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단지를 분양합니다.”

입력 2012.07.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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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 한옥밀집지역인 북촌 한옥마을.

새로 지은 한옥이 옛 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낡은 한옥들 주변에 4,5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쉽게 눈에 띕니다.

<인터뷰> 이수경(북촌 한옥마을 30년 거주) : "사람들 몇 집이 짓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따라서, 집(한옥)이 너무 막 그냥 쓰러질 것 같아서 다시 이렇게 빌라로 지은 거예요."

이처럼 한옥을 허물고 현대식 건물을 짓던 것도 한때, 요즘엔, 한옥이 대셉니다.

주차도 불편하고 집도 많이 낡았지만 높아만 가는 한옥의 인기에 이 지역 집값은 오르기만 합니다.

<인터뷰> 정길상(공인중개사) : "한 20평 정도 되면 평(3.3㎡)당 한 3천만 원 해서 6억 정도, 그것은 아직 수리가 안 된 집들이에요. 수리가 됐다고 할 것 같으면 3천5백만 원 정도 이러면 한 7억 원 정도 이렇게 되겠죠."

전국 대부분의 주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 한옥마을에서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많은 지자체와 건설업체들이 한옥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통 한옥 보존과 저가형 한옥 보급의 갈등 속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점검했습니다.

나지막한 담장이 정겨운 골목길과, 유려한 곡선의 처마지붕이 자연스레 이어진 하늘 풍경까지.

북촌 한옥마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불과 3,4년 전.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북촌 가꾸기 사업의 결괍니다.

<인터뷰> 하태환(서울시 삼청동) : "여기는 진짜 살아보면 너무 좋아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너무 조용해요. 여기는 차 소리가 안 들린다니까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가 한옥 지원 정책을 수립하면서 940여 채이던 북촌 한옥은 2008년 1,233채로 늘어났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2008년 '한옥선언'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서울시 전역에서 한옥 4,500채를 보수하거나 신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개별 한옥의 보존과 신축을 넘어 새로운 한옥마을 조성에도 나섰습니다.

<인터뷰> 오세훈(전 서울시장/2011년 7월) : "새로운 한옥의 진화 과정 중에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봅니다."

북한산의 수려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3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부지에 한옥 158채가 들어서는 은평 한옥마을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최소 188제곱미터부터 최대 441제곱미터까지 다양한 크기의 택지가 마련돼 있으며, 소형 택지는 추첨제, 중대형 택지는 경쟁입찰제로 분양을 합니다.

<인터뷰> 국채호(은평구 문화체육관광과) : "일반 단독주택 부지였는데, 지금 뭐 일산이나 이런데 뉴타운지에 가보면 다 분양이 안 됩니다. 10년이 돼도,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분양이 안 될 바에야 한옥을 밀자..."

특히 일부 택지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민형 다세대 한옥을 짓기로 했습니다.

한옥 한 채에 두세 가구가 함께 모여 살면서 각각의 마당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 설계가 돼 있습니다.

<인터뷰> 국채호(은평구 문화체육관광과) : "한 필지에 두 세대, 세 세대가 들어서 가지고 이제 일반인들이 거기에 대해서 이제 같이 좀 싸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지만, 다세대 한옥의 경우에도 한 가구당 부담해야 하는 토지구입비와 한옥건축비를 합하면 5억 원을 훌쩍 넘어 서민형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인터뷰> 오춘식(서울시 문래동) : "강북 아파트 25평이 보통 한 3억 하는데, 다세대 한옥이래 봐야 20평 정도인데, 너무한 거죠. 5억이면."

도심에서도 가깝고 자연경관도 빼어난 북한산 자락에 부유층을 위한 고급 한옥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한옥마을 조성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내에 300채 규모의 한옥마을을 짓기로 했습니다.

<녹취>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동탄신도시에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게 위치라던가 이런 게 민감한 게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요."

하지만,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로 구성되는 동탄신도시에 한옥단지가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종현(소장/통의도시연구소) : "지금 전국의 군수 시장들이 한옥을 한다고 막 여기저기서 난리를 치는데, 나는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내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동탄 같은 곳에 한 30층 이상 되는 아파트에 갑자기 동그라미 쳐 놓고, 여기는 한옥 지어요. 아주 저기 하면 고목 밑에..."

