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따라 누구나 쉽게 읽고 적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문자 '한글', 발음기관의 모양을 형상화한 한글, 훈민정음은 다양한 언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호영 (서울대 교수):"서양학자들은 한글을 자질문자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우리 한글은 문자 역사상 가장 진화된 문자다."
이 같은 한글의 특징과 창제의 원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반포일 등을 밝히고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이 보물은 4년 전 한 권이 더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소유권 논란이 일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소지자가 절도 피의자로 몰리게 되자 해례본을 숨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배익기(소지자):"누구라도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다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은 백성들이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친히 훈민정음을 만들고 해설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한글 창제의 비밀이 담긴 또 하나의 해례본은 소유권 다툼으로 4년째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해례본은 과연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지,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경북 상주의 한 농가, 가재도구랑 고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집주인 배익기씨는 지난 1년 동안 훈민정음 해례본을 절도한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녹취> 배익기:"자기들 마음대로 다 쑤셔놨네. 여기도 그렇고 저 밖에도 뭐..."
고서를 수집하던 배씨는 지난 2008년 집안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상주에서 골동상을 하는 조 모씨가 문제의 해례본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면서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배익기(해례본 소지자):"나를 만만히 봤고. 뭐 빈털터리로 그렇게 돌아다니니까 고물이나 하고 다닌다 싶어서 까짓 흔들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서..."
1년 넘게 이어진 소유권 공방,
대법원까지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조씨의 소유권이 인정됐지만 배씨는 해례본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배씨가 해례본을 숨기자 문화재청은 배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조씨는 해례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습니다.
<인터뷰>김계식(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대법원 판결에 의한 소유권자인 조모씨가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에 현재는 국가 소유입니다."
하지만 민사 소송과는 달리 배씨의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인터뷰>이상오 (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명백하게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되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결국 배씨는 해례본을 훔치진 않았지만 주인도 아니라는 애매한 처지에 놓였고, 문화재청은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해례본은 구경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인터뷰>김계식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소지자와 협의를 했지만 도난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사실 이뤄지지 않은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같은 소유권 다툼 속에 관심은 온통 해례본의 몸값에 쏠렸습니다.
단 한 권밖에 없어 '무가지보'라 불리는 간송본을 능가한다는 주장부터, 유무형의 값어치가 1조 원을 호가할 것이란 전문가 추정치, 그리고 한 사업가가 배씨에게 50억 원의 현찰을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법정 공방만큼이나 뜨거운 가격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배익기 (소지자):"내가 처음에 100억은 될 것이라니까 나보고 미쳤냐는 놈들도 있고, 8천만 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사건 일어나고 1,2년 됐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100억이 가기는 가겠느냐는..."
그렇다면 56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해례본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서울 강남의 한 미술품 경매시장.
지난달 열린 이 미술품 경매에는 이중섭과 박수근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과 고미술품 150여 점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관심은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국가지정 문화재 한 작품에 쏠렸습니다.
보물로 지정돼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 실려 있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계상정거도', 한때 가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계상정거도가 포함된 '퇴우 이선생 진적첩'은 26억 원에 경매가 시작돼 34억 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고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녹취> "현재 34억... 34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인터뷰>정준모(미술평론가):"사실 경제적 재화로서의 가치보다 문화적 재화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이 거든요. 그런 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학문적인 접근, 이해, 이런 것들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가 있겠죠."
하지만 공개 뒤 바로 자취를 감춘 해례본은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공개 당시 직접 책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던 고문서 전문가는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노직 (국학진흥원 연구원):"첫 페이지가 훼손이 되어 있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한 장을 넘기자 그 다음부터는 원래에 가까울 정도로 원본의 상태가 아주 잘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또한 후대에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진본이라는 심증을 굳혀줬습니다.
<인터뷰>임노직 (연구원):"책에 고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 책에 배여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한 최근에 2-3백 년은 이 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양호한 진품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온전히 다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창제의 비밀을 밝혀준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종이 직접 창제 동기를 밝힌 서문과 한글 읽는 법을 짧게 설명한 예의 등 전반부 4장, 그리고 집현전 학자들이 종합적인 해석을 단 후반부 해례편이 그것입니다.
