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종이’가 된 코끼리 똥
입력 2012.08.19 (10:52)
수정 2012.08.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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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들고 있는 이 코끼리상, 재질이 무엇일까요? 나무도, 석고도 아니고 종이로 만들었는데요, 이 종이는 다름아닌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꼭 우리 한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자 종이도 역시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코끼리똥 종이가 요즘 스리랑카에서 코끼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있는데요, 김영인 순회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도를 넘나드는 스리랑카의 오후. 더위에 지친 코끼리 떼가 멱을 감으러 강가로 향합니다. 코끼리들,,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물 속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날려버립니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고 코끼리들이 떠난 자리, 여기저기 똥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하루 평균 150 킬로그램을 먹는 대식가라 똥도 많이 쌉니다.
코끼리는 하루에 20번 가까이 똥을 싼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똥의 총 양도 50 킬로그램에 이른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주로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풀 등을 먹습니다. 코끼리 먹거리는 숲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먹을 게 많은 정글에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개간하기 시작했죠."
"숲에서 먹을 게 사라졌고, 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농가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저를 해치고 죽였답니다."
스리랑카 코끼리를 위기에서 건진 건 한 사회적 기업이었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코끼리 똥이 돈 벌이가 되면서 사람들은 민가로 내려온 코끼리를 죽이는 대신 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니샤니(마을 주민): "물건을 살 돈이 생겼고 집도 짓게 됐습니다. 코끼리 똥 덕분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코끼리 똥' 종이는 어떻게 만들까. 인부들이 코끼리 똥을 큰 용기에 넣고 끓입니다. 세균을 죽이기 위한 공정입니다. 100도 이상에서 끓인 지 2시간 여, 통에서 꺼낸 코끼리 똥을 물살이 센 타원형 수로에 집어넣습니다. 코끼리 똥의 입자를 미세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자연 색소를 첨가하면 다양한 색깔의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이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죽처럼 변했습니다. 이제 이 똥이 어떻게 변모하는 지 한 번 보실까요?
죽이 된 코끼리 똥은 나무 틀에 담겨 커다란 종이 모양으로 탈바꿈합니다. 여기서 물기를 빼고 여러 날 말리면 코끼리 똥 종이 완성. 코끼리 똥 10킬로그램이면 A4 크기의 종이를 6백 60장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 A4 종이는 한 장에 우리돈으로 백 원에 팔립니다. 보통 장당 10원인 일반 A4 용지에 비해 10배는 비쌉니다.
하지만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지도 않았고 화학 물질도 넣지 않아 환경 친화적입니다. 이번엔 코끼리 똥 종이의 파생 상품을 만드는 작업실로 가봤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종이가 작업대로 옮겨지고, 직원들이 코끼리 똥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합니다. 직원들이 솜씨를 부리자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뉴욕 맨해튼 건물이 나타납니다.
코끼리 똥이 뭉쳐지고 다듬어져 코끼리 인형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수산싸 쿠마루(디자이너): "이것도 코끼리 똥 종이로 한 거예요. 테두리도 그렇고, 그림 하나하나도 똥 종이를 뜯어서 붙인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상품은 CD 주머니, 문구류, 목걸이 등 50여 가지에 이릅니다. 가격도 대부분 우리돈 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 상품들은 1년에 만 점씩은 해외로 수출되거나 코끼리 관광지 주변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특히, 이 사회적 기업의 직영 매장 한 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는 코끼리를 위해서 사용됩니다.
<인터뷰>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우리는 제품 판매 수익금의 30%를 정기적으로 '코끼리 고아원'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코끼리도 살리고 있는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 일부가 기부된다는 코끼리 고아원을 찾았습니다. 12살짜리 코끼리 한 마리가 관광객들을 반깁니다. 그런데, 코끼리의 오른쪽 발목이 잘려나갔습니다. 왼쪽 발은 2톤의 몸무게를 하나로 지탱하다보니 휘어버렸습니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 정글에서 지뢰를 밟아 입은 상처입니다.
