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사동 화재…화마가 삼킨 ‘서민 추억’
입력 2013.02.19 (08:37)
수정 2013.03.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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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 밤 서울 인사동에서 난 불 기억하시죠.
좁은 골목에 낡은 건물들이 붙어 있다 보니 피해가 컸습니다.
네, 이번 불로 서민들이 시름을 달래오던 선술집이 없어져서 아쉬운 분도 계실 거고, 또 불이 나면 속수무책인 골목길 실태가 걱정인 분도 계실 텐데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이번 불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일단은 혹시 방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제 현장 감식이 이뤄졌는데 경찰은 일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이 날 때 여기저기서 폭발이 있어난 만큼 LP 가스통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감식 결과 폭발은 LP 가스통이 아니라 휴대용 부탄가스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이번 화재가 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 난 만큼 많은 이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한 인사동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각역 3번 출구 부근.
쌀쌀한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빌딩 뒤편의 골목길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 안쪽의 골목길은 이른바 ‘화신먹거리촌’.
‘술 좀 마신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봤을 만한 곳인데요.
<인터뷰> 인근 시민 : "친구들이랑 여기 많이 놀러오고 밥도 먹고 그런 장소인데 불났다고 하니까.. 서울에서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도 적은데 이렇게 불타서 정말 너무 안타깝네요. 슬퍼요."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인 이곳에 불이난 것은 지난 17일 밤 8시20분쯤.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불이 난 건물들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처음 불이 난 곳은 한 식당 건물의 2층과 3층 지점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TV 뉴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났다고 그래서 나가서 보니까 저기 뒤쪽에서 조금 있다가 가스가 터지는 소리에 움찔했어요. 제가 (군대) 포병이었는데 그 소리보다 더 큰 것 같았어요. "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 있어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불은 먹거리촌 초입에 줄지어선 점포들을 휩쓸었는데요.
휴일이라 쉬는 상점이 많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아무래도 이 건물들이 전부 오래되니까 (화재) 걱정 조금씩은 하고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거죠, 전. 한 순간에 전부 뭐 날아가 버리니까. "
이 불로 식당 뒤편 숙박시설에 있던 여성 7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다행히 간단한 치료를 마친 가운데 아직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심폐질환이 있는 분들이 아니어서 특별히 위중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확인 후에 문제가 없다면 귀가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
다음 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정말 처참했습니다.
깨진 유리와 타들어간 간판, 녹아버린 집기들 위에 시커멓게 타 형체만 남은 커다란 목조 서까래가 내려앉아 있었는데요.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새까만 전선들은 지난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10시부터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오지형(경정/종로경찰서 형사과 ) : "불이 난 지역은 총 8개 동이 있으며 상가는 19개소고,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방화 가능성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날 화재현장 감식에서 LPG 가스통 7개가 발견되었지만 폭발 등에 의해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의 파편이 다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누전 등 전기적 결함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부탄가스통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인사동 일대는 좁은 골목에 식당이나 상점이 많고, 한옥을 개조한 목조 골격이 그대로 남은 건물도 여러 채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36년 가까이 재개발구역에 묶여, 소방도로 등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여기 골목이 좁아서.. 도로가 협소하잖아요. "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소방차) 잘 못 들어오잖아요. 일단은. 저 밖에서부터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골목이 좁으니까 못 들어오죠. "
서울시는 좁은 도로와 점포들이 몰려있어 화재발생 우려가 높거나 화재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인사동 밀집지역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엽래(교수/경민대학교 소방행정과) : "목재 화재 같은 경우에는 약 10분 이내에 그 주변에서 화재를 진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심지에 구형건물 구조로 되어 있는 부분들은 도시계획으로 다 바꿔줘야 합니다. "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건물과 상점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화재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모든 것이 다 정지 상태죠. 세입자들 뭐 다들 장사해서 그날그날 먹고사는데 장사를 못하잖아요. 지금. "
그나마 피해가 덜한 가게의 업주들 역시 수십 년동안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의 아픔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영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인데, (피해)업주들이.. 그 사람들 완전 초상집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어요. "
인사동 먹거리촌의 화재 소식에 망연자실한 건 시민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길에 들러, 어묵탕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단돈 3천원만 내고 귀가하는 모습은 이곳의 흔한 풍경이었는데요.