때문에 두 부분이 함께 출간된 것이 아니라 따로 출간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에 발견된 해례본에서는 전반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상규(경북대 교수):"세종대왕 서문과 예의본이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간송본과 달리 해례본만 편 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일부 공개된 해례본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서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간송본과 다르지 않은, 같은 판본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먼저 책을 만들 때 인쇄된 낱장을 묶기 위해 뚫은 구멍의 개수가 일치합니다.
<녹취>이상규:"바로 여기 붉은 점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침으로 장정이 되었던거죠. 바로 이 5침 안정법은 현재 간송미술관본과 동일하다."
또한 해례편 한자의 상하좌우에 성조를 나타내는 권점, 그리고 목판본의 중심, 즉 판심에 새겨넣은 '정음해례'란 제목도 같습니다.
책 소장자가 적어 넣은 메모 형식의 기록이 남아 있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이상규 (경북대 교수):"판단은 유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판본이 원간본이라고 해서 시가까지 매겨지고 문화재청에서 기증까지 받은 것은 참 문제가 아닌가... "
해례본이 발견된 경북 상주 인근의 안동 광흥사 또한 배씨와 조씨의 소유권 분쟁에 뛰어들 뻔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한 문화재 절도범이 이 사찰에서 훔친 해례본 등 장물을 상주의 골동상인 조씨에게 넘겼다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광흥사 측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다투고 있는 소유권 소송에 뛰어들기 보다는 훈민정음과의 인연을 찾는데 골몰했습니다.
<인터뷰>범종 스님(안동 광흥사 주지):"서로가 어떤 신빙성이 있는 상황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광흥사의 복장유물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를 하고 만약 사본이 있다면 사본을 하나 광흥사에 놔둬야 되지 않나..."
백성을 위해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하지만 560여 년 만에 나타난 민족의 정수는 소유권 다툼 속에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배익기:"어떡하겠습니까? 내가 어딨는지 말할 수 없잖아요? (안전한가에 대한 우려들이 있잖아요?) 이미 내가 1년동안 수감돼 있었잖아요? 이제 어떡하겠습니까? 안전 안했다면 벌써 안했을 것이고. 나도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절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과 소유권 재심 청구까지 해례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임노직(연구원):"고서가 수백년 내려오면서 잘 보존되다가 이것이 훼손되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어쨌든 앞 페이지 부분의 훼손된 부분도 그렇지만 빨리 이것이 발견되고 공개가 되서..."
<인터뷰>이상규 (교수):"지금이라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으로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566돌을 맞습니다.
사라진 해례본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인터뷰>이호영 (서울대 교수):"서양학자들은 한글을 자질문자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우리 한글은 문자 역사상 가장 진화된 문자다."
이 같은 한글의 특징과 창제의 원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반포일 등을 밝히고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이 보물은 4년 전 한 권이 더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소유권 논란이 일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소지자가 절도 피의자로 몰리게 되자 해례본을 숨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배익기(소지자):"누구라도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다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은 백성들이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친히 훈민정음을 만들고 해설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한글 창제의 비밀이 담긴 또 하나의 해례본은 소유권 다툼으로 4년째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해례본은 과연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지,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경북 상주의 한 농가, 가재도구랑 고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집주인 배익기씨는 지난 1년 동안 훈민정음 해례본을 절도한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녹취> 배익기:"자기들 마음대로 다 쑤셔놨네. 여기도 그렇고 저 밖에도 뭐..."
고서를 수집하던 배씨는 지난 2008년 집안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상주에서 골동상을 하는 조 모씨가 문제의 해례본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면서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배익기(해례본 소지자):"나를 만만히 봤고. 뭐 빈털터리로 그렇게 돌아다니니까 고물이나 하고 다닌다 싶어서 까짓 흔들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서..."
1년 넘게 이어진 소유권 공방,
대법원까지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조씨의 소유권이 인정됐지만 배씨는 해례본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배씨가 해례본을 숨기자 문화재청은 배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조씨는 해례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습니다.
