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노키아’ 찾는 핀란드

입력 2012.04.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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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핀란드, 하면 노키아, 라고 할 정도로 노키아는 핀란드의 대표 기업 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품은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위세를 떨쳤었는데, 이젠 그 경쟁력이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예, 노키아가 핀란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그런 만큼 노키아의 추락이 핀란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또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핀란드에선 제2의 노키아를 찾고, 만들려는, 벤처기업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형욱 순회특파원이 노키아 위기의 실상과, 핀란드의 벤처창업 열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핀란드 헬싱키의 한 전자상가. 세계 메이저 휴대전화 회사들의 판매경쟁이 뜨거운 현장입니다.

<인터뷰>노카시니오(휴대폰 판매 매니저) : “최근 삼성이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키아가 판매 1위입니다.“

판매 1위 노키아 휴대전화, 20년 전만해도 세계 경제의 변방에 불과했던 핀란드를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바로 그 회사의 휴대 전화입니다.

<인터뷰>엔페라(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노키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핀란드의 회사였습니다. 세계에서 1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용기 때문입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휴대전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습니다. 노키아가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건 90년대 초, 모토롤라를 비롯한 당시 최고의 기업과는 경쟁도, 비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노키아의 도전은 남달랐습니다.

<인터뷰>엠버(헬싱키대학 교수) : “노키아는 미래의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0세기 말, 노키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인터뷰>브라운(전 노키아 홍보담당 이사) : “노키아가 당시 세계 1위의 휴대폰 판매업체가 될 수 있었던 건 혁신적인 제품개발에 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기술로 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휴대폰을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노키아의 성공은 핀란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국가로 이끌었습니다. 변방 국가였던 핀란드를 IT 강국으로 우뚝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노키아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3%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하락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노키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오랩니다.

헬싱키에서 150KM 떨어진 살로 지역의 노키아 휴대전화 생산공장. 썰렁하다는 표현이 맞을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생산공장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표정 또한 굳어 있습니다.

계속되는 판매부진으로 이곳 노키아 살로공장은 지금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 평생직장일 것만 같았던 노키아의 공장 직원들이 쫓겨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터뷰>애니 맘(노키아 살로 공장 노조위원장) : “현재 1700명의 직원이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미 1000명의 해고에는 합의했고 나머지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휴대전화 판매,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인터뷰>파사넨(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최근 3년동안 매출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또 조직이 커짐에 따라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고, 혁신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변화하지 못한 기업', '덩치만 커진 기업'이란 진단입니다. 노키아의 부진에 따라 핀란드 IT산업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 때 핀란드 산업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IT산업은 최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추락이 다시 상승 반전할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헬싱키 도심에서 불과 10킬로미터 떨어진 IT 산업단지, 핀란드 IT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아리(벤처기업 사장) : “이곳에는 110개의 국적을 가진 혁신적인 생각을 소유한 32000명 이상의 인력이 모여 있는 지역입니다. 지구내 15분 거리에는 20000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존재하며 40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있습니다.“

제2의 노키아를 찾아라, 제2의 노키아를 만들어라, 핀란드 정부의 최우선 방침입니다. 스마트폰 게임 앱 '앵그리버드'입니다. 연 광고매출만 12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2년전 이 앱을 출시한 로비오사, 핀란드 IT산업지구내에서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기업입니다. 지난 2003년, 단 3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시작했습니다. 로비오사의 이같은 성공에는 핀란드의 벤처지원 시스템이 한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소이니넨(벤처기업 투자가) : “핀란드에는 누구나 창업자금 지원을 다양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자금, 개인을 도와주는 엔젤자금 그리고 무상 금리 등 다양한 창업지원이 존재합니다.“

든든한 정책 지원을 업고 성공신화가 만들어지자 핀란드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벤처기업 설립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뷰>리에키(벤처 창업가) : “위험이 있는 창업을 하는 이유는 위험을 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큰 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만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 창업 열풍에, 구직자들도 대기업 보다는 벤처기업 취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인터뷰>바스캅(벤처 창업가) :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발전시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키아와 같은 대기업들이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는 것을 보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 대기업이 안전한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벤처회사들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이제 노키아를 뛰어 넘기 위해 도전 중입니다.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 개발 등이 벤처기업들의 연구 아이템 대세입니다.

