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중소 조선업

입력 2012.11.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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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의 한 중소 조선소, 선체 블록으로 가득 쌓여 있여야 할 공장 부지가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습니다.



도크에는 짓다만 두 척의 배가 마지막 작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응준(조선소 근로자) : "회사 마치고 집에 가면 어깨도 축 늘어져 있고 마음이 아프죠, 회사가 잘 됐으면 하는데..."



바로 옆 조선소들의 사정은 더 합니다.



한 조선소는 건조 중인 배가 녹슨 채 흉물로 방치돼 있고 다른 곳은 아예 가동을 멈춰 버렸습니다.



지난 1997년 IMF조차 몰랐던 남해안 중소 조선업이 지금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23군데 중소 조선사 가운데 17곳이 파산했고 4곳은 워크아웃, 즉 법정관리 상탭니다.



이른바 남해안 조선벨트 지역에서는 중소 조선사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그 바람에 지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국내 중소 조선업의 현황과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세차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씨, 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 조선소에서 일했던 정규직 근로자였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역 경기가 조선업 불황과 맞물리면서 실패를 맛봤습니다.



<녹취> “퇴직 직후에 저희가 대출을 좀 내고 퇴직금하고 조금조금씩 월급쟁이 하면서 모아 놨던거 그래가지고 음식점을 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진짜 너무 어렵습니다.”



김종오씨도 올 봄까지 조선소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게 전부입니다.



다니던 조선소를 그만 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오(조선소 퇴직자) : “급여가 나왔다 안나왔다 하니까 빚만 늘어나고 급여를 그때 못받으면 어차피 또...”



김씨는 현재 조선소 재취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만 모집하고 조선업 자체가 비관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오(조선소 퇴직자) : “(조선)그쪽을 많이 알아보는데 다른 회사들도 다 안좋은것 같고 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통영 시내의 점심 시간...



하지만 이 식당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조선소가 호황을 누리던 때는 자리가 부족해 줄을 섰으나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경숙(시장 상인) : “(조선 경기가 좋았을 땐) 사람들이 활력소가 생기고 얼굴도 밝고 했는데 요즘에는 좀 그래요”



인근 주점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규(택시 기사) : “다 죽어버리면 그 가족들은 뭐 먹고 삽니까? 근로자들은 어디가서 일할겁니까? 통영 같은 경우는 대기업도 공장같은 것도 없는데 배타는 것 밖에 없는데.”



통영에서 조선업은 한 때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 물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조선업은 몇 년째 침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찬(통영시지역경제과장) : “(전에는)한 40% 정도를 지역경제부분을 커버 했는데 지금 신아조선,21세기,삼호 이렇게 일감이 종료가 되고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의 한 30%,20% 비중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통영의 대표적인 조선사였던 삼호조선은 최근 몇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21세기조선 역시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회사 청산에 들어갔습니다.



신아 SB의 경우 그나마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업 물량이 지금 보이는 4만5천톤급 특수선 2척입니다.



내년 2월쯤 이 배의 내부가 완성되면 더 이상 배를 건조할 물량이 없어 천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일감이 없어집니다.



만약 이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 미륵도의 3대 조선소를 모두 폐업하게 됩니다.



부두에 계류 중인 다섯 척의 배 처리 문제도 골칫거립니다.



최근 선박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선주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인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재(금속노조 신아SB지회장) : “지금 현재 새로 건조를 하면 3200만불에 건조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클레임을 걸어서 배를 안가져 가겠다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거죠.”



이 때문에 자금 회전이 막히고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워크아웃 종료시점인 올해 말까지 추가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산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중소 조선업은 소위 빅3라는 대기업 조선소와 다르게 지역에 좀더 밀착돼 있습니다.



대기업 조선소의 경우 블록같은 부품을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저렴하게 제작해 들여 오는 반면 중소 조선소들은 블록은 물론 조타실과 엔진 등 모든 부품을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남해안 조선벨트 지역은 중소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입니다.



