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외치는 벨라루스

입력 2012.08.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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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백러시아라고 부르는 동구의 벨라루스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한데요, 유럽국들은 벨라루스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옛소련 붕괴로 독립을 이룬 뒤 20년 가까이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경제안정과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지만, 이젠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냐, 민주화냐? 묻기 시작한 벨라루스 국민들, 연규선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미스 벨라루스 선발대회' 결승전 모습입니다. 모두 28명의 미녀가 참가했습니다.

"미스 벨라루스는 참가 번호 6번입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올해 20살의 대학생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율리아 스카루코비치(2012 미스 벨라루스) :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인이 많다는 벨라루스의 미인대회는 다른 나라 방송사들이 앞다퉈 중계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높은 미인 선발대회 중계 방송 간간이 화면에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현직 대통령입니다.

벨라루스가 미녀 대국이라는 것을 국가 자부심으로 생각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합니다. 루카센코 대통령, 18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대통령을 두고 국내외 논란이 한창입니다.

벨라루스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서방과 현지 대다수의 시각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1994년 부터 벨라루스를 통치해온 루카센코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대선에서 80%가 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야당 대선 후보를 포함해 6백 여명이 체포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반정부 시위대 : "아이들을 위해 기저기를 사줄 수도 없어요. 값이 너무 올랐어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경찰들은 시위대를 붙잡아 경찰차에 강제로 태우고 있어요."

EU와 미국은 루카센코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하고 개표 결과에 항의하는 야당 후보와 시민을 탄압했다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벨라루스 고위 관료에 대해 입국 금지는 물론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캐서린 애슈턴(EU 외교·안보 대표) :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에 응하다면 벨라루스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유럽국들은 20년 가까이 통치하는 루카센코 대통령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뷰>니키타(벨라루스 대학생) : “우리나라 정치 상황은 아주 나쁩니다. 폭력 경찰이 지배하고 있고, 강압적인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재국가입니다.“

비난은 받지만 이런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건 경제안정입니다.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 비교해 볼 때 물가가 안정된 상태.

<녹취> “(과일 값이 싼가요?) 적당한 가격이라고 보면 돼요. 싸지도 비싸지도 않아요.”

<녹취> “(어느 나라에서 생산됐죠?) 이건 벨라루스 것이에요. 야채도 벨라루스 야채예요. 그리고 이건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됐고요.”

<녹취> “(벨라루스 과일은 더 있나요?) 이 것과 저 것이 벨라루스 과일이예요.

<녹취> “(이게 뭐죠?) 소고기예요 (이건 소시지인가요?) 그건 고기입니다.”

벨라루스는 한때 옛 소련의 ‘조립공장’으로 불릴만큼 튼튼한 제조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공식 실업률이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벨라루스 국제관계대학 학장) : “벨라루스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정책은 최선이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CIS 국가에서는 우리가 본받을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모든 모델이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죠.”

벨라루스 경제를 지탱해 주는 큰 힘은 러시아의 경제 원조입니다. 러시아에서 가스 등 에너지를 시장 가격 보다 30~40% 싸게 공급받고 있습니다.

오렌지 혁명 이후 친 서방 정책을 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와 에너지 가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가 친 서방주의로 기울어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를 압박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 국민들 역시 러시아에 우호적입니다. 러시아와는 이른바 윈-윈, 공존공생 관계입니다.

<인터뷰>크세니야(벨라루스 대학생) : “러시아는 이웃 나라입니다. 우리는 소련 시대 때 같은 나라 였어요. 유럽 국가들은 벨라루스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죠.”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관세 동맹을 맺었고, 장기적으로 EU 같이 정치, 경제, 사법 체제를 단일화하는 국가 연합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바노비치(벨라루스 국제관계대학 학장) : “벨라루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EU에 가입하느냐, 아니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느냐...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벨라루스가 과거 소련시대처럼 러시아의 위성국가도, 이른바 '꼭두각시' 국가도 아닙니다.

<녹취>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지난 5월 국정연설) ;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경제적으로 압박할 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불쾌한 일입니다. 푸틴이든 러시아든 누구도 벨라루스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절대 그럴 힘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친하면서도 중국에 접근해 10억 달러 규모의 차관도 얻어냈습니다.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러시아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등거리 외교 전략입니다.

<녹취>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지난 5월 국정연설) :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닙니다. 서방 언론이 보도하는 식의 그런 후진국이 아니란 얘기죠. 고도의 기술국가입니다. 더구나 중국은 벨라루스를 지지합니다.”

소련이 붕괴하고 독립을 쟁취한 나라, 벨라루스. 독립 20여년만에 경제는 안정시켰지만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는 경제보다 민주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제냐(택시기사) : “대통령 선거 때 투표 안했어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현 대통령은 장기 집권하고 있고,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여요.”

