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단일화

입력 2012.11.12 (09:06) 수정 2012.11.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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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던 문재인 후보, 급기야, 안철수 후보측에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녹취> 문재인 :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합시다"



정책 발표가 먼저라며 논의를 미뤄오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드디어 이에 화답합니다.



<녹취> 안철수 :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전격 회동하고,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합니다.



대선 43일전, 오랜 동안 시나리오에 머물러있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후보는 승리만을 위한 이벤트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 "정책 개발보다 이벤트 정치로 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소중한 삶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1987년 실패한 단일화 이후, 중도 진보 진영 후보들은 1997년과 2002년 잇따라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시도되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권 교체라는 명분만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또다시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저녁, 야권 후보 단일화의 시작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독 회동으로 이뤄졌습니다.



<녹취> 문재인 : "저와 안철수 후보가 꼭 단일화해서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녹취> 안철수 :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시간 20여분의 만남 끝에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합의했고, 단일화의 3가지 원칙도 마련했습니다.



가치와 철학의 공유, 미래 변화의 강조, 단순히 ’정권 교체’의 목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명호 : "2002년 단일화는 단일화 자체가 돌발변수였고, 단일화 자체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계기임이 분명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1년여 전부터 단일화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돼있었고"



이처럼 대선 막판 후보 단일화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함께 이끌었던, 김영삼, 김대중, 야권의 두 대권주자는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합니다.



여당 노태우 후보와의 3자 대결, 노태우 후보는 36.6%.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고, 두 야권 후보가 각각 28.0%, 27.1%, 만약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노태우 후보를 이길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997년 김대중 야당 후보는, 대선을 45일 앞두고 이념적 성향이 전혀 다른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연대합니다.



<녹취> 김대중 : "단일화 합의는 지금까지 우리를 짓눌러왔던 지역적 대립, 계층간의 대립, 여러 가지 대립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이른바 DJP연대, 역사상 첫번째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에서의 승리로 귀결됐습니다.



2002년의 단일화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에 눌려있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후보 등록을 12일 앞둔 11월 15일, 후보간 심야 담판으로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합의합니다.



<녹취> 노무현 : "우리 운명은 손을 떠나서 국민들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녹취> 정몽준 :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면 그 결과에 저희들은 전적으로 승복하겠습니다."



대선 초반 3위였던 노무현 후보는 단숨에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냈고, 투표 전날 정몽준 측의 연대 파기 선언에도 결국 승리했습니다.



<녹취> 신계륜(노무현 후보측 2차 협상단 대표) : "의외성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아~ 안될 줄 알았는데 됐네? 이런 일도 세상에 있구나. 옛날 후보 단일화 김대중 김영삼 후보 단일화 안 된 기억이 악몽이 있는데 안될 거야 했는데 아, 이 사람들은 하네? 정말 했네요. 이런 그 의외성이 감동이 컸다고 생각 합니다."



2012년의 단일화는 이미 반복돼온 역사라는 부담을 갖고 출발합니다.



<녹취> 정몽준(2002년 단일화 패배 후보/11/8 새누리당 선대위) : "두 분이 새 정치 내세우며 단일화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10년 전 15년전 방법을 포장만 바꾼 낡은 정치입니다."



두 후보측은 우선 새정치공동선언을 마련하는데서부터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왜 단일화를 하는지 무엇이 같은지부터 설명하겠다는 것입니다.



2012년 단일화의 특징은 이전의 단일화에 비해 두 후보간 노선 차이가 적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원택 : "가치라든지 정책 측면에서 그리고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혹은 DJP연합보다는 훨씬 더 유사성이 많은 두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러나, 두 후보에게는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한 후보는 기존 정당정치의 복원을 외치는 야당 후보이고, 다른 후보는 기존정치의 극복과 새 정치를 내세운 무소속 후보라는 점입니다.



단일화를 한다 해도 양쪽의 지지층을 다 묶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3,4일 이 곳에서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콘서트와 문재인 후보 지역당 선대위 발대식이 잇달아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묻자, 지지하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녹취> "두 분이 뜻이 맞으시니까"



<녹취> "그래야 이기죠, 정권 교체가 되든지 그래야지"



만약 안철수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면 어떻게 할까?



