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수취일까지 1년…‘느린 우체통’

입력 2012.06.28 (09:07) 수정 2012.06.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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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앵커, 혹시 요즘 우표 얼만지 아세요?

글쎄요, 마지막으로 편지 부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저도 기억이 안나서 찾아보니까 270원이더라고요,사실 요즘은 손편지 잘 안쓰다보니 거리마다 서있던 우체통도 많이 사라졌죠

그런데 오히려 우체통이 새로 생긴 곳도 있습니다

인천 영종대교에 조금 특별한 우체통이 생겨서, 편지 부치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준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여기 편지를 넣으면 1년이 지나야 도착한다고요?

<기자 멘트>

요즘까지 속도가 강조되는 시대에 편지가 1년이 지나서야 도착하지만, 이 느린 우체통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는데요.

벌써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우체통을 이용했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리움과 설렘이 더해져 더 큰 추억과 감동을 전해줬기 때문인데요.

이메일이나 문자로는 전할 수 없는 농익은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봤습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목.

잊고 지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체통이 있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글자한글자. 자신의 속마음을 정성스레 풀어내고 있는데요.

<인터뷰> 권자경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 "(편지를 받았을 때) 반응이 상상이 가요. 놀래서 이게 뭐냐고"

보내는 이가 더 설렙니다. 이곳 우체통은 일명 느린 우체통.

편지를 쓰면 1년 동안 보관된 후, 다음해 받는 이에게 배달되는데요.

배송날짜를 기다리며 쌓여있는 편지들.

이렇게 1년을 기다리면 드디어! 집배원의 손에 전달됩니다.

<인터뷰> 조채광 (서인천 우체국 집배원) : "1년 후에 자기의 소원이나 가족 건강을 위해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받아 보면 세상무엇보다 돈보다도 더 즐거워하십니다. 배달하는 저의 마음도 보람이 있습니다."

365일이 지나야만 받아 볼 수 있는 편지

그 속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편지의 사연을 따라가 봤습니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수정씨네 집

수정씨는 작년 이맘때, 한 남자에게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편지 한통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김수정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결혼기념일 맞춰서 편지가 왔는데 1년 전에 (남편이) 저한테 보낸 거예요. 이벤트로"

지금도 서랍장 한 편에 고이 놓여 있는 이 편지가 바로 그것인데요.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위해 남편이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 한통

1년이 지난 후, 아내에게 도착 했는데요.

한 글자 한 글자... 편지 속에는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녹취> “일 년 뒤의 아내에게 편지를 쓰니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인터뷰> 김수정(느린 우체통 체험자) : "일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내용의 편지가 있는 거에요. 엉엉 울었죠"

편지를 읽을 때마다 부부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찬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내가 1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는데 둘째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편지를 썼는데 정말 둘째를 가지고 낳았거든요. 생각하고 믿으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1년의 시간동안 발효된 추억. 기다림이 있었기에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는데요.

이 정도면 남편의 깜짝 이벤트, 대성공이겠죠?

<인터뷰> 김수정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빨리 빨리 할수록 생각도 빨리 빨리하고 끝나는 것 같은데 천천히 글 쓰면서 생각도 조금 더 길어지고, 더 많아지고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정말 “느려도 괜찮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느린 우체통을 통해 가족애가 더 돈돈해졌다는 또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3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혜영 주부의 집에도 편지가 도착했는데요.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느린 우체통에서 배달된) 편지가 있어요. 세 통. 여기에 있어요."

가족들이 오며 가며, 보고 또 본다는 세통의 편지.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이 편지는 아빠가 저하고 애들한테 쓴 거고요"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누나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아들에게 엄마가.

가족들은 1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가끔 보면서 ‘아 그때 이런 것 썼구나’ 하며 기념하고 싶어서 붙여놨어요"

<녹취> “사랑하는 승리, 승경 , 승우에게 항상 건강하고 밥도 잘 먹고”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 쉽지 않았던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하나 생긴 것입니다.

<인터뷰> 김승우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기분 좋아요 (가족들한테) 편지 받았으니까요"

<인터뷰> 김승리 (느린 우체통 체험자) : "아빠한테 편지 받아서 좋고 아빠가 읽어주시니까 더 좋아요"

<인터뷰> 김종식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내가 지금 모습이 (1년 전에 편지에 썼던) 모습이 아니라면 애들한테 실망을 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면 안 되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1년의 기다림과 설렘은 김혜영 주부의 집에서 사랑으로 꽃피워졌는데요.

지난 4월에 생긴 서울의 한 느린 우체통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9백통 가까운 편지가 쌓였다고 합니다.

< 인터뷰> 임혜림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느린 우체통에 보낼 내일 태어날 딸에게 편지 쓰고 있어요."

<녹취> “내년에는 짱아가 엄마아빠 곁에서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모습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 인터뷰> 임혜림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1년 후를) 상상하게 되니까 기대감도 있고 설렘도 있고 그런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 오택영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앞으로 많이 써야죠. 손자들한테도 쓰고. 아들들한테도, 며느리들한테도 쓰고 그러려고 합니다."

<녹취> “자 넣으세요.”

또 1년의 시간이 지나면

<녹취> “짱아야, 1년 뒤 짱아에게 보냅니다.”

이 편지들도 배달이 되겠지요?

<녹취> “짱아야 내년에 봐”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에서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꿈꾸는 여유..

