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유로존 위기의 근원

입력 2012.05.18 (07:05) 수정 2012.05.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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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그리스 사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삽니다. 국가 부도냐, 긴축약속 이행이냐? 유로존 탈퇴냐, 아니면 잔류냐? 채무불이행과 함께 유로존을 이탈하면,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 등등 불확실성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국내외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누구도 그리스의 선택과 그 파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스 위기는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체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유로존 국가들은 자기 나라 화폐를 버리고 유로라는 단일화폐를 씁니다. 당연히 역내에서 환율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에 따라 국제수지가 조절되는 기능도 없어졌습니다. 사실상 경제주권이 제약을 받게 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적자가 많이 나는 나라는 화폐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제수지가 개선됩니다. 수출이 잘 되니까, 경기가 살아나고 고용도 좋아집니다. 자연스럽게 세금이 잘 걷히고 나라 재정도 튼튼해집니다. 그러나 단일화폐 사용으로 환율조절기능이 상실되면, 이런 선순환구조가 작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스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물론 통화동맹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내에서는 통화가치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물가가 안정됩니다. 외국인의 투자도 늘어납니다. 특히 독일과 같이 산업경쟁력이 강한 나라는 대외거래에서 흑자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경쟁력이 약한 그리스처럼 적자가 쌓이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 문젭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단기적인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당장 나타나고 있는 예금 인출 조짐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정이 비슷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돈을 많이 빌려준 프랑스, 독일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것을 피하려면, 통화동맹을 통해 이익을 많이 본 나라,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유로존의 운명은 그리스가 아니라 사실상 독일과 프랑스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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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유로존 위기의 근원
    • 입력 2012-05-18 07:05:14
    • 수정2012-05-18 0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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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그리스 사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삽니다. 국가 부도냐, 긴축약속 이행이냐? 유로존 탈퇴냐, 아니면 잔류냐? 채무불이행과 함께 유로존을 이탈하면,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 등등 불확실성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국내외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누구도 그리스의 선택과 그 파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스 위기는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체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유로존 국가들은 자기 나라 화폐를 버리고 유로라는 단일화폐를 씁니다. 당연히 역내에서 환율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에 따라 국제수지가 조절되는 기능도 없어졌습니다. 사실상 경제주권이 제약을 받게 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적자가 많이 나는 나라는 화폐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제수지가 개선됩니다. 수출이 잘 되니까, 경기가 살아나고 고용도 좋아집니다. 자연스럽게 세금이 잘 걷히고 나라 재정도 튼튼해집니다. 그러나 단일화폐 사용으로 환율조절기능이 상실되면, 이런 선순환구조가 작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스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물론 통화동맹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내에서는 통화가치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물가가 안정됩니다. 외국인의 투자도 늘어납니다. 특히 독일과 같이 산업경쟁력이 강한 나라는 대외거래에서 흑자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경쟁력이 약한 그리스처럼 적자가 쌓이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 문젭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단기적인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당장 나타나고 있는 예금 인출 조짐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정이 비슷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돈을 많이 빌려준 프랑스, 독일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것을 피하려면, 통화동맹을 통해 이익을 많이 본 나라,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유로존의 운명은 그리스가 아니라 사실상 독일과 프랑스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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