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70대 재력가, 30년 연하 동거녀 음모에…

입력 2012.06.20 (08:57) 수정 2012.06.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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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에 사는 70대 재력가가 40대 가사 도우미의 사주로 숨진 사건, 어제 전해드렸죠.
이 도우미가 계속 돈을 요구한 것이 결국 참극의 씨앗이 된 걸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통상적인 도우미라면 이렇게 돈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랑 기자,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말이죠.

피해자가 이 도우미에게 음식점을 차려 주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참 미묘한데요.

유족들은 정 씨와 이 여인은 단순한 집주인과 가사도우미의 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달랐는데요.

4년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던 두 사람, 정 씨는 이 씨와 헤어지면서 6개월 전에 음식점을 차려줬습니다.

일종의 퇴직금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씨, 퇴직금이 부족하다며 동거남과 후배를 끌어들여 정 씨를 협박하려다 결국 숨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리포트>

경남 밀양의 인적 드문 야산, 돌돌 말린 이불을 걷어 내자 나온 것은 70대 노인의 시신이었는데요.

둔기에 여러 차례 맞은 흔적이 선명한 이 남자, 9일 전에 실종됐던 77살 정모 씨였습니다.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까지 부산 해운대 중동에 위치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던 정 씨.

노른자위 땅에 있는 건물인 만큼 임대 수익만도 다달이 수천만 원에 달했는데요.

<녹취>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가 아주 핵심인 상권이라니까 여기가...제곱미터(평)당 300만 원 잡아서 20 곱해서 58억..알부자이다, 융자가 없는 거 보니까 아주 내실이 있는…”

주변에는 갖고 있던 땅들이 수용되면서 보상을 받아 재력가가 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땅이 많고, 야산이 많았어요. 그게 분당 신도시에 들어가서 토지보상 받아 돈이 좀 생긴 모양이에요“

이런 정 씨를 옆에는 30세 연하의 47살 이모 여인이 늘 함께였습니다.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뒤 정 씨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이 씨, 4년 동안을 정 씨와 사실상 함께 살았는데요.

<녹취>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피해자가) 암 수술하고 항암제 먹으니까 밥맛이 없을 거 아닙니까. ‘당신이 우리집 청소도 하고 밥도 해줘요, 우리 방이 네 개니까 그중 하나 써요,’ 이렇게 돼서 모녀가 있었어요.“

정 씨의 가족들조차 둘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묘한 사이였습니다.

<녹취> 정 씨 유가족(음성변조) : “(이 씨가) 고인하고 내연 관계였다고 주장하잖아요? ‘그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전혀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만 두 사람이 사실상 사실혼 관계였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이 씨 지인(음성변조) : “동거를 했었을 건데요? 옛날에 영감하고 살았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감하고 통화하고 그러더라고요. ‘약은 드셨어요?’ 하면서. 혈압이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녹취> 건물 청소 도우미(음성변조) : “ 두 사람이 다정해 보였어요?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장님도 좋고 그 친구(이 씨)도 좋더라고. 상냥하고 그랬는데.’“

함께 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였습니다.

이 씨에게 정 씨에게 물질적인 요구를 계속하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재력의 정도를 보면 (이 씨) 자기한테 좀 많이 해줘야 하는데 적게 해줬다 해서 금전적으로 더 요구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정 씨는) ‘이것은 적정한데 더 많이 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해서 사이가 멀어져서…“

견디다 못한 정 씨는 결국 3억 원을 들여 이 씨에게 식당을 차려줬고 두 사람은 그렇게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문을 연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 씨 소유 식당 직원(음성변조) : “경험이 없으니까 지금 자기 인건비도 안 나오거든요, 사실은 현상 유지 정도, 내 월급 주고 유지는 되는데 지금 돈을 못 벌고…“

정 씨와의 동거 생활을 청산한 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이 씨. 한달 전부터 건물 청소 도우미에게 이상한 전화를 걸어오
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가 언제 집에 있는지, 언제쯤 차를 갖고 나가는지, 정 씨의 행방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사건) 그날 청소부에게 전화를 해서 피해자가 집에 있느냐, 차가 있느냐 이렇게 묻고 차가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으로 확신해서...“