현재 불과 다섯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 다 도산한다면 국내 중소 조선업은 공중분해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지난 1975년까지 조선업 세계 1위였습니다.



그 후 불황이 찾아 왔을 때 조선업의 기틀을 유지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최소한의 조선소를 살리지도, 기술 인력을 유지하지도 않아 다시 호황기가 찾아온 90년대초에는 조선업 1위 자리를 우리에게 내줬습니다.



<인터뷰> 성우제(교수/서울대 조선해양공학부) : “불황이라도 최소한 연구 인력이나 미래를 대비하는 인력은 줄이면 안되죠. 외국 같은 경우도 불황일 때 연구 인력을 더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조선활황이 올것이고 그것을 대비해서 인력들을 더 키워나가야 됩니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숙련된 노동력과 설비 능력에 있습니다.



이를 지켜 나가기 위해선 기술과 장비 인력을 최소한 유지하며 호황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중소 조선업 회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정회(과장/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 : “지금 전세계적인 구조조정중에 있고 그런 측면이기때문에 저희가 개별시장에 있어서 채권금융기관이 아닌 정부가 개별조선소의 구조조정 과정을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되구요.”



현재 대부분 중소 조선소들은 정책 지원없이는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증자나 기금 조성을 통해 국내 은행들로 하여금 선수금 환급 보증을 할 수 있게 해야 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배를 팔지 못하면 정부가 배를 사들여 조선소의 자금 경색을 해소해 주는 등 조선업 호황이 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종서(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조선산업 1위를 유지하려면 중소대형 이런 건전한 구조의 포트 폴리오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조선소의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한때 수출 1위로 국가 경제를 선도하던 조선업!



지금은 원유 시추 설비와 같은 해양 플랜트가 잘 나가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여기에만 전념해 전통 조선을 버릴 수 없습니다.



기반은 상업선박이고 언젠가는 호황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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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S! 중소 조선업
    • 입력 2012-11-12 09:06:14
    취재파일K
경남 통영의 한 중소 조선소, 선체 블록으로 가득 쌓여 있여야 할 공장 부지가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습니다.

도크에는 짓다만 두 척의 배가 마지막 작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응준(조선소 근로자) : "회사 마치고 집에 가면 어깨도 축 늘어져 있고 마음이 아프죠, 회사가 잘 됐으면 하는데..."

바로 옆 조선소들의 사정은 더 합니다.

한 조선소는 건조 중인 배가 녹슨 채 흉물로 방치돼 있고 다른 곳은 아예 가동을 멈춰 버렸습니다.

지난 1997년 IMF조차 몰랐던 남해안 중소 조선업이 지금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23군데 중소 조선사 가운데 17곳이 파산했고 4곳은 워크아웃, 즉 법정관리 상탭니다.

이른바 남해안 조선벨트 지역에서는 중소 조선사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그 바람에 지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국내 중소 조선업의 현황과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세차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씨, 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 조선소에서 일했던 정규직 근로자였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역 경기가 조선업 불황과 맞물리면서 실패를 맛봤습니다.

<녹취> “퇴직 직후에 저희가 대출을 좀 내고 퇴직금하고 조금조금씩 월급쟁이 하면서 모아 놨던거 그래가지고 음식점을 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진짜 너무 어렵습니다.”

김종오씨도 올 봄까지 조선소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게 전부입니다.

다니던 조선소를 그만 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오(조선소 퇴직자) : “급여가 나왔다 안나왔다 하니까 빚만 늘어나고 급여를 그때 못받으면 어차피 또...”

김씨는 현재 조선소 재취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만 모집하고 조선업 자체가 비관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오(조선소 퇴직자) : “(조선)그쪽을 많이 알아보는데 다른 회사들도 다 안좋은것 같고 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통영 시내의 점심 시간...