착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이곳은 서민들에게 30년 지기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인근 시민 : "이것 때문에 왔어요. 한 번 보려고.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여기 자주 들러서 술도 먹고 서로 만나던 장소인데.. 이제 아예 없어질 텐데 더 아쉽죠. "
<인터뷰> 인근 시민 : "학창시절 때라든지 어떤 그 추억의 먹거리 동네인데 .. 옛날 그대로 보존이 됐으면 참 좋을 텐데 이게 화재가 나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쓸쓸하죠. "
소방방재청은 바로 어제, 종로구 인사동 등 전국 전통문화거리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소방점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그제 밤 서울 인사동에서 난 불 기억하시죠.
좁은 골목에 낡은 건물들이 붙어 있다 보니 피해가 컸습니다.
네, 이번 불로 서민들이 시름을 달래오던 선술집이 없어져서 아쉬운 분도 계실 거고, 또 불이 나면 속수무책인 골목길 실태가 걱정인 분도 계실 텐데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이번 불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일단은 혹시 방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제 현장 감식이 이뤄졌는데 경찰은 일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이 날 때 여기저기서 폭발이 있어난 만큼 LP 가스통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감식 결과 폭발은 LP 가스통이 아니라 휴대용 부탄가스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이번 화재가 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 난 만큼 많은 이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한 인사동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각역 3번 출구 부근.
쌀쌀한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빌딩 뒤편의 골목길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 안쪽의 골목길은 이른바 ‘화신먹거리촌’.
‘술 좀 마신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봤을 만한 곳인데요.
<인터뷰> 인근 시민 : "친구들이랑 여기 많이 놀러오고 밥도 먹고 그런 장소인데 불났다고 하니까.. 서울에서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도 적은데 이렇게 불타서 정말 너무 안타깝네요. 슬퍼요."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인 이곳에 불이난 것은 지난 17일 밤 8시20분쯤.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불이 난 건물들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처음 불이 난 곳은 한 식당 건물의 2층과 3층 지점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TV 뉴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났다고 그래서 나가서 보니까 저기 뒤쪽에서 조금 있다가 가스가 터지는 소리에 움찔했어요. 제가 (군대) 포병이었는데 그 소리보다 더 큰 것 같았어요. "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 있어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불은 먹거리촌 초입에 줄지어선 점포들을 휩쓸었는데요.
휴일이라 쉬는 상점이 많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아무래도 이 건물들이 전부 오래되니까 (화재) 걱정 조금씩은 하고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거죠, 전. 한 순간에 전부 뭐 날아가 버리니까. "
이 불로 식당 뒤편 숙박시설에 있던 여성 7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다행히 간단한 치료를 마친 가운데 아직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심폐질환이 있는 분들이 아니어서 특별히 위중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확인 후에 문제가 없다면 귀가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
다음 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정말 처참했습니다.
