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과 밀양의 절규

입력 2012.08.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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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길을 막고 주저앉았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하러 가려는 한전 직원을 막아서기 위해섭니다.



<녹취> 마을주민 : "우리는 남은 게 몸밖에 없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을 희생해서라도 막아내겠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막아섭니다.



생업을 마다한 지는 오랩니다.



<녹취> 마을주민 : "깻잎 따고 이파리 따서 팔아야 된다. 너무 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오면 따지도 못해."



아예 산 속으로 올라가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이러지 맙시다. 안됩니다, 오늘은."



절절히 호소도 해봅니다.



<녹취> 마을주민 : "자식새끼 벌어 먹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 압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지금 강도가 들었잖아요. 우리 집에."



올 여름이 시작되고 밀양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풍경, 주민들은 자신들 마을에 송전탑을 설치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시골마을 주민들이 국책사업 공사부지 십여 곳을 동시에 점거하고 나섰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섭니다.



대부분 일흔 안팎의 노인들인데 밤낮없이 스물네 시간 불침번까지 설 정도로 필사적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30도가 넘는 폭염의 한 가운데, 수건을 덮어쓴 할머니가 언덕길을 오릅니다.



<녹취> "할머니 어디 가세요?" ("산") "할머니두요?" ("항상 다녔어")



허리가 굽어서 몸을 제대로 펼 수도 없지만, 한 손에는 지팡이, 다른 손에는 부채를 들고 한걸음한걸음 옮깁니다.



다른 할머니들은 지쳐 포기해도



<녹취> 이순희(75) : "올라가세요, 나는 내버려두고 올라가세요."



묵묵히 걸어 산 중턱 공사부지에 도착합니다.



<녹취> 이헌희(80) : "여기는 5번째라. 낼 아침에 올 차례야."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이 곳을 지키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녹취> 김태연(61) : ("할아버님들이 붙여놓은 거예요?") "네, 우리가 붙여놓은 건데 작업하는 인부들이 가면서 이런 식으로 다 찢어 버린다.."



산을 오르다 다치고, 무더위에 실신해 헬기로 실려가는 일이 계속돼도 주민들은 산 오르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녹취> 손윤호(64) : "거기가 필요한 것 같으면 그 근처에다가 발전소 짓고 송전시설 지으면 경비도 작고 우리 피해도 없잖아요. 거기다 하지 왜 이 곳으로 하려고 하느냐 말이야"



산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들어서자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1차 통제선이 나타납니다.

<인터뷰> 이남우 : "여기 한전차가 올라오면 검문검색을 합니다."



통제선을 지나 차를 타고 도착한 송전탑 부지 앞은 컨테이너 가건물로 막혀있습니다.



주민들은 조를 짜서 이곳을 24시간 내내 지킵니다.



한전은 이곳 주민들을 공사 방해 등의 이유로 고발한 상황.



3명은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 14명은 하루 100만 원의 가처분 신청을 당했습니다.

<녹취> 이금자 : "정부가 다 하는 일인데 할매가 무슨 권리로 되니 안되니 말하는데, 정부가 뭐가 정부입니까? 국민을 살리기 위해 하는 정부 아닙니까?..."



밤 10시.



비포장 도로들 달려가자 공사를 막기 위해 세운 또 다른 움막 두 채가 나타납니다.



촛불부터 물통과 음식그릇, 가재도구가 이리저리 놓인 움막 안



<인터뷰> 손희경(80) : "벌레? 모기도 있고 개미도 있고 지네도 있고 뱀도 있고, 온갖 게 다있어요. 우리 할머니들만 오지 젊은 사람들은 산 속이 무섭다고 안오려고 해요."



움막을 지은 건 지난 겨울,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벌목된 나무를 가져다 뼈대를 세운 뒤 바닥에는 구들장도 놨습니다.



싸움은 어느새 한여름까지 이어졌습니다.



