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치매 환자 53만 명…사회 안전망은?

입력 2012.11.30 (22:02) 수정 2012.11.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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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뷰> 김순덕(치매환자 보호자) : "나도 우는 거 생각하면 말도 못하게 울죠. 말년에 가서 그러니까 가슴 아파요."



<인터뷰> 윤석호(치매환자 보호자) :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어디로 갈 데가 없어."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가족들의 하소연입니다.



국내 치매환자는 올해 기준으로 53만명에 이르는데요.



65세이상 노인 10명가운데 1명은 치매환자인 셈입니다.



순수 치료 비용만 1년에 8천억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노인들에게는 암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치매..



먼저 환자 가정의 힘겨운 하루를 홍혜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83살 이기정 할머니....



가만히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문쪽으로 나갑니다.



<녹취> "움직이지 말아요"



채 10분이 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녹취> "드러누워요"



화장실에 잠시 들르더니 할머니는 또 집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녹취> "어디가세요,어디?"



팔순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느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윤석호(치매노인 가족) : "밤에 지팡이 짚고서 자꾸 방문을 열고 그래요. 잠을 못 자요."



팔순 치매 노모를 모시는 김순덕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녹취> "그만자, 무슨 잠을 그리자요"



잠을 자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시 누웠다가 또 노래를 부릅니다.



<인터뷰> 김순덕(치매환자 가족) : "정신이 멀쩡할 때 (요양원에) 안 가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상태를 듣고 보내기는 마음 아프니까 못 보내죠"



이같은 고통에 못이겨 지난달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70대 할아버지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아들 : "아버님이 참 힘드셨죠. 불편한 몸으로 24시간 어머니를(돌봤는데)..."



최근 2년동안 치매로 인한 살인이나 자살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건에 이릅니다.



<앵커 멘트>



더 큰 문제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치매가 최근엔 중장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박효인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중증 치매환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장기요양시설입니다.



이곳에선 치매진행을 늦추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현재 시설 수용인원은 치매환자 4명중 1명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치매환자 증가추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 치매환자는 지난 2008년 42만명에서 올해 53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백 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잠시 이들을 보실까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영화 ’벤허’의 영웅 찰턴 헤스턴, 그리고 80년대 인기 TV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주인공 피터 포큽니다.



이들도 치매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청자 여러분들도 자가검진을 한번 해보실까요?



*물건을 놓아둔 곳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번 가던 곳이지만 기억에 없다.



*중요한 일,기념일 등을 잊어버린다 등등.



이같은 5개 질문에 두 가지 이상 ’그렇다’고 답하신다면 정확한 검진을 받아 보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최근엔 치매 발병연령층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50대 이하의 젊은 치매 환자가 지난 2006년 4천 여명에서 지난해에는 8천명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치매연령이 낮아지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올해만 치매 환자의 치료와 보호, 예방사업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8조 7천억원에 달합니다.



오는 2020년에는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더이상 개인적인 질병차원으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치매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준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40대에 치매에 걸린 아내를 7년째 돌봐온 이용주씨.



시간 날 때면 아내가 있는 장기요양시설을 찾습니다.



아내를 집에서 돌보고 싶지만 당장 생계가 어렵다보니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시설에 맡긴 겁니다.



<인터뷰> 이용주(치매환자 보호자) :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8시간을 돌봐줘야 하는데...재가서비스를 받으려면 하루에 4시간만 해주게끔 돼 있어요."



이같은 혜택을 받은 건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정부가 보험 제도를 도입해 치매환자에게 요양시설비와 재가서비스 간병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는 30%도 안됩니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험 적용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기웅(국립중앙치매센터장) : "자기 수족을 잘 쓰시는 치매 어르신분들은 아무리 문제행동이 있어도 쉽게 3등급을 못 받아서 재가에 필요한 요양보호사 파견을 못 받으십니다."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단체로 각각 나눠진 치매 관련 사업의 통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치매환자가 시설보다는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머물면서 치료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나타난 만큼 24시간 간병 서비스 도입과 자원봉사자 양성에도 관심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효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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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치매 환자 53만 명…사회 안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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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11-30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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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뷰> 김순덕(치매환자 보호자) : "나도 우는 거 생각하면 말도 못하게 울죠. 말년에 가서 그러니까 가슴 아파요."

