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접촉 사고 10개월 뒤 계획적 보복 살인

입력 2012.08.09 (09: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강원도 강릉에서 한 50대 남성이 자신이 운영하던 상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살인 사건이었는데요.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정말 뜻밖의 인물이었습니다.

피의자가 낸 자동차 접촉사고 때문에 서로 한 번 시비를 벌인 것 외에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사고가 범행의 발단이 됐다는데, 선뜻 이해가 가질 않네요.

<기자 멘트>

운전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가 끔찍한 살인 사건의 시발점이 됐는데요.

차량 접촉 사고는 지난해 10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은 지난 6일에 발생했는데요.

접촉 사고로 시비가 붙었고 10개월이 지난 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앙금이 풀리지 않았던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보복 살인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강릉의 시내 한 복판.

지난 6일 오후, 이곳 상가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흉기에 찔려 숨진 사람은 한 상점을 운영하던 50대 김모씨.

주변 상인들은 당시의 상황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혼자 탁 꺾여가지고 자상이 나 있었고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녹취>인근 상인 (음성변조) : "깜짝 놀랐죠.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긴 거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범인은 범행 직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범행현장에 들어갔다가 흉기를 감추며 나오는 수상한 남성의 모습이 인근 CCTV에 찍힌 겁니다.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경찰,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작년에 교통사고에 이은 폭행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현장에 있었는데요. CCTV 확인 과정에서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용의자로) 특정하게 됐습니다."

결국 하루 만에 검거된 용의자는 55세의 박모씨.

지난해 10월, 피해자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 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의 악연은 그날 오후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시작됐습니다.

박씨가 운전을 하다 김씨의 차를 들이받은 건데요.

당시 박씨는 면허가 취소될 정도의 음주상태.

이에 김씨는 술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며 차량의 번호를 적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박씨는 차를 몰아 김씨를 들이받아 넘어뜨리고, 차에서 내려 주먹으로 얼굴 등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폭행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는데요.

<녹취>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음성변조) : "박씨는 차로 상대방을 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사망하신 분은 차로 밀렸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그런 시비가 있었고..."

김씨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는데도 박씨는 폭행사실을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녹취>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음성변조) : "주장하는 부분이 달라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한 건 맞습니다. 각종 증거들을 저희가 판단했을 때 (박씨가 폭행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결국 박씨는 기소됐고, 지난달 검찰로부터 공소장을 받게 된 박씨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보복살인을 계획하게 됩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피해자가 그 당시 자신에 대해서 진술했던 것에 대해 불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요. 자기의 행동이 적혀있는 그 문서를 받게 되니까 그 당시 기억이 나게 되고 분노가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박씨는 열 달 만에 김씨 앞에 다시 나타났고, 보복의 의미로 그를 살해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주변사람들은 숨진 김씨가 남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만큼, 참혹한 살인사건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경우가 바른 분이라서 하여튼 다른 사람한테 해를 끼치고 그런 건 없고..."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우리 상가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었으면 내가 벌써 내보냈지, 속 썩이고 하면... 그렇지 않겠어요? 원만하고 정직한 사람이니까 지금까지 하셨지..."

반면에 박씨의 범행은 우발적이라고 하기엔 꽤 주도면밀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오는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았는데요.

사전준비도 철저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범행) 당일 아침의 행적을 보면 피해자 사업장명에 대해서 114 안내를 받고 차를 타고 시내를 한 번 돌았던 것 같습니다. 돌면서 피해자가 운영하는 사업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후 저녁시간대에 다시 가서 범행을 한 겁니다."

살해된 지 3시간이 지난 밤 9시쯤 아내에 의해 발견된 김씨.

가족들은 아직까지 깊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 (음성변조) : "더 이상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찍고 이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보시다시피..."

평생 이 지역에 살며 자수성가해, 남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왔다는 김씨.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일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주머니랑 (일하러) 같이 나오셨는데 그날은 안 오셨어요.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까 아들 결혼 준비 때문에 집에 있었나 봐요."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침에 8시 반 되면 출근하셔서 7시 되면 퇴근하세요. 그리고 딱 휴일만 쉬시고 하여간 성실하게 사신 분이죠."

잘못된 분노가 불러온 잔혹한 살인사건.