한옥의 경관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정구(대표/구가건축) : "한옥동네가 가지고 있는 골목길이라든지 각각의 집이 다르다든지, 이런 것들이 반영되기보다, 약간 획일적이면서 또 차량의 이동이 편한 것이라든지 이렇게 해 가지고, 조금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한옥의 모습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또, 경기도 이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과 관광휴양 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성균제라고 이름붙인 이곳도 300채 규모의 한옥마을과 대형 한옥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국토해양부가 행정적 지원에 나서고 건설대기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동탄과 이천 외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세종시에도 대규모 한옥마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전남 진도군에 3만 8천 제곱미터, 울산광역시 울주군에도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한옥전용 단지가 조성되는 등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여 곳에 이릅니다.

한옥 마을 조성사업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남 화순군 뉴타운 조성 현장.

한옥 50채가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한옥들은 100제곱미터 규모로, ㅡ자형, ㄷ자형, ㄱ자형, 세 가지 형태로 설계됐고, 종류별로 내부설계가 동일합니다.

<인터뷰> 양주형(화순군 농업정책과) : "우리는 가격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괄 50동을 지어서 공급하는 것으로 구조가 돼 있습니다."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현대식 건축법과 자재들이 모든 한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호걸(조성공사현장 관계자) : "하부는 RC구조입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고요. 내부에는 석고보드, 석고보드를 시공해 가지고 내부 마감을 하고요. (아래쪽은 일반 저것을 무슨 벽돌이라고 그러죠?) 저것은 이제 시멘트 벽돌인데요. (시멘트 벽돌이고, 그 위에 벽체도 지금 시멘트로 돼 있는 거죠?) 네. 시멘트에 황토 몰타르."

자재를 규격화하는 모듈화 공법도 적용돼 건축비는 3.3제곱미터당 650만 원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기존 한옥 건축비의 절반 정돕니다.

<녹취> 조성공사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하나의 평면을 가지고 50세대를 가다 보니까, 부재(자재)를 일일이 하나씩 규격화시켜서 올 수 있다는 것이죠. 공장에서 모든 것을 제작해 와서 현장에서 단순조립해서 맞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렇게 조성된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김봉렬(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 "너무 이것을 경제성 논리에 따라가다 보면, 한옥을 짓는 이유가 별로 없는 거에요. 쉽게 얘기하면 돈은 돈 대로 들고, 불편하고 초라하고, 나중에 그런 딜레마가 있죠."

실제 한옥 마을을 둘러본 사람들은 주택 공간 활용에 있어 불만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류연경(전남 화순군) : "제가 생각했던 한옥은 아파트 현대식 한옥이기 때문에 거실도 좀 넓어야 하고 그런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작고 구조가 좀 그런 것 같아요."

한때 인기였던 2층 연립주택이나 전원주택처럼 지금의 한옥 열풍도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현수(현대한옥학회 회장/연세대 교수) : "문제는 이제 어설프게 한 결과가 우리의 국민과 시민들한테 보여서 그래서 한옥에 대한 실망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진다면 한옥의 활성화가 잘 안 될 수도 있거든요."

특히 한옥의 전통미를 살리고 주변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단지 계획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봉렬(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 "북촌이 자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집단적으로 있기 때문에 경관이라든가 분위기라든가. 그렇기 때문에 개별 건물을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한데, 그것보다 마을에 중요한 것은 마을을 어떻게 만드는가도 중요하죠."

<인터뷰> 장명희(원장/한옥문화원) : "현대 건축에 택지 개발하듯이 집만 한옥으로 바꿔 놓는다고 해서 한옥마을이 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광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화순군 이서마을.

작은 계곡 옆으로 10여 채의 한옥이 경사면을 따라 차례차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라남도가 지원하고 있는 행복마을 사업 대상지로 농촌의 낡은 집 대신 깨끗한 한옥을 새로 지었습니다.

여건상 비싼 고급 자재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한옥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터뷰> 오병식(전남 화순군 이서면) : "다른 데 가서 보면 획일적으로 토목공사를, 반듯하게 평탄작업을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땅 형에 맞추고 집 형에 맞추고 산 형에 맞춰서 반드시 했습니다."

전라남도는 행복마을 사업을 통해 2004년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90개 마을에서 640여 채의 한옥을 새로 지었습니다.

행복마을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대규모 한옥단지 조성이 아닌 한옥을 통한 주거 개선 사업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장명희(원장/한옥문화원) : "우선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목적에 대한 것을 한번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지자체들이 발표하는 한옥마을 조성의 목적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역사 문화 관광의 자원화 하겠다는 것이거든요."