건물 관리인에게 수상쩍은 전화에 대해 건네 들은 정 씨는 건물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CCTV 설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6월 12일에 CCTV를 설치하긴 했는데 그 전에 범행이 이뤄진 거죠. 청소부가 가사도우미와 우연치 않게 통화를 하다 보니까 그 내용(CCTV 설치 계획)을 이야기하게 된 겁니다. “

정 씨의 집에 침입한 42살 김모 씨, 정 씨가 가스총을 들고 저항했지만 건장한 김 씨를 당해낼 수는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당구 채를 가지고 오른쪽 손목을 내리쳐서 가스총을 떨어뜨리게 하고, 반항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얼굴, 목, 머리, 다리, 전신을 때립니다. (정 씨는) 2410 내가 돈 통장에서 다 빼줄 테니까 목숨만 살려달라고 이야기 하면서…“

김 씨는 정 씨의 승용차를 이용해 야산에 정 씨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갑자기 침입한 김 씨, 수사 결과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는데요.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미리 알고 들어온데다 CCTV 카메라를 달기 며칠 전에 침입한 점 등인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하고 가사도우미의 통화기록을 뽑아보니까 상당히 연관성이 있고, 가사도우미 휴대전화에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들이 범행 전후로 많이 나타나서…“

수사 결과 김 씨는 이 씨의 새 동거남 후배였습니다.

이 씨와 새 동거남은 정 씨를 협박해 돈을 더 받아내기로 하고 범행을 실행에 옮길 후배를 끌어들인 겁니다.

두 사람의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사이, 이모 여인과 동거남은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의자하고 동거남은 이 사건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경북 경주를 출발해, 강릉, 전주 이런 곳에, 부산을 떠나는 형식으로 여행을 하면서 (김 씨와) 서로 전화상으로 공모를 하고…“

