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북극 항로를 뚫어라!

입력 2013.01.06 (09:23) 수정 2013.01.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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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후 온난화로 북극 바다 얼음이 많이 녹아 내리면서 '꿈의 뱃길'로 불리는 북극 항로 개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쇄빙선을 동원해 얼음 바다를 헤치며 항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 개척 현장을 연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의 백해.

한 겨울에 꽁꽁 얼어 붙은 바다 위로 눈이 덮이면, 온통 하얀 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흰 바다, 즉 '백해'라고 불립니다.

이 곳에 위치한 항구 도시 아르한겔스크에는 얼음을 깨가면서 항로를 확보하는 쇄빙선 운행이 절대적입니다.

러시아 최대 쇄빙선 회사인 로스모플로트의 5천 톤 급 쇄빙 선박 '딕콘'호가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영하 30도 안팎의 기온,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을 깨기 시작합니다.

쇄빙선이 지나가자 얼음이 쩍쩍 갈라집니다.

<인터뷰> 블라디미르(쇄빙선 선장) : "바다에서는 얼음의 두께가 평균 1.5m에서 2.5m 정도 됩니다. 항구 주변에는 그보다는 얇아 90cm 안팎입니다."

쇄빙선은 뱃머리의 무게로 얼음을 깨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얼음을 깨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게 중심이 뱃 머리에 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배의 앞 부분도 두꺼운 강철판으로 아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깨진 얼음 조각들이 배 좌우로 밀려납니다.

이처럼 바다의 얼음을 깨, 다른 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기 때문에 뱃머리는 넓은 반면 배 꼬리는 날렵하게 만들었습니다.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면서 이같이 얼음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쇄빙선이 더욱 분주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블라디미르(쇄빙선 선장) : "북극의 겨울 바다를 운항할 때는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가 중요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쇄빙선 활동이 크게 제한을 받습니다."

북극 항로는 유럽에서 러시아 바렌츠해를 거쳐 시베리아 그리고 베링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나온 뒤, 극동으로 가는 항롭니다.

북극항로 이용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면서 더욱 절실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형 가스탱커나 유조선 등이 겨울철에도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물동량은 물론 항로 이용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지난해 이 항로를 이용한 상업용 선박은 50척 가량.

지난 2009년 2척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18척, 2011년에는 34척이 운항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셉니다.

<인터뷰> 콘드라체프(쇄빙선 부함장) : "올 여름에 북극 항로를 이용해 이미 백만톤 이상의 화물을 운송했습니다."

기후변화 못지않게 아시아에서 가스나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북극항로 이용 증가와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 뒤 대체 에너지 수요를 늘리면서, 북극 항로의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엄청난 자원이 매장이 돼 있는 북극 지역을 개발하고 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북극 공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츄카빈(무로만스크 부지사) : "머지않아 북극해 바다에는 화물선 운항이 급증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원유나 액화 가스를 운반하는 화물선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현재까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뱃길은 인도양 항로가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극동 아시아에서 출발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루트ㅂ니다.

유럽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독일 함부르크에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선박이 방금 도착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식(한진해운 구주지역본부 부장) : "부산항을 출발해 상해와 싱가폴 등을 거쳐 이곳에 방금 도착한 화물선입니다. 총 운항시간은 30일 입니다."

북극 항로는 이런 인도양 항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해상루트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인도양 항로를 이용하면 항해 거리가 2만 km가 넘지만, 북극 항로를 타면 만 2천 km 정도로 줄어듭니다.

운항 일수도 1주일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알수페프(아르한겔스크 부지사) : "10년 안에 북극해 주변에 위치한 러시아 주요 도시들은 북극 항로에 필요한 항만 기반시설을 완비할 것입니다."

북극 항로가 기존 극동유럽항로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해적 문제.

해적이 출몰하지 않는 북극해를 운항하면 선박과 선원의 안전도 그만큼 보장된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북극 항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러시아.

그 중심에는 북극권 최대 도시, 무르만스크가 있습니다.

무르만스크 항구는 겨울에도 얼지않는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이라는 장점을 살려 항만 현대화 등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로만스크는 극지방에 위치해 겨울철에도 해를 직접 볼 수 없는 지역.

낮 시간대 잠시 밝아진 뒤 오후 서너시가 되면 어둠이 내립니다.

무르만스크를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원자력 쇄빙선을 운항하고 있는 국영 쇄빙선사 '아톰프로트'는 최근 오는 2017년까지 11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원자력 쇄빙선을 건조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아루추냔(아톰프로트 운항국장) : "신형 원자력 쇄빙선 이름은 키엘입니다. 2017년 부터는 북극해에서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2척의 다른 원자력선 건조도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러시아는 북극 항로 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군사 요충지로 외국인 취재가 제한된 무르만스크 항구를 이례적으로 KBS취재팀에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츄카빈 무로만스크 부지사 : "한국 기업들이 무르만스크 항만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면세 혜택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토의 땅, 북극 지방은 아직까지 인류에게 본격적인 개발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국제협약에 따라 개발이 불가능한 남극과 달리 주변 국가들은 북극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 개척은 북극 개발의 시작점.

