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최근 남미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서 펠리컨과 돌고래가 수 천마리 떼죽음을 당해 사체로 떠오르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페루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결론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요, 이러는 사이 괴바이러스 감염설 등 괴담마저 확산돼 민심을 흉흉케 하고 있습니다.
태평양 바다동물들의 떼죽음 현장, 박전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위 7도, 페루 북서부 태평양 해안입니다.
광대한 태평양을 끼고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평화로운 어촌...넓은 백사장을 걸어가자 동물의 사체가 보입니다.
주둥이가 크고 길쭉한 펠리컨입니다.
죽은 지가 꽤 됐는지 심하게 부패됐습니다.
태평양 해안에서 죽어 있는 동물들... 지난 2월부터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페루 북서부 해안에서 무더기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은 영리하기로 유명한 돌고래...날렵하고 힘도 세 상어와 더불어 인간 외에는 천적이 없다는 돌고래가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겁니다.
<인터뷰> 시토 산투리온(어부) : “여기 주변에서만 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요, 저쪽으로는 더 많이 죽어있었습니다.“
죽은 돌고래는 커다란 수컷과, 중간 크기의 암컷, 자그마한 새끼까지 다양했습니다.
부패 상태로 볼 때 한꺼번에 죽었다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페루 북서부 거점도시 치클라요를 중심으로 남북 150Km 해안에서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모두 9백여 구의 돌고래 사체가 계속해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알레한드로 시메(시청 공무원) : “발생초기에는 자연적인 일반현상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죽은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이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근의 또다른 태평양 해안...이번에는 해안 곳곳에서 펠리컨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습니다.
커다란 주둥이가 인상적인 물고기잡이 선수 펠리컨들...주민과 공무원들이 사체를 치우고 또 치워도 계속해서 물에 쓸려왔습니다.
<인터뷰> 하발 옌케(주민) : “이곳 피멘텔 해변에서만 펠리칸들이 대략 4천마리 정도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 소식이 TV전파를 타자 페루인들은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물고기들이 오염되면서 그걸 먹은 동물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생선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어민과 상인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어민 : “물고기는 이상 없어요. 보세요. 제가 이렇게 먹는대도 괜찮잖아요...“
태평양 연안에서 계속되는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의 원인을 놓고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와의 연관성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사를 했습니다.
돌고래들의 사체를 해부한 결과, 귓속 뼈가 파열돼 있는 등 주목할만한 결과들을 찾아냈습니다.
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의 귀가 파열됐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돌고래들이 떼죽음한 해안에서 북서쪽으로 100여km 떨어진 대륙붕 지대. 거대 미국 자본이 투자된 해저유전 개발현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상 구조물이 설치된 지역은 물론 인근 해역에서 폭넓게 석유 탐사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륙붕 탐사 때 발생하는 수중 폭발음이 돌고래들에게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카를로스 야이펜(페루 해양동물보호기구(ORCA) 대표) : “뇌출혈을 일으키고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극심한 '감압증'에 시달린 흔적이 있는데요. 강력한 수중 음파에 의한 갑작스런 죽음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페루 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돌고래와 펠리컨들의 사체를 수거해 부검하고, 바이러스나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독성화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돌고래의 죽음은 석유 시추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마누엘 풀가르(페루 환경부장관) : “석유탐사 음파 때문에 돌고래가 죽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애매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 엘리사 고사(페루 국립해양연구소 생태학자) : “석유시추작업이 전세계적으로 돌고래의 간접적인 죽음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이번 떼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근거는 못찾았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파우스티노 비실(지역방송국 환경기자) : “정부가 개발을 촉진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확실한 설명 없이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런 식으로 다뤄져서는 안됩니다.“
4개월에 걸친 전문기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원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조사가 너무 안이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길예르모 알바레스(산 마르코스대학 교수) : “죽은 돌고래 9백마리 중 불과 30마리만 표본으로 채택됐고, 그 30마리 중에서도 4~5마리 정도만 실제 조사에 부합하게 검사됐는데 어떻게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까?”
반면 펠리컨의 떼죽음에 관해선 비교적 수긍할만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6도나 높아져 뜨거워지자 새들의 먹이인 멸치떼가 좀 더 차가운 물속 깊이 이동하면서 굶어죽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헤르만 바제솔리스(페루 국립해양연구소(IMARPE) 소장) : “펠리칸의 죽음은 북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해류와 연관이 있고요, 가장 큰 원인은 먹이 부족이었습니다. 죽은 펠리컨들은 주로 새끼 펠리칸들로 사냥능력이 부족한 것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굶주린 펠리컨들은 고기잡이배를 습격하거나 생선가게 주방까지 겁없이 침입하는 등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벌였습니다.
