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 고교 야구부.
팀 플레이도 안되는데다 수비도 엉망인 이 야구부에 프로야구 선수가 코치로 옵니다.
목표는 전국대회 1승.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가슴 벅찬 도전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그렇다면 공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
삐 소리나는 소프트볼 ..
투수 던지고 타자 치고.
수비하고, 주루 플레이까지..
<녹취> 이상권(시각장애 1급) : “장애는 문제가 안됩니다.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기자 멘트>
시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고 하면 일단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공을 치고 수비를 할까 궁금해지는데요.
그런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각 장애인 야구단이 탄생했습니다.
물론 야구의 규칙과 장비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맞게 약간 변형됐습니다.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시각 장애인 야구단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의 한 근린공원.
매주 금요일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녹취> "공이 세 개 정도 있네 .."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실로암’야구단이 그들입니다.
국내 첫 시각장애인 야구단입니다.
일반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몸을 푼 뒤에는 타격과 수비, 그리고 1루 베이스까지 달리는 주루 플레이를 연습합니다.
타격..
수비..
주류 플레이..
<인터뷰> 김정우(시각장애 2급) : "소리를 듣고 쳐야 하니까 집중력이 있어야 하고 투수하고 타자의 호흡이 잘 맞아야 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 목표는 뭐죠?) 오늘이요, 홈런 한방 쳐야죠.."
드디어 경기 시작.
첫 타자가 친 공이 내야수 빈 공간을 가르며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타자는 1루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수비수가 공을 잡기 전에 타자가 1루 베이스에 먼저 도착하면 1점을 얻게 됩니다.
두 번째 타자도 안타를 만들어내는가 싶었지만, 수비수가 간발의 차이로 공을 먼저 잡아 아웃됐습니다.
일반 야구와는 달리 주자를 태그하지 않기 때문에 빨래줄 같은 송구는 필요 없습니다.
또 득점 방식이 달라 홈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투수와 포수는 일반인이 맡고 따로 편을 정하진 않습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너무 잘 맞으니까 좋네요., 짜릿짜릿해요”
소리만 듣고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캐치는 기본입니다.
한 점을 얻기 위해서 1루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부상의 위험도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따위는 없습니다.
<인터뷰> 관악구 은천동 : “소리를 듣고 감을 가지고 딱 친다는 것은 우리가 보통 볼 때 신기하고 (우리는)보고도 못치잖아요. 좀 신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이는 않는데 어떻게 치고 1루까지 달릴까 ?
그 비밀은 바로 ‘공’과 ‘베이스’에 숨겨져 있는 기계 장치에 있습니다.
우선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공은 일반 야구공보다 2배 정도 큰 소프트볼인데 스피커가 내부에 설치돼 있습니다.
공에 부착된 심을 뽑으면 ‘삐’하는 소리가 납니다.
1루 베이스 역시 타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녹취> 신동선(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직원) : "시각장애인들이 타격을 하신 다음 1루까지 소리 음향을 찾아서 뛰어가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들으면 이렇게 소리가 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새로운 형식의 야구에 적응해 일정 수준을 갖추는데는 7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녹취> "처음에는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굴러오는 공을 잡거나 하신 적이 없으세요. 그래서 처음에 두 달 정도 호흡을 맞췄어요. 투수와 타자, 주루 훈련을 했는데 이분들도 처음에는 지루해하시다가 어느 정도 되니까 이게 야구배트에 좀 맞는 거예요.”
실로암 야구단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8명.
앞을 전혀 못보거나 빛만 식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 1,2급 장애인들입니다.
선천성 장애보다 질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두산(시각장애 1급) : “시각장애인들은 저런 것 할 수 없다 그러는데 제 생각에는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계기로 (야구단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소리만 듣고 야구를 하는 것은 일반인들도 가능할까 ?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검은색 안대를 착용하고 타석에 서도록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성현일(자원봉사자) : "진짜 감이 하나도 없어요 이게 저번에도 계속 쳐봤는데 매 번 칠때마다 거리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높이도 차이가 나니까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일반인들에게 더욱 어려운 것은 1루까지 뛰어가는 주류플레이 입니다.
눈을 가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거의 모두가 허둥지둥댑니다.
<인터뷰> 김성찬(자원봉사자) : "방향감각을 전혀 모르겠어요.평형감각이 앞으로만 가야 되잖아요. 나는 앞으로 가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못보니까 앞이 캄캄해요.“
일반인들과는 달리 청각에 의존하는 시각장애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영광(실로암안과병원 의료원장) :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들을때 대뇌 피질에서의 뇌세포 자극이 보통사람보다 1.8배 더 많고요, 인지능력과 집중력도 뇌파수가 훨씬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녹취>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학수고대하던 야구단 유니폼과 모자를 받는 날입니다.
연습을 시작한지 7개월 만입니다.