아시아와 유럽을 바로 연결하는 바다의 실크로드는, 우리나라에게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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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06 09:23:54
    • 수정2013-01-06 09: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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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후 온난화로 북극 바다 얼음이 많이 녹아 내리면서 '꿈의 뱃길'로 불리는 북극 항로 개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쇄빙선을 동원해 얼음 바다를 헤치며 항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 개척 현장을 연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의 백해. 한 겨울에 꽁꽁 얼어 붙은 바다 위로 눈이 덮이면, 온통 하얀 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흰 바다, 즉 '백해'라고 불립니다. 이 곳에 위치한 항구 도시 아르한겔스크에는 얼음을 깨가면서 항로를 확보하는 쇄빙선 운행이 절대적입니다. 러시아 최대 쇄빙선 회사인 로스모플로트의 5천 톤 급 쇄빙 선박 '딕콘'호가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영하 30도 안팎의 기온,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을 깨기 시작합니다. 쇄빙선이 지나가자 얼음이 쩍쩍 갈라집니다. <인터뷰> 블라디미르(쇄빙선 선장) : "바다에서는 얼음의 두께가 평균 1.5m에서 2.5m 정도 됩니다. 항구 주변에는 그보다는 얇아 90cm 안팎입니다." 쇄빙선은 뱃머리의 무게로 얼음을 깨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얼음을 깨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게 중심이 뱃 머리에 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배의 앞 부분도 두꺼운 강철판으로 아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깨진 얼음 조각들이 배 좌우로 밀려납니다. 이처럼 바다의 얼음을 깨, 다른 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기 때문에 뱃머리는 넓은 반면 배 꼬리는 날렵하게 만들었습니다.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면서 이같이 얼음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쇄빙선이 더욱 분주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블라디미르(쇄빙선 선장) : "북극의 겨울 바다를 운항할 때는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가 중요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쇄빙선 활동이 크게 제한을 받습니다." 북극 항로는 유럽에서 러시아 바렌츠해를 거쳐 시베리아 그리고 베링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나온 뒤, 극동으로 가는 항롭니다. 북극항로 이용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면서 더욱 절실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형 가스탱커나 유조선 등이 겨울철에도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물동량은 물론 항로 이용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지난해 이 항로를 이용한 상업용 선박은 50척 가량. 지난 2009년 2척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18척, 2011년에는 34척이 운항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셉니다. <인터뷰> 콘드라체프(쇄빙선 부함장) : "올 여름에 북극 항로를 이용해 이미 백만톤 이상의 화물을 운송했습니다." 기후변화 못지않게 아시아에서 가스나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북극항로 이용 증가와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 뒤 대체 에너지 수요를 늘리면서, 북극 항로의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엄청난 자원이 매장이 돼 있는 북극 지역을 개발하고 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북극 공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츄카빈(무로만스크 부지사) : "머지않아 북극해 바다에는 화물선 운항이 급증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원유나 액화 가스를 운반하는 화물선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현재까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뱃길은 인도양 항로가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극동 아시아에서 출발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루트ㅂ니다. 유럽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독일 함부르크에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선박이 방금 도착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식(한진해운 구주지역본부 부장) : "부산항을 출발해 상해와 싱가폴 등을 거쳐 이곳에 방금 도착한 화물선입니다. 총 운항시간은 30일 입니다." 북극 항로는 이런 인도양 항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해상루트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인도양 항로를 이용하면 항해 거리가 2만 km가 넘지만, 북극 항로를 타면 만 2천 km 정도로 줄어듭니다. 운항 일수도 1주일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알수페프(아르한겔스크 부지사) : "10년 안에 북극해 주변에 위치한 러시아 주요 도시들은 북극 항로에 필요한 항만 기반시설을 완비할 것입니다." 북극 항로가 기존 극동유럽항로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해적 문제. 해적이 출몰하지 않는 북극해를 운항하면 선박과 선원의 안전도 그만큼 보장된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북극 항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러시아. 그 중심에는 북극권 최대 도시, 무르만스크가 있습니다. 무르만스크 항구는 겨울에도 얼지않는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이라는 장점을 살려 항만 현대화 등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로만스크는 극지방에 위치해 겨울철에도 해를 직접 볼 수 없는 지역. 낮 시간대 잠시 밝아진 뒤 오후 서너시가 되면 어둠이 내립니다. 무르만스크를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원자력 쇄빙선을 운항하고 있는 국영 쇄빙선사 '아톰프로트'는 최근 오는 2017년까지 11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원자력 쇄빙선을 건조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아루추냔(아톰프로트 운항국장) : "신형 원자력 쇄빙선 이름은 키엘입니다. 2017년 부터는 북극해에서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2척의 다른 원자력선 건조도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러시아는 북극 항로 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군사 요충지로 외국인 취재가 제한된 무르만스크 항구를 이례적으로 KBS취재팀에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츄카빈 무로만스크 부지사 : "한국 기업들이 무르만스크 항만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면세 혜택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토의 땅, 북극 지방은 아직까지 인류에게 본격적인 개발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국제협약에 따라 개발이 불가능한 남극과 달리 주변 국가들은 북극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 개척은 북극 개발의 시작점. 아시아와 유럽을 바로 연결하는 바다의 실크로드는, 우리나라에게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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