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들 위해 방화?…‘빗나간 모정’

입력 2012.05.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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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 다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곤란한 거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들이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켜 해고됐는데, 아들의 잘못을 나무라긴커녕 오히려 이 직장에 가서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이 직장이 PC방이었다면서요.

며칠 전 노래방 화재가 생각나는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네요.

네, 아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불을 낸건데요.

심지어 범행을 저지르는데 아들은 물론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릇된 모정이 불러일으킨 방화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0일 새벽, 서울의 한 지하 PC방 화장실에서 의문의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녹취> 화재 목격자 (음성변조) : “불 끌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불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지금 이 안쪽에 다 탔거든요. 휴지걸이하고 휴지통은 다 녹았어요, 타서.”

성인의 키 높이만큼 솟아올랐던 불길은 다행히 5분 만에 진화됐지만 소방서 추산 23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1분만 늦게 발견했으면 제 생각에는 이 앞 까지 난리 났을 거예요.”

좁은 통로로 된 출입구가 유일한 건물.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는데요.

그런데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을 둘러보던 경찰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현장 감식반 직원하고 같이 가서 보니까 현장에 휘발성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실화가 아니고 방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서 PC방 내에 설치된 CCTV 및 인근에 직원들을 보내서 빠른 시간내로 탐문을 실시했습니다.”

방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먼저 PC방 반경 100m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불이 난 날 새벽의 PC방 주변 골목을 걸어가는 세 사람의 모습 보이시죠?

그런데 얼마 뒤, PC방 앞에 세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사이, 일행 중 한 명의 손에는 작은 페트병이 들려있는데요.

수사는 그 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cctv에 녹화된 사람의 사진을 빼서 피의자한테 면접을 시키니까 피해자가 세명 중 한 명이 그날 당일 잠시 들렸던 전에 아르바이트했던 종업원이었다 그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화면 속 주인공은 화재 전날까지 PC방에서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 25살 김 모씨.

나머지 두 사람은 김씨의 어머니와 여자친구로 드러났는데요.

자신은 화재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던 김 씨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집중 추궁해보니 그날 불을 놓은 거는 자기 엄마다. 자기들은 엄마가 제의해서 불을 놓는데 같이 가게 됐다, 그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이번 범행의 주도자가 다름 아닌 김 씨의 엄마인 51살 한모 씨라는 진술!

대체 왜 김 씨의 어머니는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던 김 씨가 집에서 5분 거리의 PC방에서 한 달에 1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김 씨가 일을 한 지 한 달 남짓 됐을 때, PC방의 사장은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매출) 내역이랑 확인을 해보니까 틀린 게 몇 군데씩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추궁을 하게 된 거죠.”

김씨가 일했던 시간대의 실제 매출액이 매번 정산요금과 차이가 났던 거였는데요.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횡령금액이) 한 57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이 친구가 한달 근무를 섰는데요. 집을 찾아가서 어머니한테 아드님이 돈을 빼갔는데 빼간 거랑 가불한 거랑 해서 금액이 (월급과) 얼추 비슷하니까 저는 없는 일로 하자고 얘기를 한 거죠.”

횡령사실이 드러난 뒤, 결국 김 씨는 약속했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했는데요.

이 사실을 안 김 씨의 어머니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차액이라도 내 놓으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그러면 횡령한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기로 한 돈은 줘야 되지 않느냐, 따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결국 아들을 해고한 업주에 앙갚음을 하기로 결심한 건데요.

한 씨의 빗나간 모정, 결국 그 날 새벽, 한 여인은 아들은 물론 아들의 여자 친구까지 동원해 PC방에 불을 지르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주유소 가서 천원어치 휘발유를 사려고 했는데 가는 도중에 오토바이가 있으니까 오토바이에서 기름을 빼낸 거죠. 어머니가 길바닥에 있던 막걸리통을 들고 아들이 오토바이를 기울여서 기름을 빼내 서 지금 막걸리 통에 기름을 담아가지고 오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구한 휘발유 500ml를 들고 세 사람은 각자 역할까지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녹취> PC방 직원 (음성변조) : “왠일이냐, 그냥 왔어요. 막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한 바퀴 훑어보고 화장실 한 번 들어갔다오고 그냥 나가더라고요.”

아들이 PC방 직원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 아들의 여자친구는 1층 현관에서 망을 보고, 엄마 한 씨는 화장실로 들어가 불을 지른 뒤 달아났는데요.