<인터뷰> 송재용(시각장애 1급) : "(오늘 좋은 일 있으세요?) 예 일단 지켜봐주세요..비밀이예요."
<녹취> "야구경기에 앞서 오늘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홈런왕이자 최우수상을 받은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가 야구단을 찾았습니다.
홈런왕답게 타격 폼도 고쳐주고.
<녹취> "스윙을 하실때 왼쪽 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세요. 칠때는 왼쪽 무릎을 당겨줘야 되거든요"
안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녹취> “뒷다리를 써줘야 면적이 넓기 때문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야구 홈런타자는 소리만 듣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녹취> "전혀 감이 없는데요. 땀 난다 땀 나요 "
<인터뷰>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선수) : "여러분들의 열정만큼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앞으로도 지금 열정 잊지 마시고, 항상 재미있고 지금처럼 밝게 야구를 해주시면 저 또한 야구장에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힘들때마다 최선을 다해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미국에서는 ‘Beep Baseball’로 불립니다.
미국 전역에 20여개의 팀이 리그전을 할 정도로 대중화 돼 있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미첼(시각장애인 야구인) :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아합니다.시력을 잃었을때 즐겨했던 농구나 축구를 그만뒀습니다. 그러다가 Beep Baseball을 알게되었고 야구에 푹 빠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 야구는 이제 걸음마 단곕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야구란 무엇인가요?) 행복이죠, 꿈이고요."
<인터뷰> 양동식( 시각장애 1급) :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야죠"
<인터뷰> 황현철( 시각장애 1급) : "살아가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팀 플레이도 안되는데다 수비도 엉망인 이 야구부에 프로야구 선수가 코치로 옵니다.
목표는 전국대회 1승.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가슴 벅찬 도전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그렇다면 공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
삐 소리나는 소프트볼 ..
투수 던지고 타자 치고.
수비하고, 주루 플레이까지..
<녹취> 이상권(시각장애 1급) : “장애는 문제가 안됩니다.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기자 멘트>
시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고 하면 일단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공을 치고 수비를 할까 궁금해지는데요.
그런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각 장애인 야구단이 탄생했습니다.
물론 야구의 규칙과 장비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맞게 약간 변형됐습니다.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시각 장애인 야구단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의 한 근린공원.
매주 금요일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녹취> "공이 세 개 정도 있네 .."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실로암’야구단이 그들입니다.
국내 첫 시각장애인 야구단입니다.
일반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몸을 푼 뒤에는 타격과 수비, 그리고 1루 베이스까지 달리는 주루 플레이를 연습합니다.
타격..
수비..
주류 플레이..
<인터뷰> 김정우(시각장애 2급) : "소리를 듣고 쳐야 하니까 집중력이 있어야 하고 투수하고 타자의 호흡이 잘 맞아야 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 목표는 뭐죠?) 오늘이요, 홈런 한방 쳐야죠.."
드디어 경기 시작.
첫 타자가 친 공이 내야수 빈 공간을 가르며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타자는 1루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수비수가 공을 잡기 전에 타자가 1루 베이스에 먼저 도착하면 1점을 얻게 됩니다.
두 번째 타자도 안타를 만들어내는가 싶었지만, 수비수가 간발의 차이로 공을 먼저 잡아 아웃됐습니다.
일반 야구와는 달리 주자를 태그하지 않기 때문에 빨래줄 같은 송구는 필요 없습니다.
또 득점 방식이 달라 홈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투수와 포수는 일반인이 맡고 따로 편을 정하진 않습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너무 잘 맞으니까 좋네요., 짜릿짜릿해요”
소리만 듣고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캐치는 기본입니다.
한 점을 얻기 위해서 1루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부상의 위험도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따위는 없습니다.
<인터뷰> 관악구 은천동 : “소리를 듣고 감을 가지고 딱 친다는 것은 우리가 보통 볼 때 신기하고 (우리는)보고도 못치잖아요. 좀 신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이는 않는데 어떻게 치고 1루까지 달릴까 ?
그 비밀은 바로 ‘공’과 ‘베이스’에 숨겨져 있는 기계 장치에 있습니다.
우선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공은 일반 야구공보다 2배 정도 큰 소프트볼인데 스피커가 내부에 설치돼 있습니다.
공에 부착된 심을 뽑으면 ‘삐’하는 소리가 납니다.
1루 베이스 역시 타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녹취> 신동선(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직원) : "시각장애인들이 타격을 하신 다음 1루까지 소리 음향을 찾아서 뛰어가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들으면 이렇게 소리가 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새로운 형식의 야구에 적응해 일정 수준을 갖추는데는 7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녹취> "처음에는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굴러오는 공을 잡거나 하신 적이 없으세요. 그래서 처음에 두 달 정도 호흡을 맞췄어요. 투수와 타자, 주루 훈련을 했는데 이분들도 처음에는 지루해하시다가 어느 정도 되니까 이게 야구배트에 좀 맞는 거예요.”