<인터뷰>브라운(전 노키아 홍보담당 이사) : “최근 세계의 시장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으며 혁신적인 제품의 경우 큰 기업보다는 시장변화에 민감한 소규모의 기업들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키아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핀란드의 IT 산업은 여전히 견고해 보입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벤처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알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핀란드정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엠페라(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내가 창업을 해서 큰 반향을 가져올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핀란드에 새로운 환경을 만듭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

IT대국 핀란드의 명성을 이제 노키아가 아닌 벤처회사들이 이어갈 태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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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노키아’ 찾는 핀란드
    • 입력 2012-04-08 09:24:4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핀란드, 하면 노키아, 라고 할 정도로 노키아는 핀란드의 대표 기업 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품은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위세를 떨쳤었는데, 이젠 그 경쟁력이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예, 노키아가 핀란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그런 만큼 노키아의 추락이 핀란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또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핀란드에선 제2의 노키아를 찾고, 만들려는, 벤처기업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형욱 순회특파원이 노키아 위기의 실상과, 핀란드의 벤처창업 열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핀란드 헬싱키의 한 전자상가. 세계 메이저 휴대전화 회사들의 판매경쟁이 뜨거운 현장입니다. <인터뷰>노카시니오(휴대폰 판매 매니저) : “최근 삼성이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키아가 판매 1위입니다.“ 판매 1위 노키아 휴대전화, 20년 전만해도 세계 경제의 변방에 불과했던 핀란드를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바로 그 회사의 휴대 전화입니다. <인터뷰>엔페라(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노키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핀란드의 회사였습니다. 세계에서 1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용기 때문입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휴대전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습니다. 노키아가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건 90년대 초, 모토롤라를 비롯한 당시 최고의 기업과는 경쟁도, 비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노키아의 도전은 남달랐습니다. <인터뷰>엠버(헬싱키대학 교수) : “노키아는 미래의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0세기 말, 노키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인터뷰>브라운(전 노키아 홍보담당 이사) : “노키아가 당시 세계 1위의 휴대폰 판매업체가 될 수 있었던 건 혁신적인 제품개발에 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기술로 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휴대폰을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노키아의 성공은 핀란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국가로 이끌었습니다. 변방 국가였던 핀란드를 IT 강국으로 우뚝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노키아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3%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하락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노키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오랩니다. 헬싱키에서 150KM 떨어진 살로 지역의 노키아 휴대전화 생산공장. 썰렁하다는 표현이 맞을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생산공장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표정 또한 굳어 있습니다. 계속되는 판매부진으로 이곳 노키아 살로공장은 지금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 평생직장일 것만 같았던 노키아의 공장 직원들이 쫓겨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터뷰>애니 맘(노키아 살로 공장 노조위원장) : “현재 1700명의 직원이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미 1000명의 해고에는 합의했고 나머지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휴대전화 판매,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인터뷰>파사넨(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최근 3년동안 매출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또 조직이 커짐에 따라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고, 혁신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변화하지 못한 기업', '덩치만 커진 기업'이란 진단입니다. 노키아의 부진에 따라 핀란드 IT산업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 때 핀란드 산업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IT산업은 최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추락이 다시 상승 반전할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헬싱키 도심에서 불과 10킬로미터 떨어진 IT 산업단지, 핀란드 IT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아리(벤처기업 사장) : “이곳에는 110개의 국적을 가진 혁신적인 생각을 소유한 32000명 이상의 인력이 모여 있는 지역입니다. 지구내 15분 거리에는 20000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존재하며 40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있습니다.“ 제2의 노키아를 찾아라, 제2의 노키아를 만들어라, 핀란드 정부의 최우선 방침입니다. 스마트폰 게임 앱 '앵그리버드'입니다. 연 광고매출만 12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2년전 이 앱을 출시한 로비오사, 핀란드 IT산업지구내에서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기업입니다. 지난 2003년, 단 3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시작했습니다. 로비오사의 이같은 성공에는 핀란드의 벤처지원 시스템이 한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소이니넨(벤처기업 투자가) : “핀란드에는 누구나 창업자금 지원을 다양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자금, 개인을 도와주는 엔젤자금 그리고 무상 금리 등 다양한 창업지원이 존재합니다.“ 든든한 정책 지원을 업고 성공신화가 만들어지자 핀란드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벤처기업 설립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뷰>리에키(벤처 창업가) : “위험이 있는 창업을 하는 이유는 위험을 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큰 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만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 창업 열풍에, 구직자들도 대기업 보다는 벤처기업 취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인터뷰>바스캅(벤처 창업가) :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발전시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키아와 같은 대기업들이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는 것을 보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 대기업이 안전한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벤처회사들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이제 노키아를 뛰어 넘기 위해 도전 중입니다.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 개발 등이 벤처기업들의 연구 아이템 대세입니다. <인터뷰>브라운(전 노키아 홍보담당 이사) : “최근 세계의 시장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으며 혁신적인 제품의 경우 큰 기업보다는 시장변화에 민감한 소규모의 기업들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키아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핀란드의 IT 산업은 여전히 견고해 보입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벤처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알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핀란드정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엠페라(전 노키아 CTO/기술 책임자) : '내가 창업을 해서 큰 반향을 가져올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핀란드에 새로운 환경을 만듭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 IT대국 핀란드의 명성을 이제 노키아가 아닌 벤처회사들이 이어갈 태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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