하지만 이 식당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조선소가 호황을 누리던 때는 자리가 부족해 줄을 섰으나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경숙(시장 상인) : “(조선 경기가 좋았을 땐) 사람들이 활력소가 생기고 얼굴도 밝고 했는데 요즘에는 좀 그래요”

인근 주점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규(택시 기사) : “다 죽어버리면 그 가족들은 뭐 먹고 삽니까? 근로자들은 어디가서 일할겁니까? 통영 같은 경우는 대기업도 공장같은 것도 없는데 배타는 것 밖에 없는데.”

통영에서 조선업은 한 때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 물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조선업은 몇 년째 침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찬(통영시지역경제과장) : “(전에는)한 40% 정도를 지역경제부분을 커버 했는데 지금 신아조선,21세기,삼호 이렇게 일감이 종료가 되고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의 한 30%,20% 비중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통영의 대표적인 조선사였던 삼호조선은 최근 몇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21세기조선 역시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회사 청산에 들어갔습니다.

신아 SB의 경우 그나마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업 물량이 지금 보이는 4만5천톤급 특수선 2척입니다.

내년 2월쯤 이 배의 내부가 완성되면 더 이상 배를 건조할 물량이 없어 천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일감이 없어집니다.

만약 이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 미륵도의 3대 조선소를 모두 폐업하게 됩니다.

부두에 계류 중인 다섯 척의 배 처리 문제도 골칫거립니다.

최근 선박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선주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인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재(금속노조 신아SB지회장) : “지금 현재 새로 건조를 하면 3200만불에 건조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클레임을 걸어서 배를 안가져 가겠다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거죠.”

이 때문에 자금 회전이 막히고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워크아웃 종료시점인 올해 말까지 추가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산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중소 조선업은 소위 빅3라는 대기업 조선소와 다르게 지역에 좀더 밀착돼 있습니다.

대기업 조선소의 경우 블록같은 부품을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저렴하게 제작해 들여 오는 반면 중소 조선소들은 블록은 물론 조타실과 엔진 등 모든 부품을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남해안 조선벨트 지역은 중소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입니다.

현재 불과 다섯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 다 도산한다면 국내 중소 조선업은 공중분해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지난 1975년까지 조선업 세계 1위였습니다.

그 후 불황이 찾아 왔을 때 조선업의 기틀을 유지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최소한의 조선소를 살리지도, 기술 인력을 유지하지도 않아 다시 호황기가 찾아온 90년대초에는 조선업 1위 자리를 우리에게 내줬습니다.

<인터뷰> 성우제(교수/서울대 조선해양공학부) : “불황이라도 최소한 연구 인력이나 미래를 대비하는 인력은 줄이면 안되죠. 외국 같은 경우도 불황일 때 연구 인력을 더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조선활황이 올것이고 그것을 대비해서 인력들을 더 키워나가야 됩니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숙련된 노동력과 설비 능력에 있습니다.

이를 지켜 나가기 위해선 기술과 장비 인력을 최소한 유지하며 호황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중소 조선업 회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정회(과장/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 : “지금 전세계적인 구조조정중에 있고 그런 측면이기때문에 저희가 개별시장에 있어서 채권금융기관이 아닌 정부가 개별조선소의 구조조정 과정을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되구요.”

현재 대부분 중소 조선소들은 정책 지원없이는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증자나 기금 조성을 통해 국내 은행들로 하여금 선수금 환급 보증을 할 수 있게 해야 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배를 팔지 못하면 정부가 배를 사들여 조선소의 자금 경색을 해소해 주는 등 조선업 호황이 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종서(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조선산업 1위를 유지하려면 중소대형 이런 건전한 구조의 포트 폴리오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조선소의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한때 수출 1위로 국가 경제를 선도하던 조선업!

지금은 원유 시추 설비와 같은 해양 플랜트가 잘 나가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여기에만 전념해 전통 조선을 버릴 수 없습니다.

기반은 상업선박이고 언젠가는 호황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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