실로암 야구단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8명.
앞을 전혀 못보거나 빛만 식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 1,2급 장애인들입니다.
선천성 장애보다 질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두산(시각장애 1급) : “시각장애인들은 저런 것 할 수 없다 그러는데 제 생각에는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계기로 (야구단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소리만 듣고 야구를 하는 것은 일반인들도 가능할까 ?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검은색 안대를 착용하고 타석에 서도록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성현일(자원봉사자) : "진짜 감이 하나도 없어요 이게 저번에도 계속 쳐봤는데 매 번 칠때마다 거리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높이도 차이가 나니까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일반인들에게 더욱 어려운 것은 1루까지 뛰어가는 주류플레이 입니다.
눈을 가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거의 모두가 허둥지둥댑니다.
<인터뷰> 김성찬(자원봉사자) : "방향감각을 전혀 모르겠어요.평형감각이 앞으로만 가야 되잖아요. 나는 앞으로 가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못보니까 앞이 캄캄해요.“
일반인들과는 달리 청각에 의존하는 시각장애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영광(실로암안과병원 의료원장) :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들을때 대뇌 피질에서의 뇌세포 자극이 보통사람보다 1.8배 더 많고요, 인지능력과 집중력도 뇌파수가 훨씬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녹취>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학수고대하던 야구단 유니폼과 모자를 받는 날입니다.
연습을 시작한지 7개월 만입니다.
<인터뷰> 송재용(시각장애 1급) : "(오늘 좋은 일 있으세요?) 예 일단 지켜봐주세요..비밀이예요."
<녹취> "야구경기에 앞서 오늘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홈런왕이자 최우수상을 받은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가 야구단을 찾았습니다.
홈런왕답게 타격 폼도 고쳐주고.
<녹취> "스윙을 하실때 왼쪽 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세요. 칠때는 왼쪽 무릎을 당겨줘야 되거든요"
안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녹취> “뒷다리를 써줘야 면적이 넓기 때문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야구 홈런타자는 소리만 듣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녹취> "전혀 감이 없는데요. 땀 난다 땀 나요 "
<인터뷰>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선수) : "여러분들의 열정만큼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앞으로도 지금 열정 잊지 마시고, 항상 재미있고 지금처럼 밝게 야구를 해주시면 저 또한 야구장에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힘들때마다 최선을 다해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미국에서는 ‘Beep Baseball’로 불립니다.
미국 전역에 20여개의 팀이 리그전을 할 정도로 대중화 돼 있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미첼(시각장애인 야구인) :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아합니다.시력을 잃었을때 즐겨했던 농구나 축구를 그만뒀습니다. 그러다가 Beep Baseball을 알게되었고 야구에 푹 빠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 야구는 이제 걸음마 단곕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야구란 무엇인가요?) 행복이죠, 꿈이고요."
<인터뷰> 양동식( 시각장애 1급) :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야죠"
<인터뷰> 황현철( 시각장애 1급) : "살아가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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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야구하다
-
- 입력 2012-11-26 07:48:45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 고교 야구부.
팀 플레이도 안되는데다 수비도 엉망인 이 야구부에 프로야구 선수가 코치로 옵니다.
목표는 전국대회 1승.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가슴 벅찬 도전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그렇다면 공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
삐 소리나는 소프트볼 ..
투수 던지고 타자 치고.
수비하고, 주루 플레이까지..
<녹취> 이상권(시각장애 1급) : “장애는 문제가 안됩니다.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기자 멘트>
시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고 하면 일단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공을 치고 수비를 할까 궁금해지는데요.
그런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각 장애인 야구단이 탄생했습니다.
물론 야구의 규칙과 장비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맞게 약간 변형됐습니다.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시각 장애인 야구단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의 한 근린공원.
매주 금요일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녹취> "공이 세 개 정도 있네 .."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실로암’야구단이 그들입니다.
국내 첫 시각장애인 야구단입니다.
일반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몸을 푼 뒤에는 타격과 수비, 그리고 1루 베이스까지 달리는 주루 플레이를 연습합니다.
타격..
수비..
주류 플레이..
<인터뷰> 김정우(시각장애 2급) : "소리를 듣고 쳐야 하니까 집중력이 있어야 하고 투수하고 타자의 호흡이 잘 맞아야 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 목표는 뭐죠?) 오늘이요, 홈런 한방 쳐야죠.."
드디어 경기 시작.
첫 타자가 친 공이 내야수 빈 공간을 가르며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타자는 1루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수비수가 공을 잡기 전에 타자가 1루 베이스에 먼저 도착하면 1점을 얻게 됩니다.
