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SOS!

입력 2013.02.18 (06:53) 수정 2013.02.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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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난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50분.

서울 홍제동 화재 현장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2층까지 번졌습니다.

<녹취> "어디에 사람이 있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 9명의 구조팀이 건물 뒷편으로 진입합니다.

잠시 후, 무엇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기 시작하더니, 2층 건물이 그대로 쓰러집니다.

<녹취> "구조대 지원요청하고, 장비 가지고 유압장비, 건물이 무너졌으니까 유압장비 가지고 속히 현장으로..."

<녹취> "야 일루와!"

필사의 구조작업 끝에 소방관 3명은 구조됐지만, 6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이날 소방관 6명의 순직은 우리나라 소방기관 창설 이후 최대 희생으로 기록됐습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소방관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불을 끄다, 사람을 구하다 하나 둘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녹취> 왕동영(영등포소방서 소방관) : "그때 홍제동 사고 났을 때 소방관 6명이 죽었지 않습니까? 그때 한 명은 선배님이시고요. 또 한 명은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던 친구였고. 그때가 젤 가슴 아팠죠. 솔직하게 얘기해도 됩니까? 이제는 좀, 그만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앵커 멘트>

이곳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80여 명의 소방관이 잠들어 있습니다.

최근 5년간만 해도 사고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이 무려 36명.

무엇이 이 소방관들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까요.

불길 속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크리스마스 이브.

108층 높이의 초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녹취> 설경구 : "12시에 이곳에 재집결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명심해라.(예 알겠습니다.) 투입!! 투입!!"

소방관들의 목숨을 건 진압작전이 시작되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인터뷰> 김소현(서울시 응암2동) : "자기 목숨을 바치면서 끝까지, 죽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감동받았고..."

관객 5백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소방관들은 쓴웃음을 짓습니다.

<인터뷰> 고숭(팀장/서울종합방재센터) : "영화하고는 좀 괴리가 있는 거죠. 현실하고는. 영화일 뿐인 거죠. 정말 어렵죠. 현실은..."

이곳은 서울 전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119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나 구급차의 출동을 지시하는 서울종합방재센텁니다.

대형 모니터에는 화재, 실종, 부상 등의 신고가 쉴새없이 올라옵니다.

새벽 3시 20분쯤 화재신고를 뜻하는 빨간색 신호가 켜집니다.

<녹취> 방재센터 직원 : "차 출발했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19 출발합니다."

화재현장은 주상복합 아파트 1층 주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가게 전체로 번졌습니다.

먼저, 도착한 펌프차에서 강한 물줄기를 뿜어댑니다.

곧이어, 소방관들이 근접해서 물을 뿌리고, 잔불 진화를 위해 진압대원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합니다.

그런데, 일부 대원들의 몸에는 무전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한 대원이 직접 건물 밖으로 나와 지휘관에게 상황을 보고 합니다.

<인터뷰> 현장지휘관 : "공기호흡기를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무전 하기가 웅 거리고 잘 들리지 않으니까 일단 옥내 진입된 소대장이나 대원들하고는 교신하기가 좀 어려움이 있어요. 그때는 수화, 쳐서 나오게끔 해서 대화하고 다시 작전 짜 가지고 다시 옥내 진입하고. 어려움이 많죠, 어려움이 많아요."

건물 안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과의 무선통신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동명(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 "작년 12월 31일 일산소방서에서 소방대원이 숨진 사고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밖에 있는 지휘본부나 동료 간에 무선통신이 이뤄져서 서로 상호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방관의 인명, 안전을 책임을 질 수가 없습니다."

대원들은 어느새 이런 현실에 적응이 돼 있습니다.

<인터뷰> 현장 진압대원 : "(안에 진압하러 들어갔을 때 서로 대화 같은 게 돼야 하는데)그런 장비가 있으면 좋지만 영화처럼 그런 기능은 못하니까. (중요하지 않아요? 들어갔을 때 팀원들끼리 대화하고 지휘소하고 통신하는 게) 그래서 저희는 항상 붙어다녀요. 무조건 붙어다녀요."

특히, 대부분의 무전기가 손에 드는 방식이다 보니, 최전선에서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고숭(팀장/서울종합방제센터) : "무전기를 들 수가 없어요. 관창(소방호스) 들고, 관창보조는 뒤에 가서 같이, 워낙 수압이 세니까. 현장 가면 가서 이렇게 밀어줘야 하잖아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신형 무전기 5백여 대를 최일선 진압대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소방관들이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교신을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 신형 장비는 어찌된 일인지 소방서 사무실 한구석에 고이 놓여있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이렇게 보관돼 있는 거 보니까.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요?) 네."