소멸 위기에 몰렸던 전통 한옥이 최근 큰 인기를 누리며 널리 보급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옥보급 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시장 논리로 추진하다 보면 전통 한옥의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외형적인 실적주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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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옥 단지를 분양합니다.”
    • 입력 2012-07-23 07:56:18
    취재파일K
서울의 대표적 한옥밀집지역인 북촌 한옥마을. 새로 지은 한옥이 옛 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낡은 한옥들 주변에 4,5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쉽게 눈에 띕니다. <인터뷰> 이수경(북촌 한옥마을 30년 거주) : "사람들 몇 집이 짓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따라서, 집(한옥)이 너무 막 그냥 쓰러질 것 같아서 다시 이렇게 빌라로 지은 거예요." 이처럼 한옥을 허물고 현대식 건물을 짓던 것도 한때, 요즘엔, 한옥이 대셉니다. 주차도 불편하고 집도 많이 낡았지만 높아만 가는 한옥의 인기에 이 지역 집값은 오르기만 합니다. <인터뷰> 정길상(공인중개사) : "한 20평 정도 되면 평(3.3㎡)당 한 3천만 원 해서 6억 정도, 그것은 아직 수리가 안 된 집들이에요. 수리가 됐다고 할 것 같으면 3천5백만 원 정도 이러면 한 7억 원 정도 이렇게 되겠죠." 전국 대부분의 주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 한옥마을에서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많은 지자체와 건설업체들이 한옥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통 한옥 보존과 저가형 한옥 보급의 갈등 속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점검했습니다. 나지막한 담장이 정겨운 골목길과, 유려한 곡선의 처마지붕이 자연스레 이어진 하늘 풍경까지. 북촌 한옥마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불과 3,4년 전.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북촌 가꾸기 사업의 결괍니다. <인터뷰> 하태환(서울시 삼청동) : "여기는 진짜 살아보면 너무 좋아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너무 조용해요. 여기는 차 소리가 안 들린다니까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가 한옥 지원 정책을 수립하면서 940여 채이던 북촌 한옥은 2008년 1,233채로 늘어났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2008년 '한옥선언'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서울시 전역에서 한옥 4,500채를 보수하거나 신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개별 한옥의 보존과 신축을 넘어 새로운 한옥마을 조성에도 나섰습니다. <인터뷰> 오세훈(전 서울시장/2011년 7월) : "새로운 한옥의 진화 과정 중에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봅니다." 북한산의 수려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3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부지에 한옥 158채가 들어서는 은평 한옥마을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최소 188제곱미터부터 최대 441제곱미터까지 다양한 크기의 택지가 마련돼 있으며, 소형 택지는 추첨제, 중대형 택지는 경쟁입찰제로 분양을 합니다. <인터뷰> 국채호(은평구 문화체육관광과) : "일반 단독주택 부지였는데, 지금 뭐 일산이나 이런데 뉴타운지에 가보면 다 분양이 안 됩니다. 10년이 돼도,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분양이 안 될 바에야 한옥을 밀자..." 특히 일부 택지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민형 다세대 한옥을 짓기로 했습니다. 한옥 한 채에 두세 가구가 함께 모여 살면서 각각의 마당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 설계가 돼 있습니다. <인터뷰> 국채호(은평구 문화체육관광과) : "한 필지에 두 세대, 세 세대가 들어서 가지고 이제 일반인들이 거기에 대해서 이제 같이 좀 싸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지만, 다세대 한옥의 경우에도 한 가구당 부담해야 하는 토지구입비와 한옥건축비를 합하면 5억 원을 훌쩍 넘어 서민형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인터뷰> 오춘식(서울시 문래동) : "강북 아파트 25평이 보통 한 3억 하는데, 다세대 한옥이래 봐야 20평 정도인데, 너무한 거죠. 5억이면." 도심에서도 가깝고 자연경관도 빼어난 북한산 자락에 부유층을 위한 고급 한옥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한옥마을 조성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내에 300채 규모의 한옥마을을 짓기로 했습니다. <녹취>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동탄신도시에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게 위치라던가 이런 게 민감한 게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요." 하지만,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로 구성되는 동탄신도시에 한옥단지가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종현(소장/통의도시연구소) : "지금 전국의 군수 시장들이 한옥을 한다고 막 여기저기서 난리를 치는데, 나는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내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동탄 같은 곳에 한 30층 이상 되는 아파트에 갑자기 동그라미 쳐 놓고, 여기는 한옥 지어요. 아주 저기 하면 고목 밑에..." 