"펠리컨을 살리자...."
물고기가 오염돼 죽은 게 아니라 먹을 게 없어서 죽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찬바람이 불었던 해산물 업계가 반색했습니다.
주방장 수백여 명이 굶주린 펠리컨들을 찾아 물고기를 나눠주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됐습니다.
굶주린 펠리컨 수천마리가 배를 쫓아오며 먹이를 구걸하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하비에르 바르가스(페루 해산물레스토랑 협회장) : “기후 변화로 먹이인 멸치와 줄무늬 물고기들이 바닷속으로 도망가면서 펠리컨들이 못먹어서 약해지고 죽은 겁니다.“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의 작은 어촌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에벨리아(주부) : “지금은 걱정 안돼요. 생선에 이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안초비(멸치류)라는 먹이가 없어서 굶어죽었던 거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물고기떼의 이동은 펠리컨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오 라미레스(어민) : “요즘은 생선들이 많이 없습니다. 펠리컨 죽음의 원인이지만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생선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태평양 연안에서 잇달아 발생한 돌고래들의 석연찮은 떼죽음....그리고 엘니뇨로 이어지는 태평양 해수온도 상승으로 초래된 펠리컨들의 집단 아사...원인은 다르지만 인간이 초래한 환경변화 때문에 죽어갔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최근 남미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서 펠리컨과 돌고래가 수 천마리 떼죽음을 당해 사체로 떠오르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페루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결론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요, 이러는 사이 괴바이러스 감염설 등 괴담마저 확산돼 민심을 흉흉케 하고 있습니다.
태평양 바다동물들의 떼죽음 현장, 박전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위 7도, 페루 북서부 태평양 해안입니다.
광대한 태평양을 끼고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평화로운 어촌...넓은 백사장을 걸어가자 동물의 사체가 보입니다.
주둥이가 크고 길쭉한 펠리컨입니다.
죽은 지가 꽤 됐는지 심하게 부패됐습니다.
태평양 해안에서 죽어 있는 동물들... 지난 2월부터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페루 북서부 해안에서 무더기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은 영리하기로 유명한 돌고래...날렵하고 힘도 세 상어와 더불어 인간 외에는 천적이 없다는 돌고래가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겁니다.
<인터뷰> 시토 산투리온(어부) : “여기 주변에서만 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요, 저쪽으로는 더 많이 죽어있었습니다.“
죽은 돌고래는 커다란 수컷과, 중간 크기의 암컷, 자그마한 새끼까지 다양했습니다.
부패 상태로 볼 때 한꺼번에 죽었다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페루 북서부 거점도시 치클라요를 중심으로 남북 150Km 해안에서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모두 9백여 구의 돌고래 사체가 계속해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알레한드로 시메(시청 공무원) : “발생초기에는 자연적인 일반현상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죽은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이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근의 또다른 태평양 해안...이번에는 해안 곳곳에서 펠리컨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습니다.
커다란 주둥이가 인상적인 물고기잡이 선수 펠리컨들...주민과 공무원들이 사체를 치우고 또 치워도 계속해서 물에 쓸려왔습니다.
<인터뷰> 하발 옌케(주민) : “이곳 피멘텔 해변에서만 펠리칸들이 대략 4천마리 정도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 소식이 TV전파를 타자 페루인들은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물고기들이 오염되면서 그걸 먹은 동물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생선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어민과 상인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어민 : “물고기는 이상 없어요. 보세요. 제가 이렇게 먹는대도 괜찮잖아요...“
태평양 연안에서 계속되는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의 원인을 놓고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와의 연관성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사를 했습니다.
돌고래들의 사체를 해부한 결과, 귓속 뼈가 파열돼 있는 등 주목할만한 결과들을 찾아냈습니다.
