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다시 도는 턴테이블…LP 찾는 사람들

입력 2012.07.06 (09:01) 수정 2012.07.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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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비가 오면 왠지 감상적인 기분에, 음악이라도 한 곡 틀어놓고 싶을때 있죠.

네, 예전에 노래들을 땐 LP판 구해다가 턴테이블에 정성스럽게 올려서 틀던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은 CD나 MP3면 뚝딱이니 그런 낭만이 좀 사라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아쉬움 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설까요?

추억의 LP판이 다시 음악팬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요.

조빛나 기자, LP의 화려한 부활, 소개해주신다고요?

<리포트>

우리나라는 오히려 좀 늦은 편이고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LP의 열풍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수들의 LP음반 출시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려는 중장년층 뿐만아니라 LP 음반만의 독특한 음색을 즐기려는 애호가들이 늘면서 LP는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다시 만난 아날로그 감성, 앞으로도 새롭게 진화할 모습도 기대됩니다.

중년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곳은 LP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려준다는 카페입니다.

<인터뷰>손해동(서울시 잠실동) : “내가 듣고 싶은 노래 신청하는 거예요. 옛날에 도끼 빗 뒤에 꽂고 DJ 하던 시절에 듣던 노래야”

<녹취> “조용필의 단발머리 한 곡 들려주세요.”

<녹취> “단발머리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는 DJ도 있습니다.

서둘러 오래된 LP 앨범을 찾아냅니다.

앳된 얼굴의 조용필씨 보이시죠?

<녹취> “신청곡 조용필의 단발머리 들려드리겠습니다”

<녹취>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이렇게 그때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강창열( 서울시 문정동) : “70년대 학교 다니던 사람들은 이 노래(연가) 안 부르면 간첩이었어요."

<녹취> "(노래에 추억이 있으세요?) 몰래 데이트 했던?”

<인터뷰>강창열(서울시 문정동) : “아내 앞에서 무슨 추억이야기를 하라고 하세요. 집에서 쫓겨나게 만들려고 그래요."

<인터뷰> 김은미( 서울시 문정동 ) ; “(LP 음악을 들으면) 옛날 추억에 잠길 수 있어요. 좋았던 대학교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된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녹취>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군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선물한 어머니.

요즘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LP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다영( LP 까페 사장) : “세시봉 붐을 타고 젊은이들도 (LP 음악을) 들어보니까 좋거든요. 젊은이들도 점점 더 아날로그적인 LP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중고 LP 가게들도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LP 가게, 앨범 표지만 봐도 세월의 흔적 묻어나는데요.

<녹취> LP가게 사장 : “옛날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이 영어를 한글로 썼잖아요. 지금 보면 굉장히 웃긴 글들이 많아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LP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은경 씨.

<인터뷰> 정은경( 중고 LP 가게 사장) : “(LP가) 당신이었죠. (아버지가) 젊었을 때부터 75세까지 하셨으니까 평생 동안”

부르는 게 값인 LP까지 희소성만 따지면 어떻게 일일이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정은경( 중고 LP 가게 사장) : “이거는 그렇게까지 비싼 거는 아닌데, 음반 표지만 봐도 재미있는 것. 이런 것은 백만 원씩 하고“

인기가 많다는 비틀즈의 음반 꺼내서 들어봤습니다.

비오는날, 지나던 사람들도 불러 세우는 LP 음악이죠.

<인터뷰> “(젊은 시절)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거죠. 젊은 시절로”

이렇게 LP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몇 년 전부터 아예 수집가로 나선 사람도 있습니다.

보물처럼 아끼는 5000여장의 LP 판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는데요.

퇴근하면 이렇게 LP를 닦는 게 일이고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소중하니까요 기본자세죠 음반을 아끼는 사람의 자세죠.”

어떤 음반들이 있나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제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서태지씨 앨범이 이렇게 많아요."

네, 10장이나 된다고 하고요, 이렇게 빨간색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명호 (LP 마니아) : “생일날 누나가 길석이에게. 동생에게 선물한 앨범이에요”

중고 책방에서 예전 주인의 흔적 발견하는 것처럼 중고 LP음반에서도 보물찾기 가능하다는데요.

또 뭘 사셨습니까?

상자 가득한 LP를 보며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은 심상치 않죠?

<인터뷰> 김영단 (아내) : “LP 사러 간다고 하면 제가 '또 사러 가냐고 그만 좀 사라고' 처음에는 구박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구박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내도 말리지 못하는 LP 사랑.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요?

한 번 LP의 매력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LP의 매력은) 어떤 설명보다는 직접 들어보시고 느껴보셔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한번 그래서 CD와 비교를 해보기로 했는데요.

뭔가 튀는 소리가 나죠? CD 음악은요, 똑같은 소절인데도 이렇게 깨끗하게 들립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LP의 매력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꿈도 갖게 되었다고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제 나이가 60 정도 되면 (사람들이) 힘들 때 쉬었다 갈 수 있는, 부담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사라졌던 LP 공장도 문을 열었습니다.

2004년 이후, 8년 만인데요.

패티김부터 아이돌 가수까지 속속 LP제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부활의 신호탄이라고요.

그런데 이런 LP의 부활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고요.