밀양을 통과하는 송전선로의 전압은 76만 5천 볼트, 국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송전탑 높이는 평균 100미터, 아파트 40층 높이에 이르고 철탑 간 간격은 500미터 안팎입니다.



신고리 원전부터 창녕 변전소까지 90킬로미터 구간에 모두 162개의 송전탑이 들어섭니다.



그러나 밀양의 22개 마을이 반대하면서 이 중 3분의 1인 52개는 건설조차 못했습니다.



한전은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상업 가동되는 내년 말까지는 송전선이 완공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상훈(한전 밀양지사 UHV 개발팀장) : "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송로가 없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전력수급에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 사업이 건설돼야."



송전탑 건설의 법적 근거는 ’전원개발 촉진법’ 송전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되면 주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고 건축 등 개발행위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지만 보상은 적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땅은 시가로 매입하고 전선이 지나가는 땅, 즉 선하지와 그 바깥쪽 3미터까지만 시가의 30% 안팎에서 보상합니다.



주민 반대가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창섭 : "지금 모든 현장에서 송전탑은 100% 다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3년 지연되느냐 아니면 아예 못 짓느냐 수준으로 가 있거든요."



봄에 심은 벼가 푸르게 자라난 보라마을, 이 마을에선 지난 겨울 이치우 할아버지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졌습니다.



이 할아버지와 두 동생의 땅은 지난 2007년 송전탑 부지와 선하지로 지정돼 값이 절반으로 폭락했습니다.



그나마도 송전탑 아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우 : “억울하지. 억울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해, 내가 정부한테 이길 수 있나?”



재산이 턱없이 줄게됐지만 한전이 제시한 보상은 너무 적었습니다.



시가 4억 원인 둘째 동생 땅에는 철탑부지와 선하지를 합해 6천여만 원, 막내 동생의 땅은 선하지 보상금 150만 원, 본인 땅은 한푼도 없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겨울 내내 몸으로 공사를 막았습니다.



그러던 지난 1월 16일, 한전은 용역업체 직원 50여 명을 동원해 막아서는 이 할아버지를 쫒아낸 뒤 토지 측량을 강행했고, 이 할아버지는 스스로 기름을 끼얹고 분신했습니다.



<녹취> 김응록(밀양 산외면 대책위원장) : "갑자기 불이 확 붙은 거예요. 아 이거 큰일났다 싶은데, 두 손을 들고 걸어가더라구요"



유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 송전탑 건설지역, 김이남 할아버지는 땅 6필지, 2만여 제곱미터를 소유한 부농이지만 송전탑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송전 선로가 논 한가운데를 지나는 것은 물론 송전탑까지 들어서게 됐습니다.



한 때 10억 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팔 수 없는 땅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이 제시한 보상금은 7천여만 원.



<인터뷰> 김이남 : "철탑 세우는 땅값을 법원에다가 공탁을 시켜놨다고 연락이 왔어요. 또 가관인 것은 제가 한전에다가 땅을 팔아먹었다고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통보가 왔어요. 이게 이게 민주국가에서 될 말입니까?"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자 한전은 곳곳에서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공사를 시도했습니다.



결국 이곳 주민들도 변전소 건설현장 등 공사장 곳곳을 막아섰습니다.



<녹취> 박영칠(75) : "(송전탑을) 약한 사람들한테 (지나가게 설치하는) 것이 한전사업이예요. 강한 사람들에게는 안갑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보면 암흑 속에서 싸우는 거예요. 지금"



끊이지 않는 주민 반발과 민원,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송변전 설비 관련 보상제도 개선위원회가 출범합니다.



정부와 국회, 한전, 시민단체, 학계는 물론 밀양 주민들이 전국의 피해지역 주민을 대표해 참석했습니다.



위원회의 활동으로 실제로 송전탑 지역 주민들의 주민 피해가 객관적 수치로 입증됐습니다.



보상 방안으로는 1. 토지 차액 보상 2. 선하지 보상 범위 확대 3. 주택 이주 4. 마을에는 지원사업이 제시됩니다.



