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워도 다시 한번…’ 불륜 상대 여성에 소송

<앵커 멘트>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보통 생각하게 되는 해결 방법이 이혼하면서 위자료 받고, 간통죄로 처벌받도록 하는 건데요.

요즘은 다르게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자신의 남편이 아닌 상대 여성에게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건데요.

김기흥 기자, 생각지 못했던 방법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멘트>

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간통을 한 남편은 놔두고 불륜 상대에게만 소송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데요.

게다가 간통죄로 고소를 해도 성관계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 처벌이 힘든 현실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른 여성에 대한 민사 소송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정도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간통을 저지른 남편을 두고 대신 그 상대에게 소송을 걸수 밖에 없는 아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결혼한 지, 올해로 18년째인는 박정현씨.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행복을 느껴왔던 건 아니었지만 두 아이를 바라보며 살아왔던 어느 날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박정현(가명/음성변조) : "여자가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폭로했어요. 그래서 알게 된 거예요. 어떤 정황 같은 거는 짐작은 했어도 알려고 적극적으로 조사를 한다든지 뭐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었는데 이 여자는 자기가 2년 동안 같이 살았던 사람이라고 알려왔잖아요. 집으로 전화해서. .."

10년 전 가출한 적이 있었다는 남편.

알고 보니 당시 남편은 한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지 않는 대가로 남편이 여성에게 2억 원을 주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지 않자, 남편과 불륜관계였던 여성이 아내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하게 된 건데요.

<녹취> 박정현(가명/음성변조) : "가슴 철렁해요. 진짜 그게 사람이 겪을 일이 아니에요. 그런 충격적인 일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막 가슴이 철렁하고.."

불륜 사실을 아내가 알게 되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었다는 남편.

아내인 박씨는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하고 이혼해 버릴까 고민했지만 결국 두 자녀를 위해 남편의 불륜 사실을 덮어두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박정현(가명/음성변조) : "속이 부글부글 끓고 화가 왜 안 나겠어요. 우리 애가 큰 아들이 있고 작은 아들이 있는데 나중에 결혼할 때 어떡할 거냐고요. 집안문제로 여자 쪽에서 결혼 반대할 수도 있잖아요. 애한테 그런 걸 물려줘야하냐고요. 그래서 나는 이혼을 안 하려고 그러고.. "

하지만 박씨는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성을 대상으로 3천만 원을 요구하는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충격을 받았으니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녹취> 박정현(가명/음성변조): "유부녀랑 만나고 유부남이랑 만나고 그런 건 남의 물건 훔쳐다가 자기 멋대로 쓰는 거랑 똑같아요. 남의 가정을 그렇게 해놓고 자기는 아무렇지 않게 사는 게 어디 있어요. 위자료 청구소송을 해야죠. 최소한 괴롭히기라도 해야죠. "

남편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지만, 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녹취> 남편(음성변조) : "그쪽한테 얘기할 이유가 있습니까? 없죠. 전화 끊으세요. "

최근 이처럼 배우자의 불륜 행위를 간통으로 형사 처분하거나 이혼으로 해결하지 않고, 불륜 상대를 대상으로 위자료 소송을 내서 경제적 배상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인철(이혼전문 변호사) : "형사적으로 간통으로 고소하려면 반드시 남편이나 부인과의 이혼이 전제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남편 대신 불륜 상대를 대상으로) 민사적으로 위자료 손해배상 청구할 수도 있는데요. 천만 원에서 약 3천만 원까지 위자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간통죄로 형사 처분 받는 사람이매년 급감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증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간통혐의로 고소된 사람은 지난 2005년 7575명에서 2010년 3311명으로 5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요즘에는 이혼 후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을고려해 가정은 지키되, 남편의 외도 상대에게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때문인데요.

또 하나의 이유는 간통죄 성립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는 최미숙씨.

하지만 아무리 따져 물어도 남편은 외도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최미숙(가명/음성변조) : "계속 전화를 하면 안 받고 받으면 또 탁탁 끊고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에다 화장도 잔뜩 묻혀오지 얼마나 화가 나요. 울면서 사정을 하면요. 실내화를 얼굴에 툭 던지면서 봤냐? 봤냐? 증거 있냐? "

급기야 아내인 최씨가 통화기록이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증거로 내세우자 남편과 상대 여성은 불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당시 남편과의 실제 통화내용(음성변조) : "무릎 꿇고 빌게. 그거는 한낱 불장난에 불과할 뿐이고 끝났어. "

<녹취> 당시 상간관계 여성과의 실제 통화내용(음성변조) : "진짜 몰랐어요. (같이 만나고 잠도 자고 그러면 그게 큰일이 아니에요?) 죄송해요. 그거는 큰일이지만.. "

현재 현재 최씨도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형사고소와 달리 성관계 입증이 명확치 않아도 통화기록이나 문자메시지 정도만 증거로 내면 법원에서 인정을 받는 추세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배우자 이혼하지 않는 한 남편으로 받은 상처는 보상 받을 길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녹취> 최미숙(가명/음성변조) : "간통은 폭력이에요. 차라리 한 대 맞는 게 낫죠. 마음 할퀴고 생채기 내고. 저만 당하면 괜찮은데 자식한테 상처를 주니까.. "

간통을 저지른 남편을 두고 대신 그 상대에 소송을 걸 수밖에 없는 아내들.

간통은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는 한 아내의 얘기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