<인터뷰> 이길용( LP 공장 사장) :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벌써 LP가 많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요. K-POP 아이돌 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그들의 음반과 맞물려서 여러 가지 기념품이 합쳐진 사업을 하면 어떨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쉴 곳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게 돌아온 LP 시대.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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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07-06 11: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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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비가 오면 왠지 감상적인 기분에, 음악이라도 한 곡 틀어놓고 싶을때 있죠. 네, 예전에 노래들을 땐 LP판 구해다가 턴테이블에 정성스럽게 올려서 틀던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은 CD나 MP3면 뚝딱이니 그런 낭만이 좀 사라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아쉬움 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설까요? 추억의 LP판이 다시 음악팬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요. 조빛나 기자, LP의 화려한 부활, 소개해주신다고요? <리포트> 우리나라는 오히려 좀 늦은 편이고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LP의 열풍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수들의 LP음반 출시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려는 중장년층 뿐만아니라 LP 음반만의 독특한 음색을 즐기려는 애호가들이 늘면서 LP는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다시 만난 아날로그 감성, 앞으로도 새롭게 진화할 모습도 기대됩니다. 중년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곳은 LP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려준다는 카페입니다. <인터뷰>손해동(서울시 잠실동) : “내가 듣고 싶은 노래 신청하는 거예요. 옛날에 도끼 빗 뒤에 꽂고 DJ 하던 시절에 듣던 노래야” <녹취> “조용필의 단발머리 한 곡 들려주세요.” <녹취> “단발머리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는 DJ도 있습니다. 서둘러 오래된 LP 앨범을 찾아냅니다. 앳된 얼굴의 조용필씨 보이시죠? <녹취> “신청곡 조용필의 단발머리 들려드리겠습니다” <녹취>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이렇게 그때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강창열( 서울시 문정동) : “70년대 학교 다니던 사람들은 이 노래(연가) 안 부르면 간첩이었어요." <녹취> "(노래에 추억이 있으세요?) 몰래 데이트 했던?” <인터뷰>강창열(서울시 문정동) : “아내 앞에서 무슨 추억이야기를 하라고 하세요. 집에서 쫓겨나게 만들려고 그래요." <인터뷰> 김은미( 서울시 문정동 ) ; “(LP 음악을 들으면) 옛날 추억에 잠길 수 있어요. 좋았던 대학교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된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녹취>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군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선물한 어머니. 요즘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LP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다영( LP 까페 사장) : “세시봉 붐을 타고 젊은이들도 (LP 음악을) 들어보니까 좋거든요. 젊은이들도 점점 더 아날로그적인 LP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중고 LP 가게들도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LP 가게, 앨범 표지만 봐도 세월의 흔적 묻어나는데요. <녹취> LP가게 사장 : “옛날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이 영어를 한글로 썼잖아요. 지금 보면 굉장히 웃긴 글들이 많아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LP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은경 씨. <인터뷰> 정은경( 중고 LP 가게 사장) : “(LP가) 당신이었죠. (아버지가) 젊었을 때부터 75세까지 하셨으니까 평생 동안” 부르는 게 값인 LP까지 희소성만 따지면 어떻게 일일이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정은경( 중고 LP 가게 사장) : “이거는 그렇게까지 비싼 거는 아닌데, 음반 표지만 봐도 재미있는 것. 이런 것은 백만 원씩 하고“ 인기가 많다는 비틀즈의 음반 꺼내서 들어봤습니다. 비오는날, 지나던 사람들도 불러 세우는 LP 음악이죠. <인터뷰> “(젊은 시절)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거죠. 젊은 시절로” 이렇게 LP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몇 년 전부터 아예 수집가로 나선 사람도 있습니다. 보물처럼 아끼는 5000여장의 LP 판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는데요. 퇴근하면 이렇게 LP를 닦는 게 일이고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소중하니까요 기본자세죠 음반을 아끼는 사람의 자세죠.” 어떤 음반들이 있나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제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서태지씨 앨범이 이렇게 많아요." 네, 10장이나 된다고 하고요, 이렇게 빨간색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명호 (LP 마니아) : “생일날 누나가 길석이에게. 동생에게 선물한 앨범이에요” 중고 책방에서 예전 주인의 흔적 발견하는 것처럼 중고 LP음반에서도 보물찾기 가능하다는데요. 또 뭘 사셨습니까? 상자 가득한 LP를 보며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은 심상치 않죠? <인터뷰> 김영단 (아내) : “LP 사러 간다고 하면 제가 '또 사러 가냐고 그만 좀 사라고' 처음에는 구박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구박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내도 말리지 못하는 LP 사랑.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요? 한 번 LP의 매력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LP의 매력은) 어떤 설명보다는 직접 들어보시고 느껴보셔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한번 그래서 CD와 비교를 해보기로 했는데요. 뭔가 튀는 소리가 나죠? CD 음악은요, 똑같은 소절인데도 이렇게 깨끗하게 들립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LP의 매력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꿈도 갖게 되었다고요. <인터뷰> 김명호( LP 마니아) : “제 나이가 60 정도 되면 (사람들이) 힘들 때 쉬었다 갈 수 있는, 부담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사라졌던 LP 공장도 문을 열었습니다. 2004년 이후, 8년 만인데요. 패티김부터 아이돌 가수까지 속속 LP제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부활의 신호탄이라고요. 그런데 이런 LP의 부활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고요. <인터뷰> 이길용( LP 공장 사장) :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벌써 LP가 많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요. K-POP 아이돌 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그들의 음반과 맞물려서 여러 가지 기념품이 합쳐진 사업을 하면 어떨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쉴 곳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게 돌아온 LP 시대.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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