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70대끼리 사소한 ‘말다툼’ 시비 끝에…

입력 2012.04.17 (09:07) 수정 2012.04.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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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퇴근길에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절로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이런 상태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더구나 서로 다툰 두 사람이 모두 70대 노인이어서 더 뜻밖인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의 말다툼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기자 멘트>

두 70대 노인 사이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취재했는데요.

유난히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았던 환승역에서 시작된 작은 시비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 당일의 현장부터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승강장의 한 엘리베이터.

한 남자가 다가와 서는가 싶더니, 서 있던 다른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가격당한 남자가 쓰러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가해자.

부리나케 지하철역을 빠져나가는데요.

눈 깜짝할 새 일어난 폭행 사건- .

달아난 사람은 70살 오 모씨,

객차 안에서부터 시비가 오갔던 77살 김 모 씨를 따라 내린 뒤 홧김에 폭행한 겁니다.

<인터뷰> 엄재광 (경위/ 광진경찰서 강력5팀) : “사람이 많이 밀려 들어오니까 마침 난간에 서 있던 가해자분을 이렇게 밀치게 됐죠. 그러니까 서로 왜 미느냐, 뭐 이렇게 사소한 시비가 된 거예요.”

퇴근길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날뻔 했던 이 날의 사건, 그런데 얼마 뒤,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주먹에 맞고 쓰러졌던 피해자가 8일 뒤, 사망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엄재광 (경위/ 광진경찰서 강력5팀) : “첫날은 이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다가, 바로 다음날부터 의식불명이 됐어요.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있다가 사망하게 된 겁니다. ”

쓰러지면서 왼쪽 넓적다리 뼈가 부러진 김 할아버지.

고령의 노인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부상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정민 (경장/ 광진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왼쪽 대퇴골이 골절되면서 골수 안에 있던 지방이
혈관을 타고 폐까지 올라가서 폐 지방 색전증으로 사망하신 걸로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회시가 됐습니다.”

건강했던 김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지하철에서의 폭행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부터 경찰은 피의자 추적을 위해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는데요.

지하철역 곳곳에 설치된 cctv 분석과 잠복 끝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피의자 오 모씨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바로 현장을 떴던 터라 피해자의 상태를 알 길이 없었던 오 씨에게도 김 씨의 사망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놀랬죠 제가. 놀랄수 밖에 없잖아요. 어디 깨지고 다쳤다는 건 내가 생각을 할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죽었다는 것은 뭐 참 믿기가 어려운 얘기고. 진짜 괴로웠어요.”

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행동이 이 같은 비극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오 씨.

치기공 업체에서 만든 틀니를 수도권 곳곳의 치과로 배달하는 일을 하며 부인과 자신의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던 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철을 이용해오곤 했었는데요.

3년 8개월을 일하면서 지하철에서 다툼이 일어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오00 (70/ 피의자/음성변조) : “왜 밀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비가 된 거죠. 그래서 이 자식 저 자식 하다가 한 정거장 금방이더라고요. 뭐 안에서 끝났으면 그대로 끝나는 건데 나와서 또 이제 승강기 타러 가면서 그랬어요. ‘나가서 보자’, 그러니까 나는 이제 또 안 좋게 들렸죠. ”

스무 곳이 넘는 업체에 배달 다니느라 짜증이 심하게 나 있던 터에 사과 없이 내리는 김 씨를 보고 욱했다고 합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넘어진 데를 제가 봤어요. 봤는데, 일어나면 이제 또 싸움이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제 와 버렸죠.”

김 씨가 고꾸라지는 순간, 깜짝 정신이 들었지만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어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는데요.

<녹취> 오00 (피의자 /음성변조) : “마음이 불안했죠. 넘어져서 있는 거 보고 왔으니 마음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죠. 꺼림칙하더라고요. 잠을 잘 수가 없었죠. 항상 안 좋은 꿈만 꿨죠.”

사건 이후 한순간도 마음 편한 때가 없었다는 오 씨.

피의자의 주변 사람들 역시 이번 사건에 모두 안타까움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김00 (직장 동료 /음성변조) : “얼마나 성실하신지 몰라요. 진짜 성실하세요. 다른 분들은 아침에 좀 늦게 나오시는데 그분만 일찍 나오셔서 그렇게 하신다고요. ”

식당 운영에 실패한 뒤 월세 20만 원의 단칸방에 살아오던 노부부.

남편 오 씨는 새벽부터 이어지는 배달 일에 중증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부인의 간병까지 맡아 왔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몇 년 살았지만 아무 문제없이. 직장 다니면서 굉장히 화목하게 사시는 가정인데. 굉장히 그냥 조용히 들어오고 조용히 나가시고 굉장히 양순하신 분인데. ”

하지만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그의 죄를 덮을 수는 없습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지금 심정은 죽고 싶네요.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돼요. 아무 일도 아닌데 참았으면. 참을 수 있는 일이죠.”

서로 지지 않으려는 기 싸움이 불러온 비극.

