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2013년 특별한 졸업식장에 가다!
입력 2013.02.19 (08:45)
수정 2013.02.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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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졸업식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눈물과 아쉬움, 또 기대감이 어우러졌던 따뜻한 추억, 아마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생들의 폭력 졸업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부모님들, 적잖은 충격 받으셨을 텐데요.
계란 범벅에 교복을 찢는 건 약과고요.
알몸 졸업식 동영상까지 떠돌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다시 졸업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양영은 기자, 어떤 졸업식들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올해는 유난히 졸업식들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나 홀로 졸업식도 있었고 또 천안에서는 유건에 도포 입고 하는 졸업식도 있었다고 하고요.
관련 소식들도 많이 나왔는데요.
오늘 보실 졸업식도 아주 특별한 현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졸업식은 특별하겠지만요.
이런 졸업식이라면 기억에 더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졸업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을 마치다, 라는 뜻에서 '마침', '끝' 이런 마무리의 의미가 강한 반면 영어권에서는 '시작'이라는데 초점을 맞춘 단어를 쓰기도 하죠.
끝내는 아쉬움과 시작의 설렘이 함께하는 졸업식장에 화제포착 카메라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눈물바다였던 그 시절의 졸업식, 기억하시나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것만 같아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던 여고생들과 새로운 시작에 마냥 들떠 목말을 태운 채 질주하던 까까머리 남학생들도 이제는 중년입니다.
<녹취> 여(학부모) : "우리 때는 그냥 졸업이라면 당연히 헤어짐이었죠."
<녹취> 여(학부모) :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말씀하시고 애들 상 받고 그걸로 끝났죠."
해가 저물고 일상이 마무리될 무렵!
이미 저녁 여섯시를 훌쩍 넘겼는데요.
이 학교엔 왜 아직 불이 켜져 있을까요?
<녹취> 피디 : "오늘 뭐 하나요?"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오늘 졸업식 합니다."
<녹취> 피디 : "지금 시간이…"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저녁 6시에 합니다. 지금 졸업식 하고 있어요!"
이 시간에 졸업식을요?
별빛이 함께하는 저녁 졸업식!
촛불을 가운데 둔 이색적인 풍경인데요.
가족끼리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입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도 동참했는데요.
<녹취> 피디 : "이게 뭐예요?"
<녹취> 남(학부모) : "이거요? 오랜만에 우리 딸에게 편지를 썼는데 귀 빠지고 처음이지 싶네요. 여기서 읽으려니 좀 쑥스럽네요."
평소엔 서로 바빠 대화할 시간도 없는 가족들이지만 한 자리에 모여 졸업을 축하하면서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녹취> 여(학부모) : "기분 좋죠. 이런 것도 한 번쯤 괜찮다고 생각해요."
<녹취> 여(졸업생) : "중학교 때도 씩씩하게 공부하겠습니다."
이제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한데요.
<녹취> 남(학부모) : "사랑한다, 졸업 축하한다!"
<녹취> 김진순(졸업생 학부모) : "(졸업식을) 주로 오전에 잠깐 상장만 수여하고 끝나잖아요. 그런데 여긴 색다르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든 가족을 오후에 (학교에) 초대한다는 것이 색다르고요. 이런 게 좀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데요.
마치 학예회 같은 신나는 졸업식!
눈물 쏙 빠지게 슬픈 졸업식은 그만!
신나게 웃고 즐기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축제 같은 졸업식입니다!
참석한 사람들의 소감..들어볼까요?
<녹취> 박기영(졸업생) : "학예회처럼 특별하게 (졸업식을)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이 오셔서) 많이 기쁘죠. 못 온다고 하셨는데 막상 오시니까 (기뻐요.)"
<녹취> 양수영(졸업생 학부모) : "직장인들은 오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드니까 오후에 (졸업식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학교 측의 배려로 마련됐습니다.
<인터뷰> 진은희 교장(삼덕초등학교) : "감성적으로 다가가서 부모님과 바쁜 중에는 교감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가족끼리 서로 사랑과 마음과 이런 여러 가지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충북 괴산으로 갑니다.
