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장관의 자격

입력 2013.02.22 (07:34) 수정 2013.02.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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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청문회 정국입니다. 위장전입, 투기문제, 병역면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다 따져지겠지요. 범법이나 도덕성의 흠결 당연히 문젭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횐 유독 ‘전관예우 문제가 부각되는 듯합니다. 공직을 떠나 민간 기업에서 거액을 번 뒤 장관으로 복귀한 인사들이 많아서지요.

능력과 경력을 이용해 돈 버는 것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관예우’의 몸값 때문에 고액을 받았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퇴임한 공직자가 사실상 로비스트로 이용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현직후배들과 로펌 등 민간 기업으로 간 전직 선배들을 잇는 유착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전직 선배는 어느 날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됩니다. 이쯤 되면 오히려 현직들이 전직들 눈치 보는 경우도 생겨나겠지요. 세간에서 곱게 보기 힘듭니다. 돈과 명예, 권력을 한꺼번에 가지는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존경하긴 어려울 겁니다. 장관 물러나면 더 크게 ‘전관예우’받겠지 하는 냉소의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아쉽다는 겁니다. 장관이라는 자리에 맞는 자기관리와 절제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장관인선이 청백리 뽑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깨끗하고 본받을만한 인재가 뽑히면 감동이 있습니다. 신뢰가 생깁니다.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습니다. 후세에 본이 됩니다. 왜 인물이 없겠습니까? 대법관이나 고위공직을 마치고도 부자 길을 마다하는 인사도 적지 않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재산공개가 처음 시작됐습니다. 갖가지 사례를 겪으면서 돈과 권력, 명예를 한꺼번에 가지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말이 당시의 화두였지요. 2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젠 장관의 로드맵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고위공직자 때 돈이냐 명예와 권력이냐 선택하도록 경로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물론 법과 제도를 부단히 보강해 나가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인선이 중요합니다. 장관인선에서 국가와 사회의 방향이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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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장관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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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청문회 정국입니다. 위장전입, 투기문제, 병역면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다 따져지겠지요. 범법이나 도덕성의 흠결 당연히 문젭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횐 유독 ‘전관예우 문제가 부각되는 듯합니다. 공직을 떠나 민간 기업에서 거액을 번 뒤 장관으로 복귀한 인사들이 많아서지요. 능력과 경력을 이용해 돈 버는 것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관예우’의 몸값 때문에 고액을 받았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퇴임한 공직자가 사실상 로비스트로 이용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현직후배들과 로펌 등 민간 기업으로 간 전직 선배들을 잇는 유착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전직 선배는 어느 날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됩니다. 이쯤 되면 오히려 현직들이 전직들 눈치 보는 경우도 생겨나겠지요. 세간에서 곱게 보기 힘듭니다. 돈과 명예, 권력을 한꺼번에 가지는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존경하긴 어려울 겁니다. 장관 물러나면 더 크게 ‘전관예우’받겠지 하는 냉소의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아쉽다는 겁니다. 장관이라는 자리에 맞는 자기관리와 절제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장관인선이 청백리 뽑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깨끗하고 본받을만한 인재가 뽑히면 감동이 있습니다. 신뢰가 생깁니다.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습니다. 후세에 본이 됩니다. 왜 인물이 없겠습니까? 대법관이나 고위공직을 마치고도 부자 길을 마다하는 인사도 적지 않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재산공개가 처음 시작됐습니다. 갖가지 사례를 겪으면서 돈과 권력, 명예를 한꺼번에 가지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말이 당시의 화두였지요. 2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젠 장관의 로드맵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고위공직자 때 돈이냐 명예와 권력이냐 선택하도록 경로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물론 법과 제도를 부단히 보강해 나가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인선이 중요합니다. 장관인선에서 국가와 사회의 방향이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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