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대를 잇는 한복 만드는 남자?

입력 2012.04.23 (09:29) 수정 2012.04.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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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남성 꽃꽂이 디자이너, 이렇게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죠.



그런데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해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남성이 있습니다.



한복짓는 남자, 김기상씨인데요.



평범한 한복 제작이 아니라 전통방식 그대로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옷 한 벌을 만드는 한복 장인인데요.



남자가 무슨 바느질이냐는 주변의 시선도 많았지만 그저 바느질이 좋아서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침선장 무형문화재를 전수하고 있는 김기상씨를 만났다고요.



<기자 멘트>



손바느질 훈련만 8년을 했다는데요.



재봉틀로는 한복을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여성들의 문화로 일컬어지는 규방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김기상 씨.



공대를 졸업한 그가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가 되기까지의 그 특별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한 땀 한 땀 만든 이의 정성이 들어가는 한복 바느질. 남자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손길의 주인공은, 바로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김기상씨입니다.



여성들의 문화라 일컬어지는 규방문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전통 한복의 세계가 남자에게는 낯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의외로 김기상씨 본인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복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배우진 않았지만, 눈썰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어머니가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 학교 다닐 때 교복은 (직접) 줄이고, 단추 달고 다림질은 제가 다 했어요."



(공대를 졸업하고) 여행업을 하던 김기상씨가 한복의 길로 들어선 것은 서울무형문화재 침선장인 어머니 박광훈씨의 후계를 잇기 위해서였는데요.



18살에 한복을 만들기 시작, 전통복식 연구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 맏아들인 김기상씨가 뒤를 잇겠다고 했을 때 반대도 했었지만, 이제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광훈(서울 무형문화재 제 11호 침선장) : "남자가 (한복을) 만든다는 것이 힘들지만, 워낙 소질이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딸이 결혼하고 안 하니까 아들이라도 이어받으니까 마음이 흐뭇했어요."



바느질을 시작하고 13년 만인 2005년,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조교 자격증을 수료한 김기상씨.



만든 이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지만 비로소 전통 한복이 완성되는 것을 알기에 편한 재봉틀 대신 20년 동안 손바느질만 고집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앞 바느질이) 곱게 되더라도 뒤쪽까지 같아야 (한복이) 완성됐을 때 틈이 벌어지지 않거든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어머님께서 첫 번째로 하시는 말씀이 ‘재봉틀로는 한복을 만들지 마라.’ 라 하셔서 8년을 그냥 손바느질만 (훈련)했어요. 저는 재봉틀보단 손바느질이 재밌고 더 편해요."



당시만 해도 바느질은 여성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



남자인 그가 한복을 만든 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욱더 한복 만드는 일에 전념했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어떤 분은 남자가 (한복을) 만드느냐, 뭐 주위에 친한 사람들도 괜히 어머님께서 무형문화재니까 한다고 그러는 것 아니냐. 그냥 다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보든지 (상관없이). 또 제 나름대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꾸준히 계속하면 되겠다 싶어서.."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드는 한편, 요즘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전통복식의 재현입니다.



역사 속에 살아있는 한복 고유의 멋스러움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데요.



늦은 밤. 김기상씨의 연구실 불이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전통 한복을 지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때 어머니가 지은 전통 한복에 대한 책은 훌륭한 교과서로 쓰입니다.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제 나름대로 제가 (한복을) 만들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해서 책을 내게 되면 어머님 책보다 (변화상에 대한) 보충이 되겠죠."



매주 화요일. 김기상씨를 볼 수 있는 곳은 연구실이 아닌 한 대학교의 강의실입니다.



전통 복식에 대한 강의 중인데요.



학생들은 모두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처음 한복을 접하는 것처럼 열의가 뜨겁습니다.



그 속에서 조용히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 박광훈씨. 그녀가 지은 한복은 전직 대통령과 부인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는데요.



그런 어머니의 솜씨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제는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김기상씨. 남자인데도 한복을 꼼꼼하게 만드는 야무진 솜씨에 보는 사람마다 감탄합니다.



<녹취>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는데요"



<인터뷰> 박광훈(서울 무형문화재 제 11호 침선장) : "대충 대충하면 틀림이 있는데 (꼼꼼해서 한복 만드는데) 틀림이 없어요"



바느질 하는 남자 김기상씨. 전통 한복을 지키고 이어가겠다는 사명감으로 걸어온 20년 외길 인생에, 바람이 있다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 "제가 알고 있는 (한복에 대한)것을 후배들이나 후학들에게 다 가르쳐 줄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전통(한복)은 계승되어야 하니까요"



남자지만 손바느질이 좋아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고 전통 한복장인으로 우뚝 선 김기상씨.