그리고 홧김에 저지른 단 한 번의 폭행으로 평범한 가장에서 피의자 신세가 되버린 오 씨.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오 씨는 오늘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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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70대끼리 사소한 ‘말다툼’ 시비 끝에…
    • 입력 2012-04-17 09:07:57
    • 수정2012-04-17 1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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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퇴근길에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절로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이런 상태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더구나 서로 다툰 두 사람이 모두 70대 노인이어서 더 뜻밖인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의 말다툼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기자 멘트> 두 70대 노인 사이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취재했는데요. 유난히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았던 환승역에서 시작된 작은 시비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 당일의 현장부터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승강장의 한 엘리베이터. 한 남자가 다가와 서는가 싶더니, 서 있던 다른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가격당한 남자가 쓰러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가해자. 부리나케 지하철역을 빠져나가는데요. 눈 깜짝할 새 일어난 폭행 사건- . 달아난 사람은 70살 오 모씨, 객차 안에서부터 시비가 오갔던 77살 김 모 씨를 따라 내린 뒤 홧김에 폭행한 겁니다. <인터뷰> 엄재광 (경위/ 광진경찰서 강력5팀) : “사람이 많이 밀려 들어오니까 마침 난간에 서 있던 가해자분을 이렇게 밀치게 됐죠. 그러니까 서로 왜 미느냐, 뭐 이렇게 사소한 시비가 된 거예요.” 퇴근길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날뻔 했던 이 날의 사건, 그런데 얼마 뒤,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주먹에 맞고 쓰러졌던 피해자가 8일 뒤, 사망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엄재광 (경위/ 광진경찰서 강력5팀) : “첫날은 이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다가, 바로 다음날부터 의식불명이 됐어요.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있다가 사망하게 된 겁니다. ” 쓰러지면서 왼쪽 넓적다리 뼈가 부러진 김 할아버지. 고령의 노인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부상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정민 (경장/ 광진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왼쪽 대퇴골이 골절되면서 골수 안에 있던 지방이 혈관을 타고 폐까지 올라가서 폐 지방 색전증으로 사망하신 걸로 국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회시가 됐습니다.” 건강했던 김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지하철에서의 폭행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부터 경찰은 피의자 추적을 위해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는데요. 지하철역 곳곳에 설치된 cctv 분석과 잠복 끝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피의자 오 모씨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바로 현장을 떴던 터라 피해자의 상태를 알 길이 없었던 오 씨에게도 김 씨의 사망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놀랬죠 제가. 놀랄수 밖에 없잖아요. 어디 깨지고 다쳤다는 건 내가 생각을 할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죽었다는 것은 뭐 참 믿기가 어려운 얘기고. 진짜 괴로웠어요.” 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행동이 이 같은 비극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오 씨. 치기공 업체에서 만든 틀니를 수도권 곳곳의 치과로 배달하는 일을 하며 부인과 자신의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던 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철을 이용해오곤 했었는데요. 3년 8개월을 일하면서 지하철에서 다툼이 일어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오00 (70/ 피의자/음성변조) : “왜 밀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비가 된 거죠. 그래서 이 자식 저 자식 하다가 한 정거장 금방이더라고요. 뭐 안에서 끝났으면 그대로 끝나는 건데 나와서 또 이제 승강기 타러 가면서 그랬어요. ‘나가서 보자’, 그러니까 나는 이제 또 안 좋게 들렸죠. ” 스무 곳이 넘는 업체에 배달 다니느라 짜증이 심하게 나 있던 터에 사과 없이 내리는 김 씨를 보고 욱했다고 합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넘어진 데를 제가 봤어요. 봤는데, 일어나면 이제 또 싸움이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제 와 버렸죠.” 김 씨가 고꾸라지는 순간, 깜짝 정신이 들었지만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어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는데요. <녹취> 오00 (피의자 /음성변조) : “마음이 불안했죠. 넘어져서 있는 거 보고 왔으니 마음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죠. 꺼림칙하더라고요. 잠을 잘 수가 없었죠. 항상 안 좋은 꿈만 꿨죠.” 사건 이후 한순간도 마음 편한 때가 없었다는 오 씨. 피의자의 주변 사람들 역시 이번 사건에 모두 안타까움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김00 (직장 동료 /음성변조) : “얼마나 성실하신지 몰라요. 진짜 성실하세요. 다른 분들은 아침에 좀 늦게 나오시는데 그분만 일찍 나오셔서 그렇게 하신다고요. ” 식당 운영에 실패한 뒤 월세 20만 원의 단칸방에 살아오던 노부부. 남편 오 씨는 새벽부터 이어지는 배달 일에 중증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부인의 간병까지 맡아 왔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몇 년 살았지만 아무 문제없이. 직장 다니면서 굉장히 화목하게 사시는 가정인데. 굉장히 그냥 조용히 들어오고 조용히 나가시고 굉장히 양순하신 분인데. ” 하지만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그의 죄를 덮을 수는 없습니다. <녹취> 오00 (70 / 피의자 /음성변조) : “지금 심정은 죽고 싶네요.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돼요. 아무 일도 아닌데 참았으면. 참을 수 있는 일이죠.” 서로 지지 않으려는 기 싸움이 불러온 비극. 그리고 홧김에 저지른 단 한 번의 폭행으로 평범한 가장에서 피의자 신세가 되버린 오 씨.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오 씨는 오늘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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