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구서 또 학생 투신 자살…왜?

입력 2012.06.05 (09:04) 수정 2012.06.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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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구에 사는한 고등학생이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번 역시 조짐은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잘 눈치채지를 못했는데요.



특히 대구 지역에선 지난해 12월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벌써 8명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자꾸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서 정말 안타깝네요.



<기자 멘트>



네, 투신자살한 김 군은 학교에서는 성적도 상위권에 성격도 밝은 학생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교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김군을 괴롭혔던 건 학교 밖 축구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 친구였습니다 .



그리고 지난 1월 아들의 방에서 친구의 폭행때문에 힘들다는 편지를 발견했지만 걱정하는 부모님 앞에서 김군은 연신 괜찮다는 말로 안심시켰다는데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 군의 부모님은 아들의 고통을 미처 몰랐다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사건 발생 사흘째인 어제 ,대구의 한 장례식장에 김 군의 빈소가 뒤늦게 차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 불쌍해라~ ”



속 한 번 썩힌 적 없이 착하기만 했던 아들.



유난히 축구를 좋아했던 17살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였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새 신발을 사줬어요. 집에 가면 새 신발이 있습니다.한 번도 안 신은 새 신발이. ”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새 축구화를 신어보지도 못한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들.



17살 김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2일 저녁 7시 무렵.



김 군의 집과 이웃해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미리 나오고 우리 딸이 딱 나오는 찰나에 퍽 소리가 크게 났다고 했어요.”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지나가는 운동하려고 나온 주민이 신고했다고. 우리는 겁이 나니까 119 먼저 불렀죠.”



아파트 앞 화단에 쓰러진 채 발견된 김 군.



119 구급대가 이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모두 멈춘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신분증도, 휴대전화도 없었던 탓에 정작 김 군의 가족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혀 모른 채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보통 10시 되면 아들은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안 들어왔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밤새도록 찾은 거예요. 집사람하고. 찾고 또 찾고 계속 학교 주위를 찾은 거죠.”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밤을 보낸 다음 날, 아들의 소식을 전해 온 곳은 바로 경찰서였습니다.



지난 밤, 관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학생이 바로 댁의 아드님인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그 때부터 눈 앞에 악몽이 펼쳐졌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CCTV를 보여주더라고요. 아들이 올라가면서 이렇게 (뒷짐 지고) 올라가요. 맞냐 그러기에 맞다. 그러니까 아들 사진을 보여준 거예요. 맞다...”



김 군 아버지는 그제서야 지난 겨울, 무심코 지나쳤던 아들의 행동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목 뒤에서 헤드록을 걸어서 00가 넘어졌는데 고막이 찢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 거예요. 부모하고 애하고 학교 가서 좋게 얘기해서 친구들끼리 싸우다가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정리한 거라니까요.”



학창시절 남자친구들 사이에 으레 있을 수 있는 다툼정도로 생각했던 김 군의 아버지.



하지만 고막이 찢어졌던 그 날 이후 아들의 속은 점점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집사람이 휴지통을 정리하다보니까 종이가 찢겨져 있는 걸 발견해서 다시 붙여서 봤던 모양이에요. 저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들이 참 힘들어 하더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 로 시작하는 A4 용지 세 장 분량의 편지글.



그 속에는 누군가의 상습적인 괴롭힘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 . 오늘도 축구를 하자고 나오라고 했는데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폭행과 괴롭힘의 시작은 중학교 동창들로 이뤄진 축구동아리에서 한 친구를 만나면서 부터였는데요.



자살 직전 친구들에게 남긴 아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서야 그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1대1로 싸움하러 간다 걔하고 도저히 안되니까 싸우러 간다, 걔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오늘 정리할 거다....”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 - 아버지는 뒤늦은 후회에 가슴을 칩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제가 그걸 갖고 바로 학교에 가던지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하던지 그렇게 조취를 취했다면 이런 사태가 안 생기는데.그래서 후회하는 거예요. ”



밝은 성격에 공부도 곧잘 했던 김 군의 자살 소식이 알려진 뒤 학교 역시 당혹해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대구 A 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저희도 몰랐죠. 이 사건 있고나서 그런 모임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00중학교 졸업생 중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주말에 축구경기를 하고 있어요. ”



<녹취> 대구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학교폭력이 뿌리 뽑은 줄 알았더니 지금 일어난 것도.. 완전히 조사가 필요한것 같아요. ”



지난 12월,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대구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 자살사건.



6개월 사이, 벌써 10명의 청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8명이 목숨을 잃은 지금, 교육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었냐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녹취> 대구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 동아리활동만 하는 게 아니고 동네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넓거든요 범위가. 그렇다보니까 단기간에 이런 대책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이걸 관리를 할지 그런 대책은 숙제로 남아있겠죠.”



교육당국의 땜질 처방이 내려진 사이 학교폭력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 군.