그러나 연간 4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재원에 부담을 느낀 한전과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 애초 예정됐던 18대 국회 회기내 법개정이 불가능해지고, 주민반발로 협상은 지난해 가을, 잠정 무산됩니다.



<인터뷰> 조영탁 : "보상금액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업자 간에 약간의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고. 이것이 주민들의 신뢰를 좀 잃게 만드는 그런 아쉬운 점이 있지 않았나."



이후 한전은 밀양에서 공사를 강행했고, 두 달만인 올 1월, 이에 항의하던 이치우 할아버지가 숨집니다.



이 할아버지 사망 뒤에야 정부와 한전은 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비용분담에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 백억 원을 시작으로 연간 규모 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한전은 보상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입니다.



<녹취> 조해진 의원 : "국회에다 보상법안 마련 청원을 제출하기로 되어 있고 피해 당사자 개개인과 별개로 그 지역 전체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 전기사업법에 있는 발전기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일방적인 강제수용의 근거가 되는 전원개발 촉진법을 손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마을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두자는 겁니다.



<인터뷰> 조경태 의원 : "막가파식 개발논리를 좀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대안마련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중화라든지 초전도 작업이라든지.."



우리나라는 전기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 발전소에서 주로 생산합니다.



도시까지 장거리 송전시설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피해와 반발이 큰 구좁니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 공급을 위해서 그동안 대책마련과 피해보상에는 인색했습니다.



<인터뷰> 이강원 소장 : "전기는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익은 전체가 보고 피해는 특정 지역 주민이 당하고 있다 라고 하는, 그래서 이익과 비용의 불일치를 어떻게 사회에서 공평하게 해소할 것이냐?"



피해지역 주민들은 폭염 속에서 국책사업을 막고 서있습니다.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압니다. 자식새끼 벌어먹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 압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지금 강도가 들었잖아요. 지금 우리 집에"



이제는 이 외침에 우리 사회가 귀기울일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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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전탑과 밀양의 절규
    • 입력 2012-08-27 07:43:58
    취재파일K
마을 주민들이 길을 막고 주저앉았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하러 가려는 한전 직원을 막아서기 위해섭니다.

<녹취> 마을주민 : "우리는 남은 게 몸밖에 없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을 희생해서라도 막아내겠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막아섭니다.

생업을 마다한 지는 오랩니다.

<녹취> 마을주민 : "깻잎 따고 이파리 따서 팔아야 된다. 너무 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오면 따지도 못해."

아예 산 속으로 올라가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이러지 맙시다. 안됩니다, 오늘은."

절절히 호소도 해봅니다.

<녹취> 마을주민 : "자식새끼 벌어 먹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 압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지금 강도가 들었잖아요. 우리 집에."

올 여름이 시작되고 밀양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풍경, 주민들은 자신들 마을에 송전탑을 설치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시골마을 주민들이 국책사업 공사부지 십여 곳을 동시에 점거하고 나섰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섭니다.

대부분 일흔 안팎의 노인들인데 밤낮없이 스물네 시간 불침번까지 설 정도로 필사적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30도가 넘는 폭염의 한 가운데, 수건을 덮어쓴 할머니가 언덕길을 오릅니다.

<녹취> "할머니 어디 가세요?" ("산") "할머니두요?" ("항상 다녔어")

허리가 굽어서 몸을 제대로 펼 수도 없지만, 한 손에는 지팡이, 다른 손에는 부채를 들고 한걸음한걸음 옮깁니다.

다른 할머니들은 지쳐 포기해도

<녹취> 이순희(75) : "올라가세요, 나는 내버려두고 올라가세요."

묵묵히 걸어 산 중턱 공사부지에 도착합니다.

<녹취> 이헌희(80) : "여기는 5번째라. 낼 아침에 올 차례야."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이 곳을 지키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녹취> 김태연(61) : ("할아버님들이 붙여놓은 거예요?") "네, 우리가 붙여놓은 건데 작업하는 인부들이 가면서 이런 식으로 다 찢어 버린다.."