경제만 좋으면 장기 독재가 가능할까? 지금 벨라루스 대통령과 국민들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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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 외치는 벨라루스
    • 입력 2012-08-05 09:13:4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가 백러시아라고 부르는 동구의 벨라루스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한데요, 유럽국들은 벨라루스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옛소련 붕괴로 독립을 이룬 뒤 20년 가까이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경제안정과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지만, 이젠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냐, 민주화냐? 묻기 시작한 벨라루스 국민들, 연규선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미스 벨라루스 선발대회' 결승전 모습입니다. 모두 28명의 미녀가 참가했습니다. "미스 벨라루스는 참가 번호 6번입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올해 20살의 대학생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율리아 스카루코비치(2012 미스 벨라루스) :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인이 많다는 벨라루스의 미인대회는 다른 나라 방송사들이 앞다퉈 중계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높은 미인 선발대회 중계 방송 간간이 화면에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현직 대통령입니다. 벨라루스가 미녀 대국이라는 것을 국가 자부심으로 생각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합니다. 루카센코 대통령, 18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대통령을 두고 국내외 논란이 한창입니다. 벨라루스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서방과 현지 대다수의 시각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1994년 부터 벨라루스를 통치해온 루카센코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대선에서 80%가 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야당 대선 후보를 포함해 6백 여명이 체포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반정부 시위대 : "아이들을 위해 기저기를 사줄 수도 없어요. 값이 너무 올랐어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경찰들은 시위대를 붙잡아 경찰차에 강제로 태우고 있어요." EU와 미국은 루카센코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하고 개표 결과에 항의하는 야당 후보와 시민을 탄압했다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벨라루스 고위 관료에 대해 입국 금지는 물론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캐서린 애슈턴(EU 외교·안보 대표) :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에 응하다면 벨라루스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유럽국들은 20년 가까이 통치하는 루카센코 대통령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뷰>니키타(벨라루스 대학생) : “우리나라 정치 상황은 아주 나쁩니다. 폭력 경찰이 지배하고 있고, 강압적인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재국가입니다.“ 비난은 받지만 이런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건 경제안정입니다.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 비교해 볼 때 물가가 안정된 상태. <녹취> “(과일 값이 싼가요?) 적당한 가격이라고 보면 돼요. 싸지도 비싸지도 않아요.” <녹취> “(어느 나라에서 생산됐죠?) 이건 벨라루스 것이에요. 야채도 벨라루스 야채예요. 그리고 이건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됐고요.” <녹취> “(벨라루스 과일은 더 있나요?) 이 것과 저 것이 벨라루스 과일이예요. <녹취> “(이게 뭐죠?) 소고기예요 (이건 소시지인가요?) 그건 고기입니다.” 벨라루스는 한때 옛 소련의 ‘조립공장’으로 불릴만큼 튼튼한 제조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공식 실업률이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벨라루스 국제관계대학 학장) : “벨라루스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정책은 최선이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CIS 국가에서는 우리가 본받을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모든 모델이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죠.” 벨라루스 경제를 지탱해 주는 큰 힘은 러시아의 경제 원조입니다. 러시아에서 가스 등 에너지를 시장 가격 보다 30~40% 싸게 공급받고 있습니다. 오렌지 혁명 이후 친 서방 정책을 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와 에너지 가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가 친 서방주의로 기울어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를 압박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 국민들 역시 러시아에 우호적입니다. 러시아와는 이른바 윈-윈, 공존공생 관계입니다. <인터뷰>크세니야(벨라루스 대학생) : “러시아는 이웃 나라입니다. 우리는 소련 시대 때 같은 나라 였어요. 유럽 국가들은 벨라루스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죠.”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관세 동맹을 맺었고, 장기적으로 EU 같이 정치, 경제, 사법 체제를 단일화하는 국가 연합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바노비치(벨라루스 국제관계대학 학장) : “벨라루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EU에 가입하느냐, 아니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느냐...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벨라루스가 과거 소련시대처럼 러시아의 위성국가도, 이른바 '꼭두각시' 국가도 아닙니다. <녹취>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지난 5월 국정연설) ;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경제적으로 압박할 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불쾌한 일입니다. 푸틴이든 러시아든 누구도 벨라루스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절대 그럴 힘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친하면서도 중국에 접근해 10억 달러 규모의 차관도 얻어냈습니다.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러시아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등거리 외교 전략입니다. <녹취>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지난 5월 국정연설) :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닙니다. 서방 언론이 보도하는 식의 그런 후진국이 아니란 얘기죠. 고도의 기술국가입니다. 더구나 중국은 벨라루스를 지지합니다.” 소련이 붕괴하고 독립을 쟁취한 나라, 벨라루스. 독립 20여년만에 경제는 안정시켰지만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는 경제보다 민주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제냐(택시기사) : “대통령 선거 때 투표 안했어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현 대통령은 장기 집권하고 있고,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여요.” 경제만 좋으면 장기 독재가 가능할까? 지금 벨라루스 대통령과 국민들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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