<인터뷰>'코끼리 고아원' 직원: “(코끼리 다리가 왜 잘렸어요?) 폭탄이 터져서 그래요. (어디서요?) 폴라나루와(스리랑카 중북부 도시)에 서요.“
이곳에는 이 코끼리처럼 병들고 장애를 가졌거나 정글에서 길을 잃고 고아가 된 코끼리 80여 마리가 모여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코끼리 고아원생들을 위한 먹거리 구입이나 병 치료에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이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수익금을 보다 의미있는 방식으로 나눌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것을 실천한다면, 좀 더 이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이 회사는 혁신적인 풀뿌리 소기업에게 돌아가는 'BBC 월드 챌린지' 상 등 여러 차례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스리랑카 전역에는 최소 3천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멧돼지처럼 스리랑카의 야생 코끼리도 삶의 영역을 놓고 사람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똥이 사람과 야생 코끼리가 공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습니다. '막시무스'사가 제작한 '나는 코끼리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자는 이렇게 끝납니다.
"만약에 내 똥 덕분에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얘기하기 쉽겠죠. 코끼리를 쏴 죽이지 말라고. 나는 우리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들고 있는 이 코끼리상, 재질이 무엇일까요? 나무도, 석고도 아니고 종이로 만들었는데요, 이 종이는 다름아닌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꼭 우리 한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자 종이도 역시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코끼리똥 종이가 요즘 스리랑카에서 코끼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있는데요, 김영인 순회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도를 넘나드는 스리랑카의 오후. 더위에 지친 코끼리 떼가 멱을 감으러 강가로 향합니다. 코끼리들,,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물 속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날려버립니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고 코끼리들이 떠난 자리, 여기저기 똥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하루 평균 150 킬로그램을 먹는 대식가라 똥도 많이 쌉니다.
코끼리는 하루에 20번 가까이 똥을 싼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똥의 총 양도 50 킬로그램에 이른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주로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풀 등을 먹습니다. 코끼리 먹거리는 숲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먹을 게 많은 정글에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개간하기 시작했죠."
"숲에서 먹을 게 사라졌고, 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농가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저를 해치고 죽였답니다."
스리랑카 코끼리를 위기에서 건진 건 한 사회적 기업이었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코끼리 똥이 돈 벌이가 되면서 사람들은 민가로 내려온 코끼리를 죽이는 대신 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니샤니(마을 주민): "물건을 살 돈이 생겼고 집도 짓게 됐습니다. 코끼리 똥 덕분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코끼리 똥' 종이는 어떻게 만들까. 인부들이 코끼리 똥을 큰 용기에 넣고 끓입니다. 세균을 죽이기 위한 공정입니다. 100도 이상에서 끓인 지 2시간 여, 통에서 꺼낸 코끼리 똥을 물살이 센 타원형 수로에 집어넣습니다. 코끼리 똥의 입자를 미세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자연 색소를 첨가하면 다양한 색깔의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이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죽처럼 변했습니다. 이제 이 똥이 어떻게 변모하는 지 한 번 보실까요?
죽이 된 코끼리 똥은 나무 틀에 담겨 커다란 종이 모양으로 탈바꿈합니다. 여기서 물기를 빼고 여러 날 말리면 코끼리 똥 종이 완성. 코끼리 똥 10킬로그램이면 A4 크기의 종이를 6백 60장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 A4 종이는 한 장에 우리돈으로 백 원에 팔립니다. 보통 장당 10원인 일반 A4 용지에 비해 10배는 비쌉니다.
하지만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지도 않았고 화학 물질도 넣지 않아 환경 친화적입니다. 이번엔 코끼리 똥 종이의 파생 상품을 만드는 작업실로 가봤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종이가 작업대로 옮겨지고, 직원들이 코끼리 똥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합니다. 직원들이 솜씨를 부리자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뉴욕 맨해튼 건물이 나타납니다.