<인터뷰>김계식(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대법원 판결에 의한 소유권자인 조모씨가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에 현재는 국가 소유입니다."
하지만 민사 소송과는 달리 배씨의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인터뷰>이상오 (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명백하게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되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결국 배씨는 해례본을 훔치진 않았지만 주인도 아니라는 애매한 처지에 놓였고, 문화재청은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해례본은 구경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인터뷰>김계식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소지자와 협의를 했지만 도난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사실 이뤄지지 않은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같은 소유권 다툼 속에 관심은 온통 해례본의 몸값에 쏠렸습니다.
단 한 권밖에 없어 '무가지보'라 불리는 간송본을 능가한다는 주장부터, 유무형의 값어치가 1조 원을 호가할 것이란 전문가 추정치, 그리고 한 사업가가 배씨에게 50억 원의 현찰을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법정 공방만큼이나 뜨거운 가격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배익기 (소지자):"내가 처음에 100억은 될 것이라니까 나보고 미쳤냐는 놈들도 있고, 8천만 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사건 일어나고 1,2년 됐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100억이 가기는 가겠느냐는..."
그렇다면 56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해례본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서울 강남의 한 미술품 경매시장.
지난달 열린 이 미술품 경매에는 이중섭과 박수근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과 고미술품 150여 점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관심은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국가지정 문화재 한 작품에 쏠렸습니다.
보물로 지정돼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 실려 있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계상정거도', 한때 가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계상정거도가 포함된 '퇴우 이선생 진적첩'은 26억 원에 경매가 시작돼 34억 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고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녹취> "현재 34억... 34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인터뷰>정준모(미술평론가):"사실 경제적 재화로서의 가치보다 문화적 재화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이 거든요. 그런 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학문적인 접근, 이해, 이런 것들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가 있겠죠."
하지만 공개 뒤 바로 자취를 감춘 해례본은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공개 당시 직접 책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던 고문서 전문가는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노직 (국학진흥원 연구원):"첫 페이지가 훼손이 되어 있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한 장을 넘기자 그 다음부터는 원래에 가까울 정도로 원본의 상태가 아주 잘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또한 후대에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진본이라는 심증을 굳혀줬습니다.
<인터뷰>임노직 (연구원):"책에 고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 책에 배여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한 최근에 2-3백 년은 이 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양호한 진품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온전히 다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창제의 비밀을 밝혀준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종이 직접 창제 동기를 밝힌 서문과 한글 읽는 법을 짧게 설명한 예의 등 전반부 4장, 그리고 집현전 학자들이 종합적인 해석을 단 후반부 해례편이 그것입니다.
때문에 두 부분이 함께 출간된 것이 아니라 따로 출간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에 발견된 해례본에서는 전반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상규(경북대 교수):"세종대왕 서문과 예의본이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간송본과 달리 해례본만 편 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일부 공개된 해례본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서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간송본과 다르지 않은, 같은 판본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먼저 책을 만들 때 인쇄된 낱장을 묶기 위해 뚫은 구멍의 개수가 일치합니다.
<녹취>이상규:"바로 여기 붉은 점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침으로 장정이 되었던거죠. 바로 이 5침 안정법은 현재 간송미술관본과 동일하다."
또한 해례편 한자의 상하좌우에 성조를 나타내는 권점, 그리고 목판본의 중심, 즉 판심에 새겨넣은 '정음해례'란 제목도 같습니다.
책 소장자가 적어 넣은 메모 형식의 기록이 남아 있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이상규 (경북대 교수):"판단은 유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판본이 원간본이라고 해서 시가까지 매겨지고 문화재청에서 기증까지 받은 것은 참 문제가 아닌가... "
해례본이 발견된 경북 상주 인근의 안동 광흥사 또한 배씨와 조씨의 소유권 분쟁에 뛰어들 뻔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한 문화재 절도범이 이 사찰에서 훔친 해례본 등 장물을 상주의 골동상인 조씨에게 넘겼다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광흥사 측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다투고 있는 소유권 소송에 뛰어들기 보다는 훈민정음과의 인연을 찾는데 골몰했습니다.
