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탈북자 건강 적신호…“사회적응 도와야”

입력 2012.04.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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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28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줍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탈북자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B형 간염 감염률이 일반 국민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키와 몸무게도 일반 국민의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탈북자들의 열악한 건강 실태와 해결 방안을 정소라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녹취> 석영환 원장 : "요즘 소화는 잘 되세요? "

환자 : "예, 괜찮습니다. "

석 원장 : "이렇게 해보세요."

70대의 이길웅 할아버지는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고령인 탓도 있지만, 위산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2000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후 계속 병원을 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 보험 혜택을 받고도 직접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많았습니다.

결국 서서히 병원으로 가는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인터뷰>이길웅(탈북자/2000년 탈북) : "내가 지금 위병을 앓은 게 60년대부터니까 꽤 오래됐죠. 정 아프지 않으면 (병원
에) 안갑니다. 몹시 소화가 안 된다 그러면 가서 약을 타서 먹기도 하고."

그러던 중 탈북자 출신 한의사 석영환 원장을 알게 됐습니다.

석 원장은 북한식 침술과 뜸으로 탈북자를 치료했고,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길웅(탈북자/2000년 탈북) : "공통의 처지, 같은 처지의 한의원이 운영되고 있으니까 그게 참으로 고맙고. 그리고 여기 와서 이때까지 무료 치료를 받으니까 더없이 고맙고 좋은 거죠."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 따라 주민등록일로부터 3년에서 5년까지 의료 급여 수급권자로 지정돼 일반 국민보다 보험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탈북자들의 소득과 직업에 따라 의료 급여의 수준이 달라지는데다, 중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석영환(한의사/1998년 탈북) : "탈북자들 세계에서도 또 소외계층이 있어요. 이 땅에서 오래 살았으면 보험이라도 하나 들었던지, 뭐 부모 형제 사돈의 팔촌해서 손 내밀 데가 있는데 탈북자들은 그게 없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지금 현재 병원에서 그분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거는 의사로서 의료봉사 혜택이죠."

20대 중반의 탈북여성이 우울증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전 국민의 1/3은 죽기 전에 1번씩은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꿈꾸던 남한 땅에 도착했지만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고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원형(하나의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언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황을 거쳐 오시기 때문에 일단 스트레스를 워낙 많이 받으셨고요. 아무래도 대한민국 국민들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많으신 분들이고요."

하나원에 입소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을 때 열악한 식량 사정 탓에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못했고, 탈북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고초를 겪는 바람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하나원엔 지난 2004년부터 공중보건의가 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신경정신과를 비롯해 내과, 치과, 소아청소년과, 한방과 이렇게 다섯 개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상주하며 탈북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의원 간호사) : "건강 때문에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 그
러면 하나원에도 여기 있는 동안에 건강관리를 적절하게 해서 이 분들이 나갈 때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해야 되겠다."

지난해 조사 결과 19세부터 29세 탈북자 남녀의 평균 키는 남한 주민 대비 남자는 약 9cm, 여자는 약 7cm가 작고. 체중은 14kg이 적게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9살 이하 탈북 어린이들의 경우 평균 신장은 118cm, 체중은 18kg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10년 전 조사 때보다도 신장은 6cm, 체중은 6kg이 줄어든 수치로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빈혈 유병률은 30세 이하 탈북 남성이 평균 약 6%, 여성이 23%인가 하면 B형 간염 감염률은 남한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고난의 행군’ 이후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병원 대신 민간요법이나 자가 치료에 의지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탈북자들 역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약물 오남용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원형(하나의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로 이제 자가 치료를 그렇게 해서 많이 하시고요. 자가 치료 자체가 안정제나 보통 진통제에 국한되기 때문에 큰 병을 놓치고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하나원에서는 탈북자들이 건강과 진료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복약지도와 영양 및 운동정보를 제공하고 생활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어려운 의학용어도 설명해 주며 탈북자들의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대체적으로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지금 이곳에선 무료 건강검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부터 초음파, 내시경 검사까지.

지난 26일부터 50여명의 탈북자들이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유호열(코리아정책 연구원장) : "치료는 뭐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이 예방 또는 검진 이런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이 됐고."

지난 2005년 탈북한 마흔 세 살 최영미씨는 이번이 첫 번째 건강검진입니다.

대부분의 탈북자가 그렇듯이 생업에 매달리보니 건강은 뒷전이었습니다.

<인터뷰> 최영미(탈북자/2005년 탈북) : "평소에 그냥 일하다 보니까 특별히 시간을 내서 받는 것도 그렇고 또 거기는 돈이 들어가야 되니까 그런 문제도 많이 걸려 있죠.