경찰은 김 군의 죽음에 또래의 폭행과 괴롭힘이 원인이 됐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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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05 09:04:17
    • 수정2012-06-05 09: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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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한 고등학생이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번 역시 조짐은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잘 눈치채지를 못했는데요.

특히 대구 지역에선 지난해 12월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벌써 8명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자꾸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서 정말 안타깝네요.

<기자 멘트>

네, 투신자살한 김 군은 학교에서는 성적도 상위권에 성격도 밝은 학생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교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김군을 괴롭혔던 건 학교 밖 축구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 친구였습니다 .

그리고 지난 1월 아들의 방에서 친구의 폭행때문에 힘들다는 편지를 발견했지만 걱정하는 부모님 앞에서 김군은 연신 괜찮다는 말로 안심시켰다는데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 군의 부모님은 아들의 고통을 미처 몰랐다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사건 발생 사흘째인 어제 ,대구의 한 장례식장에 김 군의 빈소가 뒤늦게 차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 불쌍해라~ ”

속 한 번 썩힌 적 없이 착하기만 했던 아들.

유난히 축구를 좋아했던 17살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였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새 신발을 사줬어요. 집에 가면 새 신발이 있습니다.한 번도 안 신은 새 신발이. ”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새 축구화를 신어보지도 못한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들.

17살 김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2일 저녁 7시 무렵.

김 군의 집과 이웃해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미리 나오고 우리 딸이 딱 나오는 찰나에 퍽 소리가 크게 났다고 했어요.”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지나가는 운동하려고 나온 주민이 신고했다고. 우리는 겁이 나니까 119 먼저 불렀죠.”

아파트 앞 화단에 쓰러진 채 발견된 김 군.

119 구급대가 이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모두 멈춘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신분증도, 휴대전화도 없었던 탓에 정작 김 군의 가족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혀 모른 채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보통 10시 되면 아들은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안 들어왔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밤새도록 찾은 거예요. 집사람하고. 찾고 또 찾고 계속 학교 주위를 찾은 거죠.”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밤을 보낸 다음 날, 아들의 소식을 전해 온 곳은 바로 경찰서였습니다.

지난 밤, 관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학생이 바로 댁의 아드님인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그 때부터 눈 앞에 악몽이 펼쳐졌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CCTV를 보여주더라고요. 아들이 올라가면서 이렇게 (뒷짐 지고) 올라가요. 맞냐 그러기에 맞다. 그러니까 아들 사진을 보여준 거예요. 맞다...”

김 군 아버지는 그제서야 지난 겨울, 무심코 지나쳤던 아들의 행동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목 뒤에서 헤드록을 걸어서 00가 넘어졌는데 고막이 찢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 거예요. 부모하고 애하고 학교 가서 좋게 얘기해서 친구들끼리 싸우다가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정리한 거라니까요.”

학창시절 남자친구들 사이에 으레 있을 수 있는 다툼정도로 생각했던 김 군의 아버지.

하지만 고막이 찢어졌던 그 날 이후 아들의 속은 점점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집사람이 휴지통을 정리하다보니까 종이가 찢겨져 있는 걸 발견해서 다시 붙여서 봤던 모양이에요. 저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들이 참 힘들어 하더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 로 시작하는 A4 용지 세 장 분량의 편지글.

그 속에는 누군가의 상습적인 괴롭힘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 . 오늘도 축구를 하자고 나오라고 했는데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폭행과 괴롭힘의 시작은 중학교 동창들로 이뤄진 축구동아리에서 한 친구를 만나면서 부터였는데요.

자살 직전 친구들에게 남긴 아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서야 그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1대1로 싸움하러 간다 걔하고 도저히 안되니까 싸우러 간다, 걔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오늘 정리할 거다....”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 - 아버지는 뒤늦은 후회에 가슴을 칩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음성변조) : “제가 그걸 갖고 바로 학교에 가던지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하던지 그렇게 조취를 취했다면 이런 사태가 안 생기는데.그래서 후회하는 거예요. ”

밝은 성격에 공부도 곧잘 했던 김 군의 자살 소식이 알려진 뒤 학교 역시 당혹해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대구 A 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저희도 몰랐죠. 이 사건 있고나서 그런 모임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00중학교 졸업생 중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주말에 축구경기를 하고 있어요. ”

<녹취> 대구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학교폭력이 뿌리 뽑은 줄 알았더니 지금 일어난 것도.. 완전히 조사가 필요한것 같아요. ”

지난 12월,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대구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 자살사건.

6개월 사이, 벌써 10명의 청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8명이 목숨을 잃은 지금, 교육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었냐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녹취> 대구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 동아리활동만 하는 게 아니고 동네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넓거든요 범위가. 그렇다보니까 단기간에 이런 대책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이걸 관리를 할지 그런 대책은 숙제로 남아있겠죠.”

교육당국의 땜질 처방이 내려진 사이 학교폭력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 군.

경찰은 김 군의 죽음에 또래의 폭행과 괴롭힘이 원인이 됐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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