이곳, 감물중학교는 이번 27회 졸업식을 끝으로 괴산오성중학교로 통합되는데요.
<녹취> 여(졸업생) : "저, 안 돼요."
<녹취> 여(졸업생) : "이제 친구들을 못 보니까 좀 슬퍼요."
<녹취> 여(졸업생) : "나중에 (학교로) 찾아오면 되죠. 그래도 (학교는) 있을 거니까요."
그간 함께 했던 선생님과도 마지막 작별의 순간입니다.
<녹취> 여(교사/감물중학교) : "장가가는 것 같은데?"
<녹취> 남(졸업생) : "감사합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데 약간 우울했죠. 추억도 참 많은데."
감물중학교는 지난 1986년 개교 후 올해까지 9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사물놀이로 유명세를 떨쳤는데요.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인터뷰> 엄경숙 교장(감물중학교) : "저희 학교는 1986년도에 개교해서 올해 27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됐고요. 아무런 문제 없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거나 또는 인근 괴산오성중학교로 세 학교가 통합이 됩니다. (통합된) 그 학교로 가게 돼 좋습니다."
이제 곧 마지막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녹취> 남(교사/감물중학교) : "제27회 마지막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9명의 졸업생들이 설렘 반, 아쉬움 반으로 입장하는데요.
졸업식을 보면서 아쉬운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녹취> 남(감물면 주민) : "글쎄요. 모교인데, 감물중학교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돼 뭉클하네요."
<녹취> 안동순(졸업생 학부모) : "또 새로운 시작이니까 감물 발전을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앞날을) 생각해야죠."
후배들의 반주에 맞춰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교가.
9명의 졸업생과 후배들이 마주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별이 섭섭하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죠.
<녹취> "하나 둘 셋, 파이팅!"
<녹취> 장민 교사 (감물중학교) : "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죠. 제가 이 학교에 처음 발령 받아서 3년 동안 아이들 담임을 한 거거든요. 항상 어디 가서든 지금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고요. 하는 일 잘돼서 20년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헤어짐을 앞두고 선생님께 남긴 아이들의 메시지엔 이별의 서운함과 시작의 묘한 흥분이 뒤섞여 있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선생님들과 자주 연락되면 좋겠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감물중학교가 통폐합되는 건 좀 아쉬운데 잘된 것 같아요."
<녹취> 남(졸업생) : "제가 이 학교를 다닌 이후로 이런 학교는 죽어도 다시는 없을 겁니다. 제 후배들한테 항상 자랑스러워요."
남은 재학생들이 괴산오성중학교로 가고 나면 감물중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나눈 추억들은 가슴 깊이 고이고이 남아있겠죠.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감물중학교.
그래서...슬프기보다는 설레는 졸업식 현장이었습니다.
졸업식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눈물과 아쉬움, 또 기대감이 어우러졌던 따뜻한 추억, 아마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생들의 폭력 졸업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부모님들, 적잖은 충격 받으셨을 텐데요.
계란 범벅에 교복을 찢는 건 약과고요.
알몸 졸업식 동영상까지 떠돌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다시 졸업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양영은 기자, 어떤 졸업식들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올해는 유난히 졸업식들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나 홀로 졸업식도 있었고 또 천안에서는 유건에 도포 입고 하는 졸업식도 있었다고 하고요.
관련 소식들도 많이 나왔는데요.
오늘 보실 졸업식도 아주 특별한 현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졸업식은 특별하겠지만요.
이런 졸업식이라면 기억에 더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졸업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을 마치다, 라는 뜻에서 '마침', '끝' 이런 마무리의 의미가 강한 반면 영어권에서는 '시작'이라는데 초점을 맞춘 단어를 쓰기도 하죠.
끝내는 아쉬움과 시작의 설렘이 함께하는 졸업식장에 화제포착 카메라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눈물바다였던 그 시절의 졸업식, 기억하시나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것만 같아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던 여고생들과 새로운 시작에 마냥 들떠 목말을 태운 채 질주하던 까까머리 남학생들도 이제는 중년입니다.
