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남편 살해 후 자살…무슨 일이?

입력 2012.05.04 (09:05) 수정 2012.05.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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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월은 가족의 달이죠.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모두 이번 달에 몰려 있는데요.

가정이 화목해야 할 5월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아내가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그동안 주변 사람이 보기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금슬이 좋아 보였다면서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기자 멘트>

네, 두 부부는 마흔살 동갑내기인데요.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 사이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밤새 자녀들도 무슨일이 일어난 지 모를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은 더욱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부부에게 이런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정의 달인 5월의 첫 날에 날아든 비보.

하루아침에 가족을 둘이나 잃은 유족들은 말을 건네기조차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유족(음성변조) :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지금 울고 계시는데...”

<녹취> 유족(음성변조) : “참 착실한 조카인데. 선배고 후배고 부모님이고 진짜 잘 했는데...”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자 40살의 동갑내기 부부가 10여년을 살았던 아파트 주변 분위기 역시 한껏 얼어붙어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 부부를 지켜봐왔던 이웃주민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진짜 깜짝 놀랐다고. 너무 놀랐다니까요. 아줌마들끼리 대화할 때 보면 아저씨도 가정적이고 사이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굉장히 밝은 성격, 항상 웃고 명랑한 성격이었습니다.”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없어 보이는 화목한 가정이었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

대체 이들 부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3시 50분 경.

그런데 집안은 이상할 정도로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딸이 학교 마치고 왔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안방문도 잠겨있고 해서 창문으로 쳐다보니까피를 많이 흘리고 있고 어머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거든요.”

첫째 딸 주모 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와 뒤이어 도착한 경찰.

굳게 닫혀있던 안방 너머에는 참혹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남자는 화장실 쪽에 웅크린 채 죽어있었고 여자는 뒤로 누운 채로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남편 주모 씨와 아내 전모 씨.

현장에는 유서 한 장 발견되지 않았지만 타살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출입문이 잠겨있었고 안방 문도 잠겨있고 창문도 잠겨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부부의 갈등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나 판단됐고 수사한 바로도 외부흔적 침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부검 결과, 아내가 잠든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자신도 흉기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는데요.

하지만 밤새 집안에 있던 두 자녀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엄마 아빠가 큰 소리 한 번 내는 것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을 안 했답니다. 그날도 아침에 학교를 가기 위해서 문을 여는데 안방 문이 잠겨 있더랍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주무시나보다 싶어서 아무 말 없이 그대로 학교에 등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인 전 씨와 가깝게 지내왔던 한 이웃주민은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전 여인이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음악소리가 쿵쾅거리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화병이 많이 차있는 것 같다. 한의원에 가서 약을 좀 먹는 게 어떻겠냐 그 말까지 하고 갔죠.”

사실 얼마 전부터 전 여인이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내비쳤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생활비가 부족한데 남자가 자꾸 돈을 벌러 나가라고 한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요. 그러면서 신랑이 얘기를 잘 안한다. 매일 새벽에 들어온다..”

몇 년전부터 전업주부인 아내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무시해왔다는 남편 주 씨의 행동.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아내 전 씨는 남편과의 갈등 때문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 “한 열흘 전에 신경과에 가니까 우울증, 조울증이 심하니까 입원치료를 하라고 했는데 (집에서) 이해를 해 주면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날 사건이 있는 날도 치료 가기로 약속을 잡아놓았습니다.”

하지만 전 여인은 끝내 상처난 마음을 제대로 치료하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처럼 가정 내 강력범죄가 심각한 가정폭력에 의해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시흥에서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사건이 벌어졌었죠.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상대로 벌인 남편의 잔인한 범행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못했는데요.

