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바꾼다

입력 2001.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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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전제품이나 승용차의 경우 해마다 신제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경쟁과 무조건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제품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박유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근교의 한 폐차장입니다.
마당에는 폐차될 차량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한켠에서는 대형 압축기가 마치 종잇짝처럼 차체를 압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폐차를 기다리는 차들 가운데는 외형상으로는 멀쩡한 차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동소리도 우렁차고 운행에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이는 차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해용(폐차장 직원): 지금이라도 몰고 다닐 수 있는 차량이 한 60% 정도는 되죠.
⊙기자: 폐차하는 차들 중에요?
⊙김해용(폐차장 직원): 예.
⊙기자: 이곳에 들어온 승용차들의 연령은 주로 7, 8년 정도, 실제로 출고에서 폐차까지 우리나라 승용차들의 수명은 평균 7.6년으로 미국의 16.5년, 일본의 18년에 비해 절반에도 채 못 미칩니다.
⊙임기상(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 대표): 해마다 신모델이 쏟아져 나오게 되다보니까 성능이라든지 기능의 문제가 아닌 단지 구형모델이라는 이유로 신모델을 구입하게 되고 또한 폐차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자: 소비자들이 승용차를 바꾸는 교환주기는 일본이 9년 5개월, 미국이 7년 10개월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평균 3년 8개월 만에 차를 바꿉니다.
이 교환주기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동급의 신모델을 출시하는 주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자동차업체 관계자: 타사가 신차를 내놓으면 시장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놓아야 하고, 또 신차가 나오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기 때문에 신차효과를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임기상(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 대표): 신모델이라고 해서 엔진이라든지 주요 장치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모양이 변경이 돼서 출시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개발비가 들기 때문에 그 비용은 차 값에 포함이 돼서 모두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자: 역시 내구성 소비재인 가전제품도 철따라, 유행따라 빠르게 신제품들이 쏟아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송금주(가전제품 판매원):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씩 바뀌었는데요, 요즘에는 일주일에 1, 2번씩 바뀌거든요.
약간의 기능이 첨가돼서 디자인이 바뀐다든지 기능이 하나 첨가돼서 나온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서 많이 바뀝니다.
⊙기자: 소비자들 역시 새 제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양희(소비자): 저는 싫증을 좀 잘 내거든요.
자꾸 모양도 이쁘고 또 기능도 여러 면에서 자꾸 좋게 나오니까 바꾸고 싶더라고요.
⊙기자: 한 가전업체의 내부 자료를 보면 가전제품의 대표격인 텔레비전의 경우 국산 제품의 수명은 대략 7년 정도, 일본제품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 보급률이 100%에 이른 상황에서 신제품 구매는 곧바로 구형제품의 폐기로 이어지지만 재활용 회수율은 고작 8%에 그쳐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낳고 있습니다.
자동차만 해도 1년씩만 더 타면 무려 12조원이 절약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또 이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경쟁을 재고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뉴스 박유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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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빨리 바꾼다
    • 입력 2001-10-05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가전제품이나 승용차의 경우 해마다 신제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경쟁과 무조건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제품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박유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근교의 한 폐차장입니다. 마당에는 폐차될 차량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한켠에서는 대형 압축기가 마치 종잇짝처럼 차체를 압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폐차를 기다리는 차들 가운데는 외형상으로는 멀쩡한 차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동소리도 우렁차고 운행에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이는 차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해용(폐차장 직원): 지금이라도 몰고 다닐 수 있는 차량이 한 60% 정도는 되죠. ⊙기자: 폐차하는 차들 중에요? ⊙김해용(폐차장 직원): 예. ⊙기자: 이곳에 들어온 승용차들의 연령은 주로 7, 8년 정도, 실제로 출고에서 폐차까지 우리나라 승용차들의 수명은 평균 7.6년으로 미국의 16.5년, 일본의 18년에 비해 절반에도 채 못 미칩니다. ⊙임기상(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 대표): 해마다 신모델이 쏟아져 나오게 되다보니까 성능이라든지 기능의 문제가 아닌 단지 구형모델이라는 이유로 신모델을 구입하게 되고 또한 폐차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자: 소비자들이 승용차를 바꾸는 교환주기는 일본이 9년 5개월, 미국이 7년 10개월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평균 3년 8개월 만에 차를 바꿉니다. 이 교환주기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동급의 신모델을 출시하는 주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자동차업체 관계자: 타사가 신차를 내놓으면 시장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놓아야 하고, 또 신차가 나오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기 때문에 신차효과를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임기상(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 대표): 신모델이라고 해서 엔진이라든지 주요 장치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모양이 변경이 돼서 출시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개발비가 들기 때문에 그 비용은 차 값에 포함이 돼서 모두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자: 역시 내구성 소비재인 가전제품도 철따라, 유행따라 빠르게 신제품들이 쏟아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송금주(가전제품 판매원):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씩 바뀌었는데요, 요즘에는 일주일에 1, 2번씩 바뀌거든요. 약간의 기능이 첨가돼서 디자인이 바뀐다든지 기능이 하나 첨가돼서 나온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서 많이 바뀝니다. ⊙기자: 소비자들 역시 새 제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양희(소비자): 저는 싫증을 좀 잘 내거든요. 자꾸 모양도 이쁘고 또 기능도 여러 면에서 자꾸 좋게 나오니까 바꾸고 싶더라고요. ⊙기자: 한 가전업체의 내부 자료를 보면 가전제품의 대표격인 텔레비전의 경우 국산 제품의 수명은 대략 7년 정도, 일본제품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 보급률이 100%에 이른 상황에서 신제품 구매는 곧바로 구형제품의 폐기로 이어지지만 재활용 회수율은 고작 8%에 그쳐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낳고 있습니다. 자동차만 해도 1년씩만 더 타면 무려 12조원이 절약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또 이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경쟁을 재고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뉴스 박유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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