커다란 무전기 대신 휴대전화 크기의 마이크를 어깨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개선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블루투스 마이크가 외부로 노출이 돼 있는 상태거든요. 근데 그게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비가 고장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소방관 무전기 세틉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도 얼마든지 무전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소방관들이 바라는 무전기는 바로 이런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쓰고 있는 구형 무전기조차 수량이 부족한 형편.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지금 아마 단순히 진압대원 숫자와 무전기 숫자만 비교한다면 글쎄 한 50%, 40~50% 정도, 그 정도 보급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통신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안전장빕니다.

하지만,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상당수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남 사천소방서에서 교육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광봉 소방관.

화재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던 그는 지난해 1월 큰 부상을 당한 뒤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경남 사천소방서) : "아파트 13층에 화재가 났다고 들었고, 현장 갔을 때는 이미 거의 많이 연소가...(후배랑) 같이 진입을 해 가지고 처음에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그래서 아주머니부터 빨리 구출하자 하고 나오는데, 나오는 중에 갑작스런 열기로 아주머니도 쓰러지시고 저희도..."

함께 구조에 나섰던 후배는 양쪽 손가락 대부분을 잃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사천소방서) : "후배는 3도 화상을 입었거든요. 그래서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끝은 다 한마디는 절단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착용했던 장비는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히 안전장갑은 불에 녹아 손가락 부분이 모두 쪼그라들었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 : "다른 사무경비를 쓰고 만약에 돈이 남으면 그런 걸로 약간 직원들 복지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장비구매를) 해주고 있거든요. 그 장갑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받은 장갑인데..."

불에 탄 장갑의 제품번호를 확인해 보니, 방염기능이 전혀 없는 방수 장갑입니다.

<녹취> 장갑 제조회사 관계자 : "방수 기능은 나와 있는데, 방염에 대해서는...(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인증 제품은 아닌 거죠?) 네네 그건 아니에요."

장갑만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는 대원들 모두 노란색 신형 특수방화복을 입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검은색 구형 방화복입니다.

내구연한을 훌쩍 넘긴 것도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대원들끼리 이것을 방수복으로 불러야 되나, 방화복으로 불러야 되나...(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방화복이 한 15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엄청난 오래된 시간과 세탁을 거치면서 이제 방화복의 기능이 사실상 떨어져서 사실상 방수복 아니냐."

구형 방화복이 화재시 열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직접 실험을 해 봤습니다.

실험결과, 구형 방화복의 열방호 성능은 25 TPP.

최근 지급되고 있는 신형 방화복의 소방인증 기준인 30 TPP보다 낮습니다.

<인터뷰> 정경원(과장/한국소방산업기술연구원) : "세탁을 자주하고 시간이 경과가 되면 기존 처음에 있던 방화복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죠. 그런 가능성도 많고."

소방방재청이 밝힌 소방관 안전장비의 노후율은 방화복 23%, 안전장갑 14.6% 안전화 2.6%, 공기호흡기 30.3%입니다.

잦은 출동에 낡아만 가는 안전장비, 예산 부족으로 제때 교체가 되지 않다 보니 자신들의 몸을 지키려고 소방관들이 개인 돈을 들여 직접 장비를 사는 일도 벌어집니다.

<녹취> 소방용 안전장비 판매상 : "개인적으로도 부속품도 사고 세트로도 사고 그러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세트는 잘 안사가고 헬멧, 옷, 그 다음에 장화..."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현재 소방 조직은 중앙행정기관인 소방방재청과 각 지자체 산하의 시도 소방본부로 이원화된 구좁니다.

<인터뷰> 이미화(소방관/인천 서부소방서) : "현재 소방사무는 자치사무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국비지원이 미흡하고 시도 자체에서도 재정 상황이 열악하여서 항상 소방에 대한 투자 자체가 예산에서 뒷전으로 밀려서..."

이런 이유로 소방조직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명(교수/경민대 소방행정학과) : "소방청이 하나의 경찰청처럼 독립된 조직으로서 기능을 가지고 거기에 역할을 해야만 소방관들의 안전보장이라든가..."

하지만, 정부 입장은 좀 다릅니다.

<녹취> 정부 관계자 : "(소방)장비 사는 것은 세금이 있습니다. 지방세로, 지역자원시설세라고 있는데, 이것을 지자체에서 장비 사는데 안 쓰고,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일반 재원으로 돌려써요."

실제로 2011년 감사원 감사결과 16개 시도에서 지역자원시설세를 소방장비 구매와 시설 유지관리비 등으로 사용한 비율은 경남 47%, 전남 24%, 서울은 1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지자체가 돈을 제대로 안 쓴다 하고, 지자체에선 쓸 돈이 없다고 합니다.

