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성대한 ‘어머니날’ 이유는?

입력 2012.11.24 (0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우리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날이 북한에도 있습니다.

바로 올해 제정한 ‘어머니날’인데요. 11월16일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평양으로 여성 대표들을 초청해 성대한 행사를 펼쳤는데요.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김일성 일가의 어머니들을 우상화함으로써 김정은 제1비서의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평소 고위 간부들로 가득하던 행사장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중년 여성들이 가득 채웠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 TV(지난 16일) : "우리 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날을 제정해주시고 이 뜻 깊은 날을 맞으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를 마련해주시는..."

북한 당국이 전국어머니대회를 연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제정된 어머니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게 북한 당국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튿날인 16일 어머니날.

북한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휩싸였다.

서점마다 축하 카드를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꽃집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터뷰>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도 지금 어머니를 축하해 드리려고 꽃다발을 가지고 가는 길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에게 꽃다발과 축하 카드를 전하는 등 명절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어머니날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9월 말이다.

평양화초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제1비서는 재배 중인 꽃을 보면서 어머니날 선물로 좋겠다고 말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2일)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가적으로 어머니 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제1차 어머니대회가 열렸던 지난 1961년 11월 16일.

김일성 주석이 어머니의 임무에 대해 연설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여성들은 사실 지금의 그 어려운 북한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에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어머니날을 제정함으로 해서 여성들을 여성에 대한 관심 여성에 대한 배려가 크다는 점을 좀 보여주기 위한 그런 조치가 아니었나."

<녹취> 조선중앙TV(지난 7일) : "뜻 깊은 첫 어머니날을 맞으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가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됩니다."

지난 7일, 북한은 전국어머니대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북한 전역과 해외에서 대표로 뽑힌 행사 참가자들이 속속 평양으로 모였다.

대부분은 자녀가 많거나 입양을 한 가정, 또는 군인을 자녀로 둔 가정의 어머니들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3일) : "어머니로서 아이를 많이 낳았을 뿐인데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저를 온 나라가 다 아는 영웅으로 내세워 주시고 이렇게 전국어머니대회 대표로 평양에 불러주셨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일주일 간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되는 능라인민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고 돌고래 쇼를 구경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정말 오늘 곱등어(돌고래)들의 재주를 보니 한 십년은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요 국가 행사마다 등장하는 은하수관현악단의 축하 공연도 빠지지 않았다.

김정은도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첫 어머니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정서적으로 인민들에게 접근한다는 거죠. 나는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다. 김일성 수령처럼 나는 인민의 새로운 어버이다라고 하는 것을 그 주민들에게 좀 각인시키기 위한 한 조치가 아닌가."

어머니날을 즈음해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다.

지난 주 조선중앙TV가 어머니 또는 여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에 내보낸 것은 모두 30차례가 넘는다.

북한 당국은 특히 김일성 일가의 ‘어머니’를 선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혁명 영웅으로 일컫는 부인 김정숙, 그리고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과 할머니 이보익의 이야기까지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8일) :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자손들의 뒷바라지를 성실하게 해주는 것이 (이보익) 여사의 생활의 전부이고 낙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와 부인 이설주의 우상화 작업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고영희라는 사람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경우에도 이 사람도 예전에 그 무용수로서 활동을 했었던 경력이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아마 재일동포 출신이었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깐 뭔가 그 사전포석을 까는 의미에서 전국의 어머니들을 불러 세우고..."

또 김정은 집권 첫 해인 올해 소년절과 청년절 등 각종 행사를 성대히 치른 점을 볼 때, 어머니날 제정 역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여 체제 결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전국대회에 대표로 선발돼서 평양에 한 번 가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단순한 가문의 영광 정도가 아니고...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그 순간에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지도자 동지의 두리에 뭉쳐서 드팀없이 버티리라 이런 결심을 하게 돼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이 사회에서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세력의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동네 사람들이 건네는 막내 손자를 여든 넘은 할머니가 건네받는다.

언니, 오빠도 못내 신기한 듯 막내 동생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머니날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세쌍둥이를 포함해 모두 열 명의 자식을 둔 가정을 소개했다.

그리고 자녀를 많이 둔 가정에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4일) : "열 남매의 아버지를 위해서 세 칸짜리 집도 마련해주고 땔감과 부식물도 마련해 준 인정미 넘치는 철도 노동 계급."