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의 귀가 파열됐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돌고래들이 떼죽음한 해안에서 북서쪽으로 100여km 떨어진 대륙붕 지대. 거대 미국 자본이 투자된 해저유전 개발현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상 구조물이 설치된 지역은 물론 인근 해역에서 폭넓게 석유 탐사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륙붕 탐사 때 발생하는 수중 폭발음이 돌고래들에게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카를로스 야이펜(페루 해양동물보호기구(ORCA) 대표) : “뇌출혈을 일으키고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극심한 '감압증'에 시달린 흔적이 있는데요. 강력한 수중 음파에 의한 갑작스런 죽음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페루 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돌고래와 펠리컨들의 사체를 수거해 부검하고, 바이러스나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독성화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돌고래의 죽음은 석유 시추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마누엘 풀가르(페루 환경부장관) : “석유탐사 음파 때문에 돌고래가 죽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애매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 엘리사 고사(페루 국립해양연구소 생태학자) : “석유시추작업이 전세계적으로 돌고래의 간접적인 죽음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이번 떼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근거는 못찾았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파우스티노 비실(지역방송국 환경기자) : “정부가 개발을 촉진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확실한 설명 없이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런 식으로 다뤄져서는 안됩니다.“
4개월에 걸친 전문기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원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조사가 너무 안이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길예르모 알바레스(산 마르코스대학 교수) : “죽은 돌고래 9백마리 중 불과 30마리만 표본으로 채택됐고, 그 30마리 중에서도 4~5마리 정도만 실제 조사에 부합하게 검사됐는데 어떻게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까?”
반면 펠리컨의 떼죽음에 관해선 비교적 수긍할만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6도나 높아져 뜨거워지자 새들의 먹이인 멸치떼가 좀 더 차가운 물속 깊이 이동하면서 굶어죽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헤르만 바제솔리스(페루 국립해양연구소(IMARPE) 소장) : “펠리칸의 죽음은 북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해류와 연관이 있고요, 가장 큰 원인은 먹이 부족이었습니다. 죽은 펠리컨들은 주로 새끼 펠리칸들로 사냥능력이 부족한 것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굶주린 펠리컨들은 고기잡이배를 습격하거나 생선가게 주방까지 겁없이 침입하는 등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벌였습니다.
"펠리컨을 살리자...."
물고기가 오염돼 죽은 게 아니라 먹을 게 없어서 죽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찬바람이 불었던 해산물 업계가 반색했습니다.
주방장 수백여 명이 굶주린 펠리컨들을 찾아 물고기를 나눠주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됐습니다.
굶주린 펠리컨 수천마리가 배를 쫓아오며 먹이를 구걸하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하비에르 바르가스(페루 해산물레스토랑 협회장) : “기후 변화로 먹이인 멸치와 줄무늬 물고기들이 바닷속으로 도망가면서 펠리컨들이 못먹어서 약해지고 죽은 겁니다.“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의 작은 어촌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에벨리아(주부) : “지금은 걱정 안돼요. 생선에 이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안초비(멸치류)라는 먹이가 없어서 굶어죽었던 거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물고기떼의 이동은 펠리컨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오 라미레스(어민) : “요즘은 생선들이 많이 없습니다. 펠리컨 죽음의 원인이지만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생선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태평양 연안에서 잇달아 발생한 돌고래들의 석연찮은 떼죽음....그리고 엘니뇨로 이어지는 태평양 해수온도 상승으로 초래된 펠리컨들의 집단 아사...원인은 다르지만 인간이 초래한 환경변화 때문에 죽어갔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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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의 태평양 떼죽음
-
- 입력 2012-07-01 09:46:19
<앵커 멘트>
최근 남미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서 펠리컨과 돌고래가 수 천마리 떼죽음을 당해 사체로 떠오르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페루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결론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요, 이러는 사이 괴바이러스 감염설 등 괴담마저 확산돼 민심을 흉흉케 하고 있습니다.
태평양 바다동물들의 떼죽음 현장, 박전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위 7도, 페루 북서부 태평양 해안입니다.
광대한 태평양을 끼고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평화로운 어촌...넓은 백사장을 걸어가자 동물의 사체가 보입니다.
주둥이가 크고 길쭉한 펠리컨입니다.
죽은 지가 꽤 됐는지 심하게 부패됐습니다.
태평양 해안에서 죽어 있는 동물들... 지난 2월부터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페루 북서부 해안에서 무더기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은 영리하기로 유명한 돌고래...날렵하고 힘도 세 상어와 더불어 인간 외에는 천적이 없다는 돌고래가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겁니다.
<인터뷰> 시토 산투리온(어부) : “여기 주변에서만 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요, 저쪽으로는 더 많이 죽어있었습니다.“
죽은 돌고래는 커다란 수컷과, 중간 크기의 암컷, 자그마한 새끼까지 다양했습니다.
부패 상태로 볼 때 한꺼번에 죽었다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페루 북서부 거점도시 치클라요를 중심으로 남북 150Km 해안에서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모두 9백여 구의 돌고래 사체가 계속해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알레한드로 시메(시청 공무원) : “발생초기에는 자연적인 일반현상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죽은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이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근의 또다른 태평양 해안...이번에는 해안 곳곳에서 펠리컨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습니다.