모든 혐의가 드러난 뒤에도 한 여인은 내 아들이 불 지르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 일반적인 사랑이나 과도한 사랑이 오히려 자식을 더 나쁘게 하고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향한 그릇된 사랑이 낳은 씁쓸한 사건.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등의 혐의로 엄마 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을 도운 아들 김씨와 여자친구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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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들 위해 방화?…‘빗나간 모정’
    • 입력 2012-05-11 08:59:3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 다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곤란한 거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들이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켜 해고됐는데, 아들의 잘못을 나무라긴커녕 오히려 이 직장에 가서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이 직장이 PC방이었다면서요. 며칠 전 노래방 화재가 생각나는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네요. 네, 아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불을 낸건데요. 심지어 범행을 저지르는데 아들은 물론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릇된 모정이 불러일으킨 방화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0일 새벽, 서울의 한 지하 PC방 화장실에서 의문의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녹취> 화재 목격자 (음성변조) : “불 끌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불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지금 이 안쪽에 다 탔거든요. 휴지걸이하고 휴지통은 다 녹았어요, 타서.” 성인의 키 높이만큼 솟아올랐던 불길은 다행히 5분 만에 진화됐지만 소방서 추산 23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1분만 늦게 발견했으면 제 생각에는 이 앞 까지 난리 났을 거예요.” 좁은 통로로 된 출입구가 유일한 건물.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는데요. 그런데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을 둘러보던 경찰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현장 감식반 직원하고 같이 가서 보니까 현장에 휘발성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실화가 아니고 방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서 PC방 내에 설치된 CCTV 및 인근에 직원들을 보내서 빠른 시간내로 탐문을 실시했습니다.” 방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먼저 PC방 반경 100m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불이 난 날 새벽의 PC방 주변 골목을 걸어가는 세 사람의 모습 보이시죠? 그런데 얼마 뒤, PC방 앞에 세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사이, 일행 중 한 명의 손에는 작은 페트병이 들려있는데요. 수사는 그 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cctv에 녹화된 사람의 사진을 빼서 피의자한테 면접을 시키니까 피해자가 세명 중 한 명이 그날 당일 잠시 들렸던 전에 아르바이트했던 종업원이었다 그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화면 속 주인공은 화재 전날까지 PC방에서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 25살 김 모씨. 나머지 두 사람은 김씨의 어머니와 여자친구로 드러났는데요. 자신은 화재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던 김 씨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집중 추궁해보니 그날 불을 놓은 거는 자기 엄마다. 자기들은 엄마가 제의해서 불을 놓는데 같이 가게 됐다, 그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이번 범행의 주도자가 다름 아닌 김 씨의 엄마인 51살 한모 씨라는 진술! 대체 왜 김 씨의 어머니는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던 김 씨가 집에서 5분 거리의 PC방에서 한 달에 1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김 씨가 일을 한 지 한 달 남짓 됐을 때, PC방의 사장은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매출) 내역이랑 확인을 해보니까 틀린 게 몇 군데씩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추궁을 하게 된 거죠.” 김씨가 일했던 시간대의 실제 매출액이 매번 정산요금과 차이가 났던 거였는데요. <녹취> 피해 PC방 업주 (음성변조) : “(횡령금액이) 한 57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이 친구가 한달 근무를 섰는데요. 집을 찾아가서 어머니한테 아드님이 돈을 빼갔는데 빼간 거랑 가불한 거랑 해서 금액이 (월급과) 얼추 비슷하니까 저는 없는 일로 하자고 얘기를 한 거죠.” 횡령사실이 드러난 뒤, 결국 김 씨는 약속했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했는데요. 이 사실을 안 김 씨의 어머니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차액이라도 내 놓으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그러면 횡령한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기로 한 돈은 줘야 되지 않느냐, 따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결국 아들을 해고한 업주에 앙갚음을 하기로 결심한 건데요. 한 씨의 빗나간 모정, 결국 그 날 새벽, 한 여인은 아들은 물론 아들의 여자 친구까지 동원해 PC방에 불을 지르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주유소 가서 천원어치 휘발유를 사려고 했는데 가는 도중에 오토바이가 있으니까 오토바이에서 기름을 빼낸 거죠. 어머니가 길바닥에 있던 막걸리통을 들고 아들이 오토바이를 기울여서 기름을 빼내 서 지금 막걸리 통에 기름을 담아가지고 오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구한 휘발유 500ml를 들고 세 사람은 각자 역할까지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녹취> PC방 직원 (음성변조) : “왠일이냐, 그냥 왔어요. 막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한 바퀴 훑어보고 화장실 한 번 들어갔다오고 그냥 나가더라고요.” 아들이 PC방 직원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 아들의 여자친구는 1층 현관에서 망을 보고, 엄마 한 씨는 화장실로 들어가 불을 지른 뒤 달아났는데요. 모든 혐의가 드러난 뒤에도 한 여인은 내 아들이 불 지르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태웅(팀장/구로경찰서 강력2팀) :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 일반적인 사랑이나 과도한 사랑이 오히려 자식을 더 나쁘게 하고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향한 그릇된 사랑이 낳은 씁쓸한 사건.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등의 혐의로 엄마 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을 도운 아들 김씨와 여자친구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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