한옥의 경관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정구(대표/구가건축) : "한옥동네가 가지고 있는 골목길이라든지 각각의 집이 다르다든지, 이런 것들이 반영되기보다, 약간 획일적이면서 또 차량의 이동이 편한 것이라든지 이렇게 해 가지고, 조금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한옥의 모습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또, 경기도 이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과 관광휴양 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성균제라고 이름붙인 이곳도 300채 규모의 한옥마을과 대형 한옥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국토해양부가 행정적 지원에 나서고 건설대기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동탄과 이천 외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세종시에도 대규모 한옥마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전남 진도군에 3만 8천 제곱미터, 울산광역시 울주군에도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한옥전용 단지가 조성되는 등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여 곳에 이릅니다. 한옥 마을 조성사업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남 화순군 뉴타운 조성 현장. 한옥 50채가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한옥들은 100제곱미터 규모로, ㅡ자형, ㄷ자형, ㄱ자형, 세 가지 형태로 설계됐고, 종류별로 내부설계가 동일합니다. <인터뷰> 양주형(화순군 농업정책과) : "우리는 가격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괄 50동을 지어서 공급하는 것으로 구조가 돼 있습니다."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현대식 건축법과 자재들이 모든 한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호걸(조성공사현장 관계자) : "하부는 RC구조입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고요. 내부에는 석고보드, 석고보드를 시공해 가지고 내부 마감을 하고요. (아래쪽은 일반 저것을 무슨 벽돌이라고 그러죠?) 저것은 이제 시멘트 벽돌인데요. (시멘트 벽돌이고, 그 위에 벽체도 지금 시멘트로 돼 있는 거죠?) 네. 시멘트에 황토 몰타르." 자재를 규격화하는 모듈화 공법도 적용돼 건축비는 3.3제곱미터당 650만 원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기존 한옥 건축비의 절반 정돕니다. <녹취> 조성공사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하나의 평면을 가지고 50세대를 가다 보니까, 부재(자재)를 일일이 하나씩 규격화시켜서 올 수 있다는 것이죠. 공장에서 모든 것을 제작해 와서 현장에서 단순조립해서 맞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렇게 조성된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김봉렬(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 "너무 이것을 경제성 논리에 따라가다 보면, 한옥을 짓는 이유가 별로 없는 거에요. 쉽게 얘기하면 돈은 돈 대로 들고, 불편하고 초라하고, 나중에 그런 딜레마가 있죠." 실제 한옥 마을을 둘러본 사람들은 주택 공간 활용에 있어 불만을 제기합니다. <인터뷰> 류연경(전남 화순군) : "제가 생각했던 한옥은 아파트 현대식 한옥이기 때문에 거실도 좀 넓어야 하고 그런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작고 구조가 좀 그런 것 같아요." 한때 인기였던 2층 연립주택이나 전원주택처럼 지금의 한옥 열풍도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현수(현대한옥학회 회장/연세대 교수) : "문제는 이제 어설프게 한 결과가 우리의 국민과 시민들한테 보여서 그래서 한옥에 대한 실망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진다면 한옥의 활성화가 잘 안 될 수도 있거든요." 특히 한옥의 전통미를 살리고 주변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단지 계획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봉렬(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 "북촌이 자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집단적으로 있기 때문에 경관이라든가 분위기라든가. 그렇기 때문에 개별 건물을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한데, 그것보다 마을에 중요한 것은 마을을 어떻게 만드는가도 중요하죠." <인터뷰> 장명희(원장/한옥문화원) : "현대 건축에 택지 개발하듯이 집만 한옥으로 바꿔 놓는다고 해서 한옥마을이 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광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화순군 이서마을. 작은 계곡 옆으로 10여 채의 한옥이 경사면을 따라 차례차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라남도가 지원하고 있는 행복마을 사업 대상지로 농촌의 낡은 집 대신 깨끗한 한옥을 새로 지었습니다. 여건상 비싼 고급 자재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한옥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터뷰> 오병식(전남 화순군 이서면) : "다른 데 가서 보면 획일적으로 토목공사를, 반듯하게 평탄작업을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땅 형에 맞추고 집 형에 맞추고 산 형에 맞춰서 반드시 했습니다." 전라남도는 행복마을 사업을 통해 2004년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90개 마을에서 640여 채의 한옥을 새로 지었습니다. 행복마을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대규모 한옥단지 조성이 아닌 한옥을 통한 주거 개선 사업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장명희(원장/한옥문화원) : "우선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목적에 대한 것을 한번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지자체들이 발표하는 한옥마을 조성의 목적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역사 문화 관광의 자원화 하겠다는 것이거든요." 소멸 위기에 몰렸던 전통 한옥이 최근 큰 인기를 누리며 널리 보급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옥보급 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시장 논리로 추진하다 보면 전통 한옥의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외형적인 실적주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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