현급 3천만 원을 빼내는 김 씨의 얼굴이 은행 CCTV 화면에 잡히면서 이들은 결국 범행 9일 만에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돈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저지른 이모 여인 등 3명을 구속하고 오늘 현장검증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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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70대 재력가, 30년 연하 동거녀 음모에…
    • 입력 2012-06-20 08:57:04
    • 수정2012-06-20 09: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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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에 사는 70대 재력가가 40대 가사 도우미의 사주로 숨진 사건, 어제 전해드렸죠. 이 도우미가 계속 돈을 요구한 것이 결국 참극의 씨앗이 된 걸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통상적인 도우미라면 이렇게 돈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랑 기자,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말이죠. 피해자가 이 도우미에게 음식점을 차려 주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참 미묘한데요. 유족들은 정 씨와 이 여인은 단순한 집주인과 가사도우미의 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달랐는데요. 4년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던 두 사람, 정 씨는 이 씨와 헤어지면서 6개월 전에 음식점을 차려줬습니다. 일종의 퇴직금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씨, 퇴직금이 부족하다며 동거남과 후배를 끌어들여 정 씨를 협박하려다 결국 숨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리포트> 경남 밀양의 인적 드문 야산, 돌돌 말린 이불을 걷어 내자 나온 것은 70대 노인의 시신이었는데요. 둔기에 여러 차례 맞은 흔적이 선명한 이 남자, 9일 전에 실종됐던 77살 정모 씨였습니다.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까지 부산 해운대 중동에 위치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던 정 씨. 노른자위 땅에 있는 건물인 만큼 임대 수익만도 다달이 수천만 원에 달했는데요. <녹취>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가 아주 핵심인 상권이라니까 여기가...제곱미터(평)당 300만 원 잡아서 20 곱해서 58억..알부자이다, 융자가 없는 거 보니까 아주 내실이 있는…” 주변에는 갖고 있던 땅들이 수용되면서 보상을 받아 재력가가 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땅이 많고, 야산이 많았어요. 그게 분당 신도시에 들어가서 토지보상 받아 돈이 좀 생긴 모양이에요“ 이런 정 씨를 옆에는 30세 연하의 47살 이모 여인이 늘 함께였습니다.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뒤 정 씨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이 씨, 4년 동안을 정 씨와 사실상 함께 살았는데요. <녹취>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피해자가) 암 수술하고 항암제 먹으니까 밥맛이 없을 거 아닙니까. ‘당신이 우리집 청소도 하고 밥도 해줘요, 우리 방이 네 개니까 그중 하나 써요,’ 이렇게 돼서 모녀가 있었어요.“ 정 씨의 가족들조차 둘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묘한 사이였습니다. <녹취> 정 씨 유가족(음성변조) : “(이 씨가) 고인하고 내연 관계였다고 주장하잖아요? ‘그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전혀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만 두 사람이 사실상 사실혼 관계였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이 씨 지인(음성변조) : “동거를 했었을 건데요? 옛날에 영감하고 살았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감하고 통화하고 그러더라고요. ‘약은 드셨어요?’ 하면서. 혈압이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녹취> 건물 청소 도우미(음성변조) : “ 두 사람이 다정해 보였어요?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장님도 좋고 그 친구(이 씨)도 좋더라고. 상냥하고 그랬는데.’“ 함께 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였습니다. 이 씨에게 정 씨에게 물질적인 요구를 계속하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재력의 정도를 보면 (이 씨) 자기한테 좀 많이 해줘야 하는데 적게 해줬다 해서 금전적으로 더 요구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정 씨는) ‘이것은 적정한데 더 많이 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해서 사이가 멀어져서…“ 견디다 못한 정 씨는 결국 3억 원을 들여 이 씨에게 식당을 차려줬고 두 사람은 그렇게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문을 연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 씨 소유 식당 직원(음성변조) : “경험이 없으니까 지금 자기 인건비도 안 나오거든요, 사실은 현상 유지 정도, 내 월급 주고 유지는 되는데 지금 돈을 못 벌고…“ 정 씨와의 동거 생활을 청산한 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이 씨. 한달 전부터 건물 청소 도우미에게 이상한 전화를 걸어오 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가 언제 집에 있는지, 언제쯤 차를 갖고 나가는지, 정 씨의 행방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사건) 그날 청소부에게 전화를 해서 피해자가 집에 있느냐, 차가 있느냐 이렇게 묻고 차가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으로 확신해서...“ 건물 관리인에게 수상쩍은 전화에 대해 건네 들은 정 씨는 건물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CCTV 설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6월 12일에 CCTV를 설치하긴 했는데 그 전에 범행이 이뤄진 거죠. 청소부가 가사도우미와 우연치 않게 통화를 하다 보니까 그 내용(CCTV 설치 계획)을 이야기하게 된 겁니다. “ 정 씨의 집에 침입한 42살 김모 씨, 정 씨가 가스총을 들고 저항했지만 건장한 김 씨를 당해낼 수는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당구 채를 가지고 오른쪽 손목을 내리쳐서 가스총을 떨어뜨리게 하고, 반항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얼굴, 목, 머리, 다리, 전신을 때립니다. (정 씨는) 2410 내가 돈 통장에서 다 빼줄 테니까 목숨만 살려달라고 이야기 하면서…“ 김 씨는 정 씨의 승용차를 이용해 야산에 정 씨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갑자기 침입한 김 씨, 수사 결과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는데요.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미리 알고 들어온데다 CCTV 카메라를 달기 며칠 전에 침입한 점 등인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하고 가사도우미의 통화기록을 뽑아보니까 상당히 연관성이 있고, 가사도우미 휴대전화에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들이 범행 전후로 많이 나타나서…“ 수사 결과 김 씨는 이 씨의 새 동거남 후배였습니다. 이 씨와 새 동거남은 정 씨를 협박해 돈을 더 받아내기로 하고 범행을 실행에 옮길 후배를 끌어들인 겁니다. 두 사람의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사이, 이모 여인과 동거남은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김정용(팀장/부산해운대경찰서 강력2팀) : “피의자하고 동거남은 이 사건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경북 경주를 출발해, 강릉, 전주 이런 곳에, 부산을 떠나는 형식으로 여행을 하면서 (김 씨와) 서로 전화상으로 공모를 하고…“ 현급 3천만 원을 빼내는 김 씨의 얼굴이 은행 CCTV 화면에 잡히면서 이들은 결국 범행 9일 만에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돈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저지른 이모 여인 등 3명을 구속하고 오늘 현장검증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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