전문가는 부부사이의 갈등을 더 이상 가정 내에서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문제가 발생할 초기에 정신과의 상담을 받아보던지 또는 부부가 함께하는 치료프로그램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히 서로간의 막혀있는 대화 의 물꼬를 트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번 김해 40대 부부 사망 사건 역시, 좀 더 이른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부모가 돌아가시는데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의 엄마, 아빠의 갈등 때문에 서로 죽게 됐는데 충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이런 가정 내 강력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장치 마련도 절실한 실정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번 달부터 부부싸움 신고접수를 받은 경찰이 영장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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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04 09:05:40
    • 수정2012-05-04 11: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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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월은 가족의 달이죠.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모두 이번 달에 몰려 있는데요. 가정이 화목해야 할 5월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아내가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그동안 주변 사람이 보기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금슬이 좋아 보였다면서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기자 멘트> 네, 두 부부는 마흔살 동갑내기인데요.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 사이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밤새 자녀들도 무슨일이 일어난 지 모를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은 더욱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부부에게 이런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정의 달인 5월의 첫 날에 날아든 비보. 하루아침에 가족을 둘이나 잃은 유족들은 말을 건네기조차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유족(음성변조) :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지금 울고 계시는데...” <녹취> 유족(음성변조) : “참 착실한 조카인데. 선배고 후배고 부모님이고 진짜 잘 했는데...”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자 40살의 동갑내기 부부가 10여년을 살았던 아파트 주변 분위기 역시 한껏 얼어붙어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 부부를 지켜봐왔던 이웃주민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진짜 깜짝 놀랐다고. 너무 놀랐다니까요. 아줌마들끼리 대화할 때 보면 아저씨도 가정적이고 사이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굉장히 밝은 성격, 항상 웃고 명랑한 성격이었습니다.”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없어 보이는 화목한 가정이었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 대체 이들 부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3시 50분 경. 그런데 집안은 이상할 정도로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딸이 학교 마치고 왔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안방문도 잠겨있고 해서 창문으로 쳐다보니까피를 많이 흘리고 있고 어머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거든요.” 첫째 딸 주모 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와 뒤이어 도착한 경찰. 굳게 닫혀있던 안방 너머에는 참혹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남자는 화장실 쪽에 웅크린 채 죽어있었고 여자는 뒤로 누운 채로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남편 주모 씨와 아내 전모 씨. 현장에는 유서 한 장 발견되지 않았지만 타살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출입문이 잠겨있었고 안방 문도 잠겨있고 창문도 잠겨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부부의 갈등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나 판단됐고 수사한 바로도 외부흔적 침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부검 결과, 아내가 잠든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자신도 흉기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는데요. 하지만 밤새 집안에 있던 두 자녀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엄마 아빠가 큰 소리 한 번 내는 것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을 안 했답니다. 그날도 아침에 학교를 가기 위해서 문을 여는데 안방 문이 잠겨 있더랍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주무시나보다 싶어서 아무 말 없이 그대로 학교에 등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인 전 씨와 가깝게 지내왔던 한 이웃주민은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전 여인이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음악소리가 쿵쾅거리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화병이 많이 차있는 것 같다. 한의원에 가서 약을 좀 먹는 게 어떻겠냐 그 말까지 하고 갔죠.” 사실 얼마 전부터 전 여인이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내비쳤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생활비가 부족한데 남자가 자꾸 돈을 벌러 나가라고 한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요. 그러면서 신랑이 얘기를 잘 안한다. 매일 새벽에 들어온다..” 몇 년전부터 전업주부인 아내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무시해왔다는 남편 주 씨의 행동.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아내 전 씨는 남편과의 갈등 때문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 “한 열흘 전에 신경과에 가니까 우울증, 조울증이 심하니까 입원치료를 하라고 했는데 (집에서) 이해를 해 주면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날 사건이 있는 날도 치료 가기로 약속을 잡아놓았습니다.” 하지만 전 여인은 끝내 상처난 마음을 제대로 치료하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처럼 가정 내 강력범죄가 심각한 가정폭력에 의해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시흥에서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사건이 벌어졌었죠.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상대로 벌인 남편의 잔인한 범행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못했는데요. 전문가는 부부사이의 갈등을 더 이상 가정 내에서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문제가 발생할 초기에 정신과의 상담을 받아보던지 또는 부부가 함께하는 치료프로그램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히 서로간의 막혀있는 대화 의 물꼬를 트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번 김해 40대 부부 사망 사건 역시, 좀 더 이른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터뷰> 이범수(경위/김해서부경찰서 강력2팀) : “부모가 돌아가시는데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의 엄마, 아빠의 갈등 때문에 서로 죽게 됐는데 충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이런 가정 내 강력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장치 마련도 절실한 실정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번 달부터 부부싸움 신고접수를 받은 경찰이 영장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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