그가 만든 아름다운 전통 한복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매혹시킬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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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대를 잇는 한복 만드는 남자?
    • 입력 2012-04-23 09:29:40
    • 수정2012-04-23 14: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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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남성 꽃꽂이 디자이너, 이렇게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죠.

그런데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해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남성이 있습니다.

한복짓는 남자, 김기상씨인데요.

평범한 한복 제작이 아니라 전통방식 그대로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옷 한 벌을 만드는 한복 장인인데요.

남자가 무슨 바느질이냐는 주변의 시선도 많았지만 그저 바느질이 좋아서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침선장 무형문화재를 전수하고 있는 김기상씨를 만났다고요.

<기자 멘트>

손바느질 훈련만 8년을 했다는데요.

재봉틀로는 한복을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여성들의 문화로 일컬어지는 규방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김기상 씨.

공대를 졸업한 그가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가 되기까지의 그 특별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한 땀 한 땀 만든 이의 정성이 들어가는 한복 바느질. 남자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손길의 주인공은, 바로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김기상씨입니다.

여성들의 문화라 일컬어지는 규방문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전통 한복의 세계가 남자에게는 낯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의외로 김기상씨 본인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복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배우진 않았지만, 눈썰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어머니가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 학교 다닐 때 교복은 (직접) 줄이고, 단추 달고 다림질은 제가 다 했어요."

(공대를 졸업하고) 여행업을 하던 김기상씨가 한복의 길로 들어선 것은 서울무형문화재 침선장인 어머니 박광훈씨의 후계를 잇기 위해서였는데요.

18살에 한복을 만들기 시작, 전통복식 연구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 맏아들인 김기상씨가 뒤를 잇겠다고 했을 때 반대도 했었지만, 이제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광훈(서울 무형문화재 제 11호 침선장) : "남자가 (한복을) 만든다는 것이 힘들지만, 워낙 소질이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딸이 결혼하고 안 하니까 아들이라도 이어받으니까 마음이 흐뭇했어요."

바느질을 시작하고 13년 만인 2005년, 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조교 자격증을 수료한 김기상씨.

만든 이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지만 비로소 전통 한복이 완성되는 것을 알기에 편한 재봉틀 대신 20년 동안 손바느질만 고집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앞 바느질이) 곱게 되더라도 뒤쪽까지 같아야 (한복이) 완성됐을 때 틈이 벌어지지 않거든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어머님께서 첫 번째로 하시는 말씀이 ‘재봉틀로는 한복을 만들지 마라.’ 라 하셔서 8년을 그냥 손바느질만 (훈련)했어요. 저는 재봉틀보단 손바느질이 재밌고 더 편해요."

당시만 해도 바느질은 여성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

남자인 그가 한복을 만든 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욱더 한복 만드는 일에 전념했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어떤 분은 남자가 (한복을) 만드느냐, 뭐 주위에 친한 사람들도 괜히 어머님께서 무형문화재니까 한다고 그러는 것 아니냐. 그냥 다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보든지 (상관없이). 또 제 나름대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꾸준히 계속하면 되겠다 싶어서.."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드는 한편, 요즘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전통복식의 재현입니다.

역사 속에 살아있는 한복 고유의 멋스러움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데요.

늦은 밤. 김기상씨의 연구실 불이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전통 한복을 지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때 어머니가 지은 전통 한복에 대한 책은 훌륭한 교과서로 쓰입니다.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제 나름대로 제가 (한복을) 만들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해서 책을 내게 되면 어머님 책보다 (변화상에 대한) 보충이 되겠죠."

매주 화요일. 김기상씨를 볼 수 있는 곳은 연구실이 아닌 한 대학교의 강의실입니다.

전통 복식에 대한 강의 중인데요.

학생들은 모두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처음 한복을 접하는 것처럼 열의가 뜨겁습니다.

그 속에서 조용히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 박광훈씨. 그녀가 지은 한복은 전직 대통령과 부인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는데요.

그런 어머니의 솜씨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제는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김기상씨. 남자인데도 한복을 꼼꼼하게 만드는 야무진 솜씨에 보는 사람마다 감탄합니다.

<녹취>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는데요"

<인터뷰> 박광훈(서울 무형문화재 제 11호 침선장) : "대충 대충하면 틀림이 있는데 (꼼꼼해서 한복 만드는데) 틀림이 없어요"

바느질 하는 남자 김기상씨. 전통 한복을 지키고 이어가겠다는 사명감으로 걸어온 20년 외길 인생에, 바람이 있다는데요.

<인터뷰> 김기상(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수 조교 ) : "제가 알고 있는 (한복에 대한)것을 후배들이나 후학들에게 다 가르쳐 줄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전통(한복)은 계승되어야 하니까요"

남자지만 손바느질이 좋아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고 전통 한복장인으로 우뚝 선 김기상씨.

그가 만든 아름다운 전통 한복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매혹시킬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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