<녹취> 여(학부모) : "우리 때는 그냥 졸업이라면 당연히 헤어짐이었죠."
<녹취> 여(학부모) :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말씀하시고 애들 상 받고 그걸로 끝났죠."
해가 저물고 일상이 마무리될 무렵!
이미 저녁 여섯시를 훌쩍 넘겼는데요.
이 학교엔 왜 아직 불이 켜져 있을까요?
<녹취> 피디 : "오늘 뭐 하나요?"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오늘 졸업식 합니다."
<녹취> 피디 : "지금 시간이…"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저녁 6시에 합니다. 지금 졸업식 하고 있어요!"
이 시간에 졸업식을요?
별빛이 함께하는 저녁 졸업식!
촛불을 가운데 둔 이색적인 풍경인데요.
가족끼리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입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도 동참했는데요.
<녹취> 피디 : "이게 뭐예요?"
<녹취> 남(학부모) : "이거요? 오랜만에 우리 딸에게 편지를 썼는데 귀 빠지고 처음이지 싶네요. 여기서 읽으려니 좀 쑥스럽네요."
평소엔 서로 바빠 대화할 시간도 없는 가족들이지만 한 자리에 모여 졸업을 축하하면서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녹취> 여(학부모) : "기분 좋죠. 이런 것도 한 번쯤 괜찮다고 생각해요."
<녹취> 여(졸업생) : "중학교 때도 씩씩하게 공부하겠습니다."
이제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한데요.
<녹취> 남(학부모) : "사랑한다, 졸업 축하한다!"
<녹취> 김진순(졸업생 학부모) : "(졸업식을) 주로 오전에 잠깐 상장만 수여하고 끝나잖아요. 그런데 여긴 색다르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든 가족을 오후에 (학교에) 초대한다는 것이 색다르고요. 이런 게 좀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데요.
마치 학예회 같은 신나는 졸업식!
눈물 쏙 빠지게 슬픈 졸업식은 그만!
신나게 웃고 즐기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축제 같은 졸업식입니다!
참석한 사람들의 소감..들어볼까요?
<녹취> 박기영(졸업생) : "학예회처럼 특별하게 (졸업식을)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이 오셔서) 많이 기쁘죠. 못 온다고 하셨는데 막상 오시니까 (기뻐요.)"
<녹취> 양수영(졸업생 학부모) : "직장인들은 오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드니까 오후에 (졸업식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학교 측의 배려로 마련됐습니다.
<인터뷰> 진은희 교장(삼덕초등학교) : "감성적으로 다가가서 부모님과 바쁜 중에는 교감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가족끼리 서로 사랑과 마음과 이런 여러 가지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충북 괴산으로 갑니다.
이곳, 감물중학교는 이번 27회 졸업식을 끝으로 괴산오성중학교로 통합되는데요.
<녹취> 여(졸업생) : "저, 안 돼요."
<녹취> 여(졸업생) : "이제 친구들을 못 보니까 좀 슬퍼요."
<녹취> 여(졸업생) : "나중에 (학교로) 찾아오면 되죠. 그래도 (학교는) 있을 거니까요."
그간 함께 했던 선생님과도 마지막 작별의 순간입니다.
<녹취> 여(교사/감물중학교) : "장가가는 것 같은데?"
<녹취> 남(졸업생) : "감사합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데 약간 우울했죠. 추억도 참 많은데."
감물중학교는 지난 1986년 개교 후 올해까지 9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사물놀이로 유명세를 떨쳤는데요.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인터뷰> 엄경숙 교장(감물중학교) : "저희 학교는 1986년도에 개교해서 올해 27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됐고요. 아무런 문제 없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거나 또는 인근 괴산오성중학교로 세 학교가 통합이 됩니다. (통합된) 그 학교로 가게 돼 좋습니다."
이제 곧 마지막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녹취> 남(교사/감물중학교) : "제27회 마지막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9명의 졸업생들이 설렘 반, 아쉬움 반으로 입장하는데요.
졸업식을 보면서 아쉬운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녹취> 남(감물면 주민) : "글쎄요. 모교인데, 감물중학교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돼 뭉클하네요."