결과를 수긍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고민스럽다는 답변도 나옵니다.



<녹취> 최시종 :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할 것"



민주당 당원들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지지하지만,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의 고민도 내비쳤습니다.



<녹취> "정당을 갖고 있는 분들이 대통령으로 출마를 해야만 되지 않겠느냐"



<인터뷰> 강원택(서울대 교수) : "이탈자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느냐 라고 하는 게 사실은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상은 시작했지만, 양측은 단일화 협상의 단계와 속도에서부터 이견을 보였습니다.



안 후보측은 가치와 정책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송호창 : "가치와 원칙 철학 또는 앞으로 지향해야 되는 새 정치의 목표 이것을 합의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방식이나 절차를 먼저 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이해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후보측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목희 :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국민에게 후보의 자질과 역량 이런 것이 보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고 충분히 검증된 그런 시스템을 갖고 단일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지금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기싸움이 아닙니다.



시간 문제는 단일화 방식에서의 유불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 조직력을 갖춘 문후보측은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선호하고, 조직력이 약한 안후보측은 국민여론조사를 선호합니다.



시간이 걸리는 국민 경선을 위해 문후보측은 빨리 방식을 논의하자 하지만, 여론조사를 희망하는 안후보측은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방식을 결정한 이후에도 문제는 남습니다.



지난 2002년 여론조사를 결정하고도,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한 지를 물으면 노무현 후보가, 누가 이회창에 대해 경쟁력이 있느냐를 물으면 정몽준 후보가 유리하다는 판단 속에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돼 최종 여론조사 문항은 절충안이 됐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도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뷰> 김형준 : "이번에는 이 대칭적 게임이기 때문에 한쪽의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다는 거는요. 야합이라고 될 가능성이 높죠. 오히려 선거를 승리한다는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적인 부분들 서로 밀고 당기다가 어느 후보가 2002년도처럼 딱 양보를 할 때 많은 국민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거든요."



무당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대의 형태도 예민한 문젭니다.



문후보측은 신당 창당까지 고려하며 정당의 틀을 유지하려 하지만, 안철수 후보측은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목희 :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 진보 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송호창 "뜻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과 세력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조금 더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양측의 이견이 커질 경우 2002년처럼 후보 간 담판이 해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신계륜 : "(후보들이) 내가 안돼도 단일후보 만드는 것이 역사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결정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 협상에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쏠리면서, 이슈에서 멀어진 박근혜 후보측은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무성(11/8 선대위) : "박 후보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정체성 내팽개치고 오직 이기기 위해 단일화 쇼하는 벌이는 것"



단일화 이슈를 돌파할 새로운 정치 현안을 만들기보다는 일단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이정현 : "정치적인 쇼, 단일화라든가 또는 개헌을 선거에 이용한다든지 그렇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치가 아닙니다. 든든하고 안심할 수 있는 후보로서의 모든 면모를 국민들에게 최대한 보여주는 것 그게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가 국민에게 보여줄 자세라고 봅니다."



막판 후보 단일화로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 대선 구도가 불확실해, 유권자들의 후보간 비교와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아 : "누구로 단일화될 지 모르니까, 정책도 잘 안나오는 것 같고 저도 누구를 지지해야 할 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유력 후보 방송 토론의 경우 15대 대선에서 12차례, 16대 때는 83차례, 17대 때는 48차례 있었지만, 올해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측은 단일화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방송 토론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홍성걸 : "후보자들도 불러내고 정책에 대한 점검을 많이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일방적으로 그냥 여기저기 방문해가지고 이거하겠다 저거하겠다 하고 나온 얘기밖에 없다"



막판 후보 단일화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후보 등록일을 앞당기거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 등입니다.



<인터뷰> 정진영 : "1차 선거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각 후보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그 가운데 상위 두 사람만 결선 투표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가 정치적 야합이나 정치공학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단 말이죠."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입니다.