깨진 유리와 타들어간 간판, 녹아버린 집기들 위에 시커멓게 타 형체만 남은 커다란 목조 서까래가 내려앉아 있었는데요.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새까만 전선들은 지난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10시부터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오지형(경정/종로경찰서 형사과 ) : "불이 난 지역은 총 8개 동이 있으며 상가는 19개소고,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방화 가능성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날 화재현장 감식에서 LPG 가스통 7개가 발견되었지만 폭발 등에 의해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의 파편이 다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누전 등 전기적 결함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부탄가스통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인사동 일대는 좁은 골목에 식당이나 상점이 많고, 한옥을 개조한 목조 골격이 그대로 남은 건물도 여러 채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36년 가까이 재개발구역에 묶여, 소방도로 등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여기 골목이 좁아서.. 도로가 협소하잖아요. "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소방차) 잘 못 들어오잖아요. 일단은. 저 밖에서부터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골목이 좁으니까 못 들어오죠. "
서울시는 좁은 도로와 점포들이 몰려있어 화재발생 우려가 높거나 화재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인사동 밀집지역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엽래(교수/경민대학교 소방행정과) : "목재 화재 같은 경우에는 약 10분 이내에 그 주변에서 화재를 진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심지에 구형건물 구조로 되어 있는 부분들은 도시계획으로 다 바꿔줘야 합니다. "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건물과 상점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화재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모든 것이 다 정지 상태죠. 세입자들 뭐 다들 장사해서 그날그날 먹고사는데 장사를 못하잖아요. 지금. "
그나마 피해가 덜한 가게의 업주들 역시 수십 년동안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의 아픔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영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인데, (피해)업주들이.. 그 사람들 완전 초상집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어요. "
인사동 먹거리촌의 화재 소식에 망연자실한 건 시민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길에 들러, 어묵탕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단돈 3천원만 내고 귀가하는 모습은 이곳의 흔한 풍경이었는데요.
착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이곳은 서민들에게 30년 지기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인근 시민 : "이것 때문에 왔어요. 한 번 보려고.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여기 자주 들러서 술도 먹고 서로 만나던 장소인데.. 이제 아예 없어질 텐데 더 아쉽죠. "
<인터뷰> 인근 시민 : "학창시절 때라든지 어떤 그 추억의 먹거리 동네인데 .. 옛날 그대로 보존이 됐으면 참 좋을 텐데 이게 화재가 나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쓸쓸하죠. "
소방방재청은 바로 어제, 종로구 인사동 등 전국 전통문화거리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소방점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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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인사동 화재…화마가 삼킨 ‘서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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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2-19 08:44:07
- 수정2013-03-11 10:26:57
<앵커 멘트>
그제 밤 서울 인사동에서 난 불 기억하시죠.
좁은 골목에 낡은 건물들이 붙어 있다 보니 피해가 컸습니다.
네, 이번 불로 서민들이 시름을 달래오던 선술집이 없어져서 아쉬운 분도 계실 거고, 또 불이 나면 속수무책인 골목길 실태가 걱정인 분도 계실 텐데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이번 불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일단은 혹시 방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제 현장 감식이 이뤄졌는데 경찰은 일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이 날 때 여기저기서 폭발이 있어난 만큼 LP 가스통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감식 결과 폭발은 LP 가스통이 아니라 휴대용 부탄가스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이번 화재가 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 난 만큼 많은 이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한 인사동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각역 3번 출구 부근.
쌀쌀한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빌딩 뒤편의 골목길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 안쪽의 골목길은 이른바 ‘화신먹거리촌’.
‘술 좀 마신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봤을 만한 곳인데요.
<인터뷰> 인근 시민 : "친구들이랑 여기 많이 놀러오고 밥도 먹고 그런 장소인데 불났다고 하니까.. 서울에서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도 적은데 이렇게 불타서 정말 너무 안타깝네요. 슬퍼요."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인 이곳에 불이난 것은 지난 17일 밤 8시20분쯤.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불이 난 건물들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처음 불이 난 곳은 한 식당 건물의 2층과 3층 지점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TV 뉴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났다고 그래서 나가서 보니까 저기 뒤쪽에서 조금 있다가 가스가 터지는 소리에 움찔했어요. 제가 (군대) 포병이었는데 그 소리보다 더 큰 것 같았어요. "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 있어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불은 먹거리촌 초입에 줄지어선 점포들을 휩쓸었는데요.
