과 관계가 있는데요, 말비나스(포클랜드)에 있는 2개의 군사시설과 사우스 조지아 섬에 있는 1개의 군사시설은 모두 남극을 겨냥해 군사화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포클랜드 해상에서 영국이 진행하고 있는 유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제국주의적 자원 수탈에 해당한다며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에 압력을 가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엑토르 티메르만(아르헨티나 외무장관): “우리의 자원을 지킬 것입니다. 모든 법령을 적용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전 개발에)참여하는 업체들을 처벌할 것입니다.”
유전개발이 본격화 된 이후 포클랜드에는 관련 기업들의 자재와 부품들이 계속해서 반입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숙소난까지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마크 섬머스(포클랜드 자치정부 대표): “영국과 미국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불법적으로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와 거래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겁니다.”
포클랜드에 조성된 아르헨티나 전몰자 묘역에는 연간 3~4백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참배를 하러 다녀갑니다.
<인터뷰>세바스티안(아르헨티나 전몰장병 묘역 관리인): “아르헨티나는 이 땅을 영토로 여기기 때문에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해서 영유권 협상을 주장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주장, 영국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인터뷰>나이젤 헤이우드(포클랜드 영국 총독): “이 섬은 영국령이 맞습니다. 포클랜드 자치의회가 우리 영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영국은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군사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정학적 위치로 세계 1~2차 대전에 이어 대규모 영유권 전쟁까지 겪은 포클랜드. 최근 들어선 영국 핵잠수함 배치 의혹이 불거지면서 남대서양 핵무장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포클랜드, 아름답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이 섬에선 평화란 말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
-
박전식 기자 jspak@kbs.co.kr
박전식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