<인터뷰>범종 스님(안동 광흥사 주지):"서로가 어떤 신빙성이 있는 상황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광흥사의 복장유물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를 하고 만약 사본이 있다면 사본을 하나 광흥사에 놔둬야 되지 않나..."
백성을 위해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하지만 560여 년 만에 나타난 민족의 정수는 소유권 다툼 속에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배익기:"어떡하겠습니까? 내가 어딨는지 말할 수 없잖아요? (안전한가에 대한 우려들이 있잖아요?) 이미 내가 1년동안 수감돼 있었잖아요? 이제 어떡하겠습니까? 안전 안했다면 벌써 안했을 것이고. 나도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절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과 소유권 재심 청구까지 해례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임노직(연구원):"고서가 수백년 내려오면서 잘 보존되다가 이것이 훼손되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어쨌든 앞 페이지 부분의 훼손된 부분도 그렇지만 빨리 이것이 발견되고 공개가 되서..."
<인터뷰>이상규 (교수):"지금이라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으로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566돌을 맞습니다.
사라진 해례본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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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해례본은 어디에?
-
- 입력 2012-10-08 08:53:33

소리에 따라 누구나 쉽게 읽고 적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문자 '한글', 발음기관의 모양을 형상화한 한글, 훈민정음은 다양한 언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호영 (서울대 교수):"서양학자들은 한글을 자질문자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우리 한글은 문자 역사상 가장 진화된 문자다."
이 같은 한글의 특징과 창제의 원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반포일 등을 밝히고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이 보물은 4년 전 한 권이 더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소유권 논란이 일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소지자가 절도 피의자로 몰리게 되자 해례본을 숨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배익기(소지자):"누구라도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다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은 백성들이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친히 훈민정음을 만들고 해설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한글 창제의 비밀이 담긴 또 하나의 해례본은 소유권 다툼으로 4년째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해례본은 과연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지,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경북 상주의 한 농가, 가재도구랑 고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집주인 배익기씨는 지난 1년 동안 훈민정음 해례본을 절도한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녹취> 배익기:"자기들 마음대로 다 쑤셔놨네. 여기도 그렇고 저 밖에도 뭐..."
고서를 수집하던 배씨는 지난 2008년 집안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상주에서 골동상을 하는 조 모씨가 문제의 해례본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면서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배익기(해례본 소지자):"나를 만만히 봤고. 뭐 빈털터리로 그렇게 돌아다니니까 고물이나 하고 다닌다 싶어서 까짓 흔들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서..."
1년 넘게 이어진 소유권 공방,
대법원까지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조씨의 소유권이 인정됐지만 배씨는 해례본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배씨가 해례본을 숨기자 문화재청은 배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조씨는 해례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습니다.
<인터뷰>김계식(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대법원 판결에 의한 소유권자인 조모씨가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에 현재는 국가 소유입니다."
하지만 민사 소송과는 달리 배씨의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인터뷰>이상오 (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명백하게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되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결국 배씨는 해례본을 훔치진 않았지만 주인도 아니라는 애매한 처지에 놓였고, 문화재청은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해례본은 구경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인터뷰>김계식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소지자와 협의를 했지만 도난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사실 이뤄지지 않은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같은 소유권 다툼 속에 관심은 온통 해례본의 몸값에 쏠렸습니다.
단 한 권밖에 없어 '무가지보'라 불리는 간송본을 능가한다는 주장부터, 유무형의 값어치가 1조 원을 호가할 것이란 전문가 추정치, 그리고 한 사업가가 배씨에게 50억 원의 현찰을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법정 공방만큼이나 뜨거운 가격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배익기 (소지자):"내가 처음에 100억은 될 것이라니까 나보고 미쳤냐는 놈들도 있고, 8천만 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사건 일어나고 1,2년 됐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100억이 가기는 가겠느냐는..."