<인터뷰> 김영주(탈북자/2000년 탈북) : "아프면서도 일 때문에 계속 돈 벌어야 된다는 그런 강박 때문에. 괜찮고, 낫겠지 이러면서 어쨌든 계속 병을 키워온 것 같아요."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탈북자들이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03년 남한에 온 마순희 씨는 탈북자 전문 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남한 생활 10년 째, 이미 남한 적응을 마친 마순희 씨가 탈북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 방법도 찾아줍니다.

지금은 의욕적으로 일하며 보람을 느끼지만, 처음부터 남한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데다 남한 생활 부적응에 따른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한 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마순희(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상담사/1998년 탈북) :"살면서 일자리도 없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정말 못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스트레스도 받고 하면서 막 그러다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퉁퉁 붓고 허리가 아파서 팔을 올리지 못하고 막 그럴 정도로 너무 심각하게 아팠어요."

마순희 씨처럼 상당수의 탈북자는 부적응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의원 간호사) : "하나원에서 많이 회복을 해서 나갔을지라도 남한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면서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가지고 오히려 하나원에서 있던 우울이나 불안이나 적응 장애 이런 것들이 지역 사회에 나가서 더 가중되는 경우도 사실을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남한 사회 적응에 실패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탈북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자살률은 2008년 10.4%, 2009년 16.3%로 일반 국민 평균 자살률 6.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고 남한 생활에 적응이 되면 건강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셈입니다.

