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포괄수가제 실시…어떻게 달라지나

입력 2012.06.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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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격이 딱 정해져 있는 상점의 물건처럼, 병원 치료비도 질병마다 일정한 가격을 낸다면 어떨까요?



다음주부터 전국 2천9백여 개 병의원에서 실시되는 포괄수가제 얘기인데요.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포괄수가제의 의미, 또 환자와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현행 의료비 체계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점이 있었기에 이 제도가 시행되는 건지, 일선 병의원의 진료 실태를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 관절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놓고 있습니다.



초음파로 관절 내부를 보면 좀더 정확한 곳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의사는 굳이 초음파를 보면서 주사를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뷰> 정형외과 전문의 : "숙련된 의사들은 초음파 없이도 정확한 위치에 잘 주사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주사치료를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그냥 주사만 놓으면 치료비가 2천2백 원, 초음파를 보면서 시술을 하면 4만 원이 추가됩니다.



이처럼 과잉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의사의 진료나 검사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 때문입니다.



환자 수를 늘리고 검사를 많이 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자 한 명당 연간 평균 입원일수는 16.7일로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현실에 맞지 않은 낮은 수가도 과잉 진료의 한 원인입니다.



환자를 많이 입원시키고 검사를 남발해야 병원이 유지됩니다.



<인터뷰> 고용곤(관절전문병원장) : "수가가 낮죠.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고 지난 10년간 물가상승율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 과잉진료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수가 현실화와 의료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미리 정해놓겠다는 게 포괄수가제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진료비가 절약되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모은희 기자가 자세히 소개합니다.



<기자 멘트>



포괄수가제, 조금 어려운 말이죠. ’포괄’, 하나로 묶은 ’수가’, 병원비라는 뜻인데요.



이 영수증처럼 주사비, 수술비, 약품비 등등 항목별로 지불하는 방식이 기존 제도라면 포괄수가제는 질병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는 금액을 내는 겁니다.



이번에 적용되는 대상은 제 앞에 나와있는 이 7가지 질병입니다.



치질, 편도선같이 흔히 하는 수술들입니다.



워낙 자주 하는 만큼 병원마다 의술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비용을 일괄로 정하기가 수월하죠.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평균으로 따져봤습니다.



적게는 약 2만 원부터 많게는 10만 원대까지, 21%가량 병원비가 절약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환자를 만나볼까요?



사흘 전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낳은 산모입니다.



포괄수가제 자율 시행중인 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요. 본인부담금이 28만여 원 나왔습니다.



만약 기존 수가제로 청구됐다면 40만 원을 내야 했을 겁니다.



이렇게 진료비가 싸지는 이유는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항목들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급 병실료나 선택 진료비 등 일부는 종전처럼 본인 부담해야 합니다.



그동안 강력 반발해 온 의사단체가 오늘 전격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포괄수가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데요.



김민철 기자가 앞으로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포괄수가제에 반발하던 의사협회는 오늘 수술을 연기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사실상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녹취> 노환규(대한의사협회장) : "정부가 강행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잠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합니다."



다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제도 개선 기획단을 구성하자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15년 동안 포괄수가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재입원율이 기존 방식과도 거의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병원이 중증환자 받기를 꺼릴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제왕절개만 7종류 등 수가가 총 78가지로 세분화돼 있어, 병원이 중증 환자를 꺼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포괄수가제를 하더라도 대형병원은 중소 병의원보다 진료비가 더 비싸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 쏠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민수(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 "의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가 있고 또 과잉 진료 부분을 억제하고 적정 진료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정착 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내년 7월부터는 모든 종합병원에서도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의사들의 반발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정부는 이미 대부분의 의료 선진국들이 선택한 포괄수가제를 앞으로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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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포괄수가제 실시…어떻게 달라지나
    • 입력 2012-06-29 22: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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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격이 딱 정해져 있는 상점의 물건처럼, 병원 치료비도 질병마다 일정한 가격을 낸다면 어떨까요?

다음주부터 전국 2천9백여 개 병의원에서 실시되는 포괄수가제 얘기인데요.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포괄수가제의 의미, 또 환자와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현행 의료비 체계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점이 있었기에 이 제도가 시행되는 건지, 일선 병의원의 진료 실태를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 관절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놓고 있습니다.

초음파로 관절 내부를 보면 좀더 정확한 곳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의사는 굳이 초음파를 보면서 주사를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뷰> 정형외과 전문의 : "숙련된 의사들은 초음파 없이도 정확한 위치에 잘 주사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주사치료를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그냥 주사만 놓으면 치료비가 2천2백 원, 초음파를 보면서 시술을 하면 4만 원이 추가됩니다.

이처럼 과잉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의사의 진료나 검사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 때문입니다.

환자 수를 늘리고 검사를 많이 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자 한 명당 연간 평균 입원일수는 16.7일로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현실에 맞지 않은 낮은 수가도 과잉 진료의 한 원인입니다.

환자를 많이 입원시키고 검사를 남발해야 병원이 유지됩니다.

<인터뷰> 고용곤(관절전문병원장) : "수가가 낮죠.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고 지난 10년간 물가상승율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 과잉진료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수가 현실화와 의료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미리 정해놓겠다는 게 포괄수가제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진료비가 절약되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모은희 기자가 자세히 소개합니다.

<기자 멘트>

포괄수가제, 조금 어려운 말이죠. ’포괄’, 하나로 묶은 ’수가’, 병원비라는 뜻인데요.

이 영수증처럼 주사비, 수술비, 약품비 등등 항목별로 지불하는 방식이 기존 제도라면 포괄수가제는 질병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는 금액을 내는 겁니다.

이번에 적용되는 대상은 제 앞에 나와있는 이 7가지 질병입니다.

치질, 편도선같이 흔히 하는 수술들입니다.

워낙 자주 하는 만큼 병원마다 의술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비용을 일괄로 정하기가 수월하죠.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평균으로 따져봤습니다.

적게는 약 2만 원부터 많게는 10만 원대까지, 21%가량 병원비가 절약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환자를 만나볼까요?

사흘 전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낳은 산모입니다.

포괄수가제 자율 시행중인 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요. 본인부담금이 28만여 원 나왔습니다.

만약 기존 수가제로 청구됐다면 40만 원을 내야 했을 겁니다.

이렇게 진료비가 싸지는 이유는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항목들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급 병실료나 선택 진료비 등 일부는 종전처럼 본인 부담해야 합니다.

그동안 강력 반발해 온 의사단체가 오늘 전격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포괄수가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데요.

김민철 기자가 앞으로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포괄수가제에 반발하던 의사협회는 오늘 수술을 연기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사실상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녹취> 노환규(대한의사협회장) : "정부가 강행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잠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합니다."

다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제도 개선 기획단을 구성하자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15년 동안 포괄수가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재입원율이 기존 방식과도 거의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병원이 중증환자 받기를 꺼릴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제왕절개만 7종류 등 수가가 총 78가지로 세분화돼 있어, 병원이 중증 환자를 꺼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포괄수가제를 하더라도 대형병원은 중소 병의원보다 진료비가 더 비싸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 쏠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민수(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 "의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가 있고 또 과잉 진료 부분을 억제하고 적정 진료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정착 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내년 7월부터는 모든 종합병원에서도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의사들의 반발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정부는 이미 대부분의 의료 선진국들이 선택한 포괄수가제를 앞으로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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