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과도 모자란데…” 日 극우 ‘말뚝 테러’

입력 2012.06.28 (09:07) 수정 2012.06.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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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에 일본 극우파 남성이 위안부 소녀상을 모욕한 사건이 있었죠.

소녀상은 매춘부 동상이라고 하고,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쓴 말뚝을 세워놓았었는데요.

왜 자기들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지 않고, 이렇게 뚱딴지 같은 행동을 하는지, 몸만 크고 생각은 덜 자란 아이가 생각납니다.

이랑 기자, 결국 위안부 할머니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죠?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세부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대로 두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것이겠죠?

현재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70여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대부분이 80세를 훌쩍 넘기셨습니다.

언제까지 사과는 커녕 스스로 나서서 일본 우익 세력들에 직접 항의하셔야 하는건지 답답합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지난해 12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천 회를 기념해 만든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이 7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운성 (조각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 제작자) : "열 세 살, 열 네 살 때 소녀가 끌려가서 할머니들이 되고 이렇게 늙으신 거죠. 어떤 마음으로 이 소녀가 앉아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20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 집회를 하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아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이 소녀상, 시민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는데요.

꼬깃꼬깃한 천원, 만원 용돈을 준 시민도 있었고요.

한 겨울 행여 어린 소녀상이 추울까봐 목도리며 담요를 덮어주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19일, 이 소녀상에 한 일본인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스즈키 노부유키 : “아무필요도 없는 매춘부 동상, 매춘부 기념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망언!

소녀상 옆에서 동영상 촬영까지 했는데요.

일본의 극우세력단체 회원인 47살 스즈키 노부유키씨였습니다.

급기야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쓴 말뚝을 소녀상 의자 옆에 세우고 단단히 묶기까지 했는데요.

바로 전날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입구에도 똑같은 말뚝을 박았다고 합니다.

스즈키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았는데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그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상 작가는 이른바 ‘말뚝 테러’소식을 듣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운상 (작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제작자) : "지인 분들이 전화를 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 줘서) 깜짝 놀라서 그날 확인하러 왔는데, 제가 왔을 때는 말뚝이 (치워지고) 없었습니다."

일본인이 저지른 만행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동료작가의 충격도 컸는데요.

<인터뷰> 김운상 (작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제작자) : "이 소녀상을 우리 김석영씨랑 같이 제작을 했는데, (김 석영씨가) ‘(일본인) 이들이 조직적인 범죄의 병이 도졌다, 다시 이들의 끊임없이 침략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다시 도진 것 아니냐는 그런 표현을 했는데.. 그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이 동영상을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 안팎으로 일본인의 만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인터뷰> 조재현 (시민) : "(한국 사람으로써) 되게 모욕적인 느낌이죠. 기분이 매우 나쁘던데요, (위안부 문제가) 없었던 일도 아니고,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당연히 잘못한 걸 인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는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인터뷰> 강대석 (시민) :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죠. 만약에 제가 일본가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한다면 일본 사람들도 저희랑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자기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와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위안부의 삶을 살아내야만 했던 할머니들의 마음은 더 크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했다는 박옥선 할머니, 막상 동영상을 직접 보자 선뜻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옥선 (89세 / 13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이거 보니까 나는 속이 홀딱 뒤집어지는 것 같은데. (일본인이) 아무 짓이나 하고 하니까 나같은 늙은이는 밤에 잠도 잘 안와요."

<인터뷰> 이옥선 (86세/ 15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우리야 더 분하지. 우리가 죽고 없다면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데, 눈을 훤히 뜨고, 제 눈을 보고, 제 귀로 듣는데, 막 가서 (말뚝) 뜯어놓고 싶지."

고작 15살 밖에 안된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지역 전쟁터를 전전했다는 이옥선 할머니.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 (86세 / 15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일본군이) 자궁을 들어냈어요. 아기를 못낳게 아기집을 들어낸 거예요. 세상에 그런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거죠. 이렇게 해놓고, 지금에 와서 자기네가 안 그랬다고 하니까 이게 얼마나 분합니까."

일본 극우 세력들, 평생을 짊어져야 할 고통을 주고도 위안부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는 건 정말 한결같은데요.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촬영한 재일 동포 사진작가의 전시회도 똑같은 이유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안세홍 작가의 사진전.

사진전을 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전시회를 돌연 취소시킨 니콘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서 이겼었죠.

<인터뷰> 안세홍 작가 : “외압에 의해서 정당한 행사가 중지된다면 아마 일본에서 민주주의는 지켜질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어려움이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전시회는 예정대로 문을 열었지만 주최측은 관람자들의 가방을 열고, 금속탐지기로 몸을 검사하고, 외부 언론 출입은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들,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단체이 우선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안신권 (소장 / 나눔의 집) : "처음에는 정부차원에서 (소녀상 말뚝테러사건에 대해) 외교적인 대응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정부가 침묵을 했어요, 이것은 침묵을 하면 안된다, 이것은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그대로 넘어가면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는데요.