예선처럼 돼버린 후보 단일화에서든 본 대선에서든,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정책을 펼칠 지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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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단일화
    • 입력 2012-11-12 09:06:14
    • 수정2012-11-12 10: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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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던 문재인 후보, 급기야, 안철수 후보측에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녹취> 문재인 :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합시다"

정책 발표가 먼저라며 논의를 미뤄오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드디어 이에 화답합니다.

<녹취> 안철수 :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전격 회동하고,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합니다.

대선 43일전, 오랜 동안 시나리오에 머물러있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후보는 승리만을 위한 이벤트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 "정책 개발보다 이벤트 정치로 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소중한 삶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1987년 실패한 단일화 이후, 중도 진보 진영 후보들은 1997년과 2002년 잇따라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시도되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권 교체라는 명분만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또다시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저녁, 야권 후보 단일화의 시작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독 회동으로 이뤄졌습니다.

<녹취> 문재인 : "저와 안철수 후보가 꼭 단일화해서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녹취> 안철수 :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시간 20여분의 만남 끝에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합의했고, 단일화의 3가지 원칙도 마련했습니다.

가치와 철학의 공유, 미래 변화의 강조, 단순히 ’정권 교체’의 목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명호 : "2002년 단일화는 단일화 자체가 돌발변수였고, 단일화 자체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계기임이 분명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1년여 전부터 단일화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돼있었고"

이처럼 대선 막판 후보 단일화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함께 이끌었던, 김영삼, 김대중, 야권의 두 대권주자는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합니다.

여당 노태우 후보와의 3자 대결, 노태우 후보는 36.6%.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고, 두 야권 후보가 각각 28.0%, 27.1%, 만약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노태우 후보를 이길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997년 김대중 야당 후보는, 대선을 45일 앞두고 이념적 성향이 전혀 다른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연대합니다.

<녹취> 김대중 : "단일화 합의는 지금까지 우리를 짓눌러왔던 지역적 대립, 계층간의 대립, 여러 가지 대립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이른바 DJP연대, 역사상 첫번째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에서의 승리로 귀결됐습니다.

2002년의 단일화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에 눌려있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후보 등록을 12일 앞둔 11월 15일, 후보간 심야 담판으로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합의합니다.

<녹취> 노무현 : "우리 운명은 손을 떠나서 국민들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녹취> 정몽준 :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면 그 결과에 저희들은 전적으로 승복하겠습니다."

대선 초반 3위였던 노무현 후보는 단숨에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냈고, 투표 전날 정몽준 측의 연대 파기 선언에도 결국 승리했습니다.

<녹취> 신계륜(노무현 후보측 2차 협상단 대표) : "의외성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아~ 안될 줄 알았는데 됐네? 이런 일도 세상에 있구나. 옛날 후보 단일화 김대중 김영삼 후보 단일화 안 된 기억이 악몽이 있는데 안될 거야 했는데 아, 이 사람들은 하네? 정말 했네요. 이런 그 의외성이 감동이 컸다고 생각 합니다."

2012년의 단일화는 이미 반복돼온 역사라는 부담을 갖고 출발합니다.

<녹취> 정몽준(2002년 단일화 패배 후보/11/8 새누리당 선대위) : "두 분이 새 정치 내세우며 단일화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10년 전 15년전 방법을 포장만 바꾼 낡은 정치입니다."

두 후보측은 우선 새정치공동선언을 마련하는데서부터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왜 단일화를 하는지 무엇이 같은지부터 설명하겠다는 것입니다.

2012년 단일화의 특징은 이전의 단일화에 비해 두 후보간 노선 차이가 적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원택 : "가치라든지 정책 측면에서 그리고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혹은 DJP연합보다는 훨씬 더 유사성이 많은 두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러나, 두 후보에게는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한 후보는 기존 정당정치의 복원을 외치는 야당 후보이고, 다른 후보는 기존정치의 극복과 새 정치를 내세운 무소속 후보라는 점입니다.

단일화를 한다 해도 양쪽의 지지층을 다 묶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3,4일 이 곳에서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콘서트와 문재인 후보 지역당 선대위 발대식이 잇달아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묻자, 지지하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녹취> "두 분이 뜻이 맞으시니까"

<녹취> "그래야 이기죠, 정권 교체가 되든지 그래야지"

만약 안철수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면 어떻게 할까?