휴일이라 쉬는 상점이 많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아무래도 이 건물들이 전부 오래되니까 (화재) 걱정 조금씩은 하고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거죠, 전. 한 순간에 전부 뭐 날아가 버리니까. "
이 불로 식당 뒤편 숙박시설에 있던 여성 7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다행히 간단한 치료를 마친 가운데 아직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심폐질환이 있는 분들이 아니어서 특별히 위중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확인 후에 문제가 없다면 귀가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
다음 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정말 처참했습니다.
깨진 유리와 타들어간 간판, 녹아버린 집기들 위에 시커멓게 타 형체만 남은 커다란 목조 서까래가 내려앉아 있었는데요.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새까만 전선들은 지난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10시부터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오지형(경정/종로경찰서 형사과 ) : "불이 난 지역은 총 8개 동이 있으며 상가는 19개소고,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방화 가능성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날 화재현장 감식에서 LPG 가스통 7개가 발견되었지만 폭발 등에 의해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의 파편이 다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누전 등 전기적 결함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부탄가스통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인사동 일대는 좁은 골목에 식당이나 상점이 많고, 한옥을 개조한 목조 골격이 그대로 남은 건물도 여러 채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36년 가까이 재개발구역에 묶여, 소방도로 등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여기 골목이 좁아서.. 도로가 협소하잖아요. "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소방차) 잘 못 들어오잖아요. 일단은. 저 밖에서부터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골목이 좁으니까 못 들어오죠. "
서울시는 좁은 도로와 점포들이 몰려있어 화재발생 우려가 높거나 화재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인사동 밀집지역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엽래(교수/경민대학교 소방행정과) : "목재 화재 같은 경우에는 약 10분 이내에 그 주변에서 화재를 진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심지에 구형건물 구조로 되어 있는 부분들은 도시계획으로 다 바꿔줘야 합니다. "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건물과 상점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화재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모든 것이 다 정지 상태죠. 세입자들 뭐 다들 장사해서 그날그날 먹고사는데 장사를 못하잖아요. 지금. "
그나마 피해가 덜한 가게의 업주들 역시 수십 년동안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의 아픔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영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인데, (피해)업주들이.. 그 사람들 완전 초상집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어요. "
인사동 먹거리촌의 화재 소식에 망연자실한 건 시민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길에 들러, 어묵탕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단돈 3천원만 내고 귀가하는 모습은 이곳의 흔한 풍경이었는데요.
착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이곳은 서민들에게 30년 지기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인근 시민 : "이것 때문에 왔어요. 한 번 보려고.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여기 자주 들러서 술도 먹고 서로 만나던 장소인데.. 이제 아예 없어질 텐데 더 아쉽죠. "
<인터뷰> 인근 시민 : "학창시절 때라든지 어떤 그 추억의 먹거리 동네인데 .. 옛날 그대로 보존이 됐으면 참 좋을 텐데 이게 화재가 나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쓸쓸하죠. "
소방방재청은 바로 어제, 종로구 인사동 등 전국 전통문화거리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소방점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그제 밤 서울 인사동에서 난 불 기억하시죠.
좁은 골목에 낡은 건물들이 붙어 있다 보니 피해가 컸습니다.
네, 이번 불로 서민들이 시름을 달래오던 선술집이 없어져서 아쉬운 분도 계실 거고, 또 불이 나면 속수무책인 골목길 실태가 걱정인 분도 계실 텐데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이번 불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일단은 혹시 방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멘트>
어제 현장 감식이 이뤄졌는데 경찰은 일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이 날 때 여기저기서 폭발이 있어난 만큼 LP 가스통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감식 결과 폭발은 LP 가스통이 아니라 휴대용 부탄가스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이번 화재가 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 난 만큼 많은 이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한 인사동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각역 3번 출구 부근.
쌀쌀한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빌딩 뒤편의 골목길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 안쪽의 골목길은 이른바 ‘화신먹거리촌’.
‘술 좀 마신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봤을 만한 곳인데요.