그렇다면 56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해례본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서울 강남의 한 미술품 경매시장.
지난달 열린 이 미술품 경매에는 이중섭과 박수근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과 고미술품 150여 점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관심은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국가지정 문화재 한 작품에 쏠렸습니다.
보물로 지정돼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 실려 있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계상정거도', 한때 가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계상정거도가 포함된 '퇴우 이선생 진적첩'은 26억 원에 경매가 시작돼 34억 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고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녹취> "현재 34억... 34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인터뷰>정준모(미술평론가):"사실 경제적 재화로서의 가치보다 문화적 재화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이 거든요. 그런 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학문적인 접근, 이해, 이런 것들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가 있겠죠."
하지만 공개 뒤 바로 자취를 감춘 해례본은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공개 당시 직접 책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던 고문서 전문가는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노직 (국학진흥원 연구원):"첫 페이지가 훼손이 되어 있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한 장을 넘기자 그 다음부터는 원래에 가까울 정도로 원본의 상태가 아주 잘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또한 후대에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진본이라는 심증을 굳혀줬습니다.
<인터뷰>임노직 (연구원):"책에 고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 책에 배여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한 최근에 2-3백 년은 이 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양호한 진품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온전히 다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창제의 비밀을 밝혀준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종이 직접 창제 동기를 밝힌 서문과 한글 읽는 법을 짧게 설명한 예의 등 전반부 4장, 그리고 집현전 학자들이 종합적인 해석을 단 후반부 해례편이 그것입니다.
때문에 두 부분이 함께 출간된 것이 아니라 따로 출간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에 발견된 해례본에서는 전반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상규(경북대 교수):"세종대왕 서문과 예의본이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간송본과 달리 해례본만 편 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일부 공개된 해례본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서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간송본과 다르지 않은, 같은 판본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먼저 책을 만들 때 인쇄된 낱장을 묶기 위해 뚫은 구멍의 개수가 일치합니다.
<녹취>이상규:"바로 여기 붉은 점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침으로 장정이 되었던거죠. 바로 이 5침 안정법은 현재 간송미술관본과 동일하다."
또한 해례편 한자의 상하좌우에 성조를 나타내는 권점, 그리고 목판본의 중심, 즉 판심에 새겨넣은 '정음해례'란 제목도 같습니다.
책 소장자가 적어 넣은 메모 형식의 기록이 남아 있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이상규 (경북대 교수):"판단은 유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판본이 원간본이라고 해서 시가까지 매겨지고 문화재청에서 기증까지 받은 것은 참 문제가 아닌가... "
해례본이 발견된 경북 상주 인근의 안동 광흥사 또한 배씨와 조씨의 소유권 분쟁에 뛰어들 뻔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한 문화재 절도범이 이 사찰에서 훔친 해례본 등 장물을 상주의 골동상인 조씨에게 넘겼다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광흥사 측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다투고 있는 소유권 소송에 뛰어들기 보다는 훈민정음과의 인연을 찾는데 골몰했습니다.
<인터뷰>범종 스님(안동 광흥사 주지):"서로가 어떤 신빙성이 있는 상황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광흥사의 복장유물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를 하고 만약 사본이 있다면 사본을 하나 광흥사에 놔둬야 되지 않나..."
백성을 위해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하지만 560여 년 만에 나타난 민족의 정수는 소유권 다툼 속에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배익기:"어떡하겠습니까? 내가 어딨는지 말할 수 없잖아요? (안전한가에 대한 우려들이 있잖아요?) 이미 내가 1년동안 수감돼 있었잖아요? 이제 어떡하겠습니까? 안전 안했다면 벌써 안했을 것이고. 나도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절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과 소유권 재심 청구까지 해례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임노직(연구원):"고서가 수백년 내려오면서 잘 보존되다가 이것이 훼손되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어쨌든 앞 페이지 부분의 훼손된 부분도 그렇지만 빨리 이것이 발견되고 공개가 되서..."
<인터뷰>이상규 (교수):"지금이라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으로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566돌을 맞습니다.
사라진 해례본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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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민 기자 sa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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