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 사람] 사이클 황제의 몰락

<앵커 멘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간 승리로 칭송받던 랜스 암스트롱은 그동안 쌓은 명예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구촌 이 사람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사이클계의 전설', '인간 승리의 대명사'

항상 랜스 암스트롱의 이름 앞에 따라붙었던 수식어입니다.

그의 지난 삶은 이런 찬사를 받을 만했습니다.

사이클 선수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던 지난 1996년, 암스트롱은 고환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그의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요.

암이 이미 뇌와 폐까지 전이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냈고, 지난 1999년 지옥의 레이스라고 부르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을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까지 7년 연속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하는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은퇴 후에는 자신이 설립한 암 환자들을 위한 자선단체인 '리브 스트롱' 활동에 주력해왔습니다.

<인터뷰> 랜스 암스트롱(사이클 선수/2011년) : "이 자선 단체와 함께할 일이 많아요. 복잡하고 바로 잡기 쉽지 않은 일이라서 잠시 이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암스트롱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

그때마다 암스트롱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그동안 프랑스 도핑방지위원회나 미국 검찰도 내사를 벌였지만, 확증을 잡지 못해 암스트롱의 도핑은 '의혹'에만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반도핑기구는 끈질긴 조사 끝에 암스트롱의 약물 복용 혐의를 입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천장이 넘는 보고서에는 동료의 증언과 실험 결과, 그리고 약물 구입 기록 등 구체적인 증거들이 담겨있습니다.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가 도핑 검사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동원한 교묘한 수법들도 기록돼있는데요.

자신의 혈액을 일정량 뽑아냈다가 경기 전에 다시 주사해, 혈액이 운반할 수 있는 산소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이른바 '혈액 도핑법'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존 파헤이(세계 반도핑기구 대표) : "수년간 의혹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혐의를 제기했지만 적절히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게 실망스럽습니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선수 생활 동안 쌓은 모든 수상 기록이 삭제됐고 암스트롱은 스포츠계에서 영구 제명됐습니다.

또 자신이 설립한 자선단체의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고, 그를 후원했던 기업들도 줄줄이 계약을 해지하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암스트롱의 도전과 열정에 많은 찬사를 보냈던 스포츠 팬들은 허탈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