경찰은 박씨에 대해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접촉 사고 10개월 뒤 계획적 보복 살인
    • 입력 2012-08-09 09:18:31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강원도 강릉에서 한 50대 남성이 자신이 운영하던 상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살인 사건이었는데요.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정말 뜻밖의 인물이었습니다. 피의자가 낸 자동차 접촉사고 때문에 서로 한 번 시비를 벌인 것 외에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 사고가 범행의 발단이 됐다는데, 선뜻 이해가 가질 않네요. <기자 멘트> 운전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가 끔찍한 살인 사건의 시발점이 됐는데요. 차량 접촉 사고는 지난해 10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은 지난 6일에 발생했는데요. 접촉 사고로 시비가 붙었고 10개월이 지난 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앙금이 풀리지 않았던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보복 살인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강릉의 시내 한 복판. 지난 6일 오후, 이곳 상가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흉기에 찔려 숨진 사람은 한 상점을 운영하던 50대 김모씨. 주변 상인들은 당시의 상황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혼자 탁 꺾여가지고 자상이 나 있었고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녹취>인근 상인 (음성변조) : "깜짝 놀랐죠.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긴 거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범인은 범행 직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범행현장에 들어갔다가 흉기를 감추며 나오는 수상한 남성의 모습이 인근 CCTV에 찍힌 겁니다.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경찰,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작년에 교통사고에 이은 폭행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현장에 있었는데요. CCTV 확인 과정에서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용의자로) 특정하게 됐습니다." 결국 하루 만에 검거된 용의자는 55세의 박모씨. 지난해 10월, 피해자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 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의 악연은 그날 오후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시작됐습니다. 박씨가 운전을 하다 김씨의 차를 들이받은 건데요. 당시 박씨는 면허가 취소될 정도의 음주상태. 이에 김씨는 술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며 차량의 번호를 적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박씨는 차를 몰아 김씨를 들이받아 넘어뜨리고, 차에서 내려 주먹으로 얼굴 등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폭행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는데요. <녹취>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음성변조) : "박씨는 차로 상대방을 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사망하신 분은 차로 밀렸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그런 시비가 있었고..." 김씨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는데도 박씨는 폭행사실을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녹취>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음성변조) : "주장하는 부분이 달라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한 건 맞습니다. 각종 증거들을 저희가 판단했을 때 (박씨가 폭행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결국 박씨는 기소됐고, 지난달 검찰로부터 공소장을 받게 된 박씨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보복살인을 계획하게 됩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피해자가 그 당시 자신에 대해서 진술했던 것에 대해 불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요. 자기의 행동이 적혀있는 그 문서를 받게 되니까 그 당시 기억이 나게 되고 분노가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박씨는 열 달 만에 김씨 앞에 다시 나타났고, 보복의 의미로 그를 살해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주변사람들은 숨진 김씨가 남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만큼, 참혹한 살인사건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경우가 바른 분이라서 하여튼 다른 사람한테 해를 끼치고 그런 건 없고..."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우리 상가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었으면 내가 벌써 내보냈지, 속 썩이고 하면... 그렇지 않겠어요? 원만하고 정직한 사람이니까 지금까지 하셨지..." 반면에 박씨의 범행은 우발적이라고 하기엔 꽤 주도면밀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오는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았는데요. 사전준비도 철저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원태(강력계장/강릉경찰서) : "(범행) 당일 아침의 행적을 보면 피해자 사업장명에 대해서 114 안내를 받고 차를 타고 시내를 한 번 돌았던 것 같습니다. 돌면서 피해자가 운영하는 사업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후 저녁시간대에 다시 가서 범행을 한 겁니다." 살해된 지 3시간이 지난 밤 9시쯤 아내에 의해 발견된 김씨. 가족들은 아직까지 깊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 (음성변조) : "더 이상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찍고 이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보시다시피..." 평생 이 지역에 살며 자수성가해, 남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왔다는 김씨.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일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주머니랑 (일하러) 같이 나오셨는데 그날은 안 오셨어요.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까 아들 결혼 준비 때문에 집에 있었나 봐요."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침에 8시 반 되면 출근하셔서 7시 되면 퇴근하세요. 그리고 딱 휴일만 쉬시고 하여간 성실하게 사신 분이죠." 잘못된 분노가 불러온 잔혹한 살인사건. 경찰은 박씨에 대해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