<인터뷰> 인근 시민 : "친구들이랑 여기 많이 놀러오고 밥도 먹고 그런 장소인데 불났다고 하니까.. 서울에서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도 적은데 이렇게 불타서 정말 너무 안타깝네요. 슬퍼요."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인 이곳에 불이난 것은 지난 17일 밤 8시20분쯤.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불이 난 건물들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처음 불이 난 곳은 한 식당 건물의 2층과 3층 지점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TV 뉴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났다고 그래서 나가서 보니까 저기 뒤쪽에서 조금 있다가 가스가 터지는 소리에 움찔했어요. 제가 (군대) 포병이었는데 그 소리보다 더 큰 것 같았어요. "
화재에 취약한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 있어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1시간 반 동안 계속된 불은 먹거리촌 초입에 줄지어선 점포들을 휩쓸었는데요.
휴일이라 쉬는 상점이 많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아무래도 이 건물들이 전부 오래되니까 (화재) 걱정 조금씩은 하고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거죠, 전. 한 순간에 전부 뭐 날아가 버리니까. "
이 불로 식당 뒤편 숙박시설에 있던 여성 7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다행히 간단한 치료를 마친 가운데 아직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심폐질환이 있는 분들이 아니어서 특별히 위중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확인 후에 문제가 없다면 귀가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
다음 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정말 처참했습니다.
깨진 유리와 타들어간 간판, 녹아버린 집기들 위에 시커멓게 타 형체만 남은 커다란 목조 서까래가 내려앉아 있었는데요.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새까만 전선들은 지난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10시부터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오지형(경정/종로경찰서 형사과 ) : "불이 난 지역은 총 8개 동이 있으며 상가는 19개소고,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방화 가능성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날 화재현장 감식에서 LPG 가스통 7개가 발견되었지만 폭발 등에 의해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의 파편이 다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누전 등 전기적 결함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부탄가스통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인사동 일대는 좁은 골목에 식당이나 상점이 많고, 한옥을 개조한 목조 골격이 그대로 남은 건물도 여러 채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36년 가까이 재개발구역에 묶여, 소방도로 등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여기 골목이 좁아서.. 도로가 협소하잖아요. "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음성변조) : "(소방차) 잘 못 들어오잖아요. 일단은. 저 밖에서부터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골목이 좁으니까 못 들어오죠. "
서울시는 좁은 도로와 점포들이 몰려있어 화재발생 우려가 높거나 화재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인사동 밀집지역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엽래(교수/경민대학교 소방행정과) : "목재 화재 같은 경우에는 약 10분 이내에 그 주변에서 화재를 진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심지에 구형건물 구조로 되어 있는 부분들은 도시계획으로 다 바꿔줘야 합니다. "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건물과 상점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화재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모든 것이 다 정지 상태죠. 세입자들 뭐 다들 장사해서 그날그날 먹고사는데 장사를 못하잖아요. 지금. "
그나마 피해가 덜한 가게의 업주들 역시 수십 년동안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의 아픔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인근 음식점 업주(음성변조) : "영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인데, (피해)업주들이.. 그 사람들 완전 초상집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어요. "
인사동 먹거리촌의 화재 소식에 망연자실한 건 시민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길에 들러, 어묵탕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단돈 3천원만 내고 귀가하는 모습은 이곳의 흔한 풍경이었는데요.
착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이곳은 서민들에게 30년 지기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인근 시민 : "이것 때문에 왔어요. 한 번 보려고.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여기 자주 들러서 술도 먹고 서로 만나던 장소인데.. 이제 아예 없어질 텐데 더 아쉽죠. "
<인터뷰> 인근 시민 : "학창시절 때라든지 어떤 그 추억의 먹거리 동네인데 .. 옛날 그대로 보존이 됐으면 참 좋을 텐데 이게 화재가 나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쓸쓸하죠. "
소방방재청은 바로 어제, 종로구 인사동 등 전국 전통문화거리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소방점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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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기자 he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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