두 번째 타자도 안타를 만들어내는가 싶었지만, 수비수가 간발의 차이로 공을 먼저 잡아 아웃됐습니다.
일반 야구와는 달리 주자를 태그하지 않기 때문에 빨래줄 같은 송구는 필요 없습니다.
또 득점 방식이 달라 홈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투수와 포수는 일반인이 맡고 따로 편을 정하진 않습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너무 잘 맞으니까 좋네요., 짜릿짜릿해요”
소리만 듣고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캐치는 기본입니다.
한 점을 얻기 위해서 1루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합니다.
부상의 위험도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따위는 없습니다.
<인터뷰> 관악구 은천동 : “소리를 듣고 감을 가지고 딱 친다는 것은 우리가 보통 볼 때 신기하고 (우리는)보고도 못치잖아요. 좀 신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이는 않는데 어떻게 치고 1루까지 달릴까 ?
그 비밀은 바로 ‘공’과 ‘베이스’에 숨겨져 있는 기계 장치에 있습니다.
우선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공은 일반 야구공보다 2배 정도 큰 소프트볼인데 스피커가 내부에 설치돼 있습니다.
공에 부착된 심을 뽑으면 ‘삐’하는 소리가 납니다.
1루 베이스 역시 타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녹취> 신동선(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직원) : "시각장애인들이 타격을 하신 다음 1루까지 소리 음향을 찾아서 뛰어가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들으면 이렇게 소리가 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새로운 형식의 야구에 적응해 일정 수준을 갖추는데는 7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녹취> "처음에는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굴러오는 공을 잡거나 하신 적이 없으세요. 그래서 처음에 두 달 정도 호흡을 맞췄어요. 투수와 타자, 주루 훈련을 했는데 이분들도 처음에는 지루해하시다가 어느 정도 되니까 이게 야구배트에 좀 맞는 거예요.”
실로암 야구단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8명.
앞을 전혀 못보거나 빛만 식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 1,2급 장애인들입니다.
선천성 장애보다 질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두산(시각장애 1급) : “시각장애인들은 저런 것 할 수 없다 그러는데 제 생각에는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계기로 (야구단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소리만 듣고 야구를 하는 것은 일반인들도 가능할까 ?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검은색 안대를 착용하고 타석에 서도록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성현일(자원봉사자) : "진짜 감이 하나도 없어요 이게 저번에도 계속 쳐봤는데 매 번 칠때마다 거리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높이도 차이가 나니까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일반인들에게 더욱 어려운 것은 1루까지 뛰어가는 주류플레이 입니다.
눈을 가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거의 모두가 허둥지둥댑니다.
<인터뷰> 김성찬(자원봉사자) : "방향감각을 전혀 모르겠어요.평형감각이 앞으로만 가야 되잖아요. 나는 앞으로 가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못보니까 앞이 캄캄해요.“
일반인들과는 달리 청각에 의존하는 시각장애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영광(실로암안과병원 의료원장) :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들을때 대뇌 피질에서의 뇌세포 자극이 보통사람보다 1.8배 더 많고요, 인지능력과 집중력도 뇌파수가 훨씬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녹취>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학수고대하던 야구단 유니폼과 모자를 받는 날입니다.
연습을 시작한지 7개월 만입니다.
<인터뷰> 송재용(시각장애 1급) : "(오늘 좋은 일 있으세요?) 예 일단 지켜봐주세요..비밀이예요."
<녹취> "야구경기에 앞서 오늘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홈런왕이자 최우수상을 받은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가 야구단을 찾았습니다.
홈런왕답게 타격 폼도 고쳐주고.
<녹취> "스윙을 하실때 왼쪽 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세요. 칠때는 왼쪽 무릎을 당겨줘야 되거든요"
안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녹취> “뒷다리를 써줘야 면적이 넓기 때문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야구 홈런타자는 소리만 듣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녹취> "전혀 감이 없는데요. 땀 난다 땀 나요 "
<인터뷰>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선수) : "여러분들의 열정만큼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앞으로도 지금 열정 잊지 마시고, 항상 재미있고 지금처럼 밝게 야구를 해주시면 저 또한 야구장에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힘들때마다 최선을 다해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각장애인 야구는 미국에서는 ‘Beep Baseball’로 불립니다.
미국 전역에 20여개의 팀이 리그전을 할 정도로 대중화 돼 있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미첼(시각장애인 야구인) :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아합니다.시력을 잃었을때 즐겨했던 농구나 축구를 그만뒀습니다. 그러다가 Beep Baseball을 알게되었고 야구에 푹 빠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 야구는 이제 걸음마 단곕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표기철(시각장애 1급) : "(야구란 무엇인가요?) 행복이죠, 꿈이고요."
<인터뷰> 양동식( 시각장애 1급) :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야죠"
<인터뷰> 황현철( 시각장애 1급) : "살아가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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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기자 seungk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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