여러분도 1년 후 나에게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 한통 써보시면 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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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수취일까지 1년…‘느린 우체통’
    • 입력 2012-06-28 09:07:11
    • 수정2012-06-28 09: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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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앵커, 혹시 요즘 우표 얼만지 아세요? 글쎄요, 마지막으로 편지 부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저도 기억이 안나서 찾아보니까 270원이더라고요,사실 요즘은 손편지 잘 안쓰다보니 거리마다 서있던 우체통도 많이 사라졌죠 그런데 오히려 우체통이 새로 생긴 곳도 있습니다 인천 영종대교에 조금 특별한 우체통이 생겨서, 편지 부치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준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여기 편지를 넣으면 1년이 지나야 도착한다고요? <기자 멘트> 요즘까지 속도가 강조되는 시대에 편지가 1년이 지나서야 도착하지만, 이 느린 우체통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는데요. 벌써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우체통을 이용했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리움과 설렘이 더해져 더 큰 추억과 감동을 전해줬기 때문인데요. 이메일이나 문자로는 전할 수 없는 농익은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봤습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목. 잊고 지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체통이 있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글자한글자. 자신의 속마음을 정성스레 풀어내고 있는데요. <인터뷰> 권자경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 "(편지를 받았을 때) 반응이 상상이 가요. 놀래서 이게 뭐냐고" 보내는 이가 더 설렙니다. 이곳 우체통은 일명 느린 우체통. 편지를 쓰면 1년 동안 보관된 후, 다음해 받는 이에게 배달되는데요. 배송날짜를 기다리며 쌓여있는 편지들. 이렇게 1년을 기다리면 드디어! 집배원의 손에 전달됩니다. <인터뷰> 조채광 (서인천 우체국 집배원) : "1년 후에 자기의 소원이나 가족 건강을 위해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받아 보면 세상무엇보다 돈보다도 더 즐거워하십니다. 배달하는 저의 마음도 보람이 있습니다." 365일이 지나야만 받아 볼 수 있는 편지 그 속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편지의 사연을 따라가 봤습니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수정씨네 집 수정씨는 작년 이맘때, 한 남자에게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편지 한통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김수정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결혼기념일 맞춰서 편지가 왔는데 1년 전에 (남편이) 저한테 보낸 거예요. 이벤트로" 지금도 서랍장 한 편에 고이 놓여 있는 이 편지가 바로 그것인데요.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위해 남편이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 한통 1년이 지난 후, 아내에게 도착 했는데요. 한 글자 한 글자... 편지 속에는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녹취> “일 년 뒤의 아내에게 편지를 쓰니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인터뷰> 김수정(느린 우체통 체험자) : "일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내용의 편지가 있는 거에요. 엉엉 울었죠" 편지를 읽을 때마다 부부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찬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내가 1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는데 둘째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편지를 썼는데 정말 둘째를 가지고 낳았거든요. 생각하고 믿으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1년의 시간동안 발효된 추억. 기다림이 있었기에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는데요. 이 정도면 남편의 깜짝 이벤트, 대성공이겠죠? <인터뷰> 김수정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빨리 빨리 할수록 생각도 빨리 빨리하고 끝나는 것 같은데 천천히 글 쓰면서 생각도 조금 더 길어지고, 더 많아지고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정말 “느려도 괜찮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느린 우체통을 통해 가족애가 더 돈돈해졌다는 또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3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혜영 주부의 집에도 편지가 도착했는데요.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느린 우체통에서 배달된) 편지가 있어요. 세 통. 여기에 있어요." 가족들이 오며 가며, 보고 또 본다는 세통의 편지.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이 편지는 아빠가 저하고 애들한테 쓴 거고요"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누나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아들에게 엄마가. 가족들은 1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혜영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가끔 보면서 ‘아 그때 이런 것 썼구나’ 하며 기념하고 싶어서 붙여놨어요" <녹취> “사랑하는 승리, 승경 , 승우에게 항상 건강하고 밥도 잘 먹고”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 쉽지 않았던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하나 생긴 것입니다. <인터뷰> 김승우 (느린 우체통 체험자) : "기분 좋아요 (가족들한테) 편지 받았으니까요" <인터뷰> 김승리 (느린 우체통 체험자) : "아빠한테 편지 받아서 좋고 아빠가 읽어주시니까 더 좋아요" <인터뷰> 김종식 (느린 우체통 체험자) : "내가 지금 모습이 (1년 전에 편지에 썼던) 모습이 아니라면 애들한테 실망을 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면 안 되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1년의 기다림과 설렘은 김혜영 주부의 집에서 사랑으로 꽃피워졌는데요. 지난 4월에 생긴 서울의 한 느린 우체통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9백통 가까운 편지가 쌓였다고 합니다. < 인터뷰> 임혜림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느린 우체통에 보낼 내일 태어날 딸에게 편지 쓰고 있어요." <녹취> “내년에는 짱아가 엄마아빠 곁에서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모습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 인터뷰> 임혜림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1년 후를) 상상하게 되니까 기대감도 있고 설렘도 있고 그런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 오택영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앞으로 많이 써야죠. 손자들한테도 쓰고. 아들들한테도, 며느리들한테도 쓰고 그러려고 합니다." <녹취> “자 넣으세요.” 또 1년의 시간이 지나면 <녹취> “짱아야, 1년 뒤 짱아에게 보냅니다.” 이 편지들도 배달이 되겠지요? <녹취> “짱아야 내년에 봐”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에서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꿈꾸는 여유.. 여러분도 1년 후 나에게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 한통 써보시면 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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