<녹취> 안동순(졸업생 학부모) : "또 새로운 시작이니까 감물 발전을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앞날을) 생각해야죠."
후배들의 반주에 맞춰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교가.
9명의 졸업생과 후배들이 마주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별이 섭섭하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죠.
<녹취> "하나 둘 셋, 파이팅!"
<녹취> 장민 교사 (감물중학교) : "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죠. 제가 이 학교에 처음 발령 받아서 3년 동안 아이들 담임을 한 거거든요. 항상 어디 가서든 지금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고요. 하는 일 잘돼서 20년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헤어짐을 앞두고 선생님께 남긴 아이들의 메시지엔 이별의 서운함과 시작의 묘한 흥분이 뒤섞여 있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선생님들과 자주 연락되면 좋겠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감물중학교가 통폐합되는 건 좀 아쉬운데 잘된 것 같아요."
<녹취> 남(졸업생) : "제가 이 학교를 다닌 이후로 이런 학교는 죽어도 다시는 없을 겁니다. 제 후배들한테 항상 자랑스러워요."
남은 재학생들이 괴산오성중학교로 가고 나면 감물중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나눈 추억들은 가슴 깊이 고이고이 남아있겠죠.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감물중학교.
그래서...슬프기보다는 설레는 졸업식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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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2-19 08:46:23
- 수정2013-02-19 10:09:39
<앵커 멘트>
졸업식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눈물과 아쉬움, 또 기대감이 어우러졌던 따뜻한 추억, 아마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생들의 폭력 졸업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부모님들, 적잖은 충격 받으셨을 텐데요.
계란 범벅에 교복을 찢는 건 약과고요.
알몸 졸업식 동영상까지 떠돌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다시 졸업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양영은 기자, 어떤 졸업식들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올해는 유난히 졸업식들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나 홀로 졸업식도 있었고 또 천안에서는 유건에 도포 입고 하는 졸업식도 있었다고 하고요.
관련 소식들도 많이 나왔는데요.
오늘 보실 졸업식도 아주 특별한 현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졸업식은 특별하겠지만요.
이런 졸업식이라면 기억에 더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졸업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을 마치다, 라는 뜻에서 '마침', '끝' 이런 마무리의 의미가 강한 반면 영어권에서는 '시작'이라는데 초점을 맞춘 단어를 쓰기도 하죠.
끝내는 아쉬움과 시작의 설렘이 함께하는 졸업식장에 화제포착 카메라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눈물바다였던 그 시절의 졸업식, 기억하시나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것만 같아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던 여고생들과 새로운 시작에 마냥 들떠 목말을 태운 채 질주하던 까까머리 남학생들도 이제는 중년입니다.
<녹취> 여(학부모) : "우리 때는 그냥 졸업이라면 당연히 헤어짐이었죠."
<녹취> 여(학부모) :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말씀하시고 애들 상 받고 그걸로 끝났죠."
해가 저물고 일상이 마무리될 무렵!
이미 저녁 여섯시를 훌쩍 넘겼는데요.
이 학교엔 왜 아직 불이 켜져 있을까요?
<녹취> 피디 : "오늘 뭐 하나요?"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오늘 졸업식 합니다."
<녹취> 피디 : "지금 시간이…"
<녹취> 경비(삼덕초등학교) : "저녁 6시에 합니다. 지금 졸업식 하고 있어요!"
이 시간에 졸업식을요?
별빛이 함께하는 저녁 졸업식!
촛불을 가운데 둔 이색적인 풍경인데요.
가족끼리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입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도 동참했는데요.
<녹취> 피디 : "이게 뭐예요?"
<녹취> 남(학부모) : "이거요? 오랜만에 우리 딸에게 편지를 썼는데 귀 빠지고 처음이지 싶네요. 여기서 읽으려니 좀 쑥스럽네요."
평소엔 서로 바빠 대화할 시간도 없는 가족들이지만 한 자리에 모여 졸업을 축하하면서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녹취> 여(학부모) : "기분 좋죠. 이런 것도 한 번쯤 괜찮다고 생각해요."