곧 출범할 차기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로 하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은 아직까지도 낡은 장비를 착용한 채 위태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명과 안전은 고스란히 소방관 자신들에게 맡겨져 있다시피한 게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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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의 SOS!
    • 입력 2013-02-18 06:53:11
    • 수정2013-02-18 17:36:52
    취재파일K
<프롤로그> 지난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50분. 서울 홍제동 화재 현장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2층까지 번졌습니다. <녹취> "어디에 사람이 있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 9명의 구조팀이 건물 뒷편으로 진입합니다. 잠시 후, 무엇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기 시작하더니, 2층 건물이 그대로 쓰러집니다. <녹취> "구조대 지원요청하고, 장비 가지고 유압장비, 건물이 무너졌으니까 유압장비 가지고 속히 현장으로..." <녹취> "야 일루와!" 필사의 구조작업 끝에 소방관 3명은 구조됐지만, 6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이날 소방관 6명의 순직은 우리나라 소방기관 창설 이후 최대 희생으로 기록됐습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소방관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불을 끄다, 사람을 구하다 하나 둘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녹취> 왕동영(영등포소방서 소방관) : "그때 홍제동 사고 났을 때 소방관 6명이 죽었지 않습니까? 그때 한 명은 선배님이시고요. 또 한 명은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던 친구였고. 그때가 젤 가슴 아팠죠. 솔직하게 얘기해도 됩니까? 이제는 좀, 그만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앵커 멘트> 이곳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80여 명의 소방관이 잠들어 있습니다. 최근 5년간만 해도 사고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이 무려 36명. 무엇이 이 소방관들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까요. 불길 속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크리스마스 이브. 108층 높이의 초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녹취> 설경구 : "12시에 이곳에 재집결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명심해라.(예 알겠습니다.) 투입!! 투입!!" 소방관들의 목숨을 건 진압작전이 시작되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인터뷰> 김소현(서울시 응암2동) : "자기 목숨을 바치면서 끝까지, 죽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감동받았고..." 관객 5백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소방관들은 쓴웃음을 짓습니다. <인터뷰> 고숭(팀장/서울종합방재센터) : "영화하고는 좀 괴리가 있는 거죠. 현실하고는. 영화일 뿐인 거죠. 정말 어렵죠. 현실은..." 이곳은 서울 전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119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나 구급차의 출동을 지시하는 서울종합방재센텁니다. 대형 모니터에는 화재, 실종, 부상 등의 신고가 쉴새없이 올라옵니다. 새벽 3시 20분쯤 화재신고를 뜻하는 빨간색 신호가 켜집니다. <녹취> 방재센터 직원 : "차 출발했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19 출발합니다." 화재현장은 주상복합 아파트 1층 주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가게 전체로 번졌습니다. 먼저, 도착한 펌프차에서 강한 물줄기를 뿜어댑니다. 곧이어, 소방관들이 근접해서 물을 뿌리고, 잔불 진화를 위해 진압대원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합니다. 그런데, 일부 대원들의 몸에는 무전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한 대원이 직접 건물 밖으로 나와 지휘관에게 상황을 보고 합니다. <인터뷰> 현장지휘관 : "공기호흡기를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무전 하기가 웅 거리고 잘 들리지 않으니까 일단 옥내 진입된 소대장이나 대원들하고는 교신하기가 좀 어려움이 있어요. 그때는 수화, 쳐서 나오게끔 해서 대화하고 다시 작전 짜 가지고 다시 옥내 진입하고. 어려움이 많죠, 어려움이 많아요." 건물 안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과의 무선통신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동명(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 "작년 12월 31일 일산소방서에서 소방대원이 숨진 사고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밖에 있는 지휘본부나 동료 간에 무선통신이 이뤄져서 서로 상호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방관의 인명, 안전을 책임을 질 수가 없습니다." 대원들은 어느새 이런 현실에 적응이 돼 있습니다. <인터뷰> 현장 진압대원 : "(안에 진압하러 들어갔을 때 서로 대화 같은 게 돼야 하는데)그런 장비가 있으면 좋지만 영화처럼 그런 기능은 못하니까. (중요하지 않아요? 들어갔을 때 팀원들끼리 대화하고 지휘소하고 통신하는 게) 그래서 저희는 항상 붙어다녀요. 무조건 붙어다녀요." 특히, 대부분의 무전기가 손에 드는 방식이다 보니, 최전선에서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고숭(팀장/서울종합방제센터) : "무전기를 들 수가 없어요. 관창(소방호스) 들고, 관창보조는 뒤에 가서 같이, 워낙 수압이 세니까. 현장 가면 가서 이렇게 밀어줘야 하잖아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신형 무전기 5백여 대를 최일선 진압대원들에게 지급했습니다. 소방관들이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교신을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 신형 장비는 어찌된 일인지 소방서 사무실 한구석에 고이 놓여있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이렇게 보관돼 있는 거 보니까.