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대학생 1인 ‘스펙’ 비용 1,500만 원…비중↓

입력 2012.1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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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푸를 청(靑)에 봄 춘(春), 이름만으로 빛나는 이들, 20대입니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력 쌓기, 이른바 ’스펙’ 경쟁에 청춘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혹시 기업들이 원하는 스펙 그 이상을 위해 과도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건 아닐까요



먼저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스펙’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대 청춘들을 이윤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다음 내리실 곳 외대 앞입니다."



승객 대부분이 대학생, 서울 시내 9개 대학을 지나는 273번 버스, 일명 ’청춘 버스’입니다.



하지만 버스 안 풍경은 도서관과 흡사합니다.



<인터뷰> 류정민(대학생) : "(취업 준비하시는 건가요?) 네 한자 자격증시험이요. 2급인데 작년에 시험봤다가 떨어져서 다시..회사 입사할때 필요하거든요"



<녹취> "종로 3가 내리세요 "



어학원이 몰려있는 종로는 제2의 캠퍼스가 됐습니다.



토익만으로 입사하던 시절은 전설일 뿐, 토익 스피킹에, 실무 회화 능력 시험 ’오픽’까지 필수 스펙입니다.



대학 도서관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 소리없는 전쟁텁니다.



<인터뷰> 이광훈(대학생) : "이건 컴퓨터 자격증, 펀드투자상담자격증이예요 남들 하는 건 다 해야하니까.."



최근에는 봉사 활동이 주요 스펙 중 하나가 되면서 한 대기업 해외 봉사단 모집에는 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스펙 쌓기에 치중하다보니 일도, 구직도 않는 2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238만3천 명, 1년 전보다 4만 6천 명이 늘어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스펙을 위해 휴학 한 번 쯤은 기본이라고 할 정돕니다.



<인터뷰> 손정원 : "한국사 자격증도 따야하고 인턴도 더 해야 할 것 같구요 (시간 모자라지 않겠어요?) 저 다음 학기 휴학해요..."



과연 ’스펙’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2002년경, 외환위기 이후 대학에 입학한 ’포스트 IMF 세대’의 취업 시기와 일치합니다.



90년대 말까지만해도 학벌에 학점, 토익 정도였지만 곧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더한 5종 세트로, 그리고 지금은 봉사활동과 인턴 경험, 수상 경력이 더해지면서 급기야 취업 8종 세트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6년간 상위 10개 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스펙을 볼까요



학점 3.7, 토익 852점, 어학연수 1회, 자격증 2개, 인턴 1회, 봉사활동 1회, 수상 경력 1회로 나타났습니다.



스펙을 쌓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죠.



한 중견기업 공채에 응시한 27살 김모 씨의 이력서를 토대로 스펙 비용을 따져봤습니다.



어학연수 비용 2천4백만 원



토익 등 어학시험 응시료와 수강료 127만 원,



컴퓨터 자격증은 응시료만 40만원이구요



모두 3천4백만 원의 비용을 썼습니다.



한 구직자 단체 조사 결과 대학생 1인당 평균 스펙 비용은 1469만 원



이를 삼성그룹 상반기 공채에 몰린 5만 장의 이력서에 적용하면 스펙에만 약 7천3백억 원 이상 썼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취직을 위해 돈을 써야하는 악순환이 심각한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인 스펙들이 과연 취직에는 도움이 될까요?



기업이 원하는 채용 기준, 인재상은 무엇인지 이재환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향을 맡아보고,맛을 음미하고...



식품회사의 직원 채용 면접 현장입니다.



스펙보다는 잠재적 업무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같은 채용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김대순(SPC 그룹 인사팀장) : "스펙이 회사에서 일하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올해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 신성수 씨, 800점대 중반의 토익점수 말고는 별다른 경력은 없습니다.



다만, 자동차 관련 블로그에 쏟았던 열정을 채용과정에서 잘 소개해 90대 1의 경쟁을 뚫었습니다.



<인터뷰> 신성수(현대차 신입사원) : "남들이 하는 스펙이 아닌 제가 하는 것들로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다,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같이 기업들은 점차 스펙보다는 응시자의 인성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뽑는 방식으로 채용시험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실제,기업들은 채용시 우선하는 항목으로 인성과 실무경험을 꼽았습니다.