<인터뷰> 마순희(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상담사/1998년 탈북) : "치료를 많이 받았는데 한 3~4년 지나서 생활도 안정되고 직장에도 나가고 하면서 마음이 안정되니까 특별하게 치료 받은 것 없는데 지금까지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결국 탈북자의 건강은 탈북자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의 적응을 돕고 포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 의원 간호사) :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이탈주민의 건강뿐 아니고 우리 사회에 살
기위해서 오신 분들한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이분들을 좀 대해줬으면 그런 환경이 계속되면 이 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도 줄어들 것이고 이분들을 건강한 정착으로 돕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자유와 보다 나은 미래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자들의 건강한 정착은 탈북자와 우리 사회는 물론 통일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뿐만 아니라 관련단체와 의료기관, 또 개인 후원자까지 나서서 탈북자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해 주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런 따뜻한 관심이 더 많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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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탈북자 건강 적신호…“사회적응 도와야”
    • 입력 2012-04-28 10:21:5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28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줍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탈북자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B형 간염 감염률이 일반 국민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키와 몸무게도 일반 국민의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탈북자들의 열악한 건강 실태와 해결 방안을 정소라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녹취> 석영환 원장 : "요즘 소화는 잘 되세요? " 환자 : "예, 괜찮습니다. " 석 원장 : "이렇게 해보세요." 70대의 이길웅 할아버지는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고령인 탓도 있지만, 위산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2000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후 계속 병원을 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 보험 혜택을 받고도 직접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많았습니다. 결국 서서히 병원으로 가는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인터뷰>이길웅(탈북자/2000년 탈북) : "내가 지금 위병을 앓은 게 60년대부터니까 꽤 오래됐죠. 정 아프지 않으면 (병원 에) 안갑니다. 몹시 소화가 안 된다 그러면 가서 약을 타서 먹기도 하고." 그러던 중 탈북자 출신 한의사 석영환 원장을 알게 됐습니다. 석 원장은 북한식 침술과 뜸으로 탈북자를 치료했고,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길웅(탈북자/2000년 탈북) : "공통의 처지, 같은 처지의 한의원이 운영되고 있으니까 그게 참으로 고맙고. 그리고 여기 와서 이때까지 무료 치료를 받으니까 더없이 고맙고 좋은 거죠."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 따라 주민등록일로부터 3년에서 5년까지 의료 급여 수급권자로 지정돼 일반 국민보다 보험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탈북자들의 소득과 직업에 따라 의료 급여의 수준이 달라지는데다, 중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석영환(한의사/1998년 탈북) : "탈북자들 세계에서도 또 소외계층이 있어요. 이 땅에서 오래 살았으면 보험이라도 하나 들었던지, 뭐 부모 형제 사돈의 팔촌해서 손 내밀 데가 있는데 탈북자들은 그게 없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지금 현재 병원에서 그분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거는 의사로서 의료봉사 혜택이죠." 20대 중반의 탈북여성이 우울증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전 국민의 1/3은 죽기 전에 1번씩은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꿈꾸던 남한 땅에 도착했지만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고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원형(하나의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언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황을 거쳐 오시기 때문에 일단 스트레스를 워낙 많이 받으셨고요. 아무래도 대한민국 국민들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많으신 분들이고요." 하나원에 입소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을 때 열악한 식량 사정 탓에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못했고, 탈북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고초를 겪는 바람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하나원엔 지난 2004년부터 공중보건의가 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신경정신과를 비롯해 내과, 치과, 소아청소년과, 한방과 이렇게 다섯 개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상주하며 탈북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의원 간호사) : "건강 때문에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 그 러면 하나원에도 여기 있는 동안에 건강관리를 적절하게 해서 이 분들이 나갈 때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해야 되겠다." 지난해 조사 결과 19세부터 29세 탈북자 남녀의 평균 키는 남한 주민 대비 남자는 약 9cm, 여자는 약 7cm가 작고. 체중은 14kg이 적게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9살 이하 탈북 어린이들의 경우 평균 신장은 118cm, 체중은 18kg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10년 전 조사 때보다도 신장은 6cm, 체중은 6kg이 줄어든 수치로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빈혈 유병률은 30세 이하 탈북 남성이 평균 약 6%, 여성이 23%인가 하면 B형 간염 감염률은 남한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고난의 행군’ 이후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병원 대신 민간요법이나 자가 치료에 의지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탈북자들 역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약물 오남용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원형(하나의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로 이제 자가 치료를 그렇게 해서 많이 하시고요. 자가 치료 자체가 안정제나 보통 진통제에 국한되기 때문에 큰 병을 놓치고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하나원에서는 탈북자들이 건강과 진료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복약지도와 영양 및 운동정보를 제공하고 생활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어려운 의학용어도 설명해 주며 탈북자들의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대체적으로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지금 이곳에선 무료 건강검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부터 초음파, 내시경 검사까지. 지난 26일부터 50여명의 탈북자들이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유호열(코리아정책 연구원장) : "치료는 뭐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이 예방 또는 검진 이런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이 됐고." 지난 2005년 탈북한 마흔 세 살 최영미씨는 이번이 첫 번째 건강검진입니다. 대부분의 탈북자가 그렇듯이 생업에 매달리보니 건강은 뒷전이었습니다. <인터뷰> 최영미(탈북자/2005년 탈북) : "평소에 그냥 일하다 보니까 특별히 시간을 내서 받는 것도 그렇고 또 거기는 돈이 들어가야 되니까 그런 문제도 많이 걸려 있죠. <인터뷰> 김영주(탈북자/2000년 탈북) : "아프면서도 일 때문에 계속 돈 벌어야 된다는 그런 강박 때문에. 괜찮고, 낫겠지 이러면서 어쨌든 계속 병을 키워온 것 같아요."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탈북자들이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03년 남한에 온 마순희 씨는 탈북자 전문 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남한 생활 10년 째, 이미 남한 적응을 마친 마순희 씨가 탈북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 방법도 찾아줍니다. 지금은 의욕적으로 일하며 보람을 느끼지만, 처음부터 남한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데다 남한 생활 부적응에 따른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한 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마순희(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상담사/1998년 탈북) :"살면서 일자리도 없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정말 못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스트레스도 받고 하면서 막 그러다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퉁퉁 붓고 허리가 아파서 팔을 올리지 못하고 막 그럴 정도로 너무 심각하게 아팠어요." 마순희 씨처럼 상당수의 탈북자는 부적응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의원 간호사) : "하나원에서 많이 회복을 해서 나갔을지라도 남한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면서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가지고 오히려 하나원에서 있던 우울이나 불안이나 적응 장애 이런 것들이 지역 사회에 나가서 더 가중되는 경우도 사실을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남한 사회 적응에 실패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탈북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자살률은 2008년 10.4%, 2009년 16.3%로 일반 국민 평균 자살률 6.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고 남한 생활에 적응이 되면 건강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셈입니다. <인터뷰> 마순희(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상담사/1998년 탈북) : "치료를 많이 받았는데 한 3~4년 지나서 생활도 안정되고 직장에도 나가고 하면서 마음이 안정되니까 특별하게 치료 받은 것 없는데 지금까지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결국 탈북자의 건강은 탈북자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의 적응을 돕고 포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전정희(하나 의원 간호사) :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이탈주민의 건강뿐 아니고 우리 사회에 살 기위해서 오신 분들한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이분들을 좀 대해줬으면 그런 환경이 계속되면 이 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도 줄어들 것이고 이분들을 건강한 정착으로 돕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자유와 보다 나은 미래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자들의 건강한 정착은 탈북자와 우리 사회는 물론 통일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뿐만 아니라 관련단체와 의료기관, 또 개인 후원자까지 나서서 탈북자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해 주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런 따뜻한 관심이 더 많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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