<인터뷰> 양정숙 (변호사) : "(말뚝 테러사건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격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입니다. 법률적인 대응을 그때그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을 침략 전쟁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하는 일을 왜 우리나라 정부가 앞장서서 하지 못하는지 외교적 마찰만을 고려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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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06-28 1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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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에 일본 극우파 남성이 위안부 소녀상을 모욕한 사건이 있었죠. 소녀상은 매춘부 동상이라고 하고,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쓴 말뚝을 세워놓았었는데요. 왜 자기들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지 않고, 이렇게 뚱딴지 같은 행동을 하는지, 몸만 크고 생각은 덜 자란 아이가 생각납니다. 이랑 기자, 결국 위안부 할머니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죠?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세부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대로 두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것이겠죠? 현재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70여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대부분이 80세를 훌쩍 넘기셨습니다. 언제까지 사과는 커녕 스스로 나서서 일본 우익 세력들에 직접 항의하셔야 하는건지 답답합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지난해 12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천 회를 기념해 만든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이 7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운성 (조각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 제작자) : "열 세 살, 열 네 살 때 소녀가 끌려가서 할머니들이 되고 이렇게 늙으신 거죠. 어떤 마음으로 이 소녀가 앉아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20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 집회를 하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아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이 소녀상, 시민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는데요. 꼬깃꼬깃한 천원, 만원 용돈을 준 시민도 있었고요. 한 겨울 행여 어린 소녀상이 추울까봐 목도리며 담요를 덮어주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19일, 이 소녀상에 한 일본인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스즈키 노부유키 : “아무필요도 없는 매춘부 동상, 매춘부 기념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망언! 소녀상 옆에서 동영상 촬영까지 했는데요. 일본의 극우세력단체 회원인 47살 스즈키 노부유키씨였습니다. 급기야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쓴 말뚝을 소녀상 의자 옆에 세우고 단단히 묶기까지 했는데요. 바로 전날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입구에도 똑같은 말뚝을 박았다고 합니다. 스즈키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았는데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그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상 작가는 이른바 ‘말뚝 테러’소식을 듣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운상 (작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제작자) : "지인 분들이 전화를 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 줘서) 깜짝 놀라서 그날 확인하러 왔는데, 제가 왔을 때는 말뚝이 (치워지고) 없었습니다." 일본인이 저지른 만행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동료작가의 충격도 컸는데요. <인터뷰> 김운상 (작가 / 위안부 소녀상 공동제작자) : "이 소녀상을 우리 김석영씨랑 같이 제작을 했는데, (김 석영씨가) ‘(일본인) 이들이 조직적인 범죄의 병이 도졌다, 다시 이들의 끊임없이 침략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다시 도진 것 아니냐는 그런 표현을 했는데.. 그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이 동영상을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 안팎으로 일본인의 만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인터뷰> 조재현 (시민) : "(한국 사람으로써) 되게 모욕적인 느낌이죠. 기분이 매우 나쁘던데요, (위안부 문제가) 없었던 일도 아니고,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당연히 잘못한 걸 인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는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인터뷰> 강대석 (시민) :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죠. 만약에 제가 일본가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한다면 일본 사람들도 저희랑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자기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와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위안부의 삶을 살아내야만 했던 할머니들의 마음은 더 크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했다는 박옥선 할머니, 막상 동영상을 직접 보자 선뜻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옥선 (89세 / 13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이거 보니까 나는 속이 홀딱 뒤집어지는 것 같은데. (일본인이) 아무 짓이나 하고 하니까 나같은 늙은이는 밤에 잠도 잘 안와요." <인터뷰> 이옥선 (86세/ 15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우리야 더 분하지. 우리가 죽고 없다면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데, 눈을 훤히 뜨고, 제 눈을 보고, 제 귀로 듣는데, 막 가서 (말뚝) 뜯어놓고 싶지." 고작 15살 밖에 안된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지역 전쟁터를 전전했다는 이옥선 할머니.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 (86세 / 15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감) : "(일본군이) 자궁을 들어냈어요. 아기를 못낳게 아기집을 들어낸 거예요. 세상에 그런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거죠. 이렇게 해놓고, 지금에 와서 자기네가 안 그랬다고 하니까 이게 얼마나 분합니까." 일본 극우 세력들, 평생을 짊어져야 할 고통을 주고도 위안부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는 건 정말 한결같은데요.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촬영한 재일 동포 사진작가의 전시회도 똑같은 이유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안세홍 작가의 사진전. 사진전을 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전시회를 돌연 취소시킨 니콘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서 이겼었죠. <인터뷰> 안세홍 작가 : “외압에 의해서 정당한 행사가 중지된다면 아마 일본에서 민주주의는 지켜질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어려움이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전시회는 예정대로 문을 열었지만 주최측은 관람자들의 가방을 열고, 금속탐지기로 몸을 검사하고, 외부 언론 출입은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들,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단체이 우선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안신권 (소장 / 나눔의 집) : "처음에는 정부차원에서 (소녀상 말뚝테러사건에 대해) 외교적인 대응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정부가 침묵을 했어요, 이것은 침묵을 하면 안된다, 이것은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그대로 넘어가면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는데요. <인터뷰> 양정숙 (변호사) : "(말뚝 테러사건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격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입니다. 법률적인 대응을 그때그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을 침략 전쟁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하는 일을 왜 우리나라 정부가 앞장서서 하지 못하는지 외교적 마찰만을 고려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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