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세계 영화 중심에 서다

입력 2012.09.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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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호 해설위원]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리도섬에 아리랑이 울려 퍼졌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부른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와 칸,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감독의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 백년 역사에 최대 쾌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와 인간성 상실을 다룬 작품으로 용서와 구원이 핵심 메시집니다. 김 감독이 줄곧 던져온 질문이기도 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최고상 수상이 특히 빛을 발하는 것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던 그의 삶과 고난을 이겨낸 승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계의 이단아라는 비난 속에서도 예술 영화 외길을 걸어온 집념의 성괍니다. 김 감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자 철저한 비주류였습니다.

그는 중학교 졸업에 어린 시절부터 노동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제대로 영화수업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학벌과 인맥, 돈이 없는 3무 감독으로 불립니다. 인간의 본능을 표현하면서 보여주는 잔인한 영상과 불편한 내용으로 작품마다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해외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국내에서는 번번이 쓴 맛을 봐야 했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키워낸 감독이 아니라 한국 밖의 관객과 영화인이 만들어 낸 감독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김기덕 감독의 이번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저력과 위상을 세계에 알리게 됐습니다. 이런 쾌거 속에서도 아직 짙은 그늘로 남아있는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의 불균형 해소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저예산 독립 영화들이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조차 하기 힘든 현실에서는 제 2의 김기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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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세계 영화 중심에 서다
    • 입력 2012-09-11 0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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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호 해설위원]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리도섬에 아리랑이 울려 퍼졌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부른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와 칸,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감독의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 백년 역사에 최대 쾌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와 인간성 상실을 다룬 작품으로 용서와 구원이 핵심 메시집니다. 김 감독이 줄곧 던져온 질문이기도 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최고상 수상이 특히 빛을 발하는 것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던 그의 삶과 고난을 이겨낸 승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계의 이단아라는 비난 속에서도 예술 영화 외길을 걸어온 집념의 성괍니다. 김 감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자 철저한 비주류였습니다. 그는 중학교 졸업에 어린 시절부터 노동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제대로 영화수업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학벌과 인맥, 돈이 없는 3무 감독으로 불립니다. 인간의 본능을 표현하면서 보여주는 잔인한 영상과 불편한 내용으로 작품마다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해외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국내에서는 번번이 쓴 맛을 봐야 했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키워낸 감독이 아니라 한국 밖의 관객과 영화인이 만들어 낸 감독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김기덕 감독의 이번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저력과 위상을 세계에 알리게 됐습니다. 이런 쾌거 속에서도 아직 짙은 그늘로 남아있는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의 불균형 해소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저예산 독립 영화들이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조차 하기 힘든 현실에서는 제 2의 김기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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