<녹취> 여(졸업생) : "중학교 때도 씩씩하게 공부하겠습니다."
이제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한데요.
<녹취> 남(학부모) : "사랑한다, 졸업 축하한다!"
<녹취> 김진순(졸업생 학부모) : "(졸업식을) 주로 오전에 잠깐 상장만 수여하고 끝나잖아요. 그런데 여긴 색다르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든 가족을 오후에 (학교에) 초대한다는 것이 색다르고요. 이런 게 좀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데요.
마치 학예회 같은 신나는 졸업식!
눈물 쏙 빠지게 슬픈 졸업식은 그만!
신나게 웃고 즐기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축제 같은 졸업식입니다!
참석한 사람들의 소감..들어볼까요?
<녹취> 박기영(졸업생) : "학예회처럼 특별하게 (졸업식을)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이 오셔서) 많이 기쁘죠. 못 온다고 하셨는데 막상 오시니까 (기뻐요.)"
<녹취> 양수영(졸업생 학부모) : "직장인들은 오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드니까 오후에 (졸업식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학교 측의 배려로 마련됐습니다.
<인터뷰> 진은희 교장(삼덕초등학교) : "감성적으로 다가가서 부모님과 바쁜 중에는 교감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가족끼리 서로 사랑과 마음과 이런 여러 가지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충북 괴산으로 갑니다.
이곳, 감물중학교는 이번 27회 졸업식을 끝으로 괴산오성중학교로 통합되는데요.
<녹취> 여(졸업생) : "저, 안 돼요."
<녹취> 여(졸업생) : "이제 친구들을 못 보니까 좀 슬퍼요."
<녹취> 여(졸업생) : "나중에 (학교로) 찾아오면 되죠. 그래도 (학교는) 있을 거니까요."
그간 함께 했던 선생님과도 마지막 작별의 순간입니다.
<녹취> 여(교사/감물중학교) : "장가가는 것 같은데?"
<녹취> 남(졸업생) : "감사합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데 약간 우울했죠. 추억도 참 많은데."
감물중학교는 지난 1986년 개교 후 올해까지 9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사물놀이로 유명세를 떨쳤는데요.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인터뷰> 엄경숙 교장(감물중학교) : "저희 학교는 1986년도에 개교해서 올해 27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됐고요. 아무런 문제 없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거나 또는 인근 괴산오성중학교로 세 학교가 통합이 됩니다. (통합된) 그 학교로 가게 돼 좋습니다."
이제 곧 마지막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녹취> 남(교사/감물중학교) : "제27회 마지막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9명의 졸업생들이 설렘 반, 아쉬움 반으로 입장하는데요.
졸업식을 보면서 아쉬운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녹취> 남(감물면 주민) : "글쎄요. 모교인데, 감물중학교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돼 뭉클하네요."
<녹취> 안동순(졸업생 학부모) : "또 새로운 시작이니까 감물 발전을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앞날을) 생각해야죠."
후배들의 반주에 맞춰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교가.
9명의 졸업생과 후배들이 마주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별이 섭섭하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죠.
<녹취> "하나 둘 셋, 파이팅!"
<녹취> 장민 교사 (감물중학교) : "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죠. 제가 이 학교에 처음 발령 받아서 3년 동안 아이들 담임을 한 거거든요. 항상 어디 가서든 지금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고요. 하는 일 잘돼서 20년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헤어짐을 앞두고 선생님께 남긴 아이들의 메시지엔 이별의 서운함과 시작의 묘한 흥분이 뒤섞여 있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선생님들과 자주 연락되면 좋겠습니다."
<녹취> 남(졸업생) : "감물중학교가 통폐합되는 건 좀 아쉬운데 잘된 것 같아요."
<녹취> 남(졸업생) : "제가 이 학교를 다닌 이후로 이런 학교는 죽어도 다시는 없을 겁니다. 제 후배들한테 항상 자랑스러워요."
남은 재학생들이 괴산오성중학교로 가고 나면 감물중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나눈 추억들은 가슴 깊이 고이고이 남아있겠죠.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감물중학교.
그래서...슬프기보다는 설레는 졸업식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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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
양영은 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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