코끼리 똥이 뭉쳐지고 다듬어져 코끼리 인형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수산싸 쿠마루(디자이너): "이것도 코끼리 똥 종이로 한 거예요. 테두리도 그렇고, 그림 하나하나도 똥 종이를 뜯어서 붙인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상품은 CD 주머니, 문구류, 목걸이 등 50여 가지에 이릅니다. 가격도 대부분 우리돈 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 상품들은 1년에 만 점씩은 해외로 수출되거나 코끼리 관광지 주변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특히, 이 사회적 기업의 직영 매장 한 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는 코끼리를 위해서 사용됩니다.
<인터뷰>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우리는 제품 판매 수익금의 30%를 정기적으로 '코끼리 고아원'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코끼리도 살리고 있는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 일부가 기부된다는 코끼리 고아원을 찾았습니다. 12살짜리 코끼리 한 마리가 관광객들을 반깁니다. 그런데, 코끼리의 오른쪽 발목이 잘려나갔습니다. 왼쪽 발은 2톤의 몸무게를 하나로 지탱하다보니 휘어버렸습니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 정글에서 지뢰를 밟아 입은 상처입니다.
<인터뷰>'코끼리 고아원' 직원: “(코끼리 다리가 왜 잘렸어요?) 폭탄이 터져서 그래요. (어디서요?) 폴라나루와(스리랑카 중북부 도시)에 서요.“
이곳에는 이 코끼리처럼 병들고 장애를 가졌거나 정글에서 길을 잃고 고아가 된 코끼리 80여 마리가 모여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코끼리 고아원생들을 위한 먹거리 구입이나 병 치료에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이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수익금을 보다 의미있는 방식으로 나눌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것을 실천한다면, 좀 더 이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이 회사는 혁신적인 풀뿌리 소기업에게 돌아가는 'BBC 월드 챌린지' 상 등 여러 차례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스리랑카 전역에는 최소 3천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멧돼지처럼 스리랑카의 야생 코끼리도 삶의 영역을 놓고 사람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똥이 사람과 야생 코끼리가 공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습니다. '막시무스'사가 제작한 '나는 코끼리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자는 이렇게 끝납니다.
"만약에 내 똥 덕분에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얘기하기 쉽겠죠. 코끼리를 쏴 죽이지 말라고. 나는 우리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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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종이’가 된 코끼리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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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08-19 10:52:47
- 수정2012-08-19 11:02:16
<앵커 멘트>
제가 들고 있는 이 코끼리상, 재질이 무엇일까요? 나무도, 석고도 아니고 종이로 만들었는데요, 이 종이는 다름아닌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꼭 우리 한지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자 종이도 역시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코끼리똥 종이가 요즘 스리랑카에서 코끼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있는데요, 김영인 순회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도를 넘나드는 스리랑카의 오후. 더위에 지친 코끼리 떼가 멱을 감으러 강가로 향합니다. 코끼리들,,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물 속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날려버립니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고 코끼리들이 떠난 자리, 여기저기 똥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하루 평균 150 킬로그램을 먹는 대식가라 똥도 많이 쌉니다.
코끼리는 하루에 20번 가까이 똥을 싼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똥의 총 양도 50 킬로그램에 이른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주로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풀 등을 먹습니다. 코끼리 먹거리는 숲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먹을 게 많은 정글에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개간하기 시작했죠."
"숲에서 먹을 게 사라졌고, 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농가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저를 해치고 죽였답니다."