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요?) 네." 커다란 무전기 대신 휴대전화 크기의 마이크를 어깨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개선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블루투스 마이크가 외부로 노출이 돼 있는 상태거든요. 근데 그게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비가 고장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소방관 무전기 세틉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도 얼마든지 무전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소방관들이 바라는 무전기는 바로 이런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쓰고 있는 구형 무전기조차 수량이 부족한 형편.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지금 아마 단순히 진압대원 숫자와 무전기 숫자만 비교한다면 글쎄 한 50%, 40~50% 정도, 그 정도 보급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통신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안전장빕니다. 하지만,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상당수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남 사천소방서에서 교육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광봉 소방관. 화재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던 그는 지난해 1월 큰 부상을 당한 뒤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경남 사천소방서) : "아파트 13층에 화재가 났다고 들었고, 현장 갔을 때는 이미 거의 많이 연소가...(후배랑) 같이 진입을 해 가지고 처음에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그래서 아주머니부터 빨리 구출하자 하고 나오는데, 나오는 중에 갑작스런 열기로 아주머니도 쓰러지시고 저희도..." 함께 구조에 나섰던 후배는 양쪽 손가락 대부분을 잃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사천소방서) : "후배는 3도 화상을 입었거든요. 그래서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끝은 다 한마디는 절단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착용했던 장비는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히 안전장갑은 불에 녹아 손가락 부분이 모두 쪼그라들었습니다. <인터뷰> 김광봉(소방관) : "다른 사무경비를 쓰고 만약에 돈이 남으면 그런 걸로 약간 직원들 복지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장비구매를) 해주고 있거든요. 그 장갑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받은 장갑인데..." 불에 탄 장갑의 제품번호를 확인해 보니, 방염기능이 전혀 없는 방수 장갑입니다. <녹취> 장갑 제조회사 관계자 : "방수 기능은 나와 있는데, 방염에 대해서는...(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인증 제품은 아닌 거죠?) 네네 그건 아니에요." 장갑만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는 대원들 모두 노란색 신형 특수방화복을 입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검은색 구형 방화복입니다. 내구연한을 훌쩍 넘긴 것도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진압대원(음성변조) : "대원들끼리 이것을 방수복으로 불러야 되나, 방화복으로 불러야 되나...(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방화복이 한 15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엄청난 오래된 시간과 세탁을 거치면서 이제 방화복의 기능이 사실상 떨어져서 사실상 방수복 아니냐." 구형 방화복이 화재시 열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직접 실험을 해 봤습니다. 실험결과, 구형 방화복의 열방호 성능은 25 TPP. 최근 지급되고 있는 신형 방화복의 소방인증 기준인 30 TPP보다 낮습니다. <인터뷰> 정경원(과장/한국소방산업기술연구원) : "세탁을 자주하고 시간이 경과가 되면 기존 처음에 있던 방화복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죠. 그런 가능성도 많고." 소방방재청이 밝힌 소방관 안전장비의 노후율은 방화복 23%, 안전장갑 14.6% 안전화 2.6%, 공기호흡기 30.3%입니다. 잦은 출동에 낡아만 가는 안전장비, 예산 부족으로 제때 교체가 되지 않다 보니 자신들의 몸을 지키려고 소방관들이 개인 돈을 들여 직접 장비를 사는 일도 벌어집니다. <녹취> 소방용 안전장비 판매상 : "개인적으로도 부속품도 사고 세트로도 사고 그러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세트는 잘 안사가고 헬멧, 옷, 그 다음에 장화..."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현재 소방 조직은 중앙행정기관인 소방방재청과 각 지자체 산하의 시도 소방본부로 이원화된 구좁니다. <인터뷰> 이미화(소방관/인천 서부소방서) : "현재 소방사무는 자치사무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국비지원이 미흡하고 시도 자체에서도 재정 상황이 열악하여서 항상 소방에 대한 투자 자체가 예산에서 뒷전으로 밀려서..." 이런 이유로 소방조직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명(교수/경민대 소방행정학과) : "소방청이 하나의 경찰청처럼 독립된 조직으로서 기능을 가지고 거기에 역할을 해야만 소방관들의 안전보장이라든가..." 하지만, 정부 입장은 좀 다릅니다. <녹취> 정부 관계자 : "(소방)장비 사는 것은 세금이 있습니다. 지방세로, 지역자원시설세라고 있는데, 이것을 지자체에서 장비 사는데 안 쓰고,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일반 재원으로 돌려써요." 실제로 2011년 감사원 감사결과 16개 시도에서 지역자원시설세를 소방장비 구매와 시설 유지관리비 등으로 사용한 비율은 경남 47%, 전남 24%, 서울은 1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지자체가 돈을 제대로 안 쓴다 하고, 지자체에선 쓸 돈이 없다고 합니다. 곧 출범할 차기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로 하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은 아직까지도 낡은 장비를 착용한 채 위태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명과 안전은 고스란히 소방관 자신들에게 맡겨져 있다시피한 게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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