<인터뷰> 윤석호(치매환자 보호자) :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어디로 갈 데가 없어."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가족들의 하소연입니다.

국내 치매환자는 올해 기준으로 53만명에 이르는데요.

65세이상 노인 10명가운데 1명은 치매환자인 셈입니다.

순수 치료 비용만 1년에 8천억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노인들에게는 암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치매..

먼저 환자 가정의 힘겨운 하루를 홍혜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83살 이기정 할머니....

가만히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문쪽으로 나갑니다.

<녹취> "움직이지 말아요"

채 10분이 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녹취> "드러누워요"

화장실에 잠시 들르더니 할머니는 또 집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녹취> "어디가세요,어디?"

팔순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느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윤석호(치매노인 가족) : "밤에 지팡이 짚고서 자꾸 방문을 열고 그래요. 잠을 못 자요."

팔순 치매 노모를 모시는 김순덕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녹취> "그만자, 무슨 잠을 그리자요"

잠을 자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시 누웠다가 또 노래를 부릅니다.

<인터뷰> 김순덕(치매환자 가족) : "정신이 멀쩡할 때 (요양원에) 안 가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상태를 듣고 보내기는 마음 아프니까 못 보내죠"

이같은 고통에 못이겨 지난달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70대 할아버지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아들 : "아버님이 참 힘드셨죠. 불편한 몸으로 24시간 어머니를(돌봤는데)..."

최근 2년동안 치매로 인한 살인이나 자살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건에 이릅니다.

<앵커 멘트>

더 큰 문제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치매가 최근엔 중장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박효인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중증 치매환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장기요양시설입니다.

이곳에선 치매진행을 늦추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현재 시설 수용인원은 치매환자 4명중 1명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치매환자 증가추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 치매환자는 지난 2008년 42만명에서 올해 53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백 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잠시 이들을 보실까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영화 ’벤허’의 영웅 찰턴 헤스턴, 그리고 80년대 인기 TV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주인공 피터 포큽니다.

이들도 치매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청자 여러분들도 자가검진을 한번 해보실까요?

*물건을 놓아둔 곳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번 가던 곳이지만 기억에 없다.

*중요한 일,기념일 등을 잊어버린다 등등.

이같은 5개 질문에 두 가지 이상 ’그렇다’고 답하신다면 정확한 검진을 받아 보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최근엔 치매 발병연령층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50대 이하의 젊은 치매 환자가 지난 2006년 4천 여명에서 지난해에는 8천명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치매연령이 낮아지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올해만 치매 환자의 치료와 보호, 예방사업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8조 7천억원에 달합니다.

오는 2020년에는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더이상 개인적인 질병차원으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치매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준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40대에 치매에 걸린 아내를 7년째 돌봐온 이용주씨.

시간 날 때면 아내가 있는 장기요양시설을 찾습니다.

아내를 집에서 돌보고 싶지만 당장 생계가 어렵다보니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시설에 맡긴 겁니다.

<인터뷰> 이용주(치매환자 보호자) :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8시간을 돌봐줘야 하는데...재가서비스를 받으려면 하루에 4시간만 해주게끔 돼 있어요."

이같은 혜택을 받은 건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정부가 보험 제도를 도입해 치매환자에게 요양시설비와 재가서비스 간병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는 30%도 안됩니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험 적용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기웅(국립중앙치매센터장) : "자기 수족을 잘 쓰시는 치매 어르신분들은 아무리 문제행동이 있어도 쉽게 3등급을 못 받아서 재가에 필요한 요양보호사 파견을 못 받으십니다."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단체로 각각 나눠진 치매 관련 사업의 통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치매환자가 시설보다는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머물면서 치료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나타난 만큼 24시간 간병 서비스 도입과 자원봉사자 양성에도 관심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효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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