커다란 주둥이가 인상적인 물고기잡이 선수 펠리컨들...주민과 공무원들이 사체를 치우고 또 치워도 계속해서 물에 쓸려왔습니다.
<인터뷰> 하발 옌케(주민) : “이곳 피멘텔 해변에서만 펠리칸들이 대략 4천마리 정도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 소식이 TV전파를 타자 페루인들은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물고기들이 오염되면서 그걸 먹은 동물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생선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어민과 상인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어민 : “물고기는 이상 없어요. 보세요. 제가 이렇게 먹는대도 괜찮잖아요...“
태평양 연안에서 계속되는 동물들의 의문의 떼죽음의 원인을 놓고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와의 연관성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사를 했습니다.
돌고래들의 사체를 해부한 결과, 귓속 뼈가 파열돼 있는 등 주목할만한 결과들을 찾아냈습니다.
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의 귀가 파열됐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돌고래들이 떼죽음한 해안에서 북서쪽으로 100여km 떨어진 대륙붕 지대. 거대 미국 자본이 투자된 해저유전 개발현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상 구조물이 설치된 지역은 물론 인근 해역에서 폭넓게 석유 탐사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륙붕 탐사 때 발생하는 수중 폭발음이 돌고래들에게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카를로스 야이펜(페루 해양동물보호기구(ORCA) 대표) : “뇌출혈을 일으키고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극심한 '감압증'에 시달린 흔적이 있는데요. 강력한 수중 음파에 의한 갑작스런 죽음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페루 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돌고래와 펠리컨들의 사체를 수거해 부검하고, 바이러스나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독성화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돌고래의 죽음은 석유 시추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마누엘 풀가르(페루 환경부장관) : “석유탐사 음파 때문에 돌고래가 죽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애매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 엘리사 고사(페루 국립해양연구소 생태학자) : “석유시추작업이 전세계적으로 돌고래의 간접적인 죽음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이번 떼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근거는 못찾았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파우스티노 비실(지역방송국 환경기자) : “정부가 개발을 촉진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확실한 설명 없이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런 식으로 다뤄져서는 안됩니다.“
4개월에 걸친 전문기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원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조사가 너무 안이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길예르모 알바레스(산 마르코스대학 교수) : “죽은 돌고래 9백마리 중 불과 30마리만 표본으로 채택됐고, 그 30마리 중에서도 4~5마리 정도만 실제 조사에 부합하게 검사됐는데 어떻게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까?”
반면 펠리컨의 떼죽음에 관해선 비교적 수긍할만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6도나 높아져 뜨거워지자 새들의 먹이인 멸치떼가 좀 더 차가운 물속 깊이 이동하면서 굶어죽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헤르만 바제솔리스(페루 국립해양연구소(IMARPE) 소장) : “펠리칸의 죽음은 북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해류와 연관이 있고요, 가장 큰 원인은 먹이 부족이었습니다. 죽은 펠리컨들은 주로 새끼 펠리칸들로 사냥능력이 부족한 것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굶주린 펠리컨들은 고기잡이배를 습격하거나 생선가게 주방까지 겁없이 침입하는 등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벌였습니다.
"펠리컨을 살리자...."
물고기가 오염돼 죽은 게 아니라 먹을 게 없어서 죽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찬바람이 불었던 해산물 업계가 반색했습니다.
주방장 수백여 명이 굶주린 펠리컨들을 찾아 물고기를 나눠주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됐습니다.
굶주린 펠리컨 수천마리가 배를 쫓아오며 먹이를 구걸하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하비에르 바르가스(페루 해산물레스토랑 협회장) : “기후 변화로 먹이인 멸치와 줄무늬 물고기들이 바닷속으로 도망가면서 펠리컨들이 못먹어서 약해지고 죽은 겁니다.“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의 작은 어촌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에벨리아(주부) : “지금은 걱정 안돼요. 생선에 이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안초비(멸치류)라는 먹이가 없어서 굶어죽었던 거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물고기떼의 이동은 펠리컨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오 라미레스(어민) : “요즘은 생선들이 많이 없습니다. 펠리컨 죽음의 원인이지만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생선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태평양 연안에서 잇달아 발생한 돌고래들의 석연찮은 떼죽음....그리고 엘니뇨로 이어지는 태평양 해수온도 상승으로 초래된 펠리컨들의 집단 아사...원인은 다르지만 인간이 초래한 환경변화 때문에 죽어갔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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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전식 기자 jspa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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