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의 봄

입력 2012.04.04 (07:12) 수정 2012.04.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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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흠 객원해설위원]

 


 지난 1일 실시된 미얀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당선됐습니다. 수치여사가 이끄는 NLD 민주주의 국민 동맹은 45개 선거구에서 40석을 얻어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1990년 선거에서 이기고도 정치활동이 막혔던 수치여사가 이제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군 출신의 텐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가 출범한 후 정치범을 석방하고 언론 통제를 완화한데 이어 이번에 자유선거를 치름으로써 “미얀마의 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서방세계가 제재를 풀면 잠재력이 큰 경제도 도약할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지도자의 개혁성, 개혁을 용인한 군의 신축성, 투쟁과 타협을 조화시킨 수치여사의 유연성, 서방세계 공동제재의 일관성이 이룩한 성과입니다. 국민의 여망이 닮긴 변화의 물결을 다시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전체 의석 664석 가운데 군부의 몫 까지 합하면 체제파가 90%를 차지합니다. 선거결과가 정치판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수치여사가 민주화를 진전시키려면 정부와 밀고 당기면서 그 뒤에서 버티는 군부와도 공존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 직전에 최고사령관은 군의 정치적 역할은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더욱이 1962년 쿠데타의 명분이었던 소수민족문제 또한 풀어야할 과젭니다. 미얀마에서 군은 유일한 엘리트 집단으로 군인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사회계층입니다. 군부통치가 반세기동안 이어지면서 문민엘리트는 설 땅을 빼앗기고 실체를 잃었습니다. 군부를 대신할 대체집권세력이 허약합니다. 개혁, 개방, 민주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걸음마단계입니다. 그간의 성과도 국민적 에너지의 산물이 아니라 위에서 주어진 성격이라서 낙관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치 여사로서는 4년 후 치러질 자유총선에서 승리하여 조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꿈일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는 가능한 것을 찾는 기술이라는 교훈에 충실함으로써 꿈을 이뤄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발을 딛고 어느 한쪽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물러서며 목표를 향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분명히 “미얀마의 겨울”은 가고 있지만 “봄”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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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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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04-04 07: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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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흠 객원해설위원]
 

 지난 1일 실시된 미얀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당선됐습니다. 수치여사가 이끄는 NLD 민주주의 국민 동맹은 45개 선거구에서 40석을 얻어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1990년 선거에서 이기고도 정치활동이 막혔던 수치여사가 이제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군 출신의 텐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가 출범한 후 정치범을 석방하고 언론 통제를 완화한데 이어 이번에 자유선거를 치름으로써 “미얀마의 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서방세계가 제재를 풀면 잠재력이 큰 경제도 도약할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지도자의 개혁성, 개혁을 용인한 군의 신축성, 투쟁과 타협을 조화시킨 수치여사의 유연성, 서방세계 공동제재의 일관성이 이룩한 성과입니다. 국민의 여망이 닮긴 변화의 물결을 다시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전체 의석 664석 가운데 군부의 몫 까지 합하면 체제파가 90%를 차지합니다. 선거결과가 정치판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수치여사가 민주화를 진전시키려면 정부와 밀고 당기면서 그 뒤에서 버티는 군부와도 공존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 직전에 최고사령관은 군의 정치적 역할은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더욱이 1962년 쿠데타의 명분이었던 소수민족문제 또한 풀어야할 과젭니다. 미얀마에서 군은 유일한 엘리트 집단으로 군인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사회계층입니다. 군부통치가 반세기동안 이어지면서 문민엘리트는 설 땅을 빼앗기고 실체를 잃었습니다. 군부를 대신할 대체집권세력이 허약합니다. 개혁, 개방, 민주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걸음마단계입니다. 그간의 성과도 국민적 에너지의 산물이 아니라 위에서 주어진 성격이라서 낙관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치 여사로서는 4년 후 치러질 자유총선에서 승리하여 조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꿈일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는 가능한 것을 찾는 기술이라는 교훈에 충실함으로써 꿈을 이뤄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발을 딛고 어느 한쪽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물러서며 목표를 향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분명히 “미얀마의 겨울”은 가고 있지만 “봄”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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