산을 오르다 다치고, 무더위에 실신해 헬기로 실려가는 일이 계속돼도 주민들은 산 오르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녹취> 손윤호(64) : "거기가 필요한 것 같으면 그 근처에다가 발전소 짓고 송전시설 지으면 경비도 작고 우리 피해도 없잖아요. 거기다 하지 왜 이 곳으로 하려고 하느냐 말이야"

산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들어서자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1차 통제선이 나타납니다.
<인터뷰> 이남우 : "여기 한전차가 올라오면 검문검색을 합니다."

통제선을 지나 차를 타고 도착한 송전탑 부지 앞은 컨테이너 가건물로 막혀있습니다.

주민들은 조를 짜서 이곳을 24시간 내내 지킵니다.

한전은 이곳 주민들을 공사 방해 등의 이유로 고발한 상황.

3명은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 14명은 하루 100만 원의 가처분 신청을 당했습니다.
<녹취> 이금자 : "정부가 다 하는 일인데 할매가 무슨 권리로 되니 안되니 말하는데, 정부가 뭐가 정부입니까? 국민을 살리기 위해 하는 정부 아닙니까?..."

밤 10시.

비포장 도로들 달려가자 공사를 막기 위해 세운 또 다른 움막 두 채가 나타납니다.

촛불부터 물통과 음식그릇, 가재도구가 이리저리 놓인 움막 안

<인터뷰> 손희경(80) : "벌레? 모기도 있고 개미도 있고 지네도 있고 뱀도 있고, 온갖 게 다있어요. 우리 할머니들만 오지 젊은 사람들은 산 속이 무섭다고 안오려고 해요."

움막을 지은 건 지난 겨울,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벌목된 나무를 가져다 뼈대를 세운 뒤 바닥에는 구들장도 놨습니다.

싸움은 어느새 한여름까지 이어졌습니다.

밀양을 통과하는 송전선로의 전압은 76만 5천 볼트, 국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송전탑 높이는 평균 100미터, 아파트 40층 높이에 이르고 철탑 간 간격은 500미터 안팎입니다.

신고리 원전부터 창녕 변전소까지 90킬로미터 구간에 모두 162개의 송전탑이 들어섭니다.

그러나 밀양의 22개 마을이 반대하면서 이 중 3분의 1인 52개는 건설조차 못했습니다.

한전은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상업 가동되는 내년 말까지는 송전선이 완공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상훈(한전 밀양지사 UHV 개발팀장) : "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송로가 없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전력수급에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 사업이 건설돼야."

송전탑 건설의 법적 근거는 ’전원개발 촉진법’ 송전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되면 주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고 건축 등 개발행위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지만 보상은 적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땅은 시가로 매입하고 전선이 지나가는 땅, 즉 선하지와 그 바깥쪽 3미터까지만 시가의 30% 안팎에서 보상합니다.

주민 반대가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창섭 : "지금 모든 현장에서 송전탑은 100% 다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3년 지연되느냐 아니면 아예 못 짓느냐 수준으로 가 있거든요."

봄에 심은 벼가 푸르게 자라난 보라마을, 이 마을에선 지난 겨울 이치우 할아버지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졌습니다.

이 할아버지와 두 동생의 땅은 지난 2007년 송전탑 부지와 선하지로 지정돼 값이 절반으로 폭락했습니다.

그나마도 송전탑 아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우 : “억울하지. 억울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해, 내가 정부한테 이길 수 있나?”

재산이 턱없이 줄게됐지만 한전이 제시한 보상은 너무 적었습니다.

시가 4억 원인 둘째 동생 땅에는 철탑부지와 선하지를 합해 6천여만 원, 막내 동생의 땅은 선하지 보상금 150만 원, 본인 땅은 한푼도 없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겨울 내내 몸으로 공사를 막았습니다.