결과를 수긍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고민스럽다는 답변도 나옵니다.

<녹취> 최시종 :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할 것"

민주당 당원들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지지하지만,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의 고민도 내비쳤습니다.

<녹취> "정당을 갖고 있는 분들이 대통령으로 출마를 해야만 되지 않겠느냐"

<인터뷰> 강원택(서울대 교수) : "이탈자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느냐 라고 하는 게 사실은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상은 시작했지만, 양측은 단일화 협상의 단계와 속도에서부터 이견을 보였습니다.

안 후보측은 가치와 정책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송호창 : "가치와 원칙 철학 또는 앞으로 지향해야 되는 새 정치의 목표 이것을 합의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방식이나 절차를 먼저 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이해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후보측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목희 :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국민에게 후보의 자질과 역량 이런 것이 보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고 충분히 검증된 그런 시스템을 갖고 단일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지금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기싸움이 아닙니다.

시간 문제는 단일화 방식에서의 유불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 조직력을 갖춘 문후보측은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선호하고, 조직력이 약한 안후보측은 국민여론조사를 선호합니다.

시간이 걸리는 국민 경선을 위해 문후보측은 빨리 방식을 논의하자 하지만, 여론조사를 희망하는 안후보측은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방식을 결정한 이후에도 문제는 남습니다.

지난 2002년 여론조사를 결정하고도,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한 지를 물으면 노무현 후보가, 누가 이회창에 대해 경쟁력이 있느냐를 물으면 정몽준 후보가 유리하다는 판단 속에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돼 최종 여론조사 문항은 절충안이 됐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도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뷰> 김형준 : "이번에는 이 대칭적 게임이기 때문에 한쪽의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다는 거는요. 야합이라고 될 가능성이 높죠. 오히려 선거를 승리한다는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적인 부분들 서로 밀고 당기다가 어느 후보가 2002년도처럼 딱 양보를 할 때 많은 국민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거든요."

무당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대의 형태도 예민한 문젭니다.

문후보측은 신당 창당까지 고려하며 정당의 틀을 유지하려 하지만, 안철수 후보측은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목희 :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 진보 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송호창 "뜻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과 세력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조금 더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양측의 이견이 커질 경우 2002년처럼 후보 간 담판이 해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신계륜 : "(후보들이) 내가 안돼도 단일후보 만드는 것이 역사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결정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 협상에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쏠리면서, 이슈에서 멀어진 박근혜 후보측은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무성(11/8 선대위) : "박 후보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정체성 내팽개치고 오직 이기기 위해 단일화 쇼하는 벌이는 것"

단일화 이슈를 돌파할 새로운 정치 현안을 만들기보다는 일단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이정현 : "정치적인 쇼, 단일화라든가 또는 개헌을 선거에 이용한다든지 그렇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치가 아닙니다. 든든하고 안심할 수 있는 후보로서의 모든 면모를 국민들에게 최대한 보여주는 것 그게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가 국민에게 보여줄 자세라고 봅니다."

막판 후보 단일화로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 대선 구도가 불확실해, 유권자들의 후보간 비교와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아 : "누구로 단일화될 지 모르니까, 정책도 잘 안나오는 것 같고 저도 누구를 지지해야 할 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유력 후보 방송 토론의 경우 15대 대선에서 12차례, 16대 때는 83차례, 17대 때는 48차례 있었지만, 올해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측은 단일화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방송 토론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홍성걸 : "후보자들도 불러내고 정책에 대한 점검을 많이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일방적으로 그냥 여기저기 방문해가지고 이거하겠다 저거하겠다 하고 나온 얘기밖에 없다"

막판 후보 단일화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후보 등록일을 앞당기거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 등입니다.

<인터뷰> 정진영 : "1차 선거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각 후보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그 가운데 상위 두 사람만 결선 투표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가 정치적 야합이나 정치공학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단 말이죠."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입니다.

예선처럼 돼버린 후보 단일화에서든 본 대선에서든,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정책을 펼칠 지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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