북한 당국은 또 지난달 29일에는 7명의 여성들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훈장을 수여했다.

자녀를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운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시상 이유도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은 어머니날과 전국어머니대회를 앞두고 출산 장려를 독려하고 나섰다.

<녹취> 김기남(노동당 비서/지난 16일) : "어머니들은 아들딸들을 더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총을 잡으면 일당백 용사가 되고 붓을 쥐면 세계적인 인재가 되는 강성조선의 기둥감들이 숲을 이루게 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에 앞서 1998년 열린 제2차 전국 어머니대회에서도 출산을 크게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 경제난에 따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영아 사망률이 크게 늘었고,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면서 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이야길 하십니다. 국가에서 지원 안 해주니까 배급도 공급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거예요. 또 하나는 북한이 경제난 이후로 어떤 의료시설, 뭐 의약품 실태 이런 것들이 아주 좋지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도 많이 죽는 거예요. 그러니깐 영아사망률이 높죠."

북한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자녀를 많이 낳은 여성을 ‘모성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지난 2010년에는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해 많은 자녀를 둔 가정에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제도화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여성이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영웅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다산하는 거죠. 7명, 9명 정도가 되면 모성영웅 칭호를 주고 그리고 집도 새로 배정해주고, 직장도 배정해주고 좋은 혜택들을 주거든요."

하지만 북한의 출산 장려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올해 인구는 지난해보다 고작 10만 명 늘어난 246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 평균 인구증가율인 1.1%,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구증가율 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난으로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져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출산은 물론 결혼까지 기피하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인터뷰> 김ㅇㅇ(2003년 탈북) : "거의 여성들이 출가를 가는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시집을 가려고 안 하거든요. 왜, 내 입도 먹고 살기 바쁜데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나면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죠."

김정은 집권 첫 해.