스리랑카 코끼리를 위기에서 건진 건 한 사회적 기업이었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코끼리 똥이 돈 벌이가 되면서 사람들은 민가로 내려온 코끼리를 죽이는 대신 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니샤니(마을 주민): "물건을 살 돈이 생겼고 집도 짓게 됐습니다. 코끼리 똥 덕분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코끼리 똥' 종이는 어떻게 만들까. 인부들이 코끼리 똥을 큰 용기에 넣고 끓입니다. 세균을 죽이기 위한 공정입니다. 100도 이상에서 끓인 지 2시간 여, 통에서 꺼낸 코끼리 똥을 물살이 센 타원형 수로에 집어넣습니다. 코끼리 똥의 입자를 미세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자연 색소를 첨가하면 다양한 색깔의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이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죽처럼 변했습니다. 이제 이 똥이 어떻게 변모하는 지 한 번 보실까요?
죽이 된 코끼리 똥은 나무 틀에 담겨 커다란 종이 모양으로 탈바꿈합니다. 여기서 물기를 빼고 여러 날 말리면 코끼리 똥 종이 완성. 코끼리 똥 10킬로그램이면 A4 크기의 종이를 6백 60장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 똥 A4 종이는 한 장에 우리돈으로 백 원에 팔립니다. 보통 장당 10원인 일반 A4 용지에 비해 10배는 비쌉니다.
하지만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지도 않았고 화학 물질도 넣지 않아 환경 친화적입니다. 이번엔 코끼리 똥 종이의 파생 상품을 만드는 작업실로 가봤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종이가 작업대로 옮겨지고, 직원들이 코끼리 똥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합니다. 직원들이 솜씨를 부리자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뉴욕 맨해튼 건물이 나타납니다.
코끼리 똥이 뭉쳐지고 다듬어져 코끼리 인형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수산싸 쿠마루(디자이너): "이것도 코끼리 똥 종이로 한 거예요. 테두리도 그렇고, 그림 하나하나도 똥 종이를 뜯어서 붙인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상품은 CD 주머니, 문구류, 목걸이 등 50여 가지에 이릅니다. 가격도 대부분 우리돈 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 상품들은 1년에 만 점씩은 해외로 수출되거나 코끼리 관광지 주변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특히, 이 사회적 기업의 직영 매장 한 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는 코끼리를 위해서 사용됩니다.
<인터뷰>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우리는 제품 판매 수익금의 30%를 정기적으로 '코끼리 고아원'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 제품을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코끼리도 살리고 있는 겁니다.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 일부가 기부된다는 코끼리 고아원을 찾았습니다. 12살짜리 코끼리 한 마리가 관광객들을 반깁니다. 그런데, 코끼리의 오른쪽 발목이 잘려나갔습니다. 왼쪽 발은 2톤의 몸무게를 하나로 지탱하다보니 휘어버렸습니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 정글에서 지뢰를 밟아 입은 상처입니다.
<인터뷰>'코끼리 고아원' 직원: “(코끼리 다리가 왜 잘렸어요?) 폭탄이 터져서 그래요. (어디서요?) 폴라나루와(스리랑카 중북부 도시)에 서요.“
이곳에는 이 코끼리처럼 병들고 장애를 가졌거나 정글에서 길을 잃고 고아가 된 코끼리 80여 마리가 모여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코끼리 고아원생들을 위한 먹거리 구입이나 병 치료에 코끼리 똥 종이 제품의 수익금이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투시타 라나싱헤('막시무스'사 대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수익금을 보다 의미있는 방식으로 나눌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것을 실천한다면, 좀 더 이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이 회사는 혁신적인 풀뿌리 소기업에게 돌아가는 'BBC 월드 챌린지' 상 등 여러 차례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스리랑카 전역에는 최소 3천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멧돼지처럼 스리랑카의 야생 코끼리도 삶의 영역을 놓고 사람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똥이 사람과 야생 코끼리가 공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습니다. '막시무스'사가 제작한 '나는 코끼리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자는 이렇게 끝납니다.
"만약에 내 똥 덕분에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얘기하기 쉽겠죠. 코끼리를 쏴 죽이지 말라고. 나는 우리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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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기자 heem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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