그러던 지난 1월 16일, 한전은 용역업체 직원 50여 명을 동원해 막아서는 이 할아버지를 쫒아낸 뒤 토지 측량을 강행했고, 이 할아버지는 스스로 기름을 끼얹고 분신했습니다.

<녹취> 김응록(밀양 산외면 대책위원장) : "갑자기 불이 확 붙은 거예요. 아 이거 큰일났다 싶은데, 두 손을 들고 걸어가더라구요"

유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 송전탑 건설지역, 김이남 할아버지는 땅 6필지, 2만여 제곱미터를 소유한 부농이지만 송전탑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송전 선로가 논 한가운데를 지나는 것은 물론 송전탑까지 들어서게 됐습니다.

한 때 10억 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팔 수 없는 땅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이 제시한 보상금은 7천여만 원.

<인터뷰> 김이남 : "철탑 세우는 땅값을 법원에다가 공탁을 시켜놨다고 연락이 왔어요. 또 가관인 것은 제가 한전에다가 땅을 팔아먹었다고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통보가 왔어요. 이게 이게 민주국가에서 될 말입니까?"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자 한전은 곳곳에서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공사를 시도했습니다.

결국 이곳 주민들도 변전소 건설현장 등 공사장 곳곳을 막아섰습니다.

<녹취> 박영칠(75) : "(송전탑을) 약한 사람들한테 (지나가게 설치하는) 것이 한전사업이예요. 강한 사람들에게는 안갑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보면 암흑 속에서 싸우는 거예요. 지금"

끊이지 않는 주민 반발과 민원,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송변전 설비 관련 보상제도 개선위원회가 출범합니다.

정부와 국회, 한전, 시민단체, 학계는 물론 밀양 주민들이 전국의 피해지역 주민을 대표해 참석했습니다.

위원회의 활동으로 실제로 송전탑 지역 주민들의 주민 피해가 객관적 수치로 입증됐습니다.

보상 방안으로는 1. 토지 차액 보상 2. 선하지 보상 범위 확대 3. 주택 이주 4. 마을에는 지원사업이 제시됩니다.

그러나 연간 4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재원에 부담을 느낀 한전과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 애초 예정됐던 18대 국회 회기내 법개정이 불가능해지고, 주민반발로 협상은 지난해 가을, 잠정 무산됩니다.

<인터뷰> 조영탁 : "보상금액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업자 간에 약간의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고. 이것이 주민들의 신뢰를 좀 잃게 만드는 그런 아쉬운 점이 있지 않았나."

이후 한전은 밀양에서 공사를 강행했고, 두 달만인 올 1월, 이에 항의하던 이치우 할아버지가 숨집니다.

이 할아버지 사망 뒤에야 정부와 한전은 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비용분담에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 백억 원을 시작으로 연간 규모 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한전은 보상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입니다.

<녹취> 조해진 의원 : "국회에다 보상법안 마련 청원을 제출하기로 되어 있고 피해 당사자 개개인과 별개로 그 지역 전체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 전기사업법에 있는 발전기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일방적인 강제수용의 근거가 되는 전원개발 촉진법을 손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마을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두자는 겁니다.

<인터뷰> 조경태 의원 : "막가파식 개발논리를 좀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대안마련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중화라든지 초전도 작업이라든지.."

우리나라는 전기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 발전소에서 주로 생산합니다.

도시까지 장거리 송전시설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피해와 반발이 큰 구좁니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 공급을 위해서 그동안 대책마련과 피해보상에는 인색했습니다.

<인터뷰> 이강원 소장 : "전기는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익은 전체가 보고 피해는 특정 지역 주민이 당하고 있다 라고 하는, 그래서 이익과 비용의 불일치를 어떻게 사회에서 공평하게 해소할 것이냐?"

피해지역 주민들은 폭염 속에서 국책사업을 막고 서있습니다.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압니다. 자식새끼 벌어먹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 압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지금 강도가 들었잖아요. 지금 우리 집에"

이제는 이 외침에 우리 사회가 귀기울일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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