일반적인 스펙은 변별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인터뷰> 김영기(현대차 인사채용부장) : "(스펙위주로 뽑다보면)굉장히 정형화된 사람들 위주로 뽑아집니다.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라든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부분들은 서류나 이런거에서 나오지는 않거든요"



기업도 채용 지침을 명확히 해주고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 학교와 미리 협의한다면 과도한 스펙 경쟁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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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대학생 1인 ‘스펙’ 비용 1,500만 원…비중↓
    • 입력 2012-11-28 22:00:41
    뉴스 9
<앵커 멘트>

푸를 청(靑)에 봄 춘(春), 이름만으로 빛나는 이들, 20대입니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력 쌓기, 이른바 ’스펙’ 경쟁에 청춘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혹시 기업들이 원하는 스펙 그 이상을 위해 과도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건 아닐까요

먼저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스펙’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대 청춘들을 이윤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다음 내리실 곳 외대 앞입니다."

승객 대부분이 대학생, 서울 시내 9개 대학을 지나는 273번 버스, 일명 ’청춘 버스’입니다.

하지만 버스 안 풍경은 도서관과 흡사합니다.

<인터뷰> 류정민(대학생) : "(취업 준비하시는 건가요?) 네 한자 자격증시험이요. 2급인데 작년에 시험봤다가 떨어져서 다시..회사 입사할때 필요하거든요"

<녹취> "종로 3가 내리세요 "

어학원이 몰려있는 종로는 제2의 캠퍼스가 됐습니다.

토익만으로 입사하던 시절은 전설일 뿐, 토익 스피킹에, 실무 회화 능력 시험 ’오픽’까지 필수 스펙입니다.

대학 도서관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 소리없는 전쟁텁니다.

<인터뷰> 이광훈(대학생) : "이건 컴퓨터 자격증, 펀드투자상담자격증이예요 남들 하는 건 다 해야하니까.."

최근에는 봉사 활동이 주요 스펙 중 하나가 되면서 한 대기업 해외 봉사단 모집에는 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스펙 쌓기에 치중하다보니 일도, 구직도 않는 2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238만3천 명, 1년 전보다 4만 6천 명이 늘어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스펙을 위해 휴학 한 번 쯤은 기본이라고 할 정돕니다.

<인터뷰> 손정원 : "한국사 자격증도 따야하고 인턴도 더 해야 할 것 같구요 (시간 모자라지 않겠어요?) 저 다음 학기 휴학해요..."

과연 ’스펙’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2002년경, 외환위기 이후 대학에 입학한 ’포스트 IMF 세대’의 취업 시기와 일치합니다.

90년대 말까지만해도 학벌에 학점, 토익 정도였지만 곧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더한 5종 세트로, 그리고 지금은 봉사활동과 인턴 경험, 수상 경력이 더해지면서 급기야 취업 8종 세트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6년간 상위 10개 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스펙을 볼까요

학점 3.7, 토익 852점, 어학연수 1회, 자격증 2개, 인턴 1회, 봉사활동 1회, 수상 경력 1회로 나타났습니다.

스펙을 쌓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죠.

한 중견기업 공채에 응시한 27살 김모 씨의 이력서를 토대로 스펙 비용을 따져봤습니다.

어학연수 비용 2천4백만 원

토익 등 어학시험 응시료와 수강료 127만 원,

컴퓨터 자격증은 응시료만 40만원이구요

모두 3천4백만 원의 비용을 썼습니다.

한 구직자 단체 조사 결과 대학생 1인당 평균 스펙 비용은 1469만 원

이를 삼성그룹 상반기 공채에 몰린 5만 장의 이력서에 적용하면 스펙에만 약 7천3백억 원 이상 썼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취직을 위해 돈을 써야하는 악순환이 심각한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인 스펙들이 과연 취직에는 도움이 될까요?

기업이 원하는 채용 기준, 인재상은 무엇인지 이재환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향을 맡아보고,맛을 음미하고...

식품회사의 직원 채용 면접 현장입니다.

스펙보다는 잠재적 업무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같은 채용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김대순(SPC 그룹 인사팀장) : "스펙이 회사에서 일하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올해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 신성수 씨, 800점대 중반의 토익점수 말고는 별다른 경력은 없습니다.

다만, 자동차 관련 블로그에 쏟았던 열정을 채용과정에서 잘 소개해 90대 1의 경쟁을 뚫었습니다.

<인터뷰> 신성수(현대차 신입사원) : "남들이 하는 스펙이 아닌 제가 하는 것들로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다,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같이 기업들은 점차 스펙보다는 응시자의 인성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뽑는 방식으로 채용시험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실제,기업들은 채용시 우선하는 항목으로 인성과 실무경험을 꼽았습니다.

일반적인 스펙은 변별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인터뷰> 김영기(현대차 인사채용부장) : "(스펙위주로 뽑다보면)굉장히 정형화된 사람들 위주로 뽑아집니다.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라든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부분들은 서류나 이런거에서 나오지는 않거든요"

기업도 채용 지침을 명확히 해주고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 학교와 미리 협의한다면 과도한 스펙 경쟁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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