북한 당국은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7년 만에 전국어머니대회까지 치르는 등 어머니 달래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까지는 적잖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여성 지위에 변화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이게 촉발요인이 돼서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인데... 여성이 자기 꿈을 위해서 뭔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런 구조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지금 상태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졌다고 보는 건 조금 섣부른 판단이지 않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北 성대한 ‘어머니날’ 이유는?
    • 입력 2012-11-24 08:48:2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우리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날이 북한에도 있습니다. 바로 올해 제정한 ‘어머니날’인데요. 11월16일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평양으로 여성 대표들을 초청해 성대한 행사를 펼쳤는데요.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김일성 일가의 어머니들을 우상화함으로써 김정은 제1비서의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평소 고위 간부들로 가득하던 행사장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중년 여성들이 가득 채웠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 TV(지난 16일) : "우리 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날을 제정해주시고 이 뜻 깊은 날을 맞으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를 마련해주시는..." 북한 당국이 전국어머니대회를 연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제정된 어머니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게 북한 당국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튿날인 16일 어머니날. 북한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휩싸였다. 서점마다 축하 카드를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꽃집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터뷰>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도 지금 어머니를 축하해 드리려고 꽃다발을 가지고 가는 길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에게 꽃다발과 축하 카드를 전하는 등 명절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어머니날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9월 말이다. 평양화초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제1비서는 재배 중인 꽃을 보면서 어머니날 선물로 좋겠다고 말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2일)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가적으로 어머니 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제1차 어머니대회가 열렸던 지난 1961년 11월 16일. 김일성 주석이 어머니의 임무에 대해 연설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여성들은 사실 지금의 그 어려운 북한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에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어머니날을 제정함으로 해서 여성들을 여성에 대한 관심 여성에 대한 배려가 크다는 점을 좀 보여주기 위한 그런 조치가 아니었나." <녹취> 조선중앙TV(지난 7일) : "뜻 깊은 첫 어머니날을 맞으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가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됩니다." 지난 7일, 북한은 전국어머니대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북한 전역과 해외에서 대표로 뽑힌 행사 참가자들이 속속 평양으로 모였다. 대부분은 자녀가 많거나 입양을 한 가정, 또는 군인을 자녀로 둔 가정의 어머니들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3일) : "어머니로서 아이를 많이 낳았을 뿐인데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저를 온 나라가 다 아는 영웅으로 내세워 주시고 이렇게 전국어머니대회 대표로 평양에 불러주셨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일주일 간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되는 능라인민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고 돌고래 쇼를 구경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정말 오늘 곱등어(돌고래)들의 재주를 보니 한 십년은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요 국가 행사마다 등장하는 은하수관현악단의 축하 공연도 빠지지 않았다. 김정은도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첫 어머니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정서적으로 인민들에게 접근한다는 거죠. 나는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다. 김일성 수령처럼 나는 인민의 새로운 어버이다라고 하는 것을 그 주민들에게 좀 각인시키기 위한 한 조치가 아닌가." 어머니날을 즈음해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다. 지난 주 조선중앙TV가 어머니 또는 여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에 내보낸 것은 모두 30차례가 넘는다. 북한 당국은 특히 김일성 일가의 ‘어머니’를 선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혁명 영웅으로 일컫는 부인 김정숙, 그리고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과 할머니 이보익의 이야기까지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8일) :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자손들의 뒷바라지를 성실하게 해주는 것이 (이보익) 여사의 생활의 전부이고 낙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와 부인 이설주의 우상화 작업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고영희라는 사람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경우에도 이 사람도 예전에 그 무용수로서 활동을 했었던 경력이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아마 재일동포 출신이었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깐 뭔가 그 사전포석을 까는 의미에서 전국의 어머니들을 불러 세우고..." 또 김정은 집권 첫 해인 올해 소년절과 청년절 등 각종 행사를 성대히 치른 점을 볼 때, 어머니날 제정 역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여 체제 결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전국대회에 대표로 선발돼서 평양에 한 번 가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단순한 가문의 영광 정도가 아니고...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그 순간에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지도자 동지의 두리에 뭉쳐서 드팀없이 버티리라 이런 결심을 하게 돼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이 사회에서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세력의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동네 사람들이 건네는 막내 손자를 여든 넘은 할머니가 건네받는다. 언니, 오빠도 못내 신기한 듯 막내 동생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머니날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세쌍둥이를 포함해 모두 열 명의 자식을 둔 가정을 소개했다. 그리고 자녀를 많이 둔 가정에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4일) : "열 남매의 아버지를 위해서 세 칸짜리 집도 마련해주고 땔감과 부식물도 마련해 준 인정미 넘치는 철도 노동 계급." 북한 당국은 또 지난달 29일에는 7명의 여성들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훈장을 수여했다. 자녀를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운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시상 이유도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은 어머니날과 전국어머니대회를 앞두고 출산 장려를 독려하고 나섰다. <녹취> 김기남(노동당 비서/지난 16일) : "어머니들은 아들딸들을 더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총을 잡으면 일당백 용사가 되고 붓을 쥐면 세계적인 인재가 되는 강성조선의 기둥감들이 숲을 이루게 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에 앞서 1998년 열린 제2차 전국 어머니대회에서도 출산을 크게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 경제난에 따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영아 사망률이 크게 늘었고,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면서 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이야길 하십니다. 국가에서 지원 안 해주니까 배급도 공급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거예요. 또 하나는 북한이 경제난 이후로 어떤 의료시설, 뭐 의약품 실태 이런 것들이 아주 좋지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도 많이 죽는 거예요. 그러니깐 영아사망률이 높죠." 북한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자녀를 많이 낳은 여성을 ‘모성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지난 2010년에는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해 많은 자녀를 둔 가정에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제도화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여성이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영웅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다산하는 거죠. 7명, 9명 정도가 되면 모성영웅 칭호를 주고 그리고 집도 새로 배정해주고, 직장도 배정해주고 좋은 혜택들을 주거든요." 하지만 북한의 출산 장려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올해 인구는 지난해보다 고작 10만 명 늘어난 246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 평균 인구증가율인 1.1%,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구증가율 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난으로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져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출산은 물론 결혼까지 기피하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인터뷰> 김ㅇㅇ(2003년 탈북) : "거의 여성들이 출가를 가는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시집을 가려고 안 하거든요. 왜, 내 입도 먹고 살기 바쁜데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나면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죠." 김정은 집권 첫 해. 북한 당국은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7년 만에 전국어머니대회까지 치르는 등 어머니 달래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까지는 적잖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여성 지위에 변화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이게 촉발요인이 돼서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인데... 여성이 자기 꿈을 위해서 뭔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런 구조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지금 